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는 차분한 경청자다. 형제 많은 집에서 자라 배려가 몸에 익숙한듯하다. 앳된 모습과 달리 서른이 지난 그녀의 나이가 어색하다.
왜 카미노를 걷게 되었는지 사람들이 물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는 그녀.
나름의 깊은 사연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떠나온 여정이라고.… 아무래도 순례자를 위해 근사한 답을 만들어놓아야겠다며 그녀가 웃는다.
세상사는 데 답이 무엇인가? 너는 틀리고 내가 맞는 것이 또무엇일까. 서로 다른 삶에 끝없는 선택의 시간들. 그 누적분이 지금서로의 모습이 아닌가. 현재의 나는 내가 택한 만큼의 모습일 뿐. 모든시간은 선택되지 못한 것까지 감당하는 것인 만큼 타인의 규범이 내 삶에 - P130

우선일 수 없을 것이다.
모두 각기 다른 일상이 답이고 최선이고 귀한 삶인 것이다. 아주사소한 것이라도 누군가에겐 전부가 되고 삶의 답이기도 하니까…우리의 모습이 서로 다른 것처럼….
"네 모습이 좋아... 항상 그렇게 웃으며 응원해줘, 안젤라."
만난지 며칠 안 되었지만 누군가에게도 배려 깊은 그녀가 편안하다.
때론 속속들이 나를 아는 사람보다 무작정 대화가 편한 사람이 있다.
나의 수월치 않은 언어에도 마음을 나눠준 그녀 덕분에 하루가 풍요롭다.
오후가 한참 지났는데도 햇살의 기운이 기세등등하다. 우리는 앞서 간엘리자베스를 잠시 걱정하기도 했다. 저기 멀리 아직 걷기를 멈추지 않은지친 걸음의 순례자가 간간이 지나고 있었다. - P131

아타푸에르카Atapuerca 입구에는 세계문화있었다. 마을엔 선사 유적지 답사를 온 학생들의 야외 수업 차량이많았다. 유럽 초기 공동체 화석 유적지로 고대 인류 생활의 많은 흔적이발견된 곳, 세계 3대 선사유적지라니 지나칠 수 없는 교육의 현장에 온것이다. 훌리오 선생님이 장황하게 역사와 유래를 이야기하지만못한 언어의 부재는 그저 가슴 답답한 현실의 아쉬움뿐이다.
저녁 숙소에서 오랜만에 한국분을 만났다. 반가웠지만 한국 사람이란것, 그리고 혼자 왔다는 것 외엔 그녀가 더 이상의 것을 원치 않는 것같아 묻지 않기로 했다. 아쉽지만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까. 서로 다른취향은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하니까. 스스로 불편한 기분을 만들 필요가없다. 때로 원치 않는 상황 속에 일방적 요구는 관계 성장에 불필요한 에너지인 셈이다.
우린 태어나고 자란 곳에 생태적 습관처럼 모두 갖가지 모양으로살아간다. 그것은 다른 세계에 뿌리내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론이념이나 환경, 문화적 습관도 변형될 수 있겠지만 타인의 취향은조심스럽고 어렵다. 그러한 관계의 결핍에서 오는 집요한 본능 혹은서글픈 미련으로 애쓸 것이 아니다. 각자 세상을 살아가는 안목과 지혜는서로 다르게 성숙하는 것이니까...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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