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으로 인해 사람들이 들끓는 바람에 새로 부흥한 이지역은 현재로서는 라투르 신부의 관할아래 놓여야 할 것 같다고 캔자스의 주교는 말하고 있었다. 라투르 주교의 거대한대교구는 이미 남쪽과 서쪽으로 수천 평방마일 확대되어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북쪽으로 아직도 미개지이면서 갑자기 중요한 지역이 된 콜로라도 로키 산맥까지도 떠맡아야할 판이었다. 리벤워스의 주교는 라투르 주교에게 그곳으로가능하면 빨리, 이 온갖 종류의 인간들 사이에서 자신을 한껏 잘 지켜 나갈 수 있는 신앙심이 독실할 뿐 아니라 기지가있으며 똑똑하고 유능한 사제를 한 명 보내 달라고 간청하고있었다. 그곳으로 가는 사제는 침구와야영장비, 의약품과식량, 몹시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옷 등을 챙겨가야 한다고 - P275

했다. 덴버에는 담배와 위스키 말고는 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곳엔 여자들도 없고, 요리용 화덕도 없다고 했다. 거기서 금을 캐는 사람들은 반쯤 구워진 밀가루 빵과 술을 먹으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곳은 산골짜기 물조차도 깨끗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어 열병으로 죽기도 한다고했다. 살아가는 환경은 모두 최악의 상태라고 했다.
저녁식사를 한 후에 라투르 신부는 이 편지를 서재에서 바일랑 신부에게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 편지를 모두 읽었을때 그는 빽빽하게 글씨가 쓰여 있는 편지지들을 내려놓았다.
「요셉 신부, 당신은 할 일이 없다고 불평해 왔잖아요. 바로여기 당신이 할 일이 있어요.」 - P276

의 가운데 그 사막 지역에 있는 누런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그에게는 가장 사랑스러웠었다. 하지만 그런 유대 관계를 깨고 작별 인사를 한 후 미지의 다른 곳으로 또다시 떠나야 하는 것이 그의 삶의 규율이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요셉 신부는 그의 장화에 기름칠을 하고 발에 생긴 딱딱한 굳은살을 낡은 면도날로 도려내고 있었다. 트루카스 산맥 쪽치마요라는 멕시코인 마을에사는 선량한 사람들은 그들의 성당에 있는, 말을 타고 있는조그만 산티아고 성자 상을 각별히 모시는 편이었다. 그들은이 성자가 밤마다 말을 타고 밖으로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하느라 구두가 닳는다며, 몇 개월에 한 번씩 그 성자 조각상에게 새로 만든 장화를 신겨 주곤 했다. 그곳에 머물면서 요셉 신부는 자신의 손을 주님께 헌납하였는데, 이에 준하여주님께서 선교사의 발에도 특별한 축복을 내려 주셨으면 한다고 그곳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었다. - P277

라투르 신부는 은으로 된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기적은모든 게 다 잘되는 것이 기적이지요, 요셉. 하지만 이번 일은꼭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아요. 난 당신을 친구로 내 곁에 두고 싶어서 소환장을 보낸 거였어요. 주교로서의 권위를 내개인적인 소망을 위해 쓴 거지요. 그건 이기적인 것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인간으로서 당연히 그럴 만한 일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같은 나라 사람인 데다가, 오랜 시간을 친구로 지내며 함께 추억할 일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두 친구가 이곳에 함께 왔다가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야 하다니...…. 하지만그도 그럴 수 있는 일이겠지요. 나는 이 모든 일에 어떤 기적이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P282

가난한 멕시코인들이 이 단순한 형상에 사랑을 쏟아 부은첫 번째 사람들은 아니라고 주교는 생각했다. 라파엘과 티티안은 그들이 살던 시대에 성모 마리아를 위해 의상을 만들었고, 음악의 거장들은 성모 마리아를 위해 음악을 만들었고, 위대한 건축가들은 성모 마리아를 위해 성당을 지었다. 성모마리아가 지상에 태어나기 오래전, 인류의 타락과 참회 사이의 오랜 여명 속에서 이교도 조각가들은 늘 여자의 모습을한 여신상을 만들려고 애썼었다. - P287

도 있어요」바일랑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님이 부르시면 언제든지난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가 일어서더니 방을 왔다 갔다하며 주교를 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살아온 삶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어요. 우린 오래전에, 우리가 신학교 학생이었을 때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을 해냈잖아요. 적어도 그 일들 중 몇 가지는요. 젊었을 때 꿈꾸었던일들을 실현시키는 것, 그것은 최고로 행복한 일이잖아요.
어떤 세속적인 성공도 이를 대신할 수는 없잖아요.「흰둥이.」 주교가 일어서며 말했다. 당신은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오만이나 수치심을 갖지 않고 영혼을구해 주는 위대한 사람이에요. 나는 늘 좀 냉정한데... 당신이 항상 말하듯, 학자인 척만 하는 사람인데요. 훗날 천국에가서 우리가 별들이 달린 영광의 면류관을 쓰게 된다면, 당신은 수많은 별들이 무리져 있는 왕관을 쓰게 될 거예요. 내게축복을 베풀어 주세요.」주교가 바일랑 신부 앞에 무릎을 꿇었고, 바일랑 신부가그를 축복해 주자 다시 바일랑 신부가 주교 앞에 무릎을 꿇었고, 교대로 주교가 바일랑 신부를 축복해 주었다. 그들은과거를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서로 꼭 껴안았다. - P292

언젠가 그가 선교를 위해 테스케를 방문했다가 노새를 타고 나오는 길에 시내를 따라오던 중 이곳을 우연히 지나치게되었는데, 그곳에서 그는 작은 멕시코인이 사는 집 한 채와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굉장히 크게 자란 살구나무로그늘이 드리워진 정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나무는 줄기가두 개였는데, 각 줄기가 사람의 몸보다도 더 굵었다. 그리고분명히 아주 늙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열매를 주렁주렁매달고 있었다. 살구는 크고 빛깔이 아름다웠으며 굉장히 맛이 좋았다. 이 나무가 언덕을 배경으로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대주교는 햇살에 많이 노출되는 곳이 좋은 과일을 맺게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바위로 울퉁불퉁한 경사진 언덕으로부터 반사되는 태양의 열기가 이 나무에 똑 고르게 온도를 유지시켜 주며 양쪽에서 따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에서도 이렇게 양쪽에 벽이 있는 곳에서열린 복숭아가 완벽할 정도로 맛이 좋았었다. - P296

그는 그 지역의 야생화들을 집의 정원에 심어 개량하기도했다. 그는 뉴멕시코 언덕에서 무더기로 낮게 자라는 자줏빛꽃이 피는 버베나를 개량시켜 그의 정원의 한쪽 언덕을 완전히 뒤덮게 하기도 했다. 그것은 태양 아래 내던져진 거대한보랏빛 벨벳 망토 같아 보였다. 이것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염색공들과 직조공들이 수 세기 동안 애써 온 미묘한 음영을지닌 색조를 띠고 있었는데, 장밋빛으로 가득 찼으면서도 라벤더 빛깔이랄 수는 없고, 거의 분홍빛이 되려는 파란빛이면서도 다시 하늘로 후퇴한 짙은 자줏빛 같은 보랏빛으로진실한 기독교의 빛깔이자 무수한 변이를 혼합적으로 가진 빛깔이었다. - P298

1885년에 한 젊은 신학교 학생인 베르나르 뒤크로가 뉴멕시코로 왔는데, 그는 라투르 신부에게 아들 같은 존재가 되었다. 늙은 대주교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몽페랑에 있는 수도원과 교실에서 종종 이야기되곤 했기에 라투르 신부는 이소년의 상상 속에 자리 잡아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그는 오래도록 이곳에 오기를 기다려 왔었다. 베르나르는 잘생겼고머리가 비상했으며, 존경하는 상관이 지니고 있는 우수함을또한 존경할 줄 아는 훌륭한 청년이었다. 그는 라투르 신부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했고, 라투르 신부의 회고담을 들었으며, 라투르 신부가 이야기해 준 추억들을 소중히여겼다.
「틀림없어요.」 주교는 사제들에게 말하곤 했었다. 주님께서 내 마지막 남은 세월 동안 나를 도와주라고 이 젊은이를내게 보내 주신 겁니다.」 - P298

뉴멕시코에서 그는 늘 젊은이처럼 깨곤 했었다. 그가 일어도 할 때에서야 자신이 점점 늙어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가 깨자마자 처음으로 의식할 수 있는 것은붙어 들어오는 가볍고 건조한 바람이었는데, 이태양과 산 쑥과 클로버 냄새를 가져다주었다. 바왕은 누군가에게 몸이 가볍다고 느끼도록 만들며 누군가가마음속으로 어린아이처럼 <오늘이다. 오늘이야.>라고 외치도록 만들었다.
아름다운 환경, 학식 있는 사람들과의 교제, 고상한 여자들의 매력, 우아한 예술 등도 그에게 그런 느낌의 사막에서의 마음 가벼운 아침이나, 다시 소년으로 만드는 바람을 잃어버린 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었다. 새로운 지역의 공기 속이 특질도 사람에 의해 땅이 개간되어 수확을 하게 되면 사라져 버리는 것을 그는 주목했다. 그가 처음에 널따랗게 펼처진 지역으로 보았던 텍사스와 캔자스 지역들이 비옥한 농장지대로 바뀌게 되자, 공기는 마른 향기 좋은 냄새를 풍기던 가벼움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경작을 한 땅의 습기와 노 - P306

고의 무거움과 성숙해서 곡식을 품고 있는 이 모든 환경이그것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세상의 환한 가장자리, 거대한 초원지, 혹은 산 쑥 숲이 군집해 있는 사막에나가야 그런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 공기는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생애가 끝난 후가 되리라.
그가 타인 뉴멕시코로 가서 여생을 보내고 거기서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때가 언제였는지는 그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부드러우면서도 야생적이고 자유로운 어떤것이 있었다. 베개 위에서 귀에 대고 살며시 속삭이며 마음을 가벼이 해주고 슬그머니 열쇠를 돌려 빗장을 빼내고 감금된 정신을 바람 속으로, 파란색의 금빛 대기 속으로, 아침 속으로, 아침 속으로 풀어 놓아 주는 그 어떤 것이! - P307

그래서 인간은 잔인한 삶으로 인해 잔인해져 있었다. 초창기 선교사들은 거인들의 인내심을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고 있는 이지방의 딱딱한 심장 위에 벌거벗은 그들의 몸을 내던진 것이었다. 그들은 사막에서 갈증으로 고생했고, 바위 사이에서 굶주렸으며, 발에 돌투성이로 타박상을 입으며 무시무시하게험준한 계곡을 오르내렸고, 오래 굶주렸던 배를 깨끗하지도않고 비위에 맞지도 않는 음식으로 채웠다. 이들은 분명히 베드로와 그의 형제들이 경험했던 정도를 능가하는 굶주림과 갈증과 추위와 헐벗음을 참아 내야 했다. 유럽에서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든지 간에 그것은 모두 안전한 작은 지중해 세계, 옛날부터 알고 있는 방식으로 옛날부터 알고있는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순교를 견뎌 냈다 해도 그들은 그들의 형제들이 있는 곳에서 죽었고, 그들의 유물은 성스럽게 보관되었고, 그들의 이름은 성자의 입을 통해 살아 있게되었다. - P310

후니페로 신부가 수도사들에게 말하길, 그 집에 들어가는순간부터 왠지 이상하게 그 어린아이에게 끌렸으며 그를 안아보고 싶었지만 그가 그냥 어머니 곁에 있도록 놔두었다고했다. 사제가 저녁 기도를 드릴 때 그 아이는 바닥에 앉아 어머니 무릎에 기대고 있었고 양은 그의 무릎에 있었는데, 신부는 그의 일과성무서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가 없었다고 했다. 기도 후에 그는 그 집 가족들에게 안녕히 주무시라고 하면서 조그만 소년한테 몸을 굽혀 축복을 해주었다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가 손을 들어 조그만 손가락으로 후니페로 신부의 이마에 십자 성호를 그어 주었다고 했다.
라투르 주교가 하룻밤 묵고 있는 대 저택의 벽난로 가에서들은 후니페로 신부의 성스러운 가족에 대한 이 이야기는 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그 이야기에 대해 실로 애정 - P314

을 갖게 되어 두 번씩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필로메네가 원장으로 있는 리옹 수녀원의 수녀들에게였고, 또 한 번은 로마에 있을 때 마츄치 추기경이 베푸는 저녁식사 자리에서였다. 위대함은 소박함으로돌아온다는 생각은 늘 아주 매력적이었다. 시골 처녀들 사이에서 건초를 만드는 여왕이라든가처럼 …. 하지만 예수님의역사와 영광이 여러 세기가 지난 후 가난한 사람들 중에 가장 가난하다고 할 수 있는 겸손한 멕시코인 가족의 모습으로현현했다니, 그것도 세상의 끝에 있는 황야에서, 천사들도그들을 찾는 일이 거의 드문 그런 곳에서! - P315

그것은 바일랑 신부와는 아무런 관계도없는 존재 같았다. 그는 자신이 베르나르를 보는 것처럼 선명히 요셉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여전히 그들이뉴멕시코에 처음 왔을 때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감상이 아니었다. 그의 기억 속 요셉 신부에 대한 모습은 그것뿐이었다.
다른 모습은 없었다. 주교는, 장례식이란 단지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고자 했다. 장례식은 야외에서 텐트를 쳐놓고 거행되었는데 덴버에는, 그러니까 극 서부 지방 전체에는 건물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다. 그문제로 말하자면, 야외 장례식은 흰둥이의 장례식으로는 충분한 곳이었다. 장례식 이틀 전부터 마을과 광산 야영 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물밀듯이 내려왔다. 그들은 마차나 텐트나 헛간에서 잠을 잤다. 수도원 광장에 국민 전당 대회 때처럼 수많은 군중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 장례식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다. - P321

어느 날 아침 간호사가 그의 침대 근처에 신문을 놓고 나갔는데, 거기에 콜로라도의 주교가 죽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수녀가 돌아왔을 때 어느새 환자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즉시 기차역까지 마차를 타고가겠다고 그녀를 설득했다. 덴버에 도착하자마자 마차를 타고 주교의 장례식장으로 가달라고 했다. 그가 거기 도착했을때는 장례식이 거의 반은 끝나 가고 있었다. 죽어 가는 사람이 택시 운전사와 두 사제의 부축을 받으며 군중 속을 뚫고들어가 관 옆에 무릎을 꿇었는데, 이 장면은 어느 누구도 잊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를 위해 의자를 가져다주었고, 나머지 장례식 동안 그는 관 가장자리에 머리를 댄 채 앉아 있었다. 바일랑 주교가 무덤으로 운반되자 르바르디 신부는 병원으로 다시 이송되었고, 거기서 며칠 후에 그는 죽었다. 이것은 홍인족 인디언이건 황인종이건 백인이건 간에 요셉 신부가 친구를 아주 잘 사귀기도 하지만, 한번 사귀면 오래도록 진실한 친구로 만들어 개인적으로 특별히 헌신하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한 가지 실례이다. - P322

1875년 주교는 자신의 대성당을 짓기 위해 프랑스에서 온건축가가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기 전 그에게 애리조나를보여 주려고 그 지역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 그는 나바호족이 말을 타고 대평원을 다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 두 명의 프랑스인들은 이상하게 생긴 절벽을 구경하기 위해 캐년 데첼리 계곡에까지도 들어갔다. 위로 솟아오른 모래바위 벽들 사이 아래 땅에서는 또다시 곡식들자라고 있었고, 굉장히 웅장한 미루나무들 아래서 양들이 풀을 뜯으며 달콤한 시냇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은 꼭인디언의 에덴동산 같았다.
이제 늙어 아프게 되자 지나간 세월의 어둡고도 밝았던 그모든 장면들이 주교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추방되어 가는 나바호족들이 리오그란데 강에서 나룻배를 기다리며 짓 - P332

고 있던 그 무시무시한 얼굴 표정들, 얼마 남지 않은 가축들을 몰고 노인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게 줄지어 늘어선 생존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그가 이른 봄철 리틀 콜로라도에서 유사비오와 함께 보낸 시간이 떠올랐다. 그때 양이 새끼를 분만하는 철이 아직 끝나지 않은 때여서..… 피부가 거무스레한 사람들이 말을 타고이리저리 다니며 엄마 잃은 어린양들을 찾아 품에 안고 들어왔고..... 젊은 나바호족 여자가 엄마 양을 찾을 때까지 어린양에게 자기 젖을 주고 있었다.
「베르나르」 연로한 주교가 중얼거렸다. 주님께서 그런잘못된 일들이 올바로 되는 행복을 내가 볼 수 있도록 오래살게 해주셨구나. 옛날에 나는 인디언이 멸종할 것이라고 믿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아. 주님께서 인디언을 보호해주시리라 믿어.」 - P333

수녀원장과 막달레나와 베르나르가 병든 주교의 시중을들었다. 주교는 침상에서 평화롭게 고통 없이 누워 있었기에그들은 지켜보며 기도하는 것 이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편안한 모습으로 보아 가끔 그는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눈은 뜨지 않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이 감돌고 의식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날이 저물어 가고 있을 즈음, 촛불이 켜지는 어스름 녘에주교 노인이 편치 못해서 약간 움직이더니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어였는데, 베르나르는 몇 마디를 알아듣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신부님? 저 여기 있어요.」주교가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손을 약간 움직이자, 막달레나는 그가 뭔가 물어보거나 말하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335

하지만 실상, 주교는 거기에 이미 없었다. 그는 그의 고향 산천 가운데 끝이 툭 튀어나온 푸른 밭에 가서 있었다. 그는 선교하러 떠날 것인지 그냥 고향에 머물 것인지, 그 앞에 놓인두 개의 기로 속에서 고통에 차 있는 젊은이에게 위로를 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는 신앙심이 돈독하고 고통으로 인해 지쳐 있는 사제에게 새로운 <의지>를 북돋워 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짧았다. 파리행 역마차가 이미 산길에서 우르릉거리며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 어두워진 후 대성당 종이 울렸을 때, 산타페에 사는 멕시코 주민들은 무릎을 꿇었고 미국인 가톨릭교도들도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지 않은 다른 많은 사람들도 마음속으 - P335

로는 기도를 했다. 유사비오와 테스케에서 온 소년들이 그들의 부족들에게 주교의 임종 소식을 전하기 위해 조용히 떠났다. 다음 날 아침 대주교 노인은 그가 지은 성당의 높은 제단앞에 놓여 있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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