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
테러와 폭력의 악순환에 시달리는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사헬이 해안이라면, 사하라는 바다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해안에서 모래바다를 건너 또 다른 해안, 즉 유럽으로 가려고 한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을 떠나고싶어 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약 380만 명이나 되는 이곳 사람들이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곳을 향해 삶의 터전을 뜨고 있다.
이 지역의 무력 분쟁과 급속한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 같은 상황은한층 더 악화되고 있다. 알카에다와 ISIS라는 맹금들이 자신들의 보다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다른 집단의 고통과 희생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면, 이 지역을 근거지로 한 집단들은 세력을 더 키우기 위해 그들의 브랜드를 빌려오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이 지역 여러 나라에서 맹위를 떨쳐온 갈등의 불꽃은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이제 그 갈등은 해안가를 넘어 훨씬 멀리 퍼져나갈 기세다. 유엔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이런 경고를 한 바 있다. "우리는 폭력 앞 - P294

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에 사헬 지역은 세계에서가장 빠른 속도로 폭력이 증가하는 곳이었다. 유엔은 그 테러 공격의수위가 "유례없이 파괴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사헬에서 일어나는 일은 사헬에 머물지 않는다.
대다수 유럽인은 이 지역과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이 문제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고 있는지잘 모르고 있다. 유럽은 이미 이주민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 유럽의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주민과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른바 <유럽 요새>를 구축하자는 호소도 나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물결이 밀려들어 오고있다. 하지만 양쪽 지역을 모두 안정화시키려면 북쪽이 아니라 지중해 남쪽을 봐야 한다. - P295

사헬Sahel이라는 단어는 해안 또는 해변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나왔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넓고 건조한 사하라 사막을 건너려던 초창기여행자들이 이 지역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말이다. 이 해안은 바위가 많은 관목지, 덤불로 덮인 모래벌판, 낮게 자라는 풀과 나무들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는 사막을 향해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에날려버릴 위험 또한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리고 더 최근에는 자칫 미궁으로 휩쓸려 들어갈지 모를 맹렬하고 뜨거운 <분쟁의 바람까지 불고 있다. 이곳은 그만큼 안락한 생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만드는험난한 지역이다.
그런데 이런 사헬에도 상대적인 이점이 있다. 사하라 사막의 무자비한 모래와 궁핍함으로 점철된 1천6백 킬로미터를 넘어 이곳 남쪽으로 내려오면 우물과 강,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우기에는 노랗고 하 - P295

얀 꽃을 피우는 초록색 아카시아 나무들이 자라고 분홍, 보라, 자주색의 부겐빌레아꽃도 핀다. 게다가 서로 소통하고 교역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이곳 사헬은 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로질러홍해와 대서양까지 연결되는 장장 6천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경로를형성하고 있다. 여기서는 낭만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팀북투(말리의중부에 위치한 도시)나 카르툼(수단의 수도) 같은 큰 도시도 볼 수 있지만, 세계 시장으로 팔려가는 광물에 생계를 의지하는 작고 지저분하고후미지고 파리가 들끓는 동네도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민족국가라는 개념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길을 이용하는 투아레그족과 풀라니족 같은 유목민족을 지나치고 최근에 국경선이 그려진 나라들을 건너면 바깥 세계에서 들어온 이념과 폭력성으로 무장한 수많은 무장단체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 P296

사헬은 북쪽의 모래사막과 남쪽의 열대우림 지대 사이에 있다. 만약 모래사막을 지나다가 너무 오랫동안 멈춘다면 머지않아 갈증과열사병으로 사망할 수 있다. 그리고 열대우림 지대는 체체파리들의왕국이다. 이곳에서는 말, 낙타, 당나귀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재도 해마다 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사헬이라는 광활한 지역 안에는 이슬람, 아랍, 기독교, 유목 문화와여러 정착 문화들 사이에 역사적이고 현대적인 교류가 이뤄지는 곳들도 있다. 또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그들 가운데 다수가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것도 당연하다. 수도권을 넘어가면 국가서비스의 제공에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곳들도 있다.
여기에 종족 갈등, 빈곤, 허술한 국경, 그리고 폭력성을 띠는 정치 및종교적 이념의 영향들까지 더해져서 이 험한 땅은 그 어느 때보다 힘 - P296

든 시기를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까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농작물 재배도 망한다. 호수가 말라 줄어들면 식량 공급도 줄어든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동한다. 사람들은 몰려가는데 그들이 가는 곳은 정작 그들의 도착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사헬에서 현 사태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지리, 역사, 그리고 민족국가의 탄생이 충돌하는 고유한 방식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길을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 P297

극도로 메마르거나 습한 기후는 수천 년 동안 사하라라는 드넓은 공간을 넓히기도 줄어들게도 했다. 그리고 사헬과 그곳의 사람들을 형성해 왔다. 그들이 살아가는 곳과 그들의 행동과, 그들의 삶의 방식까지 말이다.
대략 1만 5백 년 전 갑자기 기나긴 우기가 시작되자 사하라 사막이푸르른 사바나 지역으로 변하면서 현재의 사헬 지역까지 내려왔다.
사막 지역이 줄어들자 사냥과 채집을 할 수 있는 지역이 대폭 늘었다.
대략 20세대에 걸쳐 이뤄졌을 법한 이 변화로 북쪽에서 남쪽까지 점진적으로 정착지가 늘어났다. 목축이 시작됐고 초보적인 농법도 전수되었다.
그러던 중 느닷없이 일대 전환이 일어났다. 약 5천 년 전쯤 비가 뚝 그치더니 사막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 P297

나는 사하라와 네게브 사막에서 이 짐승을 몇 번 타본 적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붉은 사막에서도 여러 차례 마주친 적이 있다. 일단그 위에 올라타면 지면에서 너무 높이 올라와서 불안해진다. 또 위에서 뒤뚱댈 때마다 아래쪽에서 규칙적으로 그르렁대는 소리가 들린다.
나 같은 초심자에게는 그다지 안락한 경험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사실 교통 수단을 고르라고 한다면 3리터 엔진이 장착된 4×4 GMC가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도 1천6백 킬로미터의 사하라 사막을 실패 없이 건널 확률로만 따진다면 자동차보다는 낙타등에 의지하는 것이 훨씬 낫다. 고대 유목민들과 대상들에게 몇 주나 걸리는 험난한 여정에서 말과 낙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어떨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 P299

현상 유지든 재협상이든 위험은 수반된다. 일례로 1960년대에 나이지리아 정권은 나라를 단결시키겠다는 의지가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이보족이 지배하던 석유 자원이 풍부한 비아프라 지역 (1967년 나이지리아로부터 분리, 독립했지만 1970년에 다시 나이지리아로 편입됐다)과 전쟁을일으켰다. 이 시도는 성공을 거뒀지만 대신 1백만 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렀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보족은 그들만의 나라를 꿈꾸고 있다.
대륙 전체를 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들은 한둘이 아니다.
오늘날의 사헬에서도 이런 사례가 존재한다. 국경을 지도 위에 표시할 때는 잘 지켜지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기후변화, 지하디스트, 지역 내 식민지 이전의 분열주의 등이 결합하여 <갈등의 시대>를 만들면서 이 지역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 P303

그 가장 적절한 예가 말리일 것이다. 말리의 국경은 1960년에 프랑스령 서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와 훗날 부르키나파소가 되는 오트볼타국경과 거의 동시에 형성되었다. 그런데 말리 사람들은 특히 광물이대규모로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 동부 지역의 경계를 인정하지않았다. 그리하여 1974년에 전쟁이 벌어졌고 1982년에도 다시 벌어졌다. 그러자 국제사법재판소가 중재에 나서서 그 지역을 둘로 나눴다. 양측 모두 이미 떠나버린 식민 세력이 남긴 구조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국호도, 국기도, 정부 같은 조직도 있지만 현대화된 기반시설이 없었다. 또한 숙련된 기술자들과 의사, 경제전문가들이 태부족했고, 정부 내 많은 정치인들은 현존하는 부족 구조로 다시 후퇴해서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만 유리한 정책을 펼쳤다. - P304

말리에는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구분되는 두 개의 지역이 있는데대체로 나이저강을 중심으로 나뉜 남쪽 지역과 북쪽 지역이 그에 해당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북쪽이 훨씬 건조한데 특히 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지점과 근접한 지역이 그렇다. 그곳은 북아프리카 베르베르족의 한 분파인 투아레그족과 전통적으로 알제리, 니제르, 모리타니와 연계된 유목민들이 지배하는 땅이다. 가장 큰 도시는 가오와팀북투인데 두 곳 모두 나이저 강가에 있다. 유럽으로 가는 물자들이점점 더 해상 항로로 갈아타면서 지난 2백 년 동안 두 도시 모두 경제사정이나 삶의 질이 하락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여기에는 정치적인 영향력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지역은 말리의 수도인 바마코와남쪽에 있는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기니와 연관 있는 밤바라 - P304

족 여러 분파의 거주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독립을 이룬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말리의 많은 엘리트들은 여전히 타인 other 을 우리 us로 받아들이길 꺼린다. 일례로 말리의 바마코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우선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식민지라는 족쇄를 벗어던지는 것보다는 호전적이며 인종차별적이고 퇴보적이라여겨지는 훨씬 흰 피부를 가진 북쪽의 투아레그족 분파들을 탄압하기 위해 오히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분열 정책과 규범을 계승하는것이었다. 그런데 유목민이 다수를 차지하는 투아레그족은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나라로 일거에 내던져진 것에 분개하고 있다. 북쪽에서 오는 전사들을 두려워했던 남쪽의 정착민들에게 이제는 오히려지배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말리가 독립을 이룬 지 2년이 지난 1960년에 투아레그족은 처음으로 봉기했다. 이후 주기적으로 폭력사태가 벌어졌고 어떤 면에서 현재 상황은 그 연장이라 할 수있다. 이제 투아레그족 운동은 아자드라 부르는 독립국가를 창설하자는 데까지 이르렀다. - P305

프랑스는 사헬 지역 국가들이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위협을 스스로 물리칠 능력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에게 맡겨두면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이내 무너질 것이고, 그 지역은 거대한 무정부 진공상태가 돼서 알카에다가 그 자리를 차지해 세를 키워나갈 가능성이 높다. 사헬 지역 국가들에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하는 프랑스 국적자들이 있다. 이 중에는 니제르라는 나라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나라는 프랑스 원자력 산업에 연료를 제공해서 프랑스 가정에전기를 밝혀주는 우라늄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공습이 시작되자 지하디스트들은 북쪽으로 퇴각했고 프랑스 특수부대가 그들을 추격했다. 뒤이어 말리 정부의 요청으로 작전명서발Serval이 개시됐다. 이 작전명은 사바나 지역에 사는 아프리카 살쾡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국제적 승인과 말리군의 지원을받는 2천5백 명의 프랑스 부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단시간 내에 반군을 진압했지만 반군 병사들은 죽거나 흩어져 버린 것이지 괴멸된 것은 아니었다. - P309

현재도 현지 및 외국을 망라해서 군대를 비롯한 각종 조직들이 이지역의 안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일련의 세력들이 이 지역 안정을 위한 절박한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에 프랑스, 독일, EU, 유엔개발계획, 세계은행, 아프리카개발은행이 주축이 돼 사헬연맹이 결성됐는데 이후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가세했다. 2018년에 사헬연맹은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개발프로젝트에 60억 유로 이상을 투입하기로 결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도 지역 개발 계획에 자금을 투입했다. 여기에는 이지역에서 교역과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라이벌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얼마간 있을 것이다. 또 미국도 온전히지켜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국방 예산의 지원을 늘리겠다는약속을 했다. - P314

사실 사헬 국가들의 입장도 난처하다. 책임을 지는 자세뿐 아니라강대국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모습도 자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족들 간 해묵은 긴장도 다뤄야 한다. 한 예로 말리에서자체 방어를 위한 민병대 조직이 밤바라와 도곤 공동체에서 결성됐다. 그들은 정부가 반군 세력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오히려 그들은 다른 집단을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일부 나라들에서는 정부 보안군이 특정 부족의 민간인들을 대량 학살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말리와 니제르 같은나라들에서 대개 군대는 북쪽의 사막 지역이 아니라 남쪽의 사바나지역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대테러 작전의 대부분은 프랑스와 미국이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는주로 말리와 사헬 서부 지역을, 미국은 차드 호수 연안에 힘을 집중하고 있지만 합동 작전을 수행하거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 P315

니제르는 미국은 물론 프랑스에게도 핵심적인 전략적 가치가 된다.
사헬 중심부에 떡하니 들어앉아 있는 이 나라는 문제 많고 탈 많은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뿐 아니라 접경한 7개 나라에 흩어져 있는 여러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제공하고 있다. 이웃들로 인해 고통받을 정도의 폭력에서는 벗어난상태인 니제르는 모든 사헬 국가들 가운데서 그 위험을 가장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니제르는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나이지리아, 부르키나파소, 말리, 알제리, 리비아,
차드에 에워싸여 있다. 이들 나라는 앞서 언급했던 수세기 전부터 이용하던 교역로가 통과하는 지역인데 그중 하나가 아가데즈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길이고, 또 하나는 니제르-알제리 국경을 따라 난 길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수십만 명이 절박한 심정으로 건넜을 이 길이 현재는 밀수꾼들의 통로가 되고 있다. - P317

이들의 목표는 말리 중부를 광범위하게 장악해서 마시나이슬람공화국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말, 말리 당국은 프랑스군 공습으로 아마두 쿠파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9년 3월, 쿠파는 한 영상에 등장해서 자신이 죽었다는 보도는 극히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약해빠진 국가와 불의에 대한 인식이 풀라니족 주민들을 무장단체에 가담케 했다. 2012년 반군 무장세력은 팀북투와 다른 지역을 점령했던 짧은 기간에 많은 주민들을 험하게 다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리들이 복귀했다고 해서 법치가 제대로 자리 잡은 건 아니었다.
공무원들의 갈취가 다시 시작됐고 군대가 돌아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집단적 징벌이 자행됐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가 - P320

난한 나라의, 그것도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쿠파와 휘하의 상급지휘관들이 추진하려는 일은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보인다. 마시나해방전선은 그들 식의 정의인 종교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뇌물 수수를 근절하며, 자살 폭탄 테러범이 되겠다는 지원자들에게는 1천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들어 갈등 양상은 풀라니족 거주 국경지대를 넘어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나이지리아 일부 등 사헬의 다른 지역에까지 퍼져나가는추세다. 폭력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따라다니는 주제들이 있다. 일단가뭄으로 땅이 말라서 소나 양을 치기 어려워지면 유목민들은 새로운도시나 시골을 찾아 들어온다. 여기서 그들은 <외부인>으로 취급받고그 지역 농민들과 이해가 충돌하면서 여기저기서 폭력사태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태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기후변화다. 테러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또한 국경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 P321

시간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아프리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인구 통계학적 변화가 진행되는 곳이다. 지금부터 2050년까지 이 대륙의 인구는 12억 명에서 24억 명으로 곱절이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헬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헬 일부 지역에서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일례로 니제르의 경우 그 기간에 2,330만 명인 인구가6,550만 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은 출산율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히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곳들이 많다. 많은여성들은 피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아예 접근조차 어렵고 여전히 대다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할례가 행해지고 있다. 보건과 성교육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한정된 정부 예산으로는 그수요를 감당키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에 돈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선진국들만큼 대규모는 아니겠지만 보다 공평하고 투명하게분배될 수는 있다. - P324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알고 보면 천연자원 측면에서는 엄청난 부자다. 니제르에는 우라늄과 원유와 인산염이, 모리타니에는철광석과 구리가, 차드에는 석유와 우라늄이, 부르키나파소와 말리 - P324

에는 금광이 있다. 하지만 그 나라 모두에는 통치 구조와 부정부패,
불투명한 자금 운용, 산업의 경제적 모델에 대한 우려 또한 있다. 대다수 사헬 국가들은 원자재를 스스로 가공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의수입은 주로 자국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광산 기업들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흔히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은 세금 우대조치 때문일 텐데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정부 곳간에 큰 수입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다. - P325

이 지역에는 불법 금광들도 많이 있다. 정부는 불법이라며 금지하고 있지만 부르키나파소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이 황금의 유혹은 외면하기엔 너무 강하다. 허가받지 못한 불법 광산들이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중앙 정부가 무능한 데다단속할 지역이 너무 넓다 보니 이 지역에만 2천 개가 넘는 불법 광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광산 노동자들 또한 범죄와 지하디스트의 표적이 되고 있다. 강도와 납치도 다반사로 행해진다. 아예 지하디스트들이 광산 운영권을빼앗아 버린 경우도 있다. 이 사건은 2018년 파마에서 발생했다. 사륜구동 픽업트럭을 탄 지하디스트 무리가 느닷없이 광산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자신들이 광산을 접수할 것이며 채굴은 지속될 것이지만여기에 세금을 매길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선 딱히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래된 속담처럼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바로 죽음과 세금이라는. - P327

상황을 더 꼬이게 하는 또 다른 자원은 희토류다. 희토류는 지표면 밑에 있는 17개의 원소를 총칭하는데, 탁월한 내열성과 자성 및 인광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이 광물을 찾아내서 채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광물은 네오디뮴이나 이테르븀 등 우리 대다수에게는 낯선 이름들을 갖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이것들이 들어간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노트북 하드 드라이브나 레이저뿐 아니라 휴대전화, 평면TV 스크린, 야간투시경, 미사일 등 세계 모든 강국의 기술과 방위 산업의 핵심 부품에서 이것들이 사용되지 않은 예가 없다. - P329

아직은 사헬에 이 광물들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고 알려져 있지는않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니제르와 차드는 희토류를 추출할 수 있는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말리에 풍부한 리튬은희토류는 아니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그리고 무선 전동기구 등의 배터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현대 기술에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말리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망간과 보크사이트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는 대체로 전 세계 카보나타이트 암석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희토류를 찾는 이라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암석층이기 때문에 확실히 이 지역에 새로운 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 P329

로운 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것들이 어디서 발견되든지 간에 그곳은 자원을 둘러싼 지리상의싸움에서 최전선이 될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 대부분을 자신들이 통제하려 할 것이며 다른 측은 그 통제력을 차단할 궁리를 할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0퍼센트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해외에서 계속 희토류를 사들이는 중이다.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희토류 가공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에 희토류를 이용한 생산품을 팔고 있다. 반면 가공시설이 충분치 않은 미국은 중국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도 그러고 싶지는 않다. 특히 2019년에 무역전쟁으로 양국이 으르렁거릴 때 중국이 미국에 공급할 희토류를 줄일 수 있다고 협박한 뒤로는 더욱 그렇다. 만약예측대로 중국 내 희토류 수요를 국내 공급만으로는 감당해내지 못하게 된다면 중국은 희토류를 더 많이 사들이고 더 적게 팔려고 할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를 수입하는 나라 가운데에는 첨단무기 제조를 이것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이 있다. - P330

효율적인 통치 구조와 안보, 외부 세계의 도움이 없다면 사헬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식민주의에 이은 탈식민지 경제와 정부 기관의 부패는 국내외 극단주의자들로 하여금 이 지역에 만연한 실정, 빈곤, 사회적 균열의 틈을 파고들게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은 자신들과 대결하는 외국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들은 외국인들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기다렸고 결국 대다수 외국인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외부 세력은 사헬에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피를, 재원을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일단 미국은 발을 빼고 싶어 한다.  - P332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 무엇이든, 갈등을 격화시키는 기본적인 문제들과 씨름할 의사가 없는 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분쟁에는 군사적 해결 방안이 없다."라는 말은 대개는 상투적인 문구에불과하다. 분쟁에 군사적 방안이 먹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베를린 코앞에 다가왔을 때 스탈린이 히틀러에게 전화를걸어서 "아돌프, 이 분쟁에는 군사적 해결 방안이란 건 없다네."라고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헬에서는 이 말이 사실이다. 여기서는 이른바 미국의 두더지 잡기 개념이 적용된다. 만약 한 나라에서 어떤 반정부 단체를 누르면 또 다른 나라에서 튀어나온다. 비록 안정적인 나라라도 이웃 국경이 허술하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다. - P335

지금까지 사헬 지역의 정부들은 능력이 안 되었거나 또는 자비심부족으로 부족들 간에 전면적이고 공평한 협상을 통해서 국민들의불만을 잠재우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런 형편에서는 정부내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감안해 보면 외국 군대가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주변 상황을 바꿔서 안정적인 국가를 세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부의 엘리트와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권과 권력에만 신경을쓰고 자신들이 속한 부족이 이득을 취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민족성이라는 지리가 국경선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말리에서 이따금 중첩되기도 하는 지하디스트들과 투아레그족 반군은 그들의 정부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진정한 독립이나 이슬람 국가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335

그러면서 외국 세력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또 AQIM은 프랑스가그 어떤 목표도 이루지 못하게 자신들이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프랑스로서는 이길 수도 없고 빠져나올 수조차 없는 갈등의 덫에발목을 잡힌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여차하면 끝나지 않는 전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다른 국가들도 좀 더 많이 관여해야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대서양에서 홍해에 이르는 수천 킬로미터에 걸친 국가의 주민들은 폭력의 파도가 밀어닥치는 것을 지켜보거나 실제로 겪고 있다.
그 갈등이 국경 지역을 넘어 유혈사태로 번지면 그들 자신도 피를흘리고 모두가 그 안에 매몰돼 버린다. 외국 세력이든 지역 세력이든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한 그 충돌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디스트들은 국가를 무너뜨리려고 무력을 행사할것이다. 대화 또한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수년간 사헬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럼에도 이곳은 여전히 타협이 어려운 곳으로 남아 있다. - P336

에티오피아,
그래도 지리는 에티오피아 편이다

많은 것들이 에티오피아에서 왔다. 일례로 우리 인간들도 그곳에서왔다. 아주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아와시 계곡에는 인간과 비슷한 유인원인 호미닌(hominin, 분류학상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두 다리로 걸을 수도 있었고 나무도 탈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그 후로 대략 320만 년이 지난 1974년에 그녀의 후손 가운데 하나일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이 우연히 그녀의 뼈를 발견한다. 그리고 후속 연구를 통해 이 장소가 바로 우리 모두가 시작된 곳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우리의 조상인 그녀는 <루시>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날밤 요한슨의 야영지에서 비틀스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는 노래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AI 288-1이라는 학술적인 명칭보다는 루시가 훨씬 상상력을자극하는 이름인 것은 분명하다. - P340

에티오피아 국립 박물관의 포스터에는 "루시는 여러분이 고향에온걸 환영합니다 Lucy Welcomes You Home."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기원의 땅 Land of Origins>을 국가의 관광 슬로건으로 내건 나라에게 어울리는 영리한 마케팅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지도 위에 여러 가지로 자리매김하는 이 나라가 많은 방문객을 불러모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나라의 GDP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10퍼센트에 이른다.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고산지대, 열대 밀림, 불타는 듯 뜨거운 사막, 단단한 암석을 깎아 만든 1천 년 된 교회를 포함한 9곳의 세계 문화유산, 그리고 숨을 멎게 하는 웅장한 폭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위해 해마다 1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나라를 찾아온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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