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졌던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볼 용기가 있다면, 나만의 진실, 세상의 진실, 끝없이 우리를 사로잡아 아픔을 주는 이 모든 것의 진실을 발견하고 말리라는 것을 어쨌든 알기에.
- 진 라이스

나는 늘 내가 쓴 글이 출간될 때쯤이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했다. 나는 죽고, 더이상 심판할 사람이 없기라도 할 것처럼 글쓰기.
진실이란 죽음과 연관되어서만 생겨난다고 믿는 것이어쩌면 환상에 불과할지라도. - P9

내 머리와 가슴과 자궁은 온통 그 여자로 채워졌고,
그녀는 가는 곳마다 나를 따라오며 내 감정을 좌우했다.
동시에 이 끊을 수 없는 존재로 인해 나는 강렬한 삶을살게 되었다. 그녀로 인해,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내면의 움직임을 알게 되었고,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온갖 것들을 꾸며낼 힘과 에너지를 발휘하게 되었고, 열에들떠 끊임없이 움직이게 되었다.
이중의 의미로, 난 사로잡힌 상태였다. - P12

이런 상태에 들어서자, 일상의 근심과 성가심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습관화된 일상의범용함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치적 사건, 시사 문제가 불러일으키기 마련인 성찰들 역시 더이 - P12

상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아무리 떠올려보려고 애써도, 2000년 여름은 이륙 직후 고네스의 한 호텔에 추락한 콩코르드 비행기 사고 말고는 내게 아무런기억도 남겨놓지 않았다.
한편에 고통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이 고통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은 하지 못하는 사고력이있었다. - P13

47 이라는 숫자는 야릇한 물질성을 띠게 되었다. 이 두자리 숫자가 도처에 거대하게 우뚝 솟아 있는 듯했다.
난 세월과 노화 순으로가 아니면 더이상 여자들을 자리매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에게서 드러나는 세월과 노화의 징표를 나의 것과 비교하면서 그들을 평가하게 되었다. 사십대에서 오십대 사이로 보이며, 부유층 구역에사는 여성들을 모조리 똑같이 보이게 만드는 그 ‘우아한 단순미‘를 풍기는 복장을 한 여성들은 모두, 한 여자의 분신이었다. - P14

나는 감정과 감성이 물질적인 성질을 띤다는 것을 처음으로 분명히 알게 되었고, 온몸으로 그것들의 밀도와형태뿐만 아니라, 내 의식의 제재를 받지 않는 그들의독립성과 완벽한 행동의 자유를 느꼈다. 이러한 내면 상태에 견줄 만한 것들을 자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날뛰는 바다, 깎아지른 절벽의 붕괴, 심연, 해조류의 증식.
난 물과 불에 빗댄 비유와 은유의 필연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심지어 가장 닳고닳은 표현조차도 어느 날 그 누군가가 실제 겪었던 것이다. - P21

글쓰기를 통해 나의 강박증과 고통을 여기에 노출하.
고 있는 행위와 랍 대로에 가면 그들 눈에 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출을 두려워하던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글쓰기, 그것은 무엇보다도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행하는 것이다. 나의 얼굴, 나의 육체, 나의 목소리.
나라는 인간의 특징을 형성하는 이 모든 것을 나와 마찬가지로 집어삼킬 듯 바라보고는 내팽개쳐버릴 누군가의눈앞에 드러내는 것은 더없이 잔인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만큼이나 지금은 내 강박증을 드러내고 헤집어보는일이 전혀 거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반항심도 전혀 없다. 진실을 말하자면, 난 정말이지 아무 느낌도 없다. 나는 나를 본거지로 삼았던 그 질투가 꾸며내는 온갖 상상과 행동들을 묘사하려고만 애쓰며, 개인적이며 내밀한것을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실체로 변모시키려고만애쓰고 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 형체 없는 익명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것들을 제 것으로 삼을 것이 - P43

다. 여기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더이상 나의 욕망, 나의질투가 아니라 그저 욕망, 질투에 속하는 것이고, 나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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