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양날의 칼에베인다. 즉, 성매매와 자신을 간신히 단절하는 바로 그 정도까지 성매매로 인해 심리적으로물든다. 하지만 성매매를 자신과 단절하지 않으면 성매매와의 근접성으로 인해 물들어 오염된다. 머지않아 더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오염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해리는 이문제들을 단지 지체시킬 뿐이다).
이것이 역설의 진수이다. 해리는 도피이자 외면이고 그녀가 겪는 경험의 현실을 스스로 부정하게끔 강요하는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어 현실과의 단절이 그토록결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오염의 근원이다. 성매매에서 해리는 필수적이다.  - P217

대놓고 폭력을 행사하며 성적으로 흥분하는 성구매자여서 저항해봤자 구타로 이어지는 뻔한 상황이라면, 내 몸과 마음을 축 늘어지게 했다. 이 방법만이 이 상황에서 가능한 단 하나의 저항이었다.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었기에 함부로 거칠게 다뤄도 맞서 싸우지 않았다.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알력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내 쪽에서 밧줄 끝을 놓는다. 구매자는 여전히 절정을 느끼겠지만 나는 그 강도가 희석되었음을 안다. 그렇다고 해서 즐겁지는 않다. 해리로 얻은 작은 보상이 진실과 더욱 분리되어 버리는 응징과 함께 나란히 자리 잡을 뿐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 구매자는 예외 없이 적대적이고고약하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군다. 구매자는 내가 장단을맞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늘 알아차리기 마련이고 왠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구매자는 나의 묵인을 원하지 않았다. 저항을 필요로 했다. - P218

나는 이런 상황들에 항상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척했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게곧 강요하는 상황이 긍정적일 수 없다는 사실은 필연 명백하지 않은가?
성매매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자기 자신과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는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관계 속에서 참된 자아가 매우 모호해진다. 자아가 모호해지면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어 진정 위험하다.
따라서 현재 성매매 상황 밖에 있는 자신을 상상할 필요가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본질로부터 의도치 않게 거리를 두게 된다. - P219

성매매를 자신의 삶 속에 통합하기 전에 성매매에 대한본능적인 거부감으로부터 자신을 먼저 분리시켜야만 한다.
자신으로부터 분리되는 행위가 최초로 필요해진다. 성매매가 여성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은 인격적으로 분리되는 방법이다. 성매매 여성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어떻게이 기술을 연마하느냐이다. 실상 강화되었을 뿐이다. 자기로부터의 분리는 이미 최초 성매매 행위 이전에 발생했고,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이 분리가 성매매가 가능해지는 유일한 길이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혐오감을 우선 무시하고어찌됐든 밀고 나가는 그 순간에 자신과의 분리가 시작된다. 자신의 감정을 묵살하면서 내적 본능과 외적 행동의 격차가 생길 때 자신과의 분리가 처음 발현된다. 하는 행동과바라는 바가 의도적으로 분리되는 순간에 시작되는데, 성매매 여성만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 P220

분열의 과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거의 알아챌 수 없을정도로 몸에 배어 성매매 여성은 아마도 분열이 일어난 지수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완전히 인식하게 된다. 성매매유입되어 있던 동안 나뿐만이 아닌 내가 본 모든 곳에서 목도했고, 자아로부터 부자연스럽게 분리된 결과로 이중성, 외로움, 혼란을 경험하고 목격했다는 사실을 10대였을 때는 몰랐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성매매에서 내 자신을 보호했던 방법들 중 하나는 나와의 분리였다. 말 그대로 내 자신을 두 사람으로 분리한다.
진정한 나 그리고 상상의 나. 물론, 성매매와 상관없는 사람들을 위해 진정한 나를 아껴두고, 성구매자들로부터 거리 두기 위해 상상의 나를 만들어냈다. - P223

지름길이 없어 되돌아가는 먼 길을 택한다. 그 여행길에 오른 나는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아 슬프다. 감상에 젖은 게 아니라 사실이다. 도착지의 풍경을 모르는데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성매매에 유입되지 않았다면 존재했을 자신에게 도달한다면 과연 어떻게알 수 있을까? 성매매를 결코 경험한 적이 없는 상태를 어찌 인식할 수 있을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도시 정도로알아보겠지만 아마 결국엔 그 곳에 도달하지 못하겠지. 현재 여기에 있는 내가 바로 나이다. 접근할 수 없었던 어떤 세계에 존재했을 나를 알 수는 없을 것이다.
- P226

‘아무도‘라는 말은 일반 사람들과 성구매자들 모두를말한다. 스스로에게 왜 이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달을 듣기 위해서 홀로 질문한 어떤 본능적인 기초 연습같았다. 내가 선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상기시키기위해 들었어야만 했던 대답이었던 듯한데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는 ‘내가 누구인지에 그 어떤 부정적인 요소가반영되는 경우가 드물어서였다. 혼자 있을 때 나는 대개 책을 읽거나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향이 은은한 촛불을 켜놓고 목욕을 한다. 종종 이 세 가지를 모두 같이 한다. 음악을 낮게 틀고 라벤더 향이 나는 오일을 떨군 욕조 안에 가장 좋아하는 책을 손에 들고 몸을 담근다. 혼자 있는 걸 즐긴다. 내 자신과 함께 있는 걸 즐긴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나를 좋아했기에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을 오늘날에야 깨닫는다. - P227

자신의 균열을 겪으면서 경험하는 이 상처받은 느낌은 분리하고 나누는 능력을 한층 더 소환해 낸다. 그 목적은 긍정적이다. 자신을 건강하게 인식하려고 보호한다. 하지만 갈수록 더 분열을 초래하기에 해롭다. 분리가 실행되면 여성을 엄청난 몸부림 속에 가두게 되므로 본디 목적과는 무관해진다. 이는 빈틈없이 균형 잡힌 싸움인데, 부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수용하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건강하게능하게끔 만들어지지 않았다. 타인이 우리를 부정적으로보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부정하고 대항해 맞서는 행위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며 필수적이기까지 하다. 대중들이 인식하는 성매매 여성의 이미지에서 자신을 분리해내는 일은 중대하면서도 불가능하기에 그 싸움이 헛되다는 점이 비극이다. - P228

현재 나의 자아상과 과거에 있었던 진실의 대조는 때때로 어렸을 때 시리얼 포장지에서 찾곤 했던 홀로그램 사진을 떠오르게 한다. 한쪽으로 기울이면 한 이미지를 보게 되고 다른 쪽으로 기울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성매매 여성에서 비성매매여성으로의 이행이 이렇게 느껴진다.
나는 더 이상 그 여성이 아니지만 그녀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의 또 다른 면이고 사소하게 마주친 기분 나쁜 눈길 혹은 속삭임에도 그녀는 다시 출현한다. 인생이 특정하게 왜곡된 방식으로 기울여지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사람인 신기루로 그녀를 상상하는 것이 이롭다.
골웨이 호텔 주차장에 서 있던 어느 날 밤이 기억난다.
유별나게 모욕적이었던 성매매 후 휴대폰으로 부른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 P229

"마음에서 멀리 떠나 있어" "구매자는 끔찍하게 거칠고냄새났지만 침대 위에 있는 건 내 몸뿐이었지 나는 창문 밖구름 위에 떠 있었어. 너도 알잖아."라는 투로 말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말을 수없이 들었다. 이런 말들은 다른 성매매여성들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성매매를 견뎌냈다는 사실을확신시켜줬지만, ‘너도 알잖아‘라는 더블린식 표현이 자주반복되었다는 건 우리 여성들 사이에서 성매매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공유되었고, 그 외에 다른 식으로 인식될 수 없었음을 예상했다는 사실을 이제 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해리 현상을 겪었다. 우리 각자는 성매매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기 위한 각자의 방법들을 찾았다. 동일한 이유들을 비슷한 방법들로 차단했고 그로 인한 대가또한 치뤘다. 우리 자신으로부터 소외됐다. 자신으로부터의 분리는 흔하고 공유되던 집합적 경험이었다. - P231

내가 원치 않는 접촉을 원하는 누군가의 욕구가 확대된 그 소리가 내 마음을 깊숙이 속속들이 침범해 오싹해지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마음속 거대한 돌기둥이었고, 그 그늘이 드리워지는 건 감당이 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컸다. 나를 희미하게 만들었을 테다. 그래서 그 돌기둥의 위험과 거대함을 알아채는 나의 한 부분을 잠재워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 만큼 분명히 무언가 느꼈음이 틀림없는데 내 자신과 느낌 사이 가로막힌 그 문을 열수만 있다면 처음 느꼈을 가장 근접한 감정이 있었다. 그건 바로 불행이었다.
누구나 삶에서 심박수가 느려지며 영혼이 알아채는 소리 한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그 소리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언제나 문고리로 나무 방화문을 두드리는 소리이다. - P240

그가 내 가슴을 움켜쥔 채 성기를 꺼내고 손가락을 질 안으로 쑤셔 넣는 동안 나는 차에 앉아 있었고 1년 전 기억들과 함께 그때 내가 얼마나 순진했었는지, 이 더러운 개자식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과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는 사실, 내게 하는 짓을 차단하려고 일부러 스스로를 멍하게 만들었다.
무수히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들에 대한 내 반응을 분명하게 모양 지을 수 있다. 핵심은 이렇다. 여성이 꿈틀하며 반응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위해 20유로를 지불했든 2백 유로를 지불했든, 남자가 손가락을 질 안에 쑤넣으면서 동시에 다른 손 손가락 끝으로 클리토리스를비틀면서 젖꼭지를 이로 물고, 혀로 핥을 때 여성은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을 차단하느라 고군분투하게 된다. 그 반응들 중 성적 흥분은 없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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