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쓰일 수 없어야 진정으로 아름답다. 쓸모 있는 모든 것은 욕망의 표현이라 추하며, 인간의 욕망은 그 비루하고 나약한 본성처럼 비열하고 역겹다.

- 테오필 고티에, 《모팽 양》

뮤즈가 오기를 기다리는 오늘 밤
내 모든 것이 한 가닥 실에 걸려 있다.
내가 아끼는 젊음, 자유, 영광, 이 모든 것이
플루트를 든 그녀 앞에서 사라지니.

보라! 그녀가 온다 (...) 베일을 뒤로 젖히고,
나를 고요하고 야멸차게 내려다보면서.
내가 묻는다. ‘당신인가요, 단테가 《신곡》의 ‘지옥편‘을
받아쓰게 한 이가? 그녀가 답한다. ‘맞아요.‘

- 안나 아흐마토바, <뮤즈>>

마침내 그들이 한껏 격앙되어 그대를 찢어발겼을 때
너의 소리는 사자들과 암벽들 속에서, 나무들과 새들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그대는 거기서 지금도 노래하고 있노라.

오, 그대 잃어버린 신이여! 그대 영원한 흔적이여!
증오가 그대를 찢어발기고 산산조각 내버렸기에
우리는 이제 듣는 자이자 자연의 입이 되었노라.

– 릴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제1부, 26

그래서 어리석은 얼간이들이 이빨을 쑤시고 여자들 위를 올라타는동안 이 시인은 자신의 슬픔을 그토록 황홀하게 노래하는 걸까? 불쌍한 광대여! 이보다 더 터무니없고, 아이러니하고, 괴상한 일이 있을까? (…) 시인도 성직자, 전사, 영웅, 성자들처럼 만국의 저속한 사업가들의 기분을 돋우는 우울한 박물관 전시품 대열에 합류하게 될까?

- 어빙 레이턴, 《태양을 위해 붉은 원단을) 서문

‘내가 문학의 제단에 데려온 돈의 뮤즈를 말하는 걸세. 이보게, 그 굴레에 코를 꿰이면 안 되네! 그 끔찍한 옥빛 굴레가 자네 인생을 끌고다닐 거야!‘

-헨리제임스, 《대가의 교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지요.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존 키츠의 말입니다. 여기에 삼단논법을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진리가 아름다움이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할 수 있다면, 아름다움이 너희를 자유케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유를 지지한다, 아니 낭만주의 시대를 정점으로 간헐적으로 지지해왔다. 그러니 온 몸을 바쳐서 미를 숭상해야 한다. 예술보다 아름다움(넓게 해석했을 때)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가다 보면 심지어 도덕적 차원을 외면하는 미학에도 그만의 도덕적 차원이 있다는 결론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완벽한 예술 표현의추구가 예술가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목표를 추구해야 하느냐는 것이죠." - P114

이 전통에 자신을 자리매김하쇼.
내가 작가가 되었을 무렵엔 여성 작가, 특히 여성 시인이 되면얼마나 고약한 일을 겪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메인 그리어도 정성을 들여 집필한 자신의 저서 《단정치 못한 시빌들》을통해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한 여성 시인들의 슬픈 인생사와 암울한 죽음에 대해 설명했지요. 에밀리 디킨슨의 은둔 생활,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고립된 삶,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마약 중독과 거식증, 샬롯 뮤의 자살, 실비아 플라스의 이어진 자살, 앤 섹스턴의 또 이어진 자살 솟구치는 피는 시다." 실비아 플라스는 목숨을 끊기 10일 전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것을 멈출 수 있는 건 없다." 상상력의 여사제는 결국 바닥의 붉은 웅덩이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인 걸까요?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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