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새벽 공기를 빠듯이 뚫고 지나와야 하루가 안심이 된다 새벽 공기의 내음을 아니? 그만한 향수를 나는 아직알지 못한다 노인인 내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젊은너를 내게 쏠리게 하는 그 비방을 비로소 고백한다 오늘도 화계사 솔숲을 지나왔다 눈이 내려서 새벽 정신 더욱 깔끔했다 하루를 너끈히 견딜 만했다


春窮


저녁 무렵 겨우 비가 내렸다 땅으로 함께 뛰어내렸던꽃잎들, 꽃잎들이 氣絶해 있다 맨살로 땅바닥에 찰싹 붙어 있다 이런 저녁엔 아무도 나를 찾아 떠나는 차표 한장 끊고 있지 않으리라 따뜻한 예감의 여린 발목 하나가멀리서 잠깐 서성이다 만다 지워진다

春泥


햇살들 초록 덧칠 쉬지 않고 있음을 눈치채기는 했으나 수렁이다 흐르지 않는다 좀체 튀어오를 기미가 없다그렇다고 가라앉을 수도 없는 지느러미 하나가 非夢似夢 멈추어 있다 흐를 수 없다는 것이 제일로 참기 어렵다너의 어깨에 滿開의 벚꽃들 허공 담아 져내리고는 있으나 정지된 화면이다 이따금씩 들판 끝자락 말아올리며갑자기 달려오는 마을 쪽 기계톱날 소리, 자지러지지만 금간 것 이내 아물고 그 다음 정적은 왜 그리 길던지 움직일 可望이 전혀 없다

한컷


그날 소쇄원 齊月堂 마루에 앉아 끝내 보지 못하고 온그 달을, 다시 그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내가 어젯밤 꿈 속에서 보였다 그걸 내가 보고 있었다 한 방 사진으로 찍어두면 그림이 되겠다 싶었다 그날처럼 비가 내리지는 않겠지 구름이 몰려오진 않겠지 조마조마했던가그랬다 할말이 있다면 지금 그립다! 이거다

놋수저


어머니 쓰시던 놋수저 한 벌을 간직하고 있다 어머니의 고봉밥에 오늘도 놋수저를 꽂는다 제삿날 메올리는 가 아니다 어머니의 고봉밥을 어머니의 놋수저로내가 먹는다 혼령의 밥을 내가 먹는다 어머니는 오늘도 내 밥이시다 죽이 아니라 밥이시다 어머니 가신 뒤 늘 배가 고팠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의 고봉밥에 놋수저를 꽂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