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할애된 시간만 보아도 취향 이 확고하다 생각하면서 혼자 웃는다. 어쩌면 읽은 책의 비중에 따라 무게감이 다를지도.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 쓴 글에서 어째서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소설을 쓰기로 했는지에 대해 "너무 장황해서 여기서 언급할 수 없다."고 하셨지요. 지금 그이야기를 해주시겠어요?

카버 
‘너무 장황해서 얘기하기 어렵다.‘라는 건 이야기하기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많은 것들과 관련이 있어요. 결국 안타이오스」라는 잡지에 실린 「Fires 이라고 하는 에세이에서 다음 중 몇 가지를 언급했답니다. 그 에세이에서 제가 말한 내용은 결국 작가는 자신이 쓴 것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지요. 글쓰기를 둘러싼 상황은 뭔가 다른 것, 문학 외적인 것입니다. 아무도 저에게 작가가 되라고 요구한 적은 없어요. 그러나 살아남고, 공과금을 내고, 식구들을 먹이고, 동시에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고 글쓰기를 배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 해 동안 쓰 - P322

레기 같은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글을 쓰려고 애쓰면서 제가빨리 끝낼 수 있는 걸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한 권에 2~3년이 걸리는 소설을 쓸 방법이 없었어요. 다음 해나 3년 후가 아니라 당장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을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단편이나 시를 썼지요. 삶이 제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깨닫기 시작했지요. 언제나 엄청나게 많은 좌절감에 직면해야 했어요 예를 들면,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시간도 장소도 없다는 것등이지요. 밖에 나가 차에 앉아서 무릎 위에 공책을 놓고 글을 쓰려고 애썼죠. 이때는 제 아이들이 사춘기일 때였어요. 이십 대 말이나삼십 대 초였을 때였죠. 우리는 여전히 가난했고, 언제나 한 발만 내딛으면 파산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남은 거라고는 낡은 차 한 대와 월셋집, 그리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새로운 빚쟁이들뿐이었습니다. 참 우울한 상황이었죠. 제가 정신적으로 흔적 없이 말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술이 문제가 되었죠. 저는 대충 포기했고, 권투 경기에서 하듯이 수건을 내던지고나서 하루 종일 심각하게 술을 마셔댔어요. 이런 점이 제가 "너무 장황해서 언급할 수 없다."라고 한 것들의 일부입니다. - P323

술 마시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너무나 많은 작가들이 알코올 의존증은 아니라도 술을 엄청나게 마시지요.


카버
 작가들이 다른 전문 직종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마시는 것은 아닐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마셔대는지 아시면 아마 놀라실겁니다. 술에 관련된 신화들이 물론 존재하지만 저는 그 신화 때문에 술을 마시지는 않았어요. 그냥 술을 들이켰을 뿐이에요. 아마도 - P323

제가 저 자신과 제 글 제 아내와 아이들과 관련해서 삶에서 가장 원했던 일들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고 나서 술을 엄청나게 마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이지요. 파산하거나 알코올의존자가 되거나 바람피우거나 도둑이 되거나 아니면 거짓말쟁이가 될 의도를 갖고 삶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 P324

어떻게 술을 끊으셨지요? 무엇이 술을 끊을 수 있게 만들었나요?


커버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것은 1977년입니다. 알코올의존증 재황 센터에 두 번 들어갔고, 한 번은 병원에 입원했지요. 그리고 캘리포니아 산호세 근방의 드윗 센터라는 곳에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마침 제게 딱 알맞게도 드윗은 그전에는 범죄 성향이 있는 정신병 환자를 위한 병원이었지요. 저는 술을 끊기 직전에 완전히 통제 불능에다가 심각한 상황이었지요. 필름이 끊기는 지경, 즉 일정 기간 동안 말하고 행동한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지점까지 갔답니다.
차를 운전하거나, 낭독회를 하거나, 수업을 하거나, 부러진 다리를 치료받거나, 혹은 누군가와 자거나, 뭘 하든 나중에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었어요. 일종의 자동항법장치를 달고 있는 것 같았지요.
한 손에는 위스키 한 잔을 들고, 알코올성 발작 때문에 넘어져서 머리에는 붕대를 감고 거실에 앉아 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완전히 미쳤지요. 그러고 나서 2주 후에 재활센터로 돌아갔지요. 이번에는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 북부 캘리포니아의 칼리스토가라는 지역의 더피스라는 곳이었습니다. 더피스에 두 번 들어갔고, 산호세에있는 드윗에도 갔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병원에도 갔지요. 1년 동안 말입니다. 이 정도면 상당히 심한 거지요. 저는 확실히 알코올의존증으로 죽어가고 있었답니다. 과장이 아니에요. - P325

그럼 이야기의 소재는 어디서 가져오시나요? 특히 술과 관계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질문하는 겁니다.


카버 
제가 특히 흥미를 느끼는 이야기는 실제 세계에서 나온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제 소설 중 어떤 것도 실화는 아니랍니다.
하지만 언제나 제가 듣거나 목격한 어떤 요소가 있어서 그런 것이제 이야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일례를 들면, "이번 크리스마스가 당신이 망쳐 놓는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될 거예요."라는 말이있죠. 그걸 들었을 때 저는 취해 있었지만 그 말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정신이 맑을 때, 이 말과 제가 상상한 것들, 너무나 명확하게 상상해서 충분히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결합해서 심각한 이야기」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 P329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그것이 톨스토이의 소설이든, 체호프든, 배리 한나든, 리처드 포드든, 헤밍웨이든, 아이작 바벨이든, 앤 비티든, 앤 타일러든어느 정도까지는 자서전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적어도 실제 현실과 어떤 관계가 있어요. 긴 이야기든 짧은 이야기든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존 치버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나는군요 아이오와 시티에서 몇몇 사람들과 탁자에 둘러앉아 있을때였습니다. 그가 지나가는 말로, 어느 날 밤 가족 간에 다투었는데다음 날 아침 목욕탕에 가보니 딸아이가 거울에 립스틱으로 "사랑하는 아빠, 우리를 떠나지 마세요."라고 써놓았더라고 하더군요. 같이 탁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 "당신 소설 중 하나에서 그 이야기를 본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치버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제가 쓰는 모든 것은 자서전적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답니다. 물론 그건 문자 그대로 진실은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은 어느 정 - P329

커지는 자서전적입니다. 저는 ‘자서전적‘ 소설이 전혀 거슬리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길 위에서』, 셀린, 필립 로스의 소설알렉산드리아 사중주의 로렌스 더럴 등도 자서전적이지요. 닉애덤스 이야기 중 많은 부분에는 헤밍웨이가 들어가 있답니다. 업다이크의 작품들도 당연히 그렇지요. 짐 매콘키도 그렇고요. 클라크블레이즈Clark Blaise 는 철저하게 자서전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물론 자기 삶의 이야기를 소설로 바꾸려면 아주 솜씨가 좋아야 해요. 엄청나게 대담해야 하고, 뛰어난 기술과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기꺼이 자신에 관해 모든 걸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젊었을 때는 잘 아는 것에 대해서 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습니다. 자신의 비밀보다 더 잘 아는 게 뭐가 있겠어요? 하지만 특별한 종류의 작가나 아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가 아니라면, 계속해서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건 위험이 따릅니다. 자신의 소설에 지나치게 자서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많은 작가들에게 큰 위험, 또는 적어도큰 유혹이 됩니다. 약간의 자서전적 요소에다 많은 상상력을 가미하는 것이 최선이지요. - P330

당신의 등장인물들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하려고 애를 쓰나요?


카버 
등장인물들이 애를 쓴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애쓰는 것하고 성공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요. 어떤 삶에서는 사람들이 성공을합니다. 그렇게 성공하는 것은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다른 삶에서는 사람들이 하려고 애쓰는 일, 가장 하고자 원하는 일, 삶을 지탱하는 크고 작은 일에 성공하지 못하지요. 저의 직간접적인 경험은대부분 후자에 가깝답니다. 제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행동 - P330

이 뭔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동시에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알고 있는 지점에 도달해 있지요. 어떤 일을 열심히 해봐야 의미가없어요. 한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나 그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 수 있다고 생각한 일들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는 걸 알게되지요. 삶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삶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게 됩니다. 그들은 사태를 바로잡고 싶어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어요. 대개는 그들도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 P331

글쓰기 습관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언제나 뭔가 이야기를 쓰고 계신가요?


카버 
글을 쓸 때는 매일매일 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기분이 좋지요. 하루가 다음 날과 바로 연결됩니다. 때로는 그날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지요. 존 애쉬버리가 말했듯이 ‘배의 외륜처럼 돌아가는 나날들‘이지요. 한동안 그랬던 것처럼 가르치는 의무로 바쁘고 지금처럼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마치 이제까지 한 자도 안 썼던 것처럼,
그리고 글을 쓸 욕망도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러면 나쁜 습관이 생깁니다. 늦게까지 깨어 있고 늦잠을 자지요. 하지만 그래도괜찮아요. 인내를 가지고 때를 기다리는 걸 배웠거든요. 그걸 오래전에 배워야 했지요. 인내 말입니다. 제가 별자리를 믿는다면, 제 별자리는 아마 거북자리일 거예요. 저는 발작적으로 일하는 편이에요. - P332

하지만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책상 앞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매일매일 연속해서 열 시간, 열두 시간, 열다섯 시간을 앉아있지요. 그럴 때는 참 행복하답니다. 아시겠지만, 일하는 시간의 많은 부분은 수정하고 다시 쓰는 시간이지요. 집 안 어딘가에 놓아둔이야기를 가져다가 다시 수정하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지요. 제가 쓴 시들도 마찬가지랍니다. 글을 쓰고 나서 서둘러서 보내지 않고 몇 달씩 집에 놔두고는 어떤 부분을 빼거나 다른 부분을 집어넣으며 이런저런 손을 보지요. 어떤 이야기의 초고를 쓰는 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아요. 대개 한번에 앉아서 쭉 쓰지요. 하지만 그 이야기의 각기 다른 다양한 수정본을 만드는 건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한 단편에 스무 가지나 서른 가지의 다른 수정본이 있는 경우도있어요. 열 개나 열두 개 이하인 경우는 없답니다. 위대한 작가들의초고를 보는 건 아주 배울 점이 많고 마음에 용기를 주는 일이지요. - P332

들어 수정하기를 아주 좋아했던 작가인 톨스토이의 교정쇄 사잔이 생각납니다. 물론 톨스토이가 수정을 좋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수정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그는 마지막 교정에서도 수정을 거듭했답니다. 『전쟁과 평화는 여덟 번이나 수정했고, 마지막교정에서도 여전히 수정했어요. 이런 걸 보면 저처럼 초고가 엉망인 작가들이 용기를 낼 수밖에 없지요.


소설을 쓰는 과정을 이야기해주세요.


카버 
말씀드렸듯이 초고를 아주 빨리 씁니다. 대개는 손으로 쓰지요. 가능한 한 빨리 페이지를 채워나갑니다. 어떤 경우에는 저만 아는 속기법을 사용해서 나중에 어떻게 수정할지 메모를 덧붙여놓기도 하지요. 어떤 장면은 미완성으로 남겨놓습니다. 나중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장면들이지요. 그러니까 모든 부분을 꼼꼼히 다시 봐야 하지만 어떤 장면들은 두 번째나 세 번째 수정본까지 남겨놓는거예요.  - P333

 왜냐하면 이장면을 완성하면서 제대로 해내는 것이 초고에서는 너무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초고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윤곽을 잡는 것입니다. 즉, 이야기의 뼈대를 잡아놓는 것이죠.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수정 과정에서 나머지 부분을 처리하지요. 초고를글로 쓴 뒤 그 이야기의 수정본을 타자로 치고 거기에서 출발한답니다. 타자로 치고 나면 언제나 손으로 쓴 것과는 달라 보여요. 물론더 훌륭하게 보이지요. 초고를 타자로 치면서 수정하고 약간씩 더하고 빼기를 합니다. 원고를 세 번이나 네 번쯤 고치고 난 후에야 진짜 작품의 가닥이 잡힙니다. 시도 마찬가지죠. 단지 시는 40번이나50번 정도까지 수정한다는 게 다르지요. 도널드 홀은 한 편의 시에 - P333

100여 개의 수정본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상상이 가나요?


혹시 작업하는 방식이 바뀌셨는지요?


카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책 속에 묶여있는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달라졌어요. 우선 진행이 얼마나 의도적이며 얼마나 계산되어 있는가 하는 점에서 볼 때 훨씬 더 자의식적으로 쓴 책이랍니다. 책으로 묶어내기 전에 그 전의 어떤 다른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런저런 작업을 했지요. 책으로 묶여 출판사로 넘어갔을 때는 6개월 동안 아무것도 쓰지않았어요. 그 책 이후에 제가 쓴 첫 번째 단편은 「대성당」인데 그 전의 어떤 것과 비교해도 착상부터 완성까지 완전히 다르답니다. 저는 이것이 글 쓰는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만큼이나 삶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 P334

「대성당」을 쓸 때 어떤 강한 감정을 느꼈고, ‘이게 내 삶의 목적이야, 이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야.‘라고느꼈답니다. 이 작품은 그 전에 쓴 것들과는 다르답니다. 이 단편을 쓸 때 어떤 깨달음이 있었어요. 저는 모든 것을 단지 뼛속까지가 아니라 골수에 이르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혹은 원하는 만큼 다른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방향으로 더나아갔더라면 아마 저 자신이 읽고 싶지 않을 것들을 쓰거나 출판하게 되는 막다른 골목까지 갔을 겁니다. 이게 진실입니다. 지난번책의 서평에서 누군가가 저를 ‘미니멀리스트‘ 작가라고 불렀어요.
그 비평가는 그 말을 칭찬으로 썼지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이 마음에들지 않았습니다. ‘미니멀리스트‘라는 말에는 뭐랄까 비전과 완성도에 있어서 미약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 점이 마음에 안 듭니다. 그 - P334

시책에 있는 모든 단편과 「대성당은 18개월에 걸쳐 썼습니다. 이모두에서 이런 차이를 느낀답니다.


어떤 독자를 생각하시나요? 업다이크는 자신에게 이상적인 독자는 도서관 서가에서 자신의 책을 발견하는 작은 중서부 도시의 어린 소년이라고 하더군요.


카버 
업다이크처럼 이상화된 독자를 상상해보는 건 멋진 일이겠지요. 하지만 아주 초기작을 제외하고는 그의 책을 읽는 사람이 작은중서부 도시의 어린 소년은 아닐 거예요. 이 어린 소년이 켄타우로스」, 「커플들』, 『돌아온 토끼』, 『쿠데타』를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그는 존치버가 업다이크의 독자라고 일컬은 청중, 즉 모든 곳에 살고있는 ‘지적인 성인 남녀를 위해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작가라면 가급적 많은 예리한 독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한 진실하게 잘 쓰려고 할 것입니다. - P335

그래서 작가는 가능한 한 잘 쓰고 나9서 좋은 독자를 기다리는 거지요. 하지만 작가는 또한 어느 정도까지는 다른 작가를 위해서 글을 씁니다. 그들의 작품에 대해 경탄해마지않는 죽은 작가들과 좋아하는 현존 작가들을 염두에 두고서 글을 쓰는 것이죠. 다른 작가들이 당신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다른 지적인 성인 남녀‘가 그 작품을 좋아할 확률도 높아지죠. 하지만 저는글을 쓸 때 당신이 언급하신 그 소년이나 특정한 누군가를 염두에두고 쓰지는 않아요.


쓴 글을 결국 얼마나 버리시는지요?


카버 
엄청나게 많이 버리지요. 만일 어떤 이야기의 초고가 40쪽 길이라면, 완성본의 길이는 대개 절반 정도 됩니다. 단순히 일부를 잘 - P335

라내고 축소하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많은 양을 빼고 덧붙이고 또덧붙이고 또 잘라내고 하는 식입니다. 말들을 집어넣고 빼고 하는결 정말 좋아한답니다.


단편들이 길어지고 보다 풍성해진 것 같은데 수정 과정이 변했나요?


카버 
풍성해졌다고요? 그렇지요. 그게 정확한 표현이네요. 맞습니다. 이유를 이야기해드리지요. 학교에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최첨단 우주 시대 타자수가 있어요. 그녀에게 타자 칠 단편을 건네주면 그 이야기를 타자로 쳐서 돌려줍니다. 일단 그녀가 타자를 쳐서깔끔한 판본을 돌려주면 마음껏 수정해서 다시 줍니다. 다음 날 다시 깔끔한 판본을 받게 되지요. 그러면 제가 원하는 만큼 마음껏 수정해서 다음 날 또 수정본을 돌려받아요.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작은 일인 것 같지만, 이게 제 인생을 바꿨답니다. 제 타자와 그녀의 워드프로세서가 말이에요. - P336

예전에 상황이 아주 나빴을 때 일어난 많은 일에 대해서 후회하시나요??


카버
전 지금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후회할 여유조차 없어요. 과거에 살았던 삶은 지금은 그냥 과거의 일이고, 지나간 걸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지요. 현재에 살아야 합니다. 당시의 삶은 확실히 지나가 버렸고, 그 삶은 마치 19세기 소설 속의 누군가에게 일어난 것처럼 멀게 느껴져요. 저는 한 달에 5분 이상 과거를 생각하지않습니다. 과거는 사람들이 다른 식으로 사는 진짜 먼 나라 이야기랍니다. 일들은 어차피 일어나는 것이지요. 저는 두 개의 다른 삶이있던 느낌이에요. - P337

체호프도 존경하지요. 아마도 제가 가장 경탄해 마지않는 작가일 겁니다. 하지만 체호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어요? 저는 체호프의 희곡이 아니라 단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의 희곡은 너무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톨스토이가 있죠. 모든 단편, 중편, 『안나 카레니나』를 좋아합니다. 『전쟁과 평화는 아니고요. 너무 느리게 진행돼요. 하지만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주인과 하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할까」는 톨스토이 최고의 작품이지요. 그리고 아이작 바벨, 플래너리 오코너,
프랭크 오코너도 포함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존치버,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도요. 작년에 『보바리 부인』을 다시읽었어요.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을 쓰고 있을 때 쓴 편지들을다시 번역한 것도 읽었지요. 콘래드도 있고요.  - P338

업다이크의 <가기에너무 먼>도 있습니다. 토비아스 울프처럼 작년인가 재작년에 우연히 알게 된 멋진 작가들도 있습니다. 그가 쓴 단편집인 『미국 순교자의 정원에서는 너무 멋집니다. 맥스 숏도 있고요. 바비 앤 메이슨도말씀드렸나요? 두 번 말해도 될 만큼 훌륭한 작가입니다. 해럴드 핀터, V. S. 프리쳇도 포함된답니다. 몇 년 전에 체호프의 편지에서 아주 인상적인 구절을 발견했어요. 그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이에게 준 충고였는데, "친구여, 비범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업적을 성취한 비범한 사람들에 대해서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내용이었지요 (당시 저는 대학에 다니면서 군주와 공작에 대한 이야기와 왕국을 와해시키는 일 등에 관한 희곡을 읽고 있었던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원정이라든가 영웅에게 자기 자리를 찾아주는 거대한 사명 같은 일들이지요. 전 그 - P338

때 보통 사람보다 위대한 영웅을 다룬 소설들도 읽었지요.) 그러나 체호프가 그 편지나 다른 편지에서 한 말과 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그 전과는 다르게 세상을 보게 되었답니다. 얼마 후 막심 고리키의 희곡과 많은 단편들을 읽었는데, 그 작품들이 체호프가 한 말의 의미를더욱 부각시켜주었어요. 리처드 포드 역시 훌륭한 작가입니다. 그는기본적으로는 소설가인데 단편이나 에세이도 썼지요. 제 친구랍니다. 제게는 좋은 친구면서 훌륭한 작가인 친구가 많아요. 몇몇은 그다지 훌륭한 작가는 아니지만요. - P339

그러나 예술은 또 한편으로는 우월한 형태의 오락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잘못되었나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십 대 때, 스트린드베리의화곡을 읽고, 막스 프리슈의 소설을 읽고, 릴케의 시를 읽고, 버르토크의 음악을 밤새도록 듣고, 시스티나 성당과 미켈란젤로에 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매번 내 삶이 이런 경험들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고 느끼고, 내 삶이 이런 경험들에 영향을 받고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 기억나네요 제가 바뀌어서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곧 제 삶이 결국에는 전혀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어쨌든 눈에 띄든 아니든, 제가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는 바뀌지 않았답니다. 그때 예술은 제가 시간이 있을 때, 제가 그렇게 할 여유가 있을 때 추구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것, 단지 그런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술은 사치이고 그것은 저 자신이나 제 삶을 바꾸지 않을 거라는 거죠. - P347

예술이 어떤 일도 일어나게 하지 않는다는 걸 어렵게 깨달았답니다.
그렇고말고요. 저는 한순간도 셸리의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즉 시인이 이 세상의 ‘인정받지 못한 입법자‘라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인지! 아이작 디네센은 매일매일희망도 절망도 없이 조금씩 쓴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마음에 듭니다. 소설이나 희곡, 시집 한 권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생각이나 자신에 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시대는 그런 시대가 설혹 있었다 해도 이미 지나가 버렸어요. 특정한 삶을 사는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쓰면 어떤 분야의 삶을 전보다 약간 더 이해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저자신에 관한 한 예술의 역할은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 P347

어쩌면 시는 다를지 모르지요. 테스는 사람들로부터, 그녀의 시를 읽고 나서 절벽에서 뛰어내리거나 물에 빠져 죽을 생각을 버렸다는 편지를받습니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차원입니다. 좋은 소설은 부분적으로는 한 세상의 소식을 다른 세상으로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그 목적 자체로 훌륭해요. 하지만 소설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거나 어떤사람의 정치적인 입장을 바꾸거나 혹은 정치체제 자체를 바꾸거나고래나 레드우드 나무를 구하거나 하는 것은 못합니다. 당신이 이런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이에요. 그리고 소설은 이런 어떤 것과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소설은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것입니다. 뭔가 지속적이고 오래가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읽는 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아무리 희미할지라도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이런 불꽃을 쏘아 올리는 어떤 것이랍니다. - P348

모나 심슨Mona Simpson 
1957년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난 후 십 대에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아버지는 막 시리아에서 이민했고 어머니는 밍크 농가의 딸로, 심슨이 가족 중 대학을 간 첫 번째 사람이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첫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뉴욕에 머물면서 ‘파리 리뷰의 편집자로 일했다. 작품으로이곳이 아니면 어디라도」 등이 있다.

루이스 버즈비 Lewis Buzbee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은 후, 1972년 열다섯 살의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79년에 두 개의 짧은 이야기를 출간한 이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접시 닦기점 아르바이트, 출판사 편집자, 요리사, 바텐더, 글쓰기 교사로 일했다. 2000년 이후 샌프란시스코 대학 MFA프로그램의 교수로 일하고 있고 아내인 줄리 브루는 시인이다. 「플리젤먼의 욕망.. 골드러시이후를 썼고, 한국에서는 노란 불빛의 서점이 출간되었다.
- P348

주요 작품 연보

『제발 조용히 좀 해요』 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 1976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What We Talk aboutWhen We Talk about Love, 1981
대성당, Cathedral, 1983『숏컷』 Short Cuts, 1993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 1927, 3. 8.- 2014. 4. 17.

콜롬비아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마술적 사실주의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데 크게 공헌했고, 문학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라틴아메리카의 창세기로 불리는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콜롬비아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바란키야의 기숙초등학교를 다녔고, 시파키라의 명문 중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여 열여덟 살까지 공부했다. 그 후보고타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기자로 유럽에 체재하였다. 멕시코에서 창작 활동을 하였고, 쿠바 혁명이 성공한 후 쿠바로 가서 국영 통신사의 로마·파리·카라카스 아바나 · 뉴욕 특파원을 지내면서 1940년대말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 「낙엽」에는 그가 즐겨 쓰는 문체의 특징인 리얼리즘과 환상적 구상의 결합이 나타나 있다. 그의 대표작인 『백년 동안의고독 은 마콘도라는 가공의 땅을 무대로 하여 부엔디- 일족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1981년에는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가 라틴아메리카에서만 200만 부 이상팔렸으며, 1982년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된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받았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의 인터뷰는 그의 집 바로 뒤에 위치한 스튜디오이자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마르케스의 집은 다채로운색깔의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유서 깊고 예쁘장한 멕시코 시 산 앙헬인에 있다. 스튜디오는 그곳에서 무척 가까웠다.이 낮고 길쭉한 건물은 원래는 손님 접대용으로 디자인된 것처럼 보였다. 내부 한쪽 끝에 카우치와 두 개의 안락의자, 임시로 만든 바가 있다. 그 바에는 작은 흰색 냉장고가 하나 있고, 그 위에 미네랄 생수병이 있었다.
소파 위에 걸려 있는 커다랗게 확대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사진이 그 방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이었다. 그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로수 길 위에 서서 멋진 망토를 두르고 약간 앤서니 퀸 같은 모습으로 먼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르케스는 스튜디오의 먼 끝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나를 - P353

반기러 오는 그의 발걸음은 가볍고 기운찼다. 그는 키가 173~174센티미터에 불과했지만 탄탄한 몸을 가진 남자였다. 넓은 가슴에 비해,
다리는 약간 가느다래서 멋진 미들웨이트급 권투 선수처럼 보였다.
느슨한 코듀로이 바지에 연한색의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검은색 가죽 부츠를 신은 격식을 차리지 않은 옷차림이었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은 거무스름한 갈색이며 콧수염을 길게 길렀다.
인터뷰는 늦은 오후 약 두 시간씩 세 번 만나 이루어졌다. 마르케스의 영어는 상당히 훌륭했지만 대체로 에스파냐어로 말했으며, 두아들이 통역해주었다. 마르케스가 말할 때면 몸이 자주 앞뒤로 흔들렸다. 손도 종종 움직여서, 강조하고 싶은 점 또는 생각의 전환을 가리킬 수 있는 작지만 결정적인 제스처를 하곤 했다. 말하는 사람 쪽으로 몸을 기울이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이야기할 때는 다리를꼬고 뒤로 기대앉기도 했다. - P354

어느 날 밤 제 친구가 프란츠 카프카가 쓴 단편소설집을 빌려주었습니다. 저는 머무르고 있던 하숙집으로 돌아가서 『변신』을 읽기 시작했어요.
첫 줄에 놀란 저는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습니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어요 변신의 첫 줄은 "그레고르 잠자는 그날 아침 불편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서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로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의 첫 줄을 읽으며 이런 것을 쓰도록 허락받은 작가가 있다는 것을 몰랐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걸 알았더라면 저는 이미 오래전에 글쓰기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즉시 단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부 지적인 이야기였는데, 그 이유는 저의 일천한 문학적 경험에 근거해서 글을 썼고또한 문학과 삶 사이의 관계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단편소설들은 보고타의 ‘엘 에스펙타도르 신문 문학관에 실렸습니다. 이 단편들은 당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는데, 아마도 콜롬비아에서는 어느 누구도 지적인 단편소설을 쓰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당시에 쓴 이야기들은 대개 시골의 삶과 사교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첫 단편소설을 썼을 때 사람들은 제가 조이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 P361

당시에 조이스를 읽으셨나요?


마르케스 
조이스를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율리시스』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에스파냐어로 된 번역본을 읽었지요. 나중에 율리시스』를 훌륭한 프랑스어 번역본과 영어본으로 읽고 나서야 에스파냐어 번역본이 형편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쨌든 제가 나 - P361

중에 글을 쓸 때 매우 유용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배웠답니다. 바로 내적 독백 기법이지요. 뒷날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서도 이 기법을찾았는데, 저는 조이스보다는 울프가 이 기법을 사용한 방식을 더좋아합니다. 이 내적 독백이라는 기법을 처음 쓴 사람이 라사리요데 토르메스』를 쓴 익명의 작가라는 것을 뒷날 알게 되었습니다. - P362

이런 태도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보고타 폭동이었지요. 1948년 4월 9일 정치 지도자였던 가이탄Jorge Eliécer Gaitán 이 암살당해서 보고타 사람들은 미친 듯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하숙집에서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도 가이탄이 총을 맞은 곳으로 뛰어갔습니다만 이미 가이탄은 택시를 타고병원으로 호송되었습니다. 제가 하숙집으로 돌아오는데 사람들은이미 거리를 점령해 시위를 하고, 가게를 약탈하고, 건물에 불을 지르고 있었어요. 그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그날 오후와 저녁에 제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제 단편소설이 이런 것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카리브해에 있는 바랑키야로 돌아가야 했을 때, 바로그곳에서의 삶이야말로 제가 살았던, 알던, 쓰고 싶었던 삶이라는것을 알게 되었지요. - P362

당신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젊은 작가들은 그들 자신의 어린 시절과 경험의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마르케스 
아니요, 그 과정은 대개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지요. 그렇지만 젊은 작가들에게 약간 조언해줄 수 있다면, 자신에게 일어났던일에 대해 글을 쓰라고 말하고 싶군요. 작가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글을 쓰는지, 아니면 자신이 읽거나 들은 일에 대해 글을 쓰는지 구별하기란 항상 쉽지요. 파블로 네루다의 시 구절 중에, "신이시여, 노래 부를 때 창작하지 않게 도와주소서."라는 시구가 있습니다. 제 작품에 대한 가장 큰 찬사가 상상력에 주어진다는 것이 저를항상 기쁘게 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제 작품의 단 한 줄도 현실에 근거를 두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가 있다면카리브해의 현실이 가장 터무니없는 상상을 닮았다는 것이지요. - P364

문학과 독수 일의 비유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마르케스 
문학과 목수일 모두 매우 힘듭니다. 무엇인가를 글로 쓴다는 것은 탁자를 만드는 것만큼 힘이 들어요. 이 두 가지 모두 나무처럼 딱딱한 재료인 현실을 이용해 일합니다. 온갖 기교와 기술을사용해야 하고요, 근본적으로 이 두 가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마술 같은 것은 매우 적은 반면 일은 엄청나게 많이 고되게 해야 하지요. 프루스트가 말했다고 생각되는데, 10퍼센트의 영감과 90퍼센트의 노력을 필요로 한답니다. 저는 목수 일을 해본 적이 없지만, 저를 위해 일해줄 적합한 목수를 아예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 P369

당신은 종종 권력의 고독함이란 주제를 다루시던데요.


마르케스 
권력을 더 많이 갖게 될수록 누가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고참말을 하는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절대 권력을 갖게 되면 현실과 접촉할 수 없게 되며, 그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고독이라고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 독재자는 이권에 둘러싸이고, 독재자를 현실로부터 고립시킬 목적만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됩니다. 그래서 그를 소외시키기 위해 모든 것이 협조를하지요. - P372

작가의 고립은 어떻습니까? 그것은 다른가요?


마르케스 
작가의 고립은 권력자의 고립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작가가 현실을 그리려고 애를 쓸 때 그런 시도가 현실을 왜곡시키기도 합니다. 현실을 소설로 옮기는 시도를 할 때 그는 현실로부터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듯이 상아탑에 갇히는 것이지요.
저널리즘은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계속해서 저널리즘, 특히 정치와 관련된 저널리즘에연계하려고 애쓰는 이유입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이 출판된 이후에 저를 위협했던 고독은 작가의 고립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명성이라는 고독이었으며 권력자의 고독을 많이 닮았습니다. - P372

당신의 소설에는 예상치 못한 꼬임이 있나요?


마르케스 
그런 일은 처음 글을 쓰려고 할 때 일어나곤 합니다. 제가쓴 첫 단편소설들에서 저는 분위기 mood에 대해 일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자신을 그냥 우연에 맡겨두곤 합니다. 제가 글을 처음쓰기 시작할 때 들었던 최고의 조언은, 아직 젊을 때는 영감이 끝없이 솟구치고 있기 때문에 우연에 맡기는 방식으로 일해도 괜찮지만소설 쓰는 기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영감이 사라지고 이를 보상할수 있는 기법이 필요하게 되는 훗날에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만일 제가 그것을 제때 배우지 못했다면, 저는 지금 먼저 이야기 구조의 윤곽을 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구조는 순전히기술적인 문제이고, 처음에 배우지 못하면 나중에도 결코 배울 수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훈련이 상당히 중요했나요?


마르케스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고 가치 있는 책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P374

인공 자극물은 어떤가요?


마르케스 
자신에게 글쓰기란 권투와 같다고 한 헤밍웨이의 글이 제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잘 돌보았지요. 포크너는 술주정뱅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었지만, 인터뷰 때마다 술을 마시면 한 줄도 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헤밍웨이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악질적인 독자는 제가 작품을 쓸 때 마약을 하지 않았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은 그들이 문학이나 마약에 - P374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는 글을 쓰는 매 순간 절대적으로 제정신이어야 하며 건강해야 합니다. 저는 글 쓰는 행위는 희생이며, 경제적 상황이나 감정적 상태가 나쁘면 나쁠수록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낭만적인 개념의 글쓰기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작가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학작품 창작은 좋은 건강 상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며,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 작가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생을 사랑한 사람들입니다. - P375

글쓰기는 대부분의 작업과 비교해볼 때 특권이며, 작가들은 그들의 고통을 과장한다고 블레즈 상드라르는 말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마르케스 
글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심스럽게 행해지는 일은 모두 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글쓰기가 누릴 수 있는특권이란 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과도하게요구하는 편입니다. 완벽할 때까지 글을 써야 하는 것 역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종종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서 자기들이세계의 중심이며 또한 사회적 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숭앙하는 것은 아주 잘 마무리한 글입니다. 여행을 할 때 조종사가 작가로서의 제 수준보다 나은 수준의 조종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척 기쁩니다. - P375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첫 번째 단락입니다. 저는 첫 번째 단락을 쓰는 데 여러 달이 걸립니다. 일단 첫 단락을 마치면 나머지는 매우 쉽게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 단락에서 저는 제책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대부분을 처리합니다. 여기서 주제와 스타일과 어조가 정해집니다. 최소한 저의 경우 첫 번째 단락은 제 책의나머지 부분이 어떨지 보여주는 견본입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것보다 단편집을 쓰는 것이 더욱 어렵지요. 단편을 쓸 때마다 작가는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 P377

쿠바라는 나라 안에서 그 과정은 새로운 종류의 문학이나 예술이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지점에까지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은 시간을필요로 합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쿠바가 갖는 커다란 문화적 중요성은, 쿠바가 수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에 존재해왔던 어떤 종류의 문학을 전달하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미국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급속한 부흥은 쿠바 혁명에 의해 촉발되었습니다. 그 세대에 속한 모든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이 20년넘게 작품 활동을 했지만, 유럽과 미국의 출판사들은 이들의 작품에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쿠바 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그들은 쿠바와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갑작스럽게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혁명은 소비 품목으로 변했습니다. 라틴아메리카는 유행이 되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소설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자 사람들은 다른 세계 문학과 함께 숙고될 만큼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정말로 슬픈 일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문화적 식민주의가 너무깊어서 외부인들이 라틴아메리카의 소설이 훌륭하다고 말해주기 전에 자신의 소설이 훌륭하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 P382

피터 H, 스톤 Peter H. Stone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영화 작가이고 아버지는 무성영화 작가이자 프로듀서였다. 1947년 바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1953년에 예일 대학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4년 에드거 상을, 1965년에는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했다. - P388

주요 작품 연보
「더러운 시간 In Evil Hour, 1962
백년 동안의 고독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1967
「족장의 가을』 The Autumn of the Patriarch, 1975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Chronicle of a Death Foretold, 1981
『콜레라 시대의 사랑 Love in the Time of Cholera, 1985
『칠레의 모든 기록, Clandestino in Chile 1986
‘이방의 순례자들, Strange Pilgrims, 1993
‘사랑과 다른 악마들 Of Love & Other Demons, 1994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Memories of My Melancholy Whores.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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