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뿔 또한 내전, 국경 분쟁, 극단주의, 해적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갈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군사 및 경제 전략 못지않게 교역에서 잠재적인 이익을 바라보는 터키, 중국, 걸국가들을 비롯한 미국의 관심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급수탑으로서 에티오피아가 기술과 자원을 현명하게 사용할수 있다면 그 개혁은 이 나라뿐 아니라 이 지역 모두에게 행운의 여신이 될 수 있다. - P342

산맥과 강들이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어렵게 한 탓에 스페인은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로 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이 때문에 각 지역의 정체성과 언어가 고스란히 보존될 수는 있었다. 스페인정부는 이러한 지리상의 장벽을 철도와 도로망으로 극복하려고 애써왔다. 1848년에 바르셀로나 항만 지역과 마타로를 잇는 길이 29킬로미터의 철도 구간이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개통되었다. 이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노선이 속속 개통되면서 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퍼져나갔다. 현대의 도로 시스템은 20세기 후반 들어서야 제대로 연결이 되었다. 1969년에는 다시 바르셀로나와 마타로를 연결하는 최초의 단거리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그런데 중앙 정부가 <스페인적인 것>을 만들어내려고 하자 카탈루냐, 바스크, 갈리시아를 비롯한 지방 주민들은 자신들만의 유산을 지키겠노라 결심했다. 이번에도 지리가 그들을 분리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일례로 안달루시아와 메세타를 가르는 장장 485킬로미터의 시에라모레나 산맥을 관통하는 천연도로는 아찔하게 절벽이 펼쳐진 데스페냐페로스강의 협곡이 유일하다. - P342

에티오피아는 드넓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일찌감치 군사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억 1천만 명이 넘는 이 나라 인구는 2030년에는 1억 3천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이자 이 지역에서 가장 정착 인구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케냐에는 거의 5천2백만 명, 우간다에는 4천5백만 명,
수단에는 4천3백만 명, 소말리아에는 1천5백만 명, 남수단에는 1천1백만 명, 에리트레아에는 3백만 명, 그리고 지부티에는 1백만 명이거주하고 있다. 이들 나라 인구를 모두 합치면 아프리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패권을 잡는다면 아프리카 정치 테이블에서 상석에 앉을 수 있다. - P344

에티오피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지역 중 한 곳에, 그것도 그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금세기에 수단, 남수단,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는 모두 내전을 겪었다. 케냐는 대규모 민족 분쟁과 더불어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둔 알샤바브(소말리아의 극단주의 테러 조직)가 자행하는 테러 공격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지부티정도가 이 끔찍한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 P344

333448나라 모두가 그렇듯이, 이 나라 또한 분쟁 지역에서 탈출한 난민 유입 문제를 처리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다. 이 문제는 결과적으로 사실상 항만 도시국가인 지부티에서 부족 간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다른 국가들끼리의 관계도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예컨대 소말리아와케냐는 참치 어족이 풍부한 데다 천연가스와 원유가 매장돼 있는 걸로 추정되는 10만 평방킬로미터를 두고 해양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중동 국가들 간에는 오래된 문화유산과 - P345

교역로가 연계된 장구한 역사가 있다. 홍해 양쪽을 지리적 전체로 조망해 보면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 나라들이 경제 계획을 세우고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데있어 에티오피아가 도울 수 있다면 지역 안정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강력한 국경과 국내의 안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2021년에는 에티오피아 정부와 북부의 티그레이 지역 간에 본격적인분쟁이 벌어져서 금방이라도 전면적인 내전으로 격화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소말리아와의 국경지대에서 알샤바브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수백 명의 노련한 부대원들을 빼내 티그레이 쪽 전선에 증강 배치했다. 이 분쟁 또한 티그레이지역에서 탈출한 수만 명의 난민이 수단으로 몰려가게 하는 원인이되었다. - P346

한편 가장 놀라운 변화가 너무도 일찍 찾아와서 안팎에서 탄성이일었다. 총리는 집권한 지 몇 주 만에 그 자신도 싸웠던 에리트레아와의 2년에 걸친 전쟁을 종식시킨 2000년의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에리트레아 수도로 날아간 총리는 아스마라 국제 공항 활주로에서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에리트레아 대통령과 포옹했다. 이어 두 나라간에 평화조약이 체결됐다. 20년에 걸친전시 상태가 공식적으로 종식되면서 무역과 외교에서 평화와 협력의새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 노력으로 그는 이 나라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두 나라 사이의 진정한 화해는 아직도 진행 중으로 남아 있다. - P358

당시 시위대가 지부티와 에티오피아 간 고속도로를 봉쇄해 버리자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사용할 연료가 아예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취약성을 보강하기 위해 에티오피아는지부티 항구의 지분을 매입했으며 소말리아 베르베라의 지분 19퍼센트도 획득했고, 수단의 포트수단과 케냐의 라무항 지분도 확보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 오고 있다. 또 에리트레아의 항구로 가는도로들도 다시 개통시키고 있다.
그런데 지부티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뿔 연안 지역 전체가 지정학적싸움터가 되다 보니 이 때문에라도 에티오피아 정부는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중국은 여기서도 주전 선수로 뛰고 있다. 에티오피아 수입의 대략33퍼센트와 수출의 8퍼센트가 중국과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또 에티오피아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에도 자금을 대고 있다. 게다가 백년도 넘어 황폐해진 지부티와 아디스아바바를 연결하는 철도를 대체하는 장장 725킬로미터에 달하는 전기철도도 일찌감치 깔아주었다. - P364

중국 정부가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확보한 일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는데 사실 중국은 홍해 연안이라는 격전지에 관여한 여러 나라중 한 곳일 뿐이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이곳에부대를 파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터키등 이곳에 진출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들도 지분을 확보하면서 항구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예멘 내전에 개입했을당시 아랍에미리트는 에리트레아의 아사브 항구 일부를 임차해서 홍해를 건너 공격을 개시할 공군기지로 탈바꿈시켰다. 또 아사브와 아디스아바바를 잇는 송유관 건설에도 관여했다. 이처럼 아랍에미리트는 아프리카의뿔 지역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자국의 연료와 플라스틱, 그리고 축산물까지 판매하기 위해 아프리카라는 성장하는 소비 시장에 투자하고 그 시장을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동 지역 국가들에게 홍해와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분란을 일으키고 더 먼 곳의 경쟁자들까지 불러들이는 지역 분쟁지의 일부이기도 하다. - P365

그러나 에티오피아 입장은 다르다. 자신들이 서명하지도 않은 조약에 얽매일 이유가 없으며 상류 쪽 국가만의 지리적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수년 동안 에티오피아의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 되어 왔으며 그 나라 미래의 중심에 있다. 이 댐에서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생산될 것인데 에티오피아는 그 여분을 수단에 공급할 예정이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너무 많은 상류 지역들이 강우에만 의존하는 소위 하늘바라기 농사를 짓다 보니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가뭄에 수백만 명의 에티오피아인들이 걸핏하면 식량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집트의 입장을 들어보고 말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에티오피아는 이집트를 거대한 노예시장이자 노예 무역을 지원했던 식민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자신들을 호시탐탐 침공하려고 했고, 이제는 빈곤에서 탈출해 보려는자신들의 발목을 잡으려는 세력으로 보고 있다. - P369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나일강이 주는 것을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이 빼앗아가 버릴 수도 있다.
에티오피아에게 이 댐은 수세기 동안 지속된 빈곤과 부족 간 분쟁의 악순환을 끊게 할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 발전은 에티오피아로 하여금 지리라는 감옥의 철창을 구부려서 열어젖히게 한다. 다른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이 나라도 비교적 짧은 강들에만배를 띄울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나라의 강들은 고지대에서 너무도급격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배를 띄울 수 없어 교역에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물은 이제껏 에티오피아에게 일정 수준의 정치력을 가져다 주었지만 이제는 에너지 측면에서 권력이 되고 있다.
현명하게 사용된다면 공평하고, 싸고, 풍부한 전기는 수천만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로 그들 사이에 드리워진 긴장도 걷어낼 수 있다. 효율적인 통치와 함께한다면 안정된 국가뿐 아니라 벌써부터 현실이 돼가고 있는 가능성 또한 에티오피아에게 가져다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지역 패권이다. - P372

에티오피아의 앞길에는 여전히 많은 도전이 놓여 있다. 기후변화는저지대에 더욱 빈번하게 가뭄을 가져오고 삼림 벌채는 토양의 침식과 사막화를 유발한다. 또 여전히 남수단과 소말리아, 에리트레아로부터 수십만 명이나 되는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고 국내에서 거처를잃은 사람들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백만 명을 훌쩍 넘긴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극단주의 단체와 해적들의 본거지가 된 지 오래인데 가까운 미래에 이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안정>이지만 이것이 - P372

야말로 모두에게 가장 큰 도전이자 과제가 될 것이다. 에티오피아에는 이런 말이 전해진다. "거미가 함께 줄을 짜면 사자도 묶어버릴 수있다." 이 속담이 비단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것은 아닐 테지만 정치에도 적용된다. 정계와 재계가 경제를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정치인들이 나라를 하나로 묶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아프리카의 성공 스토리>는 실현 가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 줄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다. - P373

스페인,
지리의 방해가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좁고 먼지가 풀풀 이는 스페인 산악지대의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는 것은 꽤 즐겁다. 그 즐거움 가운데 하나를 꼽는다면 모퉁이를 도는순간 거대한 암석 위에 떡하니 서 있는 난공불락의 웅장한 요새와 마주치는 것이다. 그 중에는 다 무너져 내려 폐허가 된 것들도 있지만멋지게 보존된 것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스페인의 지리와 역사를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중세 초기에는 이 위풍당당한 구조물들이 메세타(Meseta, 스페인 중부의 대규모 평원지대)라는 광대한 지역의 모습을 특징지었다. 이 지역이스페인어로 성을 뜻하는 카스티요 castillo에서 나온 카스티야Castile즉<성들의 땅〉이라 불리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페인이라는 나라 전체를 두고 봐도 이는 적절한 이름이라 하겠다. 스페인은 한마디로 거대한 요새다. 지중해와 대서양에서 시작하는 좁은 해안평야는 이내 거대한 산맥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중부지 - P378

역 전체는 높은 고지대와 깊은 골짜기들로 이뤄진 고원지대다. 이렇게 메세타는 스페인을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산지가 많은 곳으로만들고 있다.
메세타의 한복판에 마드리드가 있다. 16세기에 마드리드가 수도로 선택된 것도 스페인의 한복판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론적으로 보면 이것은 마드리드와 잠재적인 경쟁 세력 간의 거리를 좁히면서 나라 전체에 보다 더 중앙집권적인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산악지형과 면적(영국보다 2배나 큰!)은 늘 교역과 강력한 정치적 통치력을 행사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으며, 각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및 언어적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한 요인이 되었다. 이런 상이함이 낳은 복잡다단함과 열정은 아직도 스페인의 국가에 가사가 없다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할지 서로 동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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