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가 죽인 게 아니야." 일라이자가 말했어요. "파트너였던다른 진주소녀의 짓이란다. 아드리아나는 그 파트너가 아기 니콜의행방에 대한 의혹을 품자 막으려 했을 거야. 싸움이 벌어졌을 거고,
아드리아나는 진 거지."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요. 퀘이커 교도들, 닐과 멜라니, 그 진주소녀까지"
길리어드는 살인에 거침이 없지." 에이다가 말했어요. "광신도들이니까."
원래는 덕망 있고 신심 깊은 삶을 살아야 하는 건데, 광신도라면살인을 일삼으면서도 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고 에이다가 설명해 주었어요. 광신도는 살인이, 아니 어떤 사람들을 죽이는 건 도덕적이라고 믿는다고 말이에요. 나도 알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광신도에 대해 배웠거든요. - P288

이 모든 이야기가 다 함정이면…… 나를 길리어드로 꼬여 내려는 영악한 수법이면 어떻게 하지? 들어가긴 하는데 나오지는 못할거야. 그러면 깃발을 올리고합창단이 노래를 하고 기도를 하면서수없이 행진을 하겠지. TV에서 본 것처럼 대규모 행사들이 열릴 테고, 내가 중앙에서 장식품 노릇을 하게 될거야. 아기 니콜, 제자리로돌아왔다. 할렐루야. 길리어드 TV를 위해 웃어요.
아침이 되어 에이다, 일라이자, 가스와 함께 앉아 기름진 아침 식사를 하면서 이런 두려움을 털어놓았어요.
"우리도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 봤단다." 일라이자가 말했어요. "도박이지."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매번 도박이야." 에이다가 말했어요.
"이건 좀 더 심각한 도박이지요." 일라이자가 말했어요.
"나는 너한테 걸 거야." 가스가 말했어요. "네가 이기면 정말 근사할 거야." - P298

‘안전한 곳으로 너를 데리고 가는 거야. 내가 네 부모님과 얘기를하는 동안 너는 거기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안전한 장소에 다다르면꼭 뭘 좀 먹겠다고 나와 약속하렴. 알겠니?"
"배고프지 않을 거예요." 내가 말했어요. 아직도 애써 눈물을 참고있었어요
"좀 안정되면, 배가 고플 거야." 그녀가 말했어요. "어쨌든 따뜻한우유 한 잔만이라도" 에스테 아주머니는 내 손을 잡고 꼭 쥐었어요.
‘다 잘될 거다. 세상만사가 다 잘될 거야."
그러더니 손을 놓고 가볍게 토닥여 주었죠.
내게는 그 이상 위로가 될 수 없는 말이었지만, 또 울음이 터질 것같아져 버렸어요. 친절은 가끔 그런 효과를 낳을 때가 있답니다.
"어떻게요?" 내가 물었죠. "어떻게 잘될 수가 있나요?"
"나도 모르지." 에스테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하지만 잘될 거란다.
내겐 믿음이 있단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어요. "믿음을 갖는 건 가끔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 일이란다." - P341

해가 지고 있었어요. 봄 공기는 그맘때 자주 볼 수 있는 황금빛 아량으로 가득했죠 먼지, 아니면 꽃가루, 너무나 상큼한, 갓 돋아나펼쳐진 나뭇잎에는 반들거리는 고유의 광택이 났어요. 잎사귀 한 장한 장이 마치, 절로 포장이 풀리고 흔들려 쏟아지는 선물 같았죠. 하느님이 방금 창조하신 것 같지않니, 에스테 아주머니는 예전에 ‘자연에 대한 감사 시간에 그렇게 말하며, 죽은 듯 보이는 겨울나무들위로 손을 흔들어 싹이 트고 잎새가 펼쳐지게 만드는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그려 보이곤 했어요. 잎새 한 장 한 장 다 저만의 모양이 있단다. 에스테 아주머니는 덧붙여 말했죠, 꼭 너희들처럼! 그건아름다운 생각이었어요.
에스테 아주머니와 나는 차를 타고 황금빛 거리를 지나쳤어요. 이집들, 이 나무들, 이 인도들을 내가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텅 빈 인도, 고요한 거리, 집 안에서 불빛이 비치고 있었어요. 저 안에는 행복한 사람들, 자기가 어디 소속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죠. 벌써 추방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내가 나 자신을 추방했으니 자기연민을 느낄 자격이 없었지만요. - P342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첫 번째 면접은 엘리자베스 아주머니였어요. 그녀는 내가 반감을 갖는 게 결혼인지, 저드 사령관과의 결혼인지를 물었어요. 그래서 결혼 전반에 반감이 있다고 했더니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이었죠. 내 결정이 저드 사령관을, 사령관의 감정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봤냐는 질문도 했어요. 나는 하마터면 저드 사령관에게는감정이란 게 별로 없어 보였다고 대답할 뻔했지만 베카가 불경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말라고, 아주머니들이 봐주지 않을 거라고 해서참았어요.
저드 사령관의 감정적 안녕을 바라고 기도했다고, 누구보다 행복할 자격이 있는 분이니 다른 아내가 그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 믿는다고 하지만 하느님의 인도가 나는 그분께, 아니 다른 어떤 남자에게도 그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을 거라고 알려 주셨고, 따라서 한남자와 한 가정보다는 길리어드의 모든 여성에게 봉사하는 일에 전념하고자 한다고 말했어요. - P353

‘아그네스‘그녀가 말했어요. "먼저 축하를 해야겠구나. 숱한 장애물을 뚫고 여기까지 오는 데 성공했고, 우리와 합류하라는 부름에응답했으니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떤 부름을 받았느냐고(어떤 목소리를 들었느냐?) 물을까 봐 두려웠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어요.
"저드 사령관과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아주 확실한 거냐?"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 했어요.
"현명한 선택이야." 그녀가 말했어요.
"뭐라고요?" 나는 놀랐어요. 여성의 참된 의무라든가 뭐 그런 얘기에 대해서 도덕적인 훈계를 늘어놓을 줄 알았거든요. "아, 저, 실례지만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네가 저드 사령관의 아내감으로 적합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 P356

모든 것은 기다리는 여자의 차지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뒷굽은닳는다. 인내심은 미덕이다. 복수는 나의 것이다.
이 고색창연한 지혜의 말들이 언제나 진실인 건 아니지만 가끔은맞는다. 여기 언제나 옳은 말이 하나 있다. 모든 건 타이밍에 있다.
농담이 그렇듯.
우리가 이 근처에서 농담을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는 경박한 악취미로 비난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권력자의 위계에서농담이 허락되는 건 최정상에 있는 이들뿐이고, 그들도 개인적인 자리에서만 농담을 한다.
그러나 본론으로 들어가자. - P361

나는 눈물, 아그네스의 위로, 영원한 우정의 맹세, 기도는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있었다. 가장 단단한 심장도 녹일 수있었으리라. 내 심장도 녹을 뻔했으니까.
요지는 베카가 이 침묵의 수난을 하느님에게 제물로 바치기로 결심했다는 거다. 하느님이 이걸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잘 모르지만 나는 여기 만족할 수 없었다. 한번 판사는 영원히 판사다. 나는 판결을내렸고, 형을 언도했다. 그러나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
한동안 숙고하다가 나는 지난주에 드디어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슐라플리 카페에서 민트 티를 한잔하자고 엘리자베스 아주머니를초대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내가 특별히 골라서 총애를 베풀어 주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 P364

을 모색하고 있을 겁엘리자베스는 이제 흐느껴 울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앙심을 품을 수가 있어요?" 그녀는 훌쩍거리며 말했다.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우정은 살갗 두께밖에 안 될 수도 있는 법. 걱정 말아요. 내가 보호해 줄 테니까."
한없는 감사를 드려요, 리디아 아주머니. 참으로 고매한 인격의소유자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지만 보답으로 한 가지 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 그럼요! 물론이지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무엇이지요?"
"위증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말했다.
이건 사소한 부탁이 아니었다. 엘리자베스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리라. 길리어드에서는 위증을 엄히 다스린다. 그럼에도 빈번하게 행해지는 일이지만. - P368

내가 가출한 제이드로 보낸 첫날은 목요일이었어요. 멜라니는 내가 목요일에 태어났으니까 먼 길을 떠날 거라고 했어요. 이건 오래된 동요의 가사였는데, 수요일의 아이는 슬픔이 가득하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그래서 나는 언짢고 심술이 날 때면 멜라니가 요일을잘못 안 거라고, 사실 나는 수요일에 태어났을 거라고 말했고, 그러면 멜라니는 아니라고,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고, 내가 태어난 시각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겠냐고 했어요.
아무튼 목요일이었어요. 나는 가스와 함께 인도에 앉아 있었어요. - P371

위에 마젠타 반바지를 걸치고 너구리가 씹어 삼켰다가 토한 것같은 낡은 은빛 젤리 신발을 신고 있었죠. 우중충한 핑크색 티를 입었는데, 에이다가 문신을 보여 줘야 한다고 해서 민소매였어요. 회색 후드티를 허리에 둘러 묶고 검은 야구모자를 썼어요. 맞는 옷은하나도 없었어요. 쓰레기통에서 아무거나 주워 입은 것처럼 보여야했거든요. 험한 데서 잔 것처럼 보이려고 새로 염색한 녹색 머리카락도 일부러 더럽혔어요. 초록색 물이 이미 빠지고 있었어요.
"굉장한데." 의상을 다 갖춰 입고 갈 준비를 마친 나를 보고 가스가 말했어요. - P372

공백으로 에이다와 일라이자는 길리어드에 대해 최대한 많이 가르쳐 주려 노력했어요. 다큐멘터리도 보고 TV 영상도 많이 봤어요. 그렇지만 그곳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눈앞에 그려지지가 않았어요. 전혀 준비가 안된 느낌이었어요.
생츄케어와 여자 난민들이 기억났어요. 나는 그들을 보았지만 정말로 보지는 못했어요. 자기가 아는 장소를 떠나, 모든 걸 잃고, 알지못하는 곳으로 여행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얼마나 허허롭고 캄캄한 기분일까요? 그래도 아마 그런 위험을 감수하게 해 주었던 아주 은은한 희망의 빛은 있었겠지요.
이제 금방, 나 역시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될 터였어요. 캄캄한 곳에서, 아주 작은 불씨만 가지고, 내 길을 찾으려 애쓰게 될 거예요. - P389

파란 스케치 잉크 병, 내 만년필, 은닉처에 맞춰 책장 여백을라낸 내 공책, 이것들을 통해서 나는 내 메시지를 나의 독자, 당신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메시지는 어떤 종류인가? 어떤날은 나 자신이 길리어드의 죄악을, 나 스스로의 죄까지 포함해서,
낱낱이 모으는 ‘기록의 천사‘라고 생각한다. 다른 날은 어깨를 으쓱하고 이처럼 고고한 도덕적 어조는 털어 버린다. 나는, 근본적으로,
지저분한 가십을 배포하는 자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어느 쪽이든 당신의 평결을 끝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더 큰 두려움은 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길리어드가 천년을 가리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에,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폭풍의 고요한 심장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그렇게만 느껴진다. 너무나평화롭다, 거리들은 너무나 고요하고, 너무나 정연하다.  - P398

그러나 기만적으로 평온한 표면 아래로, 전율이 흐른다, 고압선 근처에 있는것처럼, 우리 모두는, 가늘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우리는 진동한다. 우리는 떨고 있다. 우리는 항상 경계를 놓지 않는다. 흔히 공포정치라고 말하곤 하지만, 정확히 말해 공포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대신 공포는 마비시킨다. 그렇게 해서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내려앉는다. - P398

베카와 나는 진주 소녀와 개종자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추수 감사에서 처음 제이드를 보았습니다. 행동거지가 다소 어색한 키 큰 소녀로, 자칫하면 너무 대담해질 수도 있는 똑바른 눈길로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어요. 벌써부터 그 애가 길리어드는 물론이고아르두아 홀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나곧 아름다운 의례에 정신이 팔렸고, 그 아이 생각은 별로 많이 하지않게 되었지요.
머지않아 우리 차례가 될 거야, 나는 생각했어요. 베카와 나는 탄원자로서의 수련을 마쳐 가던 참이었어요. 정식 아주머니가 될 채비도 거의 끝났어요. 이제 곧 우리가 입는 갈색 옷보다 훨씬 예쁜 은색 진주 소녀 드레스를 받게 되겠지요.  - P409

그로브 박사가 참여 처형에서 갈가리 찢겨 죽자 베카는 기절했어요. 몇몇 아주머니들은 이런 반응을 효심 때문이라고 봤어요. 그로박사는 사악한 사람이었지만 여전히 남자였고 고위직의 남자였으니까요. 그는 또한 아버지였고, 순종적인 딸은 아버지에게 존경을바쳐야 했고요. 그러나 내가 아는 바는 달라요. 베카는 그의 죽음에책임감을 느꼈던 거예요. 베카는 애초에 내게 그의 죄상을 털어놓지말았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비밀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베카를 안심시켰지만, 베카는 나를 믿지만 리디아 아주머니가 어떻게든 알아낸 게 틀림없다고 했지요. 아주머니들은 그런 식으로 권력을손에 넣었다는 거예요. 진상을 알아내서 차마 입에 올려서는 안 될일들을 알아내서 말이에요. - P411

우리 삶이 평온했다고 말했지만, 그건 적당한 단어가 아닐지도 모보겠어요. 우리 삶은 어쨌든 질서정연했어요. 비록 다소 단조로웠지번호 우리 시간은 꽉 채워져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잘 가지 않았어로 탄원자로 입회했을 때 나는 열네 살이었고 이제는 성년이 되었근데 나 자신은 별로 성장했다는 실감을 할 수 없었어요. 베카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는 어떤 면에서 동결된 것 같았어요. 얼음 속에행동되어 보존된 것처럼요.
창설자들과 나이 든 아주머니들에게는 날카로운 서슬이 있었어요 그들은 길리어드 이전의 시대에 인격이 형성되었고, 우리는 면제받은 투쟁을 해야 했고, 이 투쟁이 그들에게도 한때는 있었을 부드러움을 모두 갈아 없애 버렸어요. 그러나 우리는 그런 수난을 강제받지 않았어요. 우리는 보호받았고, 전반적인 세상의 가혹성에 대처할 필요도 없었어요. 우리는 선조들의 희생으로 수혜를 입었어요.
우리는 이 사실을 꾸준히 상기해야 했고, 감사하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그러나 측량할 수 없는 부재에 감사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안타깝지만 우리는 리디아 아주머니의 세대가 불속에서 단련된 정도를 온당히 평가할 수가 없었어요. 그들은 우리에게 결여된 무자비한면모를 갖고 있었어요. -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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