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나우라 테일러Sunaura Taylor


장애운동가, 동물운동가 겸 작가, 인간의 동물 이용과 착취전체에 반대하는 비건 동물 착취 철폐론자로 살고 있다. 이운동들에 대한 열정을 동력 삼아 활발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선천성 관절굽음증을 가지고 태어났고, 조지아주 애선스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뉴욕대학교 사회문화분석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생태 과학·정책 · 관리 분과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테일러가 제작한 미술 작품은 CUE 예술재단, 스미스소니언예술협회, 버클리 미술 박물관을 비롯하여 미국 곳곳에 전시되었다. 또한 조앤 미첼 재단 예술 기금·문화와 동물 기금의지원을 받았고, 장애와 예술 두 분야를 아우르는 국제 조직VSA에서 주관하는 신인 장애예술가 발굴 프로그램 입선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을 출간하기 전에는 주로 《먼슬리 리뷰》, 《예스 매거진》, 《아메리칸 쿼털리》, 《퀴 파를레》 등의 잡지에 글을 발표했다. 지금도 여러 잡지와 웹진 등에 글을 쓴다. 함께 쓴 책으로 에코페미니즘: 다른 동물들 및 지구와의 페미니즘적 교차》(2014), 《점거하라! : 점령된 미국의 정경》(2011) 등이 있고,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와 가진 대담이 다큐멘터리 <음미된 삶>(2008, 애스트라 테일러)의 한 장면으로 삽입되었다.
《짐을 끄는 짐승들》은 수나우라 테일러의 첫 번째 단독 저작으로, 2018년 아메리칸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 복잡한 세계를 종횡무진하던 테일러는 결국 이 알 수없는 세계 앞에 나를 데려다놓았다. 그의 치밀한 논증을 따라가기 위해 몸과 정신이 팽팽히 긴장해 있던 나는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하지만 테일러가 ‘여기서부턴 함부로 선고해도 돼‘라고 하지 않고 ‘알 수 없으므로 우리는 그들에게 유리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말할 때 가슴이 뜨거워지고 코가 시큰거렸다. 거부할 도리가 없는 아름다운 말이었다. 인간이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중심주의와 비장애중심주의를 그가 보기 좋게 조각 내었다. 세계의 확장은 내가 아는 만큼이 아니라내가 알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가장 혁명적으로 이루어진다. 동물의 권리라는 세계에 눈떴을 때, 그 아득하고 거대한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할 언어를찾았다. - P20

관절굽음증이라는 신체적 장애와 뛰어난 지적 언어적 능력을 통합해 장애해방과 동물해방, 페미니즘을 종횡무진 오가는 테일러의 글쓰기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는 나에게 언어를 주었다 빼앗길 반복하고 나는 언어를 쌓았다 무너뜨리길 반복했다.
테일러는 어떤 몸들을 열등하다고 낙인찍고 감금하고 때리고죽일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한 동물해방도 장애해방도 일어날 수 없음을 보인다. 장애인 차별에 저항한다면 종차별에도 저항해야 하며, 종차별에 반대하는 비거니즘에 대해선 동시에 비장애 중심주의에도 반대하는 급진적 입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비거니즘을 ‘불구화‘한다. 비거니즘 또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맥락 속에 있어서 누군가는 음식을 선택함으로써 저항할 수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고, 더 다양한 실천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P25

짐과 짐승이 서로를 끌고 해방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제안하는 이 책의 모든 장이 좋았다. 이 치열한 책을 네 번 읽었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내가 기쁘게 이 글쓰기에 응한 이유는필사적으로 읽기 위해서였다. 동물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동료들과 인권을 위해 싸우는 동료들 모두에게 간절하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외치는 인간들 그리고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외치는 동물들과 함께 둘러앉아이책을 읽고 싶다. 경쟁과 효율성, 자립, 언어와 이성을 중심에 두지않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함께 상상하며 서로가 꿈꾸는 세계가놀랍도록 닮았다는 것을 기쁘게 확인하고 싶다. - P26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동물산업 곳곳에 장애를 가진 몸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또한 동물의 몸이 오늘날미국에서 장애를 가진 몸과 마음이 억압당하는 방식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동물을 둘러싼 억압과 장애를 둘러싼 억압이 서로 얽혀 있다면, 해방의길역시 그렇지 않을까? - P33

고기에 대한 깨달음은 나 자신의 몸에 대한 깨달음보다더 오래 남았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나로서는, 몸이 드러나는 다른 방식을 알지 못한다. 나로 사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세 번째로 바닥에 넘어졌을 때 깨달았던 것은 금방 잊어버렸다. 남들과 신체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내게는 추상적인 것이었고, 너무 추상적이어서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별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처음 휠체어에 탔던 때, 잠시동안 물리치료를 받던 때, 손을 교정하는 보조장구가 고통스럽기만 하고 내게 필요하지 않다고 엄마 아빠를 설득하던 때를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고기가 동물로부터 만들어진다는것을 깨달았을 때 받았던 강렬한 감각과는 달랐고, 나는 이 잊기 힘든 감각으로 인해 항상 잔인성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다. - P38

사람들이 동물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믿음으로 항의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게 된 건 여섯 살 때였다. 나는 동물들이 억압당하는 방식들에대해 말할 수 있었고, 동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들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장애인들에 관해서도 동일한 것을 깨달은 건 스물한 살이 되고 나서였다. - P42

장애억압과 장애운동은 장소와 경험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며, 각 집단은 자신들의 고유한 문제와 마주한다. 문제를 더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비장애 신체able-bodiedness와 장애 사이의구분이 전혀 명확하지도 영구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장애는 어떤 사람이 떠안는 정체성이기도 하고, 투쟁의 조건이기도 하고, 해방을 발견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데 활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동시에, 장애는 이 모든 것이기도 하다.
장애가 한 개인의 삶을 구축하는 체험일 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 정치 그리고 문화가 구축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장애란 단순히 주변부에만 속하는 것도, 의약계만의 사안인 것도, 소수의 특정한 역사적 사건들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 P59

우리가 장애가 있는 몸에 대해 갖는 전제와 선입견의 뿌리는 매우 깊다. 너무나 깊은 나머지 이 인간의 비장애 중심주의를 비인간 동물에게까지 투사할 정도다. 비인간동물들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몇몇 비장애중심주의 서사들에 예속되어 있다. 이를테면 여우를 쏘는 일로 이어진, "죽느니만 못하다"라는가치판단에 관한 서사는 반려동물 안락사peteuthanasia나 축산업관련 논의에서 흔한 화두로 등장한다. 이 밖에도, 큰 역경을 딛고 우리의 감동을 자아내는 장애동물 disabled animal 이야기도 있다. 이런 유의 이야기는 다소 예상 밖의 것이지만,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듯하다.  - P69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대하는 방식,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비인간 동물을 학대하는 방식에 심각한 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이 경우, 장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을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어떻게 감금, 학대, 방치, 교배 그리고 고통과 장애를 분리할 수 있겠는가. 그 어떤 움직임이나 욕망도 인정받지못한 채 무시당하는 환경에서 사는 암탉에게 장애란 무엇을 의미할까? 환경이 모든 것을 한계 지어 스스로의 몸으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탐색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할 때 신체적인 제약이나 차이는 무엇을 뜻할까? 많은 장애인들이 그렇듯, 이 동물들에게도 신체적·정신적 손상 그 자체는 자신이 안고 있는 다른문제들에 비해 사소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 P96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이 만들어낸 장애들, (인간이 다른동물에 비해 우월하다고 믿는) 종차별주의 speciesism와 잔인성이 낳은 장애들은 장애에 대한 나의 이해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내게는 고통이라는 문제가 남았다. 장애에 대한 정치적 이해에 천착하는 많은 이들은 이 고통에 관한 문제를 멀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장애운동가와 연구자들은장애는 고통과 다름없다는 등식에 맞서 수십 년을 싸워왔다. 많은 이들이 장애를 둘러싼 고통 대부분이 비장애중심주의, 이를테면 장애인들이 마주하는 차별과 소외 같은 것에서 유래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운동가들이 고통의 서사를 밀어내려 했던 것과 달리동물윤리 연구 영역에서 고통의 서사는 도처에 널려 있다. 동물운동가들은 동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고, 인간이 왜 이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역설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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