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동물들과 비교되었다. 원숭이처럼 걷는다고, 개처럼 먹는다고, 가재 같은 손을 가졌다고, 그리고 전체적으로 닭이나 펭귄을 닮았다는 말도 들었다. 심술궂은 마음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유치원 친구들이 나를 가리켜 원숭이처럼 걷는다고했을 때 당시 나는 그들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내가 왜 그것 때문에 기분이 상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원숭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원숭이장난감을 수십 개나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이 말하기를, 나는 걸음마 시절 거대한 킹콩을 보러 동네 미니 골프장에 가는 걸 무척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아이들이 나를 원숭이와 비교했을 때 그것이 내게 잘 보이려고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 - P188

었다. 그것은 모욕이었다. 나는 그들이 내가 휠체어 없이 똑바로설 수 없음을 지적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상 인간처럼 설수없는 것 말이다. 동물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 나는 이것이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분리시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그들 말이 맞았다. 걸을 때 내 모습은 정말로 원숭이같다. 혹은 유인원, 어쩌면 침팬지와 닮았을 것이다. 나의 선자세는 <진화의 행진> 그림의 두 번째나 세 번째 형상에 가장 가깝고, 마지막 형상이 아님은 확실하다. 이 유사성은 손이나 도구를사용하지 않을 때 나의 먹는 모습이 개를 닮았다는 말처럼 단순한 사실에 불과하다. 이런 비교들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지는 않은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꼭 부정적일 필요는 없는 그런 사실일 뿐이다. - P189

언젠가 장애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장애 때문에 동물과 비교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때 많은 답변들이 날아왔다. 마치 개구리의 다리, 펭귄의 뒤뚱거림, 바다표범의 팔다리와 원숭이의 팔에 관한 동물 우화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하지만 얼굴을 찌푸리며 부정적으로 내뱉는 탄식들로 미루어보건대 이런 비교들 대부분이 기분 좋게 떠올리는 것들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한 친구는 어릴 적 엄마가 자기에게낙타처럼 걷는다고 했다고 내게 알려주었다. "손과 다리를 바닥에 대고 걷는 나를 보고 엄마가 그렇게 불렀어. 엉덩이는 낙타의육봉처럼 공중으로 내밀고 말이야.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어. 나에겐 낙타 프라이드camel pride가 있다고 말하곤 했으니까." 그녀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새아빠에게 내 팔이 원숭이 - P189

같다는 말을 듣는 건 싫었어."
장애인을 동물과 비교하고 동물처럼 다룬 역사적 사례 중19~20세기 초반 미국과 유럽의 사이드 쇼처럼 염치없고 뻔뻔하고 노골적인 예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이드 쇼는 초기의궁정 기형쇼를 대중화한 것으로, 당대의 식민주의적이고 과학적인 드라마들을 상연했다. 펭귄 걸 미뇽 Mignon the Penguin Girl, 개의 얼굴을 가진 소년 조조Jo-Jo the Dog-Faced Boy, 이게 뭐야? What-is-it,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the Missing Link, 유인원 소녀 크라오Krao, theApe Girl 등. 사이드 쇼라는 스펙터클에서는 동물성이 중심을 차지하는데, 여기서 가장 모욕적인 동물 비교는 유색인과 지적장애인의 몫이었다. 사이드 쇼에서 동물성은 연출 기법과 스펙터클을 통해 통상적인 범주나 구분을 위반함으로써 상상력에 불을지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적 인종주의, 제국주의적 팽창,
식민지화 그리고 장애에 대한 공포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 P190

어떤 차원에서 나는 내가 동물로 식별되는 게 항상 옳다고 느꼈다. 어릴 때, 잠깐 동안 나는 내게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개처럼 짖곤 했다. 내가 겁이 많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에 따르면 진심으로 개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당연하게도 이런 나를 보고 몹시 충격을 받았다. 부모님은 휠체어를 타는 어린이가 갖는 사회적인 의미에 대해서뿐 아니라 내가 짖고 있는 것까지 걱정해야 했던 것이다. - P207

이 글을 나는 버클리 시내의 한 카페에 앉아 쓰고 있다. 필요한 모든 것을 가방에서 꺼내 앞에 있는 테이블에 늘어놓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컴퓨터 패드 가장자리를 입으로 문 뒤흔들어가방에서 빼내야 했다. 그러고는 그것을 테이블 위에 놓은 다음키보드에 대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필요한 모든 것을 꺼내기위해 이 일을 몇 번 더 되풀이했다.
공적인 장소에서 손 대신 입을 쓸 때 나는 내가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비장애 신체의 에티켓뿐 아니라 사람이 몸에 어떤 방식으로 깃들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우리는 말하기 위해, 먹기 위해 입을 사용한다. 하지만 입은 세균과 입김, 침이 있는 구멍이며, 매우 개인적인 곳이다. 입은 성적이다. 입은 동물적이다. - P208

그러나 손은 인간적이다. 인간은 마주 볼 수 있는 엄지손가락과 정교한 네 손가락을 가졌다. 직립 이족보행이 그렇듯 인간의 손은 우리의 뇌가 크다는 증거로 언급되었다. 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게 되면서 인간 문화가 탄생할 수 있는 문이리기도 했다. 손은 우리 신체의 민첩성을 대표하고, 다른 종과의분리를 나타내는 징표이다.
나는 내 형상 속에서 동물을 느낀다. 이 느낌은 교감의 일종이지 수치심이 아니다. 나의 동물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내 몸이나 다른 비규범적이고 상처 입기 쉬운 몸들이 자신의 주변 세 - P208

계를 움직이고, 보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존엄성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동물화된 부위와 움직임에 대한 주장이고,
내 동물성이 내 인간성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동물성이 인간성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비유적으로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는 우리가 동물 같다거나 동물이라는 관념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뜻이 아니다. 물론 두 주장 모두 맞지만 말이다. 내가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바로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할 정도로 당연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잊어버리는 사실이다. - P209

나는 의학적으로 변형된 지금의 몸보다 장애가 있는 "선천적인" 몸에 더 끌린다. 다소 나르시시즘적인 면이 있지만, 이런 끌림은 나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비장애중심주의 그리고내면화된 억압을 온몸으로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는지금의 몸에 애착을 느낀다. 딛고 설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발, "원숭이 같은 자세로 잠시 나를 떠받치는 두다리를 나는 좋아한다. 만약 내가 다른 몸을 가졌다면, 나는 그몸으로 사는 법을 배웠을까? 그 몸에 (그 몸이 공간을 헤쳐가고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에) 애착을 느꼈을까? 어쩌면 내 안에 비장애중심주의가 아주 깊이 뿌리내린 나머지, 의료적 개입이 있기 전 아기였을 때의 "더욱 심한 장애를 가진 몸에 그것을 투사했는지도 모른다. - P214

나는 내 몸이 인간의 개입과 불가분하다고 본다. 그렇지않은 몸이 과연 있을까? 인간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꿀벌이 소멸해가고 북극곰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 시대에 생태계 전체가 어떤 식으로 인간 사회의 영향을 받는지 생각해보는 것은어렵지 않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자연을 결코 우리 자신의 관점을 초월해서 볼 수 없다는 점을 좀 더 중요하게 언급하고 싶다.
우리는 "자연"이라고 불리는 것과 그것을 인지하는 인간의 감각을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내가 상상하는 수술 이전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수술 이후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더 혹독했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조차, 어떻게 해야 몸이 더 자연스러워보이고,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하고, 몸이 어떤 식으로 공간에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단단히 매여 있다. 내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는 이 "자연"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어떻게 정의했는가? - P216

장애학 연구자와 운동가들은 "불구의 시간crip time"이라는 개념을 오랫동안 이론화했다. 불구의 시간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서로 다른 속도로 살고 있고 우리의 시간 감각이 경험과 능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을인정하는 것이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작가이자 장애운동가인앤 맥도널드 Anne Mcdonald는 자신의 시간 감각을 이렇게 묘사한다. ‘나는 삶을 슬로우 모션으로 살고 있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나의 생각은 여느 사람만큼이나 빠르고, 동작은 약하고 불규칙하며, 말은 유사 속 달팽이보다도 느리다."20 장애는 속도 조절 그리고 진전에 대한 다른 감각을 조성하며, 때로는 수명에 대해서도 다른 감각을 조성한다. 옷을 입거나, 식사를 준비하거나,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우리에게 시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면, 극심한지적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나 매우 다양한 동물들의 시간은 어떻게 다시 개념화될 수 있을까?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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