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 무렵에는 예를 들면 야생 동백꽃이 우거진 가운데 술에 취한 아이들처럼, 꽤나 위험한 폭발력이 내재된 천진난만한 것들이 모여 피우는 소란과 종종 맞닥뜨렸다.
그럴 때 그는 나무의 대리인으로서 숨 막힐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부풀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유혹적이고도 무서운 외출을 할 때마다, 싹을 틔우거나 틔우려는 여러 종류의 작은 가지를 꺾어서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고 돌아와, 셸터 테이블에 흩뿌려놓았다. 처음에 그는 작은 나뭇가지를 관찰하며 싹 틔우는 힘,
싹 틔우는 의미를 새해에야말로 완벽하게 밝혀보리라 단단히 별렀다.  - P11

비록 싹이 나오기는 했어도 아직 발아할 징후가 없는 동안 나무의 혼은 밑동에 오므린 채 겨울잠을 자고 있다. 나무와 교감하길 늘 바라는 그는 그 견고한 동면에서 배우는것이 있었다. 겨울바람이 나무 우듬지로 불어대는 밤에도,
악몽 한 번 꾸지 않았다. 그러나 벌거숭이 나무가 움트기 시작하자마자 그는 온몸에 털이 솟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자신에게 위해危害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는 기분이기도 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서 발정하는 기분이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징조가 나타나서 그를 단호하게 몰아내고 말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와같은 전환기에는 거울 속의, 전 육체·전 의식을 다하여 무엇인가를 향해 탐욕스럽게 열려 있는 스스로에게 질려, 수염을 자를 때도 손으로 더듬어가며 잘랐다. - P12

그렇게 이 지적장애아는 적어도 50종의 들새 소리를 식별할 수 있어 그 새들의 소리를 듣는 것에서 식욕에 필적하는 쾌락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기 내부의 울적함에 가로막혀, 두견새나 붉은배오색딱따구리, 쏙독새 소리처럼 특징적인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대부분 구별하지 못하는 이사나도 한없이 미세한 들새 소리와 그보다도 더 작은 아이의 소리를 매일 몇 시간 동안이나 온화한기쁨을 느끼며 들었다. - P14

"고래나무라!" 이사나는 감명을 받아 동요하며 날숨을 내듯 말했다. 고래나무, 입니다. 라는 진의 목소리가 뒤따르지 않는 것을 어딘가 불안하게 느끼면서.
그런 채로 이사나는 자기 눈앞에 실제로 보이는 것과는다른, 또 하나의 공간을 발견했다. 그것은 끝없이 넓게 펼쳐진 초원을 향해 선자 혹은 바다를 향해 선 자만이 경험할수 있는 광대한 공간으로서, 도시에 정주한 이래 잃어버렸으나 환영으로 재현된 그 공간을 가득 채우며 단 한 그루의나무가 만드는 거대한 숲, 즉 고래나무가 나타났다. 굵은 나 - P124

무줄기 위로 벼처럼 무성하게 뻗은 가지들에 작은 잎이 빽빽하고 방대하게 퍼져 있어,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흰수염고래와 같은 위용을 드러냈다. 거기다 무성한 이파리가 만들어내는 머리 부분에서 작고 검으며 영리해 보이는 눈이천진난만하게 미소 지었다. 그 고래나무 전체는 그리움 그자체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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