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는 르 카나르 앙셰네를 구독한 인자한 왕, 시아누크의 문명화된 얼굴이 크메르 루주의 잔인함을 감추는 데 실패했다. 마오쩌둥이 사망했고, 학교에 가기 전, 주방에서 스탈린이 죽었다라는 외침을 들었던 어느 겨울의 아침을 떠올렸다. 우리는 백화운동 뒤에 미망인 장칭이 이끄는 악한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느 마피아들처럼 적군파와 바더 조직이 국경 근처에서 경영자들과 정부의 사람들을 납치했고, 그들은 차 트렁크 안의 시체로 발견됐다. 혁명을 기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되어버렸고, 울리케 마인호프"가 감옥에서 자살한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는 말은 차마할 수 없었다.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아내를 교살한 알튀세르의 범죄는 막연히 그의 정신적인 문제만큼이나 그가 구현했던 마르크스주의 탓으로 보일 것이다.


≪새로운 철학자들>이 티브이 쇼에 등장했다. 그들은≪이념들≫과 싸웠고, 솔제니친과 강제노동수용소를 앞세워 협박하며 혁명의 몽상가들을 지하에 묻었다. 늘 티브이 - P162

늘 티브이 출현을 거절했던, 노망이 났다던 사르트르나 보부아르와 그녀의 따발총 같은 언변과는 달리, 그들은 젊었고 모두에게쉬운 말로 의식의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지성으로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들의 윤리적인 분노의 연극은 보기에는 좋았으나 어디에 이르고자 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아니면 좌파 연합에 투표할 의욕을 꺾으려고 했던 것이었는지도.
유년기 내내 올바른 행동으로 영혼을 구해야 하고, 철학시간에 마르크스, 사르트르와 함께 세상을 바꾼 - 60년에는그렇게 믿었다 - 칸트의 정언명령, 너의 행동이 보편적인원리라고 불릴 수 있도록 처신하라를 실천해야 한다고 들었던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희망도 볼 수 없었다. - P163

날마다 잡다하고 연속적인 세상에 대한 기록들이 티브이에 나왔다. 새로운 기억이 탄생했다. 오래 지속되는 광고들과 가장 특이한 혹은 넘치도록 흔한 얼굴들, 진세버그와 알도 모로가 같은 차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으로 겹쳐 보이는, 기괴한 혹은 잔인한 장면들이 우리가 봤고 있었던, 그에따른 언급들을 지웠던 수천 개의 가상 물질들의 마그마 위를 떠다녔을 것이다. - P166

80년대쯤 마흔이 된 우리는 이행된 전통의 싫증난 편안함 속에서, 역광으로 어두워진, 테이블에 둘러앉은 얼굴들을 훑어보며 이제는 우리가 두 세대 사이, 가운데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 예식의 반복에 별안간 낯선 감정에 사로잡혀버렸다. 마치 이 사회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변함없음에 현기증이 났다. 우리는 육체에서 떨어져나온 것처럼 갑자기 인식된 목소리들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가족 식사란 불시에 광기가 찾아와 고함을 치며 상을 뒤엎을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70

80년 여름 동안, 그녀에게 청춘의 시간은, 그녀가 모든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구별하지 않고현재 자신의 시간으로 품은, 빛이 가득한 무한한 공간처럼보였다. 그 과거의 세계는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해, 그녀는처음으로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문장의 끔찍한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어쩌면 까마귀 기르기에서 - 이미 너무 멀어진 또 다른 여름, 비현실적으로 더웠고 ≪가뭄≫이었던 그여름에 그녀를 감동시켰던 영화 - 같은 노래가 계속 나오는동안 눈물로 뒤덮인 얼굴로 벽에 붙은 사진만을 하염없이 - P177

응시하던, 몸이 마비된 늙은 벙어리 여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예감한 것일까. 완다, 단순한 이야기, 그녀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들과 최근에 본 영화들은 그녀 안에서 허구의 선을 만들고,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인생을 찾는다. 그녀는 그 영화들이 미래를 그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책 한 권이 저절로 써지는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 P178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네명의 공산주의 장관들을 이국적인 어떤 것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봤다. 그들이 소련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마르셰"와 라주아니"의 억양 없이 말한다는 것에 놀랐다.
우리는 60년대 학생들처럼 파이프를 피우고 수염을 기른 국회의원들을 보고 감격스러워했다.  - P180

사람들은 감탄도 초조함도없이 개인의 자유와 쾌락이 더해진 것으로 여기며 사물들을 수용했다. CD로 더 이상 테이프를 뒤집기 위해 20분마다일어나지 않아도 됐고, 리모컨으로 저녁 내내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됐다. 비디오카세트는 집에서 보는 영화라는큰 꿈을 실현시켜 줬다. 전화번호부와 기차시간표, 별자리운세와 에로틱한 인터넷 사이트를 미니텔 화면에서 찾았다.
마침내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수치심 없이 성기와 정액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놀라는 일이 줄어들었다. 우리는 언젠가 이런 것들을 보게 될 줄을 믿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었 - P186

다. 우리는 봤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전에는 금지됐던 쾌락들에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는 만족감만이 있었을 뿐.

음악이 처음으로 워크맨과 함께 몸 안에 들어왔고, 우리는 세상에 벽을 치고 음악 안에서 살 수 있었다. - P187

현재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은 다니엘 카사노바가에 있는 호텔 방에서 오후에 만나는 애인과의 약속이고, 오래 병원에 머물고 계신 어머니를 문병하는 일이다. 이 두개의 일은 서로 너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가끔은 하나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피부,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과 애인과의 에로틱한 몸짓이 같은 본능에서 나온 것처럼. 사랑을 나눈 후, 그녀는 그에게 묵직한 몸을 포갠 채, 자동차들의 소음 속에 반쯤 잠이 들며 이렇게 낮잠을 잤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  - P197

우파는 돌아왔다. 그들은 과감히 해체했고 민영화했으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와 재벌세를 없앴다. 그것은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충분하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미테랑을 좋아하게 됐다.
시몬 드 보부아르 그리고 장 주네가 사망했다. 우리는 정말이지 이 4월이 싫었다. 더구나 일드프랑스에 또 눈이 내렀다. 5월도 마찬가지였다. 소련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터졌는데도 우리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고르바초프가 호감을주긴 했지만, 러시아가 감추지 못한 이 재난은 그들의 무능력함과 강제노동수용소 -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비인간성을 탓해야 했다. 6월의 무거운 오후, 바칼로레아 시험을 마치고 나오던 고등학생들은 콜루슈가 한적한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 - P201

오랫동안 같은 속도로 혼자 달릴 때면, 오래전부터 몸에익은 동작의 기계적인 행위가 마치 차가 저절로 굴러가는것처럼 육체적인 감각을 잃게 했다. 작은 골짜기들과 평야가 여유로운 움직임 속에 미끄러졌다. 움직이는 수평선 끝까지, 우리는 투명한 차 안의 시선일 뿐이었다. 거대하고 연약한 의식이 공간을 채웠고, 그 너머에 세상 전부가 있었다.
우리는 가끔 그 세상의 전부가 타이어가 터지거나, 인생은아름다워에서처럼 장애물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P207

미테랑의 재선이 우리를 안심시켰다. 우파 정권 아래에서 항상 분노하며 사는 것보다 좌파 정권 아래에서 아무것 - P208

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세월의 불가역성 속에 이 대통령 선거가 큰 변화의 좌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나, 다만 피에르 데프로주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일부러미테랑을 뽑게 하려고 만든 것 같은 영화 속 그로제이유, 뒤케스노이와 함께 그토록 오랫동안 웃은 적이 없었던, 어느봄날의 배경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때마침 뜻밖에 일어난사건들 - 레바논 인질들의 석방, 끝이 없는 이야기, 우베아동굴에서의 카낙 학살 - 그리고 시락이 미테랑에게 자신의눈을 똑바로 보며, 분명 거짓인 것을 진실이라고 표명하라고 명령하는 장면을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다가, 미테랑이 평소 습관대로 눈을 깜빡이지 않았음에 안심했던 티브이 토론만을 겨우 기억할 것이다. - P209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감시를 받는 집단을 이뤘다.
그녀들의 행동, 취향, 욕망은 이야기의 단골 주제가 됐고, 불안해하면서도 의기양양하는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여성들은 ≪모든 것을 얻어냈고≫, ≪어디에든 있으며≫, ≪학교에서 남학생들보다 더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늘 그렇듯이 여성해방의 신호를 그녀들의 신체, 과감한 옷과 성적인 것에서 찾아냈다. 그녀들이 ≪남자들을 꼬신다>라고 말하고, 자신들의 판타지를 드러내고, 엘르에 ≪잘하는지를 - P216

묻는 것은 자유와 남녀평등의 증거였다. 광고 속 그녀들의가슴과 허벅지의 영속적인 헌납은 아름다움에 대한 오마주로 감상 되어야 했다. 페미니즘은 유머 없는 보복의 낡은 이념이었으며, 젊은 여성들에게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았고,
그녀들은 페미니즘을 거만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녀들이 가진 힘과 그녀들이 평등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상상의 형체를 부여할필요가 있다는 듯이, 여전히 남자들보다 더 많은 소설을 읽었다.) ≪남자들이여, 여성들을 사랑해 줘서 고맙습니다≫는 한 여성 신문의 제목이었다. 여성들의 투쟁은 잊혔고, 공식적으로 되살릴 수 없는 기억만이 남았다.
여자들은 피임약으로 인생의 주인이 되었으나, 그것을누설하지는 않았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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