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관점이 나 자신이 처한 역사적 위치탓에 별종에가깝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스푸트니크호의 발사가 미국의 국가 과학 교육 정책에 미친 영향 덕분에 나같은 아일랜드계 천주교 신자 여성이 생물학 박사가 될 수 있었다. 나의 몸과마음은 페미니즘 운동뿐 아니라 2차 대전 이후의 군비 경쟁과냉전에 의해서 역시 구성되었다. 현재의 패배보다 정치가 발휘하는 모순적 효과에 주목하면 희망을 품을 이유가 더 많아진다.
체제를 옹호하는 미국 기술관료technocrats를 생산하기 위해 설계한 정책이 반체제자를 양산해내기도 한 것이다. - P68

20세기 후반의 정치적 상상력에 영향을 줄, 정체성 및 경계에관련된 신화 하나를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나의 논의는 조안나 러스Joanna Russ, 새뮤얼 R. 들레이니 Samuel R. Delany, 존발리John Varley,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James Tiptree Jr.,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 모니크 위티그Monique Wittig, 본다 매킨타이어 Vonda Mc-Intyre 같은 작가들에 신세를 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꾼인 이들은 하이테크 세계에 체현된다embodied는 것의 의미를 탐사한다. 이들은 사이보그를 위한 이론가다. 몸의 경계에 관련된 개념들과 사회 질서를 탐구한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 Mary Douglas(1966, 1970)는 몸의 이미지가 세계관과 정치 언어에 얼마나근본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 사람이다. - P69

뤼스 이리가레 Luce Irigaray 및 모니크 위티그와 같은 프랑스페미니스트들은 서로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몸에 관해쓰는 to write the body 방법을 알고 있으며 체현의 이미지, 그리고 특히 위티그의 경우에는 몸의 파편화와 재구성의 이미지로부터에로티시즘과 우주론, 정치를 직조해내는 방법을 안다. 수전그리핀Susan Griffin, 오드리 로드Audre Lorde, 에이드리엔리치AdrienneRich 같은 미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에깊은 영향을 주었다. 한편으로는 이들의 영향 때문에 우리가 친근한 신체적·정치적 언어로 허용할 수 있는 언어의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된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은 유기체적인 것을 옹호하면서 기술적인 것과 대립시킨다. 하지만 그들의 상징체계 및 그와 연관된 생태여성주의 및 페미니스트 이교 신앙 paganism 속에넘쳐나는 유기체주의는, 20세기 후반에 적합한 ‘대립 이념‘이라는 샌도벌의 용어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그들은 기계나후기 자본주의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만들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사이보그 세계의 일부다. - P70

미국 국경 안에서 시스터 아웃사이더는 같은 산업에서 분열과 경쟁을 유도하고 착취하기 위해 조작당하는 여성들의 인종적·민족적 정체성의 한복판에 놓인 잠재력이다. 유색인 여성은 과학 기반 산업에서 선호되는 노동력이며 전 세계의 성 시장, 노동 시장, 재생산 정치의 만화경을 일상으로 도입하는 현실의 여성들이다. 성산업과 전자제품 조립 공장에 고용된 젊은 한국 여성들은 고등학교에서 모집되고 집적회로를 만드는 교육을 받는다. 읽고 쓰는 능력, 특히 영어 능력은 다국적 기업에 이처럼 "값싼" 여성 - P71

노동을 매우 매력적인 것으로 만든다.
"구술적 원시성" 같은 오리엔탈리즘적 전형과는 반대로,
유색인 여성에게 읽고 쓰는 능력은 특별한 징표이며, 미국에서는 흑인 여성과 남성들이 읽고 쓰기를 배우기 위해 목숨을 걸어온 역사를 통해 습득한 능력이다. 글쓰기는 식민화된 집단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글쓰기는 구술 문화와 문자 문화, 원시적 사고방식과 문명화된 사고방식을 구분하는 서구 신화에서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해왔고, 더 최근에는 일신론적·남근적·권위주의적·단독적인 작업, 즉 유일하고 완벽한 이름을 경배하는서구의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phallogocentrism 를 공격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거쳐, 문제의 이분법들이 붕괴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 P72

글쓰기의 의미가 걸린 씨름은 현대 정치투쟁의 주요 형식 중 하나다. 글쓰기 놀이의 해방은 더없이 진지한 문제다. 미국 유색인 여성의 시와 이야기들은 글쓰기, 곧의미화의 권력을 쟁취하는 문제와 반복적으로 관련되지만 이때의 권력은 남근적이거나 순수해서는 안 된다. 사이보그 글쓰기는 에덴으로부터의 추방, 곧 언어 이전, 글쓰기 이전, (남성)인간의 등장 이전, 옛날 옛적의 총체성을 상상하지 말아야 한다.
사이보그 글쓰기는 본원적 순수함이라는 기반 없이, 그들을 타자로 낙인찍은 세계에 낙인을 찍는 도구를 움켜줌으로써 획득하는 생존의 힘과 결부된다. - P72

적이 아닌 모습의 사이보그 이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여러 결과가 생겨난다. 우리의 몸들, 즉 우리 자신인 몸들은 권력과 정체성의 지도다. 사이보그도 예외는 아니다. 사이보그 신체는 순수하지 않다. 에덴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이보그 신체는 통합적 정체성을 추구하지 않기에 종말 없는 또는 세계가 끝날 때까지) 적대적 이원론들을 발생시키며, 아이러니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나는 너무 적고, 둘은 오직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기계를 다루는 기술에서 느끼는 강한쾌감은 더 이상 죄가 아니고, 체현의 한 양상이 될 뿐이다. 기계는 생명을 불어넣거나 숭배하거나 지배할 대상 it이 아니다. 기계는 우리이고, 우리의 작동 방식, 체현의 한 양상이다. 우리는 기계를 책임감 있게 대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를 지배하거나 협박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계에 책임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다. 현재까지(옛날 옛적에), 여성적 체현은 주어진 것, 유기체적인 것, - P83

필연적인 것으로 보였고 어머니의 역할과 그것이 은유적으로확장된 활동 영역에서 발휘할 수 있는 솜씨를 뜻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배정받은 자리를 벗어날 때만 기계에서 강력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또한 따지고 보면 여성에게 적합한 유기체적 활동이었다는 핑계를 대야만 했다. 사이보그는 부분성,
유동성, 때로는 성과 성적 체현의 측면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젠더는 심오한 역사적 폭과 깊이를 지녔어도,
결국에는 보편적인 정체성이 아닐 수도 있다.
무엇이 일상의 활동과 경험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묻는 이데올로기적 질문에는 사이보그 이미지를 통해 접근해볼 수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최근, 일상의 삶에 묻혀서 어떤 이유에서든그 생활을 유지하는 쪽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잠재적으로 우월한 인식론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 P84

어느 정도는 솔깃한 주장이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여성의 활동을 드러내며 이것이야말로 삶의 기반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유일한 the 기반이라고? 여성들의 무지, 지식과기술로부터의 배제와 실패는 어떻게 봐야 할까? 남성들의 일상적 능력, 물건을 만들거나 분해하며 다룰 수 있는 지식은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방식의 체현은 어떻게 다뤄야할까? 사이보그 젠더는 전면적 복수를 행하는 부분적 가능성이다. 인종·젠더· 자본은 전체와 부분에 대한 사이보그 이론을 요청한다. 사이보그에게는 총체적 이론을 생산해내려는 충동이 없지만, 경계 및20 - P84

경계의 구성과 해체에 대한 친숙한 경험은 있다. 파급력 있는행위를 위해, 과학기술에 대한 한 관점과 지배의 정보과학에 도전하는 방법을 하나 제시할 정치적 언어가 되기를 기다리는 신화 체계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미지를 덧붙이면, 유기체와 유기체적인 것, 전체론적 정치는 부활의 은유에 의존하며 재생산을 위한 성이라는 자원을 반드시 소환한다. 나는 사이보그가 재생과관계가 더 깊고, 출산과 재생산의 기반 대부분을 의심한다고 말하고 싶다. 도롱뇽의 경우 다리를 잃는 것과 같은 상처를 입은뒤 재생하는 과정에서 신체 구조가 재생되고 기능이 복원되는데, 이때 다쳤던 부위에 다리가 두 개 돋아나는 등, 기묘한 해부학적 구조가 생겨날 가능성이 늘 있다. 다시 자란 다리는 괴물같고 덧나 있으며 강력할 수 있다. - P85

우리는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우리는 부활이 아닌 재생을 요구하며, 우리를 재구성하는가능성에는 젠더 없는 괴물 같은 세계를 바라는 유토피아적 꿈이 포함된다.
이 글에서 사이보그 이미지는 두 개의 핵심 주장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보편적이고 총체화하는 이론을 고안하면, 아마도 언제나, 지금은 확실히, 현실 전반을 놓치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둘째, 과학기술의 사회관계에 대한 책임은, 반과학적 형이상학과 기술의 악마학을 거부함으로써, 타자와 부분적으로 연결되고 우리를 이루는 부분 모두와 소통하면 - P85

서 일상의 경계를 능숙하게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내야 한다는것을 뜻한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만족시킬 수단이나 복합적 지배의 기반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 설명해왔던 이원론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 아니라,
불신앙을 통한 강력한 이종언어heteroglossia 를 향한 꿈이다. 이것은 신우파의 초구세주 회로에 두려움을 심는, 페미니스트 방언의 상상력이다.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 관계, 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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