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7월 마지막 주와 8월 내내, 그리고 9월 3일간, 난 평생 그 여름을 사랑해왔다. 내 어머니보다 더 진한 당신의 갈색 눈, 달걀형 얼굴, 한쪽 볼에 보조개를 만드는 미소, 안개처럼 부드러운 긴 갈색 머리, 우리가 헤이스 부인의 가게 근처에 서서 도시를, 뾰족탑과 지붕과 강을, 그리고 언제나 킬네이를 떠올리게 했던 먼 초록색 언덕을 내려다보는 내내 난 당신을 훔쳐보았다. - P165
그 여름이 끝나고, 학교의 지루한 수업과 설교 시간에, 소등후 개인적인 시간에도 당신은 나의 비밀이었다. 링과 드 커시에게 당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난 그저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던 사촌이라고만 했다. 그해 가을의 나날들이 얼어붙은 11월로 줄어드는 동안에도 나는 당신을 소중하게 혼자만 간직했다. 부엌 싱크대의 빅 릴리나 블러드 메이저가 바첼러스 워크에서 만난 여자라거나 하는 이야기에 당신은 속해 있지 않았다. 학교생활 자체가 당신으로 하여 달라졌다. "메리앤." 난 속삭였다. "소중하고 귀여운 메리앤." 난 누구에게도 당신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 P166
"내게 약속해, 윌리." 난 약속했다. 바로 그날 밤에 편지를 쓰겠노라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간단하고 명료하게 쓰겠다고. 만약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대도 난 이해하고 그 실망을 최대한 견딜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널좋아해, 윌리난 오래전에 너에게 이 말을 해줄 수도 있었어." 우리는 화제를 바꾸었고 조세핀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염려스러웠으며 연민에 가득차 있어서 난 내 원망이 부끄러웠다. 킬네이의 세 명의 생존자들 가운데 유일한 희생자가 바로 내 어머니였다. 위스키가 상처를 무디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술은 그런 목적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조세핀이 감사해하고 나는 그러지 못했던 노력을 해왔다. - P183
우리는 집으로 들어갔다. 불이 켜지기 전 난 당신에 대해, 그리고 마침내 내가 어떻게 당신에게 편지를 쓸 용기를 냈는지어머니에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당신이 누군지 어머니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어머니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면 아침에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난 계단에서 어머니를 불렀다. 하지만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모든 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 P184
1983년 도시의 우드컴 사제관에서는 총명한 젊은 성직자가직무를 수행한다. 그에게 세월은 낯설다. 주차장을 만들고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 우드컴 파크의 가족들에게 세월이 낯설듯이 하지만 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성직자는 복사된 서한을읽느라 바쁘게 지내며 현재를 받아들인다. 그는 두 세대 전 토요일 오후 이 아름다운 사제관에 도착한 전보나, 어째서 그 전보가 5시가 되도록 가정부만 있는 집의 홀 스탠드 위에 동그마니 놓여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퀸턴 부인 사망, 내용의 충격이 수습되었을 때 두 번째 전보가 도싯에서 인도 마술리파탐으로 발송되었다. 에비안타깝게 사망, 조문복 위로 햇살이 일고, 회한과 죄책감이 사제관을 무겁게 짓눌렀다. 1983년 코크주에서는 그 모든 것이 생생히 기억된다. - P187
다. 우리는 보잘것없는 집안이라 우드컴 파크 정원을 산책하라면 허락을 받아야 했다. 로마식 여름 별장과 버드나무들과호수와 위풍당당한 주목 옆을 산책했다. 이곳은 당신의 킬네이와 너무 달랐지만 킬네이 또한 보잘것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도에 없는 무시무시하고 알려지지 않은 어떤 곳처럼 킬네이가 나를 밀어내어도 스위스에서 모은 용돈과 내가 가진 얼마 안 되는 돈이 아일랜드 여행 경비에 보태졌다. 머지않아 나의 추악한 비밀이 아버지를 치욕스럽게 할 것이다. 스스로 평화를 찾지 못하게 된 아버지가 어떻게 신도들에게 하느님의평화를 빌겠는가? 어머니가 기독 어머니 연합 모임에서 들끓을 잔인한 시선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난 윌리와 사랑에 빠졌어요. 그들에게 남긴 쪽지에 이렇게썼다. 그리고 나의 고통뿐 아니라 그들의 고통 또한 견딜 수없어 마음의 문을 닫았다. 나는 ‘우리는 아이를 가졌어요"라고덧붙였다. - P220
두려워 마땅했지만 두렵지 않았다. 울어야 했지만 이미 충분히 울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어떤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이 평온함을 느꼈다. 라니건 씨에게 질문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제관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이유가 내가 불명예를 안고 가야만 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할 뿐이었다. 또 다른 현실이 변호사 사무실에 무거운 짐처럼 놓여 있었고 난 당신이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우리의 사랑을 파괴하려 애썼다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당신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난 지금 나의 선택을 당신이 비난할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우리 둘이 어디에 있든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여기에 있었다. 모든 것을 변화시킨 일부분의 진실에도 불구하고 난 그 사무실에서 나를 둘러싼 사랑을 느꼈다. - P262
그는 잠시 멈추더니 내얼굴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당신 사촌은 저도 모르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자금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당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 이제는 명확합니다. 저는 합의를 이행할 권한을 부여받았고, 메리앤, 전 당신이 지금 분명히 곤궁에 처했다고 판단합니다." 라니건 씨는 계속 말했다. 그는 나를 영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얼마 후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쇄도하는 그의 목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킬네이는 그 어느 때보다 무시무시한 곳이었지만 난 다른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았다. 반쯤 탄 집이 아무리 음울해도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아도 당신이 거기에 속했으므로 내가 있어 - P263
야 할 곳은 그곳이었다. 내 존재의 모든 세부, 내 몸의 모든 혈관, 모든 흔적, 내 모든 친밀한 부분이 눈을 감고 쓰러지고 싶게 만든 그 부드러움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내 20년의 삶은 매 순간 당신과 연결되어 있었고, 인도의 조부모님이 당신어머니를 그토록 염려해주신 데 대해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그 염려가 우리의 여름과 우리의 사랑을 선물했고 그 사랑은우리에게 우리 아이를 선물했지요. 킬네이에서 난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당신이 이 세계를 떠도는 동안 난 어떤 가혹한운명에도 살아남을 겁니다. 외로움이 당신을 사로잡았다는 걸난 이해합니다. - P264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읽지 못했어요." 나는 지금까지 그가한 말과 관계없는 내용으로 끼어들어 라니건씨를 놀라게 하며 물었다. "전 그때 스위스에 있었으니까요."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갑자기 중단된 뒤다시 시작되지 않았다. 사제관에서는 그 사건을 신문에서 보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에 고개를 갸웃하고 어머니는 이름과 이름을 연결 짓는 데 실패했을 것이다. "러드킨"이라고 당신은 말했다. 그리고 길모퉁이에서 한 손을감싼 채 담배에 불을 붙이다 다정하게 경례했던 그 남자를 묘사했다. - P264
1979년 6월 22일 킬개리프 신부가 장수를 누리다 오늘 운명을 달리했다. 살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는 그의 말은 옳았다. 라니건 씨의 사무실에서 내가 진실을 마주하던 순간, 그 애가 비밀 서랍을 열어본 순간, 그가 방문 앞에 서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던 순간, 군인들의 학살 이후 킬네이가 그랬듯 그 결정적인 순간들 이후 우리는 모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난도질당한 삶들, 그림자의 피조물들. 그의 아버지의 말처럼운명의 꼭두각시들. 우리는 유령이 되었다.
1982년 8월 6일 오늘 그가 돌아왔다. - P330
연로한 부부는 서로 중얼거리며 일어나 밖으로 나가 가을한낮의 온기 속으로 들어간다.그녀의 작은 체구는 나이가 지긋해지면서 더욱 왜소해졌다. 그는 이탈리아의 노인 병원에서 나날을 보내는 것보다 여기에 있는 게 더 즐겁다고 생각한다. 이마의 검버섯이 그의 트위드정장색깔과 어울린다. 머리카락 없는 두피가 조개껍데기처럼 단단한 느낌이다. 절름발이늙은 게 손잡이에 금을 씌운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 걷기 때문에 스스로 그렇게 부른다. 오른쪽 광대뼈 근처에는 그가 살았던 많은 도시 중 하나인 푼타레나스를 추억하는 닻 모양의 흉터가 있다. 1942년 그곳에서 전차가 그를 받아 넘어뜨렸다. 그날 이후 그는 이 흉터와 함께했다. - P333
이멜다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 동네 사람들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녀에게 데려왔다. 한 여자는 치매에서 벗어났고 한 남자는 백내장이 나았다. 그녀의 행복은 그녀를 신비스럽게 둘러싸는 장막과 같아서 그 근원은 오직 그녀만이 알 뿐이다. 주홍색 응접실 벽난로에서 나무가 타오르는 동안 놋쇠로된 장작 보관상자의 한 남자가 음식을 나르는 여자의 손을 잡기 위해 등 뒤로 팔을 뻗는 것을 오직 이멜다만이 안다. 양파같은 전구는 어슴푸레 빛나고 벽난로를 둘러싼 흰 대리석에 새겨진 잎사귀는 불꽃의 명멸만큼 섬세하다. 중국산 카펫 한가운데에 서서 정원과 응접실의 가구를 동시에 보고, 홍방울새의 날갯짓으로 가득 찬 저녁을 느낄 때 그녀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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