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행복이 얼마나 희귀한지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처해 있는지, 행복을얻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뿐만 아니라 그는 행복을 묘사하는능력도 있었다. 그의 소설이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게 된 데에는 이 보기 드문 재능의 공이 크다. 그가 이미 아는 사실을그 유명한 문장으로 부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는 거짓말과부정을 아주 많이 했다. 아마 그보다 뒤처진 많은 소설가들보다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그는 거짓말할 것이 많았다. 또한 무자비하고 이론적인 그리스도교 신앙 때문에, 소설에서는 스스로 진실임을 알고 증명한 온갖 것들을 부정했다. 그러니 어쩌면 그는 그 문장을 쓸 때 그냥 허세를 떨었던 건지도 모른다. 근사한 문장이 아닌가. 소설의 첫 문장으로도 훌륭하다. 다음 에세이에서 나는 낯선 사람을 이스마엘로 부르라는 말을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 P70
그러니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그 어떤 여행안내서보다 훌륭한 우리 세계의 안내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남미의 마술적 사실주의 작가들, 그리고 인도 등여러 곳의 비슷한 작가들이 자신의 나라와 동포들의 역사를전적으로 진실하게 계시적으로 묘사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니 변방 대륙, 변방 국가의 작가였던 호르헤 루이스보르헤스,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세찬 물결이 되어 흐른 현대적 사실주의가 아니라 변방의 전통을 선택한 그가 지금도 우리 문학의 중요한 작가로 남아 있다. - P82
그의 시와 소설, 명상과 도서관과 미로와 갈림길에 대해그가 남긴 이미지, 호랑이와 강과 모래와 미스터리와 변화가등장하는 그의 책은 어디서나 존중의 대상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자양분을 주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되고 다급한 말의기능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역경』이나 『옥스퍼드 영어사전』과 같다. 우리를 위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정신적인 이미지"를 형성해주는 것. 그 덕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우리가 그 세상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찬양하면 되는지, 무엇을 무서워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있게 된다. - P82
내가 서버의 작품을 읽으며 웃음을 터뜨린 것은 그가 말장난을 했을 때였다. 마크 트웨인의 유머를 아이도 이해할 수있다는 점은 그가 말을 가지고 노는 방식과 크게 관련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시치미를 뚝 떼고 내뱉는 엉터리 같은 말, 놀라운 단어 선택, 큰어치가 오두막에 도토리를 가득 채우려고하는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다가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도 그 큰어치를 생각하면 평화로운 유쾌함이 나를 감싼다. 그런데 그모든 유머의 근원이 바로 그의 이야기 방식이다. 이야기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이야기 방식이다. 아담의 일기도 재미있는 부분은 아주 재미있다. 아담의문체 덕분이다. - P90
그래서 그녀는 그 안에 사는 생물들, 자신이 물고기라고 부르는 생물들을 안쓰러워했다. 이름이 필요하지도않고 이름을 불렀을 때 다가오지도 않는 것들에게 그녀가 계속 이름을 묶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의 행동은 그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엄청난 멍청이였다. 그래서 그녀는 어젯밤 그것들을 많이 가지고 들어와서 추울까 봐 내 침대에 넣어두었다. 나는 하루 종일 간간이 그것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는데, 그것들 - P90
이 전보다 더 행복해진 것 같지 않다. 그냥 더 조용해졌을뿐이다.
이것이야말로 마크 트웨인 특유의 절묘한 문장이다. 그는 특정한 방향을 향하는것같지도 않은데 숨이 막힐 만큼정확히 금광에 도착하는 정처 없는 만담으로 힘들이지 않고광대한 땅을 모두 아우른다. 분별 있는 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어쩌면 그 구불구불한 궤적을 모두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문장의 움직임, 멍청이라는 단어, 물고기를 침대에넣는다는 말에 즐거워할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서 이 글을다시 읽는다면, 거기서 느끼는 보상 또한 자라날 수밖에 없다. 이제 어른이 된 그 아이가 이 글에 대해 에세이를 쓸 일이생겨서 위의 문장을 열심히 연구한다면, 여기에 사용된 어휘, 구문, 속도 조절, 감각, 리듬에 완전히 감탄하게 될 것이다. - P91
특히 마지막 문장의 멋들어진 타이밍이 그렇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 글을 여전히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그렇게 읽고 있다. 트웨인의 유머는 불멸이다. 작년에 나는 산문의 리듬을연구하기 위해 「뜀뛰는 개구리의 한 문단을 분석했다. 그 문단을 상세히 살피고, 해부하고, 박자를 헤아리고, 여러 구절을 그룹으로 묶고, 해체해서 간단한 드럼 악보 같은 것으로만들었다. 이렇게 온갖 짓을 한 뒤에도 그 문단을 읽을 때마다 나는 예전과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신선하고 생기 있고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산문 그 자체는 불멸이다. - P91
그래서 우리가 그를 신뢰하는 건가 싶다. 그가 우리를 실망시킬 때가 아주 많은데도. 아담의 일기에서 나이아가라에대해 멍청한 소리를 늘어놓는 부분(나이아가라 폭포에 대한어떤 간행물과 어울리게 일부러 집어넣었음이 분명하다)처럼 문제가 있는 대목을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보았다면 나는대체로 그 작가를 불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순수성은 아주 분명하다. 쉽게 타락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대목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도 용서받는다. 예전에 어느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연주 중에 실수를 아주 많이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음악이 진실했기 때문에 그실수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유머를 강요할 때가 간혹 있기는 해도, 언제나 그의 목소리가 되돌아와 우리 마음에 닿는다. 그의 목소리는 과장과 어리석음과 터무니없이 지어낸 이야기와 절대적인 정확성과 진실을갖고 있다. - P92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어른이 된 지금도 내게 그 작품은사리에 맞는 이야기지만, 그 독창성과 용기를 옛날보다 더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그 대담함, 그 정신의 놀라운 독립성! 경전하고, 신앙심 깊고, 검열이 자행되고, 독선적이던 1896년의 그리스도교 국가 미국, 아니 따지자면 1996년의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나라에서 이브와 아담을 하느님의 도움 하나 없이 그리고 따지자면 뱀의 도움도 없이, 에덴동산 밖으로 내던져 하느님이 불필요한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죄와 구원, 사랑과 죽음을 철저히 인간의 일로, 우리의책임으로 우리 손에 돌려준 것, 이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영혼, 용감한 영혼이 한 일이다. 어렸을 때 그런 영혼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한 나라가 마크 트웨인 같은 존재를 가슴에 품는 것이 얼마나큰 행운인지, - P100
소설가는 언어로 현실을 만드는 사람이다. 글쓰기라는 예술은 모두 말로 장난하고, 말 속을 뒹굴고, 말에 빠져 흥청망청 즐기고, 말에 집착하고, 그 안에서 현실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말을 진흙처럼 빚어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작가들은 멋지고 뛰어난 솜씨로 손을 더럽히는 법이 없지만, 코드웨이너 스미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전부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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