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글을 쓰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순간 산문적 말더듬증을 경험하고 있다. 한 줄을 쓰고는 10분간 그저 응시한다. 적당한 길이의 문단을 써내는 작업은 고된 위업이다. 정신과 의사라면 쥐어짜낸 이 글을 분석하는데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작업이 왜 힘든지알기에 분석이 필요하지는 않다. 성매매로의 유입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감이고, 그 과정을 회상하면서 잃어버린 순수함과 선함을 다시금 애도하게 된다.
기록을 견뎌내야 하는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다른 상황이지만 노숙을 하게 된 첫날 느꼈던 매우 이상한 기분들이 상기된다. 성매매 집결지에 서 있도록 강요되게끔 내 자신을 최초로 허락했을 때, 이상하고 역설적이게도 과감한 결단을 내린 듯한 기분이 샘솟았다. 가출 이후 처음으로 삶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느꼈듯이 말이다. 몇 년 후 과거를 돌아보고 깊이 들여다본 뒤 그 감정이 주도권 상실에 대한 반작용이었음을 자각하고는 얼마나 어리석게 느꼈는지 모른다. p95. 96
읽기도 버겁다.
먹먹하다.

간밤에 내가 변했나? 가만 보자. 오늘 아침일어났을 땐 내가 그대로였나? 좀 다른 기분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치만 내가 그대로가 아니었다면, 다음 질문은 "대체 내가 누구라는거지?"인데, 아, 그거야말로 커다란 수수께끼네.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91년 8월 중순, 따뜻하고 해가 좋은 오후에 성매매여성이 되었다. 그 오후는 이후 7년간의 하루하루를 말로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바꾸어놓았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많든 적든 그 모든 날들에 영향을 미칠 터라 그날의 경험이머릿 속에 각인된 사실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스물한 살이던 애인의 제안을 놓고 몇 시간 동안 갈등했는데 어느새 그제안이 갑자기 실현 가능하고 실용적으로 보이더니 심지어어떤 점들은 매력적으로까지 느껴졌다. ‘내가 저여자일 수도 있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걸할 정도로 충분히 강할지도 몰라. 잠자리가 소파일지 벤치일지도 모르는 이 방황에 끝을 낼 수 있어. 빌어먹을 음식이나 담배를 끊임없이 열망하고, 잘하지도 못하는 도둑질을 하지 않아도 될 거야. 이걸 할 수 있을 만큼 강하기만 하다면 다 끝낼 수 있어.‘ 그런 방식으로 성매매를 용기의 문제로 변형시켰고 그 후로 돌이킬 가망이 없어졌다. - P93
첫날에 대한 기억은 흩어지고 깨져 있다. 예닐곱 번 성매매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번은 남자친구에게 차에서 내렸다고 알리기 전에 다른 차에 올라탔다. 남자친구는거리 저 끝에 서 있었는데 마지막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른차 한 대가 바로 내 옆에 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차에 올라탔다. 내가 돌아오자 남자친구는 내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을까 봐 놀라서 극도로 겁을 집어먹은 채 화가 나 있었다. 남자친구는 아마도 자신이처벌당할까 봐 더 염려했겠지만, 당시엔 순진해서 이런 행동을 배려라 해석했다.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남자친구 옆에 누웠을 때,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내 안의 어떤 곳에서 눈물이 나왔다. 아프게 하는 그것을 뭐라고 부를지 몰랐다. 그날 아침 잠에서깼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으로 잠드는 느낌이었고 정확히 많은 면에서 그게 바로 일어났던 일이었다. - P95
이제 글을 쓰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순간 산문적 말더듬증을 경험하고 있다. 한 줄을 쓰고는 10분간 그저 응시한다. 적당한 길이의 문단을 써내는 작업은 고된 위업이다. 정신과 의사라면 쥐어짜낸 이 글을 분석하는데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작업이 왜 힘든지알기에 분석이 필요하지는 않다. 성매매로의 유입은 한 세 - P95
계에서 다른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감이고, 그 과정을 회상하면서 잃어버린 순수함과 선함을 다시금 애도하게 된다. 기록을 견뎌내야 하는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다른 상황이지만 노숙을 하게 된 첫날 느꼈던 매우 이상한 기분들이 상기된다. 성매매 집결지에 서 있도록 강요되게끔내 자신을 최초로 허락했을 때, 이상하고 역설적이게도 과감한 결단을 내린 듯한 기분이 샘솟았다. 가출 이후 처음으로 삶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느꼈듯이 말이다. 몇 년 후 과거를 돌아보고 깊이 들여다본 뒤 그 감정이 주도권 상실에대한 반작용이었음을 자각하고는 얼마나 어리석게 느꼈는지 모른다. - P96
성매매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성매매는 자라난 가정에서 독립하는 일반적인 나이 혹은 권장되는 나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독립한 10대 여성들이 흔히 진입하게 되는 삶의 국면으로 널리 인식된다.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정말 알아야 할 때는 몰랐다. 오늘날에야 깨닫게 된 중요한 점은 나의 성장 배경이어떤 극단의 상황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의 생리에 너무 무지해 내가 그랬듯 길을 걷다곧장 배수로로 빠지는 것만큼이나 훌륭하게 큰 성공을 이루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내가 가장자리에 얼마나 가까웠는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아주 최소한으로만 이해했다. 청소년을 위한 단기 숙소에 머물면서 내가 사회 계층 사다리의 아래쪽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우한 가정 출신 청소년들이 머무는 숙소들이 기품 있는 곳은 분명 아니다. 원하던 삶과는 반대되는 모습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 - P96
실은 인지했지만 오늘의 행동이 내일의 결과로 이어진다는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서야 보이지만, 나는 사회 가장자리 바깥쪽 끄트머리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역경들을 마주할 가능성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다가올 어려움들과 그런 어려움들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피하려고 애쓰고 명료하게 생각해야 했는데 심각한 판단 착오로 이를 몹시도 과소평가했다. 앞으로 겪게 될 역경과 궁핍을 일어날법한 일이라고 여기지 않고, 다른 일들처럼 일어날 수도 있는 일로만 여겼다. 사실, 일어날 법한 정도를 넘어섰다. 열다섯의 나는 성숙한 몸과 예쁜 얼굴을 가졌었다. 남자들이나를 성적으로 착취할 기회를 엿볼 가능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지만 처음 노숙을 시작했을 때는 그 사실을 판연히 몰랐다. 나는 여러 상황을 예측할 분별력이 없었기에 성매매는 내게 몰래 다가올 수 있었던 적이었다. - P97
성매매 여성은 자신이 처한 환경의 본질을 이해하면서도 그 상황에 깊이 머무르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쓴다. 성매매 경험을 기록하는 동안에는 필수적으로 그 경험들에 머둘러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그 경험들을 다시 살아내며 느끼는 감정들은 원경험보다 심리적 차원에서왠지 더 깊다. 더 상처가 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느낌을 면밀히 검토하고 원경험의 유해한 요소들을 더 깊이이해할 수 있도록 내면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위협적이거나 대단히 충격적인 환경에 놓이면심리적으로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바 있다. 인간 악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서 ‘거짓의 사람들』에서 스콧 펙 박사는 "감정에 대한 느낌이 압도적으로 고통스럽거나 즐겁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를 마비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쓴다. - P98
때때로 가까이에 서서 담배를 건넬 때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지만 잠깐이었고, 미소가 입가에 남기도 전에 사라져버려 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같은 사람이라고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녀의 중독은 급격히 악화되어 결국 나는 사건 이후의 그녀가 예전의 그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당시 그녀를 보며 느꼈던 공포는 내가 유입된 성매매가 엄청나게 파괴적이라고 이미 느꼈던 감각이 증폭된것임을 지금의 나는 안다. 내가 매우 두려워해야만 했던 무언가를 이해하게끔 하는 첫 실체였고, 황폐함의 실례였다. 무엇보다도 매우 슬프고, 참 딱하고, 인생이 허비됐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오히려 놀랄 법한 일이다. - P102
열다섯 살을 ‘어린이‘로 부르는 것이 가능한가? 가슴이 발달하고 클리토리스가 기능하기 시작하면 여성이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갖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10대 초반의 아이들과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을 향한 성적 관심을 구별 지으려 애쓰는 사람들을 항상 수상히 여겼다. 가슴과 생식기에 관해서 말하자면, 가슴은 이미 열다섯에 충분히 자랐고 클리토리스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나는 접힌 피부들 뒤에 있는 그것이 클리토리스인지도 몰랐고, 자위는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성인처럼 선택과 결정 들을 내릴 수 없었다. 누구든지 성인기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성인이 되는 정말 중요한 분기점은 가슴이나 생식기가 아니다. - P111
물론, 그 모든 세월이 지나고, 엄마가 된 지금의 나는열다섯 살은 아이라는 사실을 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그 당시 아이였던 나의 이미지와 여전히 씨름한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내 아이가 당시의 나와같은 나이가 되고 난 이후로 그 이미지를 외면하기 더 어려워졌다. 불가피하게 비교를 하게된다. 아들이 열다섯에 얼마나 어렸는지, 세상을 상대할 준비가 얼마나 안 됐는지를 생각한다.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하 - P111
는지, 10대의 엄포, 허세 뒤에 꼭꼭 숨어 있을 취약한 자아감을 생각해본다. 아들이 열다섯이 된 이후로 아들을 바라보면서 그 나이에 내가 하던 일들을, 성매매가 내게 한 짓들을 때때로 생각한다. 성매매로 인해 몸 안에서 느꼈던 역겨움,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고 뒤틀어놓았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내가 얼마나 어렸는지 인정하지 않고는 나의 어린 삶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숙고해보는 일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달했다. 그 사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 내게는 냉혹한 현실만큼이나 더 깊고, 괴로운 무언가가 있다. 그런 라이프스타일에 내가 유입되고 그로 인한 영향력이 초래한 어떤 특정한 결말 때문이다. 그것은 나에게 성매매가 유일한 길이며 내가 다른 아무것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믿게 했다. 삶의 모든 면이 성매매에 잠식되며 자신에 대해 더 잘알게 된다. 거짓에 잠식됐었기 때문에 그릇된 믿음을 가졌었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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