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녀, 오브카일은 점점 몸이 커졌고(아니 배가 커지고 있었죠.)몸이 커질수록 온 집안이 더욱더 황홀한 희열에 빠져들었어요. 카일사령관으로 말하자면 감정을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언제나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아무튼 남자들은 울거나 심지어큰 소리로 웃으며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요. 그래도그가 어울리는 사령관들을 초청해서 만찬을 할 때면 닫힌 거실 문뒤에서는 어느 정도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이런 자리에는 와인과 함께, 휘핑크림을 구할 수 있을 때면, 질라가 정말 잘 만드는 파티 디저트가 나오곤 했죠. 그러나 오브카일이 풍선처럼 부풀자 사령관마저도 어느 정도는 설레고 흥분되었던 것 같아요. - P145
하지만 아무도 시녀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오로지 배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죠. 그들은 오브카일의 배를 토닥이고 가끔은 귀를 대고 소리를들었고, 그럴 때 나는 열린 거실 문 뒤에 서서 문틈으로 그녀의 얼굴을 지켜보았어요. 대리석 같은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언제나 성공하지는 못한다는 걸 보았어요. 그녀의 얼굴은 처음 왔을 때보다둥글었는데(부어오른 것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내가 보기에는 차마 마음껏 흘리지 못하고 참고 있는 그 많은 눈물 때문인 것 같았어요. 남몰래 그 눈물을 흘리기는 하는 걸까요? 닫힌 방문에 귀를 대고 들어봐도 기척 한 번 들은 적이 없는데. - P147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녀에게 말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잊어도 나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신화 같죠 나도 알아요 사실 나는 아직 어린애였죠. 그러나 보시다시피 나는 약속을 지켰답니다. 한 번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으니까요. 그녀 오브카일, 이름 없는 사람, 공백이나 다름없는 작은 사각형 석판 아래 묻힌 그녀. 몇 년 후 나는 시녀의 묘지에서 그 무덤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내게 그럴 힘이 있을 때, ‘혈통 족보 보관기록‘에서 그녀를검색하고 또 찾아냈어요. 원래의 이름을 찾아냈죠. 알아요, 그 이름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 분명 그녀를 사랑했을 사람들, 하지만 억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라면 몰라도요. 그래도 내게는 동굴에 찍힌 손자국을 찾은 것만 같았어요. 그건 신호였어요, 전언이었어요. 내가 여기 있었어요. 내가 존재했어요. 나는 실재했어요. 그녀의 이름이 무엇이었냐고요? 물론 알고 싶으시겠죠. 크리스털이었어요.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녀를 그렇게 기억해요. 그녀를 크리스털로 기억해요. - P152
우리는 점심을 먹지 못했고, 점심을 받지도 못했다. 그 후로 몇 시간에 걸쳐, 밴들이 계속 도착해, 달가워하지 않는 여성 승객들을 내려놓았다. 아무도 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나이였다. 정장에 말쑥하게 머리를 자른 중년의 전문직 여자들. 하지만 핸드백은 없었다. 우리는 핸드백 소지를 허락받지 못했다. 따라서 빗도, 립스틱도, 거울도 마름모꼴 목캔디 봉지도, 일회용 티슈도 없었다. 그런 게 없으면 얼마나벌거벗은 느낌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아니, 벌거벗은 느낌이 들었다, 한때는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우리에겐 모자도 자외선 차단제도 없었으니, 해 질 녘이면 내가 얼마나 벌겋게 물집이 잡힌 몰골이 될지안 봐도 눈에 선했다. 적어도 좌석에는 등받이가 있었다. 우리가 여흥을 즐기러 그곳에 온 거라면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흥은 제공되지 않았고, 우리는 일어나 기지개조차 켤 수 없었다. 시도만 해도 고함이 날아왔다.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자니 당연히 따분해졌고 엉덩이, 허리, 허벅지의 근육이 땅겼다. 경미한 통증이었지만 통증은 통증이었다. - P169
맞는 생각이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없으면 얼마나 빨리 정신이 축축 늘어지는지 알면 아마 놀랄 것이다. 한 사람은온전한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나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한동안 땡크 탱크에 있었다. 얼마나 오래인지는 모른다. 동태를관찰하는 용도로 뚫려 있는 미닫이 셔터를 통해 가끔 어떤 눈이 나를 보기도 했다. 이따금 근처에서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지거나 몇번인가 악쓰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잔학성이 퍼레이드를 벌이고있었다. 어떤 때는 않는 소리가 한참 늘어지기도 했다. 가끔은 끙끙거리는 신음과 받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연달아 나기도 했는데, 교성처럼 들렸고 실제로 그랬을 공산이 높다. 무력한 자들은 너무나도유혹적이니까. 이 소음이 실제인지 아니면 내 신경을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결심을 닳게 만들 의도로 트는 녹음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내 결심이 무엇이었든 상관없다. 며칠이 지나자 나는 그 플롯 라인을 놓쳐버렸으니까. 내 결심의 플롯 라인. - P217
나는 그 애가 일을 저지르던 순간을 지켜보았어요. 그때 그 표정을 ㅇㅈ을 수가 없습니다. 한 번도 베카에게서 본 적이 없는 맹폭함이 느껴졌고, 그게 굉장히 마음에 걸렸어요. 마치 삽시간에 아예 다른사람으로 훨씬 야성적인 사람으로 변해 버리는 느낌이었어요. 구조대원들이 와서 병원으로 데리고 갈 무렵에는 평온해 보였지만요. "안녕, 아그네스" 베카는 내게 말했지만,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할 수가 없었어요. jelzi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군요." 리즈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머리카락을 시 스타일로 올리고 있었는데, 아주 우아해 보였어요. 깊고 귀족적인 코를 내리깔며, 우리에게 곁눈질로 흘끔 시선을 주더군요. "여러분과 달리."라고 덧붙여 말하면서. 슈나마이트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고(성숙한 여자답게 굴겠다고 작정얼굴이었죠. 나도 얻은 웃음을 띠는 데 성공했어요. 나는 이제야연기하는 법을, 아니 여배우가 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생각이들었어요. 아니, 예전보다 더 좋은 여배우가 되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 P242
혹독한 시험이 있었다. 당신도 무엇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내 악몽과 똑같고, 다른 건 여자들이 눈가리개를 하고 있었고 총을 쏘았을 때 내가 쓰러지지 않았다는 점뿐이었다. 이건 저드 사령관의 테스트였다. 실패하면 유일한 진리의 길에 헌신하겠다는 맹세는 무로돌아간다. 통과하면 그 피의 책임은 알아서져야 한다. 언젠가 누가말했듯, 우리는 다 같이 뭉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각자 따로 목매달릴 테니까. 나는 유약함을 드러냈다. 나중에 토했던 것이다 - P250
표적 중 한 사람은 아니타였다. 무슨 이유로 선택되어 죽임을 당하게 된 걸까? 땡크 탱크를 거친 후에도 ‘네‘가 아니라 ‘아니요‘라고말했던 게 틀림없다. 빠른 출구를 선택했던 게 틀림없다. 그러나 사실은 나도 이유를 전혀 모른다. 어쩌면 이유는 지극히 단순할지 모른다. 아니타는 체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간주되었던 것이다. 나와는 달리. - P251
오늘 아침에는 식사를 하기전 잠시 나의 독자인 당신과 시간을보내려고 한 시간 일찍 일어났다. 당신은 모종의 강박이 되었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상, 하나뿐인 나의 친구. 당신이 아니면 내가 달리 누구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으랴? 달리 누구를 신뢰할 수 있으랴? 그렇다고 당신은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종국적으로 나를배반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거미줄이 쳐진 귀퉁이나 침대 밑에 홀대받으며 누워 있는 사이 당신은 피크닉이나 무도장에 놀러 가거나 (그렇다. 춤은 돌아올 것이다. 춤을 영원히 억압하기는 어려우므로.) 따뜻한 육신과 몰래 부비러 갈 것이다. 그때쯤 나는 손대면 바스러지는 낡은 종잇조각이 되어 있을 테고, 역시 그보다는 따뜻한 몸뚱이가 훨씬 더 매력적일 테지. 그러나 나는 당신을 미리 용서한다. 나 역시 한때는 당신과 같았다. 삶에 치명적으로 매혹되어있었다. - P251
감히 희망이라고 말해도 될까? 나도 희망을 품을 권리가 있다. 당연히, 아직 내 삶의 자정은 도래하지 않았다. 조종은 아직 울리지 않았고 아직은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악마와 거래한대가를 치르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거래가 있었다. 당연히 거래가 있었다. 악마와 거래한 건 아니지만. 나는 저드 사령관과 거래했다. - P252
한동안은 내가 믿어야 한다고 머리로 이해한 바를 실제로 믿을 뻔도 했다. 내가 스스로 신자의 반열에 든다고 간주했던 건 길리어드의 많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이유에서다. 덜 위험했기 때문이다. 도덕적 원칙 때문에 달려오는 증기기관차 앞에 몸을 던졌다가발이 빠져나간 양말처럼 납작하게 짓뭉개져 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군중 속으로 흐릿하게 사라져 모습을 감추는 편이 나았다. 경건하게 찬미하고 열심을 가장하고 증오를 조장하는 군중, 돌팔매질을 당하기보다는 돌을 던지는 편이 낫다. 아니, 살아남을 확률이라는 면에서는 낫다는 말이다. - P260
일라이자한테서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니라는 말을 들은 순간의 얘기를 하고 있었나요. 그런 감정을 기억하는 게 싫어요. 싱크홀이 뚫리고 그 속에 집어 삼켜지는 기분이거든요. 자기 자신뿐만아니라 집과 방과 과거,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 심지어 외모까지도 말이에요. 그건 추락과 질식과 어둠이었어요, 그것도한꺼번에 다 합쳐서. 콘적어도 1분쯤 가만히 앉아 있었을 거예요, 아무 말도 없이 공기가모자라 헉헉 숨이 차는 느낌이었어요.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었어요. 둥근 얼굴과 아무것도 모르는 눈빛을 가진 아기 니콜, 그 유명한사진을 볼 때마다 사실은 나 자신을 보고 있었던 거라니. 그 아기는그냥 태어난 것만으로 수많은 고초를 초래했어요. - P269
리 "어디로요?" 내가 물었죠.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고생하는 법이야 어서 가자." 우리는 커다란 계단을 내려갔지만, 밖으로 나가는 대신 아래층의다른 아파트로 들어갔어요. 에이다가 열쇠를 갖고 있었지요. 그 아파트는 위층과 똑같았어요. 새 가구로 꾸며져 있고 개인적인자취는 전혀 없고 사람이 사는 흔적이 있긴 했지만 아주 희미했어요. 침대에는 위층과 똑같은 이불이 깔려 있었죠. 방에는 검은 배낭이 하나 있었어요. 화장실에는 칫솔이 있었지만, 수납장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내가 열어 봐서 알아요. 멜라니는 90퍼센트의 사람들이남의 욕실 수납장을 열어 보니까, 절대로 비밀을 보관하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이제는 멜라니가 실제로 비밀을 보관해 둔 곳이 어디였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틀림없이 비밀이 아주 많았을 텐데. "여기는 누가 살아요?" 나는 에이다에게 물었어요. "가스." 에이다가 말했어요. "우리 운반책이 되어 줄 거야. 자, 이제생쥐처럼 조용히 있어." "우리는 뭘 기다리는 거예요? 무슨 일이 생기려면 언제가 되어야하는데요?" "참고 충분히 기다리면 실망하지는 않을 거야." 에이다가 말했죠. "무슨 일이든 일어날 테니까. 다만 네 마음에 드는 일이 아닐 수는 있지."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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