우리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공동 집필하는 동안 위와 같은 소설들을 다수 읽으면서, 이 소설들이 제인 오스틴이나 샬럿브론테,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같은 작가들이 보다 감추어진 식으로 발언했던 항변을 어떤 식으로 강조하는지 깨닫고 놀랐다. 그러나 오스틴, 브론테, 배럿 브라우닝의 주인공들과 달리, 페미니즘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성애 관계에 헌신하며 ‘그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삶을 사는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치거나,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거나, 이혼하거나, 독신으로 지내면서 자신의 저자들에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페미니스트들이 양성 간의 전통적인 관계를 도전적으로공격하면서 이혼율이 급증했던 시기 동안) 결혼 제도를 비판할기회를 제공했다. - P238

1970년대에 가장 폭넓게 읽힌 소설 중 하나는 미국의 전통적 여성성을 비판한 작품으로, 그 여성성의 모순은 우울증에 걸린 주인공/서술자를 광기로 (그리고 자살 시도로) 몰아간다.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는 원래 1963년 런던에서 빅토리아 루커스라는 필명으로 출간되었다. 저자가 자살하기 채 한 달도 안남은 시점이었다. 그녀가 죽고 난 후 그녀의 남편도 그녀의 어머니도 영국에서 그녀의 이름으로 이 작품이 발표되도록 허락하는 것을 주저했으며, 미국에서의 출간에 대해서는 한층 더 불안해했다. 이 소설은 마침내 1971년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엇갈린평가를 받거나 열혈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이들 열혈 독자 다수는 이 작품의 플롯이 플라스 자신의 애틋한 개인사를 따르고있고 그녀의 불길한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었다. - P239

1960년대 초반 플라스가 이 암울한 내용을 썼을 때 그녀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명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와 그녀의 작품(시와 산문) 모두는 1970년대 페미니즘을 구성하는 내용을 구체화한다. 1950년대식의 고정된 여성의 역할들과 거리두기라든가, 섹슈얼리티(‘처녀성‘과 그것의 상실)라든가 심지어 밀릿의 『지하실에서처럼 "여성이기에 죽는 것"이라는 은밀한 생각을 하며 역겨워하는 반응 등이다. 운명의 변덕스러운 장난인지, 미래는 그렇게 떠오르는 것인지, 1963년 『벨 자』가 발표되고 나서 한 달 뒤에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가 출간되었는데, 이는 플라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불과 일주일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두 책 모두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와의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밀릿의 『성 정치학』과 함께 이 세 책은 실비아 플라스의 강렬한 비극적 인생 이야기가 그랬던 것처럼, 1970년대의 페미니즘을 탄생시켰다. - P244

이 소설의 출간은 플라스의 자살 사건을 둘러싸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던 미스터리까지 더해지면서 일종의 문학적 폭동을 촉발시켰다. 로빈 모건의 1972년 첫 시집 『괴물』에 실린 시 「규탄」은 테드 휴스에게 플라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여긴 페미니스트들에게 공격 무대를 마련해준다.


당연히, 많은 말을 쏟아내지 않고서
내가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테드 휴스를
영국과 미국의 온 문학계와 비평계가
장황하게 부인해왔던 사실
실비아 플라스를 죽인 자가 그자 아닌가? - P245

그러나 일부 독자들은 어쩐지 플라스가 지금도 살아 있을 것같다는 환상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다. 얼마 전 <런던 리뷰 오브북스)는 플라스 서한집 완전판의 서평 「여든여섯의 플라스」를 실었다. 그 글을 쓴 조애나 빅스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었다.


실비아 플라스는 결코 죽지 않았다. 1963년 겨울에 그녀는 살아남았고 지금도 피츠로이 스트리트에서 살고 있으며, 『벨자』와 ‘남편이 멋지고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배신자에 바람둥이임이 밝혀지는 내용의 1964년 소설 『뒤늦은 반응』으로 돈을 벌어 건물을 통으로 사들였다. 그녀는 패션브랜드 아일린 피셔의 옷을 자주 입고 다니며, 페이버 출판사의 파티가 열리면 가장자리 안락의자에 앉는다. (...) 미투 운동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관심이 있다. (…) 소설 집필은 몇 년전 그만두었고 시는 느긋하게 쓰고 있다. 이제 퓰리처상과 부커상에 노벨상까지 받았으니까. 그녀는 너무나 대단한 대가가 되어 가까이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녀가 화장실에서 백발을 벗고있고 당신은 립스틱을 바르는 동안, 당신은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수줍게 미소 짓는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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