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를 위해 접시를 바꿨다. 부르기뇽 퐁뒤로 이미 충분히 자존심이 상했다. 기대했던 칭찬이 아니라 호기심 어린 반응과 그에 덧붙은 실망스러운 언급뿐이었고 - 소스를만드는데 힘들었던 것을 참작해서 - 어떤 친절한 말도 듣지 못했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식탁을 치우고 브리지 게임을 준비했다. 위스키로 시아버지의 말투가 걸출해졌고 톤이 높아졌다. 영국인 만 명이 에이스를 내지 않으려고 템스강에 빠졌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듣게 될 줄을 생각이나 할 수있었겠는가. 새로운 가족들의 얼굴을 활짝 피게 만든 배부름과 낮잠에서 깨어나려는 아이의 칭얼거림 속에 모든 것이 잠시 머물다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남편, 아이, 집, 우리가 원했던 것들을 가지고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에 흠칫 놀랐다. - P119

그녀는 그곳에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이 자신의 자아들이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과거와 미래가 뒤바뀐 것이다. 이제 욕망의 대상은 미래가 아닌 과거다 : 63년 여름, 로마의 그 방으로 돌아가는 것. 그녀는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극한의 자아도취적인 시선으로, 내 과거를 선명하게 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내가 아닌 존재가 되고 싶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부류의 여성의 모습, 어쩌면 나는 그것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3년 전, 파리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그녀는 도로시 태닝의 그림을 봤다. 가슴을 내놓은 한여자와 그 여자 뒤로 늘어선, 살짝 열려 있는 여러 개의 문이있었다. 제목은 생일이었다. 그녀는 그 그림이 자신의 삶을표현하고 있으며 오래전에 그녀가 바람과함께 사라지다, 제인에어, 나중에는 구토 속에 있었던 것처럼 그 안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등대로, 빛의 세월 같은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인생 역시 그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자문한다. - P123

그녀는 노르망디의 작은 도시에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불현듯 떠올린다. 밤에 성체강복식에 가려고 블라우스를 벗던 그녀의 어머니와 어깨에 삽을 지고 정원을 올라가는 아버지,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여전히 존재하는 느린 세계, 무엇을 향해서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그녀가 속한 모던하고 교양 있는 세계와는 거리가 먼 곳.
세상에 일어나는 일과 그녀에게 일어나는 일 사이에는 어떤 교차점도 없다. 두 개의 평행선의 연속이다. 하나는 추상적이며 모든 정보는 받는 즉시 잊혀지고, 또 다른 하나는 고정된 장면들이다. - P124

시대마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행동과 말, 책이나 지하철 포스터만큼이나 웃기는 이야기들이 권장하는 사고에서 빗겨나간 곳에, 이 사회가 자신도 모 수 없는 것들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고독한 불편함을 안겨 준다. 어느 날 갑자기 혹은조금씩 깨진 침묵과 무언가에 대해 터져 나온 말들은 결국인정받게 되지만, 반면 그 아래로 또 다른 침묵이 형성된다. - P124

우리는 일종의 취한 상태에서 마약, 환경오염 혹은 인종차별주의를 주제로 두 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을 마치고 나오면서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친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헛수고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었다. 그러나 어쨌든 학교는 무언가에는 쓸모가 있었다. 우리는 끝도 없이 묻고 또물었다.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고, 일하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 : 우리는 모든 것을 시도해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1968년은 세상의 첫해였다. - P134

광고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어떻게 가구를 갖춰야 하는지 보여 주는 이 사회의 문화적인 코치였다. 아이들은 과일 향 에비앙을, ≪근육 발달을 돕는다> 캐드버리 비스킷과 키리를, 아리스토샤와 사제의 하녀노래를 들을 수 있는 휴대용 축음기를, 원격조종 자동차와바비 인형을 요구했다. 부모들은 그들이 주는 모든 것들로,
나중에 아이들이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기를 바랐다. 학생들과 광고의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했던, 쉽게 속지 않던우리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행복이 있을까?>라는 작문주제를 내주었으며, 지성을 위해 현대성을 이용한다는 마음으로 프낙에서 전축과 그룬딕 라디오카세트를, 벨엔호웰 슈퍼 8 카메라를 샀다. 우리를 위해, 우리에 의해, 소비는 정화됐다.

5월의 이념들은 물건과 오락으로 전환되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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