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최대 축적을 즐기면서도 자연을 손님으로 초대하지는않으며, 이로써 경제가 자신이 유발한) 생태적 재생산 비용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도록 프로그램화한다. 그 결과 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수록 생태계가 불안정에 빠지며, 주기적으로자본주의 사회의 날림 건축물 전체에 균열을 일으킨다. 자연을필요로 하면서도 하찮게 여김으로써 자본주의는 자기 신체의필수 기관을 먹어 치우는 식인종이 된다. 자본주의는 우로보로스처럼 자기 꼬리를 먹는다. - P166

우리가 어떻게 논의를 시작하는 결국 도달하는 결론은 같다.
자본주의적으로 조직된 사회는 그 DNA 안에 생태적 모순을 담고 있다. 이런 사회는 ‘자연의 파국‘을 재촉하는데, 이 파국은 자본주의의 전 역사에 걸쳐 주기적이며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는 생태 위기를 몰고 오는 내적 경향을 장착하고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그 작동 방식의 본질적 부분으로서 생태계의 취약성을 유발하며, 이는 현재진행형의 토대 위에 있다. 이취약성은 항상 극적인 형태를 띠거나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다. 그리고 결국 임계점에 도달하면 피해가 분출해 드디어 우리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 P167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재생산 조건을 살펴보자. 여기에서도자본주의는 생산만을 조직하지 않는다. 제3장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본주의는 공동체와 가족이 수행하는(대부분을 여성이 떠맡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활동이 생산과 맺는 관계를 결정하기도한다. 돌봄 활동은 ‘노동‘을 구성하는 인간 존재를 떠받치고 협력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사회적 필수재 공급 시스템에도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를 조직하는 자본주의만의 독특한 방식은 자연을 조직하는 방식만큼이나 철저히 모순적이다. - P169

사회적 재생산 활동이 삶과 죽음의 문제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점을 고찰해보자. 어린이 돌봄은 사회화, 교육, 정서적 양육뿐만 아니라 임신,출산, 산후조리, 지속적인 신체 관리를 아우른다. 마찬가지로 환자 돌봄과 임종 돌봄은 몸을 치료하고 고통을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위안을 주고 존엄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젊든 연로하든, 아프든 건강하든, 모든 사람은육체적 안녕과 사회적 연결 모두를 위한 쉼터, 영양공급, 위생을유지해주는 돌봄 활동에 의존한다. 즉, 일반적으로 사회적 재생산 활동은 자연적이면서 동시에 문화적인 존재를 떠받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사회적 재생산 활동은 자연/문화 구별을 넘나듦으로써 사회성과 생물학, 공동체와 생활 터전이 상호작용하도록 만든다. - P171

지금까지 나는 생태 위기를 낳는 자본주의의 경향을 구조적 맥락에서만 상술했다. 마치 그것이 시간 바깥에 존재하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경향은 오직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형태로만 표출된다. 여기에서는 이를 ‘사회생태적 축적 체제‘라 표현하겠다. 나는 이 문구를 자본주의 역사에서교대로 이어진 다양한 국면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고자 한다.
자본주의의 각 체제는 경제/자연 관계를 조직하는 서로 다른방식을 보여준다. 각 체제마다 에너지를 발생시키고자원을 추출하며 폐기물을 처리하는 독특한 수단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각 체제는 서로 다른 확장 경로(즉 정복, 도둑질, 상품화, 국유화, 금융화)의 역사적으로 특수한 혼합을 통해, 과거에는 외재적이었던자연의 막대한 부분을 새로 합병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각 체제는 자연을 외부화하고 관리하는 독특한 전략을 발전시킨다. 그 수단은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가족과 공동체에 피해를 떠넘기는 것이고, 그 방안은 피해 경감의 책임을 국가와 정부조직, 시장에 분배하는 것이다.  - P179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유효성을 증명한 이런 수단을마음껏 활용했지만, ‘구‘세계뿐만 아니라 ‘신세계까지 아우르면서 그 규모가 엄청나게 확대됐다.
즉, 중상주의-자본주의 주체들은 주변부에 사회생태적 추출주의의 잔인한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포토시의 은광에서 생ㅡ도맹그의 노예제 플랜테이션 농장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토지와노동을 기력이 고갈될 때까지 부려먹었다. 그러면서도 자기네가 소모한 것을 보충하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외부‘로부터 강제로 흡수한 전에 없던 인간 및 비인간 ‘투입물‘을 먹어 치우기로 했고, 모든 대륙 곳곳에 환경적·사회적 피해의 자취를 남겨놓았다. - P183

포토시는 볼리비아의 포토시주에 소재한 도시다. 스페인인들이 이 지역을 점령한 뒤인 1545 년에 거대 은광이 개발됐다. 스페인 점령자들은 선주민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켜 다량의 은을 채굴한 뒤, 이를 중국 등과의 무역에 경화(국제결제통화로 사용했다. 이로 인해 선주민들은 인종 학살 수준의 고난을 겪은반면에 유럽에는 다량의 은이 유입돼 초기 상업자본주의가 순항할 수 있었다.


생-도맹그는 카리브해의 현 아이티공화국을 일컫던 옛 지명이다. 카리브해에서 쿠바 다음으로 큰 섬인 히스파니올라의 동쪽을 점령한 스페인인들은 이 지역을 산토도밍고라 불렀고, 섬 서쪽을 식민지로 만든 프랑스인들은 자기 지역을 생-도맹그라 칭했다. 바로 이곳에서 번성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한때 프랑스 국부의 1/4에 달했다는 보고도 있다)에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서부아프리카 해안에서 주민들을 납치·매매하면서 근대 노예제가 대두했다. 1791년에 프랑스대혁명에 화답하며 근대 노예제 철폐의 첫 막을 연 위대한 흑인혁명도 다름 아닌 이곳(현 아이티)에서 시작됐다.

석탄으로 가열된 증기가 생산 영역에서 산업혁명의 동력이되었다면, 이는 교통에서도 혁명을 일으켰다. 철도와 증기선은공간을 압축하고 시간을 단축했으며, 아주 먼 거리를 가로지르는 원자재와 공산품의 이동 속도를 높였다. 이로써 자본의 회전율을 가속하고 이윤을 불렸다.‘ 농업에 끼친 영향도 심대했다.
굶주린 프롤레타리아트가 도시로 모여들자 시골에서는 이윤이주도하는 지속 불가능한 농업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물론 이런 제도배열은 도시와 농촌의 물질대사 균열을 크게 악화시켰다. 농촌의 토양에서 약탈된 영양분은 추출이 발생한 그 지점으로 돌아오지 않고, 도시의 수로에 유기성 폐기물로 방출됐다. 결국 석탄을 땐 자유주의-식민주의 체제는 농지를 소진시켰고, 단번에 도시를 오염시켰다. - P187

정제 석유는 사회민주주의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자동차 및유관 제조업체가 획득한 이윤은 부유한 국가들의 세수를 크게늘렸으며, 이는 전후 사회복지의 재정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그아이러니를 눈치 챈 이들은 많지 않았다. 북반구에서 사회복지의 공적 지출이 늘어날 수 있게 해준 것은 남반구에서 더욱 강화된 자연의 사적 약탈이었다. 자본이 사회적 재생산 비용 청구서를 일부나마 계산해주었다고 한다면 이는 오직 저 먼 곳에서, 액수가 훨씬 더 큰 자연의 재생산 비용 청구서를 나 몰라라 할 수있었던 덕분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이 모든 것에 연결고리 노릇을 한 것은 석유였으니, 이게 없었다면 모든 활동이 가루처럼 부서지며 중단됐을 것이다. - P192

동시에 미국은 강력한 환경운동을 낳기도 했다. 이전 체제의자연-낭만주의를 이어받아 19세기에 시작된 한 조류는 금지구역과 국립공원 창설을 통한 ‘야생보호‘에 집중했는데, 이런 조치들은 선주민의 강제 이주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고풍에 반대하는 ‘혁신‘라 자처한 이런 ‘부자들의 환경주의‘는 기존체제를 보완하는 조치에 주력했는데, (일부) 미국인들이 산업문명에서 일시적으로 탈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 산업문명과 대결하거나 이를 변혁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 P193

하지만 국가관리 자본주의가 발전하자 체제의 산업적 중핵을 공략하는 또 다른 환경주의가 알을 깨고 나왔다. 생물학자이자 환경보호론자인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1962년작 <침묵의봄Silent Spring》으로 불이 붙은 이 조류는 국가가 대기업발 공해를 줄이기 위해 행동에 나서도록 압박했다. 그 결과는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의 설립이었고, 이는 사회적 재생산을 지원한 뉴딜 기관의 환경판이었다. 1970년에 창설된 EPA는 환경 문제를 국가 규제 대상으로 삼아 ‘외부성을 내부화함으로써‘ 시스템 위기를 진정시키려던, 국가관리 체제의 - P193

마지막 주요 시도였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슈퍼펀드superfund였다. 미국 내 유독 폐기물 오염지를 자본의 비용 지불로 정화하고자 한 것이다. 슈퍼펀드는 주로 석유화학산업에 과세하여 자금을 조달했고, 자본주의 국가의 강압적 기관을 통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실행했다. 이는 채찍을 당근으로 대체하며 시장에 의존하는 요즘의 탄소거래제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연에 대한 국가자본주의적 규제는 이런 점에서 진보적이었지만, 그 근저에는 (사회적 재생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용 전가를 통한 책임 회피가 있었다. 이 체제는 생태적-‘외부성‘을 중심부의 가난한 공동체들(전부는 아니지만 다수는 유색인 공동체였다)에게 압도적으로 떠안겼고, 주변부에서는 추출주의와 환경 부담전이를 급증시켰다.  - P194

게다가 미국 환경주의의 산업 감시 진영은대기업발 공해라는 핵심 쟁점의 틀을 잘못 짰다. 생태-정치의 집행 단위로 국민-영토국가를 상정하는 바람에, 산업 폐기물 배출이 본질적으로 국경을 넘어서는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놓치고만 것이다." 이렇게 못 보고 놓친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는지는 그 효과가 본래 전 지구적일 수밖에 없는 온실가스와 관련하여 드러나게 된다. 당시에는 이 과정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지만, 국가관리 체제가 그 존속기간 내내 이산화탄소를 쉬지 않고 만들어냄으로써 이 시한폭탄의 폭발은 급격히 당겨졌다. - P194

한편 자본은 빠른 속도로 새로운 역사적 자연들을 계속 발생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리튬과 콜탄처럼 반드시 새롭게 확보해야 하는 광물이 포함되는데, 콜탄은 휴대전화의 필수 원료로서이윤이 엄청난 상품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전의 원인이자,
노예화된 콩고 어린이들에 의해 채굴되는 상품이다. 또 다른 신자유주의적 자연들로는 새롭게 인클로저 대상이 된 낯익은 대상들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례는 물인데, 물의 사유화는 대중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들 대중은 ‘물질적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삶의 원천‘, 그리고 이와 연관된 자연/상품 결합체에 대한 서발턴적 관점을 지키는 데 전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196

인클로저는 자본주의의 어떤 국면에서든 필수 요소였지만,
현 체제는 교활하고도 독창적이기까지 한 새로운 인클로저 형태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새로운 독점 지대를 뽑아내기 위해 최첨단 생명공학이 최신형 지적재산법과 결합한다는 사실은 이미널리 알려져 있다. 종종 제약 대기업은 토종 식물에 기반한 신약 - P196

성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그 한 사례로 인도멀구슬나무(최근에 게놈을 해독했다)에서 추출한 성분을 들 수 있다. 문제의 성분은 이미 그 치료 효과가 남아시아 전역에 잘 알려져 있어서 여러세기에 걸쳐 사용되던 것이었다. 유사한 사례로 농업 대기업의곡물 품종 특허권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유전자 ‘개선‘이라는 개념을 근거로 바스마티 쌀 같은 곡물 품종의 특허권을 확보하려하는데, 그 목적은 이를 개발한 영농 공동체의 자산을 박탈하려는 데 있다. - P197

반대로, ‘자연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역사적 자연을생명공학을 통해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악명 높은 사례로 몬산토Monsanto의 터미네이터 씨앗이 있다. 농가에서 매년 종자를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의도적으로 열매가 열리지 않게 고안된 씨앗이다. 다국적기업이 자본의 자기 재생산 경로가 되는 인공적인 생명-소진 과정을 탐식하기 위해, 씨앗이 재생산되는 자연스러운 생명-소생 과정을 고의로 죽여 없애는 것이다." 이제자본은 자신이 늘 의지해온 바로 그 ‘무상의 선물‘(즉 스스로를 보 - P197

충하는 자연의 역량을 다른 이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음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자연 I 개념을 거꾸로 뒤집는다.
그 결과는 극도의 이윤과 다양한 고통의 얽힘이며, 이를 통해환경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한데 뒤엉킨다. 농민의 부채가 급증해 농민들 사이에서 자살이 유행하고, 더 나아가 전 지구적 환경 부담에서 짊어져야 할 몫이 증가해(도시의 극단적인 공해, 시골의과잉 추출주의, 점점 더 치명적인 충격을 안겨주는 지구 온난화에 유독 취약한 상태) 이미 허리가 훨 지경인 지역들이 더욱 빈궁해진다. - P198

지구 온난화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자, 국가 강제력 대신 탄소 배출권 시장이 신뢰할 만한 규제 기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아울러 일국적 차원 대신 국제적 차원이 생태-거버넌스의 사랑받는 무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도 변천했다. 야생보호의 흐름은 그 한지류가 녹색-자본주의의 권력 중심에 끌려들어간 반면 다른 지류는 점차 환경정의를 고수하는 운동이 되면서 분열되고 약화됐다. 현재 환경정의의 흐름에는 광범위한 서발턴이 포함된다. 남반구에서 인클로저와 땅뺏기에 맞서 저항하는 ‘가난한 자들의환경주의‘, 독성물질 노출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공격하는 북반구 반인종주의자, 송유관과 싸우는 선주민운동, 삼림 파괴와전투를 벌이는 에코페미니스트 등등. 이들 중 다수는 초국적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 중첩되고 상호 연결된다. - P200

이와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까지 이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국가 중심 프로젝트가 이제 새로운 활력을 내뿜으며 다시 부상하고 있다. 좌우 양쪽에서 포퓰리즘의 반란이 일어나자유시장‘이라는 요술방망이에 대한 믿음을 분쇄하자, 일부는 국가권력이 생태-사회 개혁의 주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령 한편에는 마린 르펜의 ‘새 생태주의"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그린뉴딜이 있다. 또한 노동조합 역시 녹색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대를 건다(이 - P200

들은 오랫동안 조합원의 산업 보건과 작업 안전을 위해 헌신했지만 ‘발전‘ 을 제한하는 데는 조심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스펙트럼의 반대쪽 끝에서는 탈성장 흐름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참여자를 발견하고 있다. 이들은 물질 처리량 급증과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대담한 문명 비판에 끌리고, 또한 채식주의, 커머닝, 사회적경제연대경제를 통한 ‘부엔 비비르buen vivir 의 약속에매혹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두를 종합한 결과는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수 있을까? - P201

프랑스의 비대한 핵발전소
‘부엔 비비르‘는 ‘좋은 삶‘이라는 뜻인데, 라틴아메리카에서 특히 선주민운동과 환경운동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질서에 맞서는 대안의 기본 방향이자 가치로 제시되었다. 이들이 발전시킨 ‘부엔 비비르‘라는 말에는 인간이 서로, 그리고 자연과 함께 조화롭고 지속 가능하게 사는 삶의 여러 면모와 이와 관련된 다양한 관심사들이 집약돼 있다. 2008년에 에콰도르의 좌파 라파엘코레아 정부 아래에서 채택된 에콰도르 헌법은 ‘부엔 비비르‘를 경제사회 질서의기본 원리로 천명했다.

여기에서 도출되는 정치적 함의는 실천하기에는 간단하지 않아도 개념상으로는 단순하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생태정치가 되려면, 반자본주의적이면서 또한 환경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제시한 역사적 성찰은 이 명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내가 처음에 추상적인 4D 논리로 제시한 내용, 즉 자본이 자신의 의존 대상인 자연 조건을 불안정에 빠뜨리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는 것은 이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구체적인과정으로 나타난다. 그 궤적은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중심부에서 비롯된 사회생태적 곤경은 주변부에서 약탈의물결을 촉발하며, 노략질 대상은 정치적 자기방어 수단을 빼앗긴 인구집단의 자연적 부다. 또한 매번 생태적 곤경에 대한 해법은 새로운 역사적 자연을 불러내는 마법과 그 전유를 포함하는 - P202

데, 이러한 새로운 역사적 자연은 과거에는 가치 없는 것이었으나 갑자기 황금처럼 떠받들어지면서 반드시 가져야 할 전 세계적 상품이 되고, 주인이 없기에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 편의적으로 간주된다. 결국에 가서 매번 나타나는 것은 걷잡을 수 없는연쇄 효과이며, 이는 새로운 사회생태적 곤경을 촉발해 순환이계속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거듭 반복된다.
각 체제마다 되풀이되는 이 과정은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며전개된다. 설탕과 은, 석탄과 구아노, 정제 석유와 화학 비료, 콜탄과 유전자 조작 씨앗을 헤쳐나가며 이 과정은 정부에서부터식민화로, 신제국주의로, 금융화로 단계를 밟아나간다. 그 결과는 중심부/주변부 지리학의 진화로서, 서로를 구성하는 이두공간 사이의 경계선은 경제/자연의 경계선이 변동하는 것에 발맞춰 주기적으로 변동한다. 이런 변동을 낳는 과정은 자본주의 사회의 독특한 공간성을 발생시킨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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