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램 Christina Lamb

영국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중동,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가장 위험하고 치열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에서 활동하면서 전쟁의 메커니즘과 참상을 보도해왔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정치,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22세 때인1987년 우연한 기회에 파키스탄에 가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이듬해인 1988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점령을 보고하여 ‘올해의 젊은 기자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 ‘올해의 기자‘로 선정되었고, 유럽 최고의 전쟁 보도상인 바이외칼바도상을 비롯해 15개의 주요 언론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언론 활동에 대한 공헌을 기려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에서 리비아, 앙골라에서 시리아 등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는 곳뿐 아니라 에리트레아와 짐바브웨 등 내전이 일어나는 곳을 취재했다. 브라질 원주민에 대한 탄압을 취재하기 위해 아마존 오지에가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탈레반의 매복 공격을 받아 간신히 살아남은 적도 있다. 2007년에는 베나지르 부토파키스탄 총리가 폭탄 테러로 사망했을 당시 같은 버스에있기도 했다. 최근에는 나이지리아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소녀들과 이라크의 야지디족 여성을 비롯해 버마와 르완다, 아르헨티나, 독일, 세르비아 등 전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집중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함께 쓴 《나는 말랄라Am Malala》를 비롯해 《아프리카 하우스The Africa House》《카불이여 안녕 Farewell Kabul》 《알레포의 소녀The Girl from Aleppo》 등을썼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비영리단체인 전쟁·평화보고연구소(IWPR)와 아프간커넥션의 이사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 명예교수로 있다.

이 책은 200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행해진 전시 강간 피해자들과의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버마의 로힝야 집단 학살부터방글라데시 해방 전쟁, 르완다의 투치족 집단 학살, 보스니아 전쟁,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과 함께 중동의 ISIS와 나이지리아 보코하람의등장, 콩고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까지, 역사를 살아낸 개인의 이야기를엮었다. 전쟁 성폭력 피해자는 네 살부터 여든아홉 살까지 다양하다.
강간은 "세계에서 가장 방치된 전쟁 범죄"이며, 그 피해자들은 강간이차라리 죽음보다 끔찍하다고 호소한다. 그럼에도 강간은 테러와인종 청소라는 범죄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일일 뿐이라는 잘못된 믿음때문에 거의 법정에 오르지 않는다. 다루는 역사적 사건이 다양하고감정적으로 견뎌내기 쉽지 않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제니퍼 플래허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

전쟁에서 강간이 얼마나 심각하고 끔찍한 일인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강간은 세계에서 가장 무시되는 전쟁 범죄다. 이 여성들의 이야기에우리는 눈물을 흘리고 세계의 무관심에 분노할 것이다.

아말 클루니  국제 인권변호사

크리스티나 램은 이 책에서 여성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는 무척 어려운일을 해냈다. 이 책에 담긴 강한 여성 생존자들의 모습은 인간의 의지와마음이 빚어낸 비범한 성취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역사적·세계적으로강간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경고한다. 올해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이다.

이브 엔슬러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저자미시 모드

수천 년 동안 집단 강간은 전쟁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역사에서 그에 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마침내 이 용감하고아름답고 혹독한 책이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인상적이고 감동적으로 담았다.

베터니 휴즈 ㅣ <아테네의 변명>, <여신의 역사》의 저자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충격적인 책이다. 조사하고집필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의무는 이 끔찍한 진실,
즉 여성에게 남성이 가한 비인간적 범죄의 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앤터니 비버 역사학자, <제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의 저자

우리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겼고 속으로 여러 번 죽었지만우리의 이름은 어느 기념비에도, 어느 전쟁기념관에도새겨지지 않을 것입니다.

- 아이샤,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강간 생존자

옮긴이-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 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의 약자다. 이조직의 아랍어 명칭인 ‘알다울라 알이슬라미야 피 알이라크 와 알샴al-Dawla al-Islamiya fi al-Iraq wa al-Sham‘에서 ‘알샴al-Sham‘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ISIS, 또는 ISIL(이라크와 레반트 지역의 이슬람국가 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이라 옮겨지며, 아랍어 명칭의 머리글자를 따서 다에시 Daesh 라 불리기도 한다. 2014년 모술을 점령한 ISIS는 지도자 아부 바르크 알바그다디를 선지자 무함마드의 후계자이자 이슬람 공동체의 지도자인 칼리프로 추대하며 그가 이끄는 칼리프 국가의 수립을 선포했고, 이슬람국가 Islamic State(IS)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IS,
ISIS, ISIL, 다에시, ‘자칭 이슬람국가self-styled Islamic State‘, ‘이른바 이슬람국가 -called Islamic State‘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요즘까지도 이런 분쟁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남자다. 남자에 대해 쓰는 남자. 그리고 가끔은 남자에 대해 쓰는 여자. 여성의 목소리는 빠질 때가 너무 많았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초반에 나는 <선데이 타임스》 현장 통신원 여섯 명에 속해 있었고,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나중에 나는 이 시기에 보도된 기사를 읽다가 여자 동료 두 사람 중하나와 남자 동료 셋 모두 이라크 여성의 말은 단 한 줄도 인용하지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이라크 여성은 그곳에 없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분쟁지역을 남자의 땅으로 여기는 것은 기자만이 아니다. 여러연구가 거듭 입증한 바에 따르면 여성이 참여할 때 평화협정이 더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큰데도 종전 협상에서 여성은 배제될 때가 많다.
한때 교전 지역에서는 우리 같은 여성이 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여성을 대우하는 어떤 명예 규율 같은 것이 있다고.
그러나 테러리스트 집단과 죽음을 파는 장사꾼에게 명예 같은 것은없었다. 오늘날의 많은 분쟁지역에서는 분명 여자인 것이 더 위험하다. 최근 5년간 나는 해외 통신원으로 보낸 지난 30년 동안 목격한것보다 더 충격적인 잔학 행위가 여성에게 자행되는 것을 이 나라저 나라에서 목격했다. - P18

고대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인과 페르시아인, 로마인부터 시작해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중앙아시아 곳곳에 남겨진파란 눈의 금발 아이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 제국군의 ‘위안부‘와, 붉은군대가 독일 여성에게 저지른 집단 강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여성이 오랫동안 전쟁의 전리품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성기를 공포를 낳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남자의 발견은 최초의 조악한 돌도끼와 불의 사용과 함께 선사시대의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될 것이다." 미국의 저자 수전 브라운밀러 SusanBrownmiller가 1975년 강간을 다룬 획기적인 책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Against Our Will)에서 내린 결론이다. - P19

그래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전시 강간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사실, 모든 분쟁 당사자가 전시 강간에 책임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자행된 잔학 행위에 분노하며 승전국은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뉘른베르크와 도쿄에 최초의 국제재판소를 세웠다. 그러나 성폭력 기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사과도 없었다. 침묵만 있었다. 성노예로 고통받은 위안부 여성에 대한 침묵. 스탈린의 군대에 강간당했으나 역사 교과서에는 한줄도 언급되지 않은 수천 명 독일 여성에 대한 침묵, 스페인에서 프랑코 장군의 팔랑헤 당원에게 강간당하고 가슴에 낙인이 찍힌 여성에 대해서도 침묵.
이런 반응이 너무나 오래 이어졌다. 전시 강간은 묵인되었고,
처벌받지 않았다. 군과 정치 지도자는 부수적인 문제인 양 넘기거나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를 부인했다. - P22

그리고 미투(#MeToo) 운동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에게 2017년은 아마 성폭력에 대한 발언에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할리우드의 여배우들과 제작 보조들이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HarveyWeinstein의 성폭력을 진술한 뒤 이를 이어 등장한 미투 운동으로 많은 피해 여성은 자신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걷어내고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었다.
많은 여성처럼 나도 미투 운동을 기쁨과 경악이 뒤섞인 심정으로 지켜봤다. 그렇게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리고 나 같은 중년 여성이 한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추행을 거부한다는 것에기뻤고, 성폭력이 그토록 만연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여성은 살아가는 동안 세 명 중 한 명꼴로 성폭력을 경험한다. 성폭력은 인종도계급도 국경도 가리지 않는다.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나는 또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 변호사를 찾아갈 여력이 없고 미디어에도 접근할 수 없는 여성은 어떻게 할까? 강간이 무기로 쓰이는 나라의 여성은 어떻게 할까? - P24

그러니 총이나 마체테를 든 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에서 돈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여성들의 상황을 상상해보라. 성폭력 상담도, 배상도 없다. 오히려 그들 자신이 비난을 받는다. 신체적손상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평생의 트라우마와 잠 못 들고 뒤척이는밤,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어려움, 그리고 어쩌면 자식 없는 삶까지 그들의 몫이 될 것이다. 심지어 공동체로부터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느린 살인 slow murder‘이라 불렀다.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몸은 여전히 전장이 될 때가 많고 수많은여성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상처를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언어로 들려주려고한다. 이 책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를 관통하며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어두운 행위를 살펴보는 충격적인 여정의 출발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장소를 돌아볼수록 나는 강간이 곳곳에 만연하며 그 이유는 국제 사회와 각국의 법정이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말하기도 듣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놀라운 용기와 영웅적 행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성은 그저 역사의 방관자가 아니다. 이제 이야기의 절반만 말하기를 멈춰야 할 시간이다. - P25

찌는 듯 더웠던 8월, 폐허가 된 그 정신병원에서 야지디 여성이한 사람씩 그림자에서 나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해외통신원으로 30년간 들어온 그 어떤 이야기보다 참담했다.
부서진 사람들. 가냘픈 몸과 빛이 사라진 지친 얼굴에 자줏빛이감도는 길고 짙은 머리를 드리운 여성들. 그들은 살아 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들 모두 부모와 형제, 자매를 잃었다. 그들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들이 싱갈Shingal이라 발음하는 사랑하는 고향 신자르 Sinjar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들이 은신처로여겼지만 결국 많은 이들이 허기와 갈증으로 죽어가야 했던 신자르산에 대해 이야기했다. 코초 Kocho라 불리는 작은 마을에 대해 이야기했다. ISIS는 그곳을 13일간 포위한 뒤 모든 남자와 나이 든 여자를 학살했고 처녀들을 잡아갔다. 그리고 티그리스강 동안에 있다는갤럭시시네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녀들 몇몇은 그들의 언니이거나 동생이었다. 이 못생긴 부류와 예쁜 부류로 분류된 다음 시장의 ISIS 대원들에게 팔리기 위해 끌려간 곳이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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