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랑몰랑한 백설기를 뜯어 입으로 가져가던 그녀는, 오전일한시경 부스에 든 뒤로 화장실에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사이 햇살요양원 마당을 거닐던 노인들은 사라지고 없다. 늦은 오후의 산책을 끝마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증발해버린 것 같다.
그녀는 의자 밑에 놓아둔 가방에서 은색 파우치를 꺼낸다.
화장품 가게에서 사은품으로 얻은 파우치다. 파우치 지퍼를열고 립스틱을 꺼내든다. 립스틱을 바르자 입이 얼굴과 겉돌면서 붉게 떠오른다. 그녀는 립스틱을 덧바른 뒤 도로에 두눈을 고정시킨다.
석양이 깔려와 부레처럼 부풀어 보이는 도로 위로 차가 한대 나타난다. 차는 음산요금소를 향해 느리지도, 빠르지도않은 어중간한 속도로 달려온다. 차 종류와 색깔이 잘 분별이 안 된다. 그녀는 방금 립스틱을 발랐다는 것을 망각하고는 립스틱을 덧바르며, 검은색 그랜저가 아니기를 속으로 간절히 바란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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