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선택할 때는, 그 여자가 지금 현실이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워도 희망의 빛이 보이는 역을 했습니다. 보는 사람들을절망에 빠뜨리는 역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지 않아도삶에 절망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내가 맡은 역으로 그 절망을더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비록 절망적이어도 저 멀리 희망이 보여서 비집고 나올 수 있는 그런 역을 했습니다. 형편없는 몰골의 역이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저 여자에게 희망이 기다리고 있나?‘
그것을 따졌습니다.
누구나 날개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날개는 누가 달아 주지않습니다. 내 살을 뚫고 나올 뿐입니다. 내 어깨에서 얼마나 아프게 나왔겠는가, 그 날개. 등가교환과 같은 것입니다. 날개깃이살을 뚫을 때 얼마나 아프겠는가.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이되고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뚫고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 P138

하지만 모든엄마는 나의 일부가 확대된 것입니다. 「겨울 안개」는 암에 걸려가족들 사랑 속에 죽는 엄마였고, 「사랑이 뭐길래」는 호랑이같은 남편 밑에서 쥐여사는 엄마였습니다. 장미와 콩나물은무식하지만 경우 바른 엄마였습니다. 그리고 마더」는 아들을보호하기 위해 모성이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차갑고 텅 빈 엄마였습니다.
「전원일기」 덕분에 나는 많이 성숙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원일기」가 내 인생에 나타나 준 것에 대해 말할 수 없이 감사합니다. 잠깐의 배역을 맡았던 사람들이든 끝까지 함께한 연기자들이든, 최불암 배우나 고두심 배우, 김수미 배우든모두가 내 연기 인생을 관통한 만남이었고, 최고의 만남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해 그들 모두가 지금도 양촌리에 가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또 어떤 때는, 우리가 이 다음에 죽으면 어딘가에서 다 모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함께 다시 만나 이번 생에서 우리가 한 「전원일기」를 이야기하면서, 그때 참 행복했다고 웃으며 말할 것 같습니다. - P147

그래서 내가 대발이 엄마 역을 맡고, 점잖은 역은 윤여정 배우가 맡았습니다. 윤여정 배우는 뛰어난 연기자라서 그 역을훌륭하게 해 냈습니다. 나는 참으로 신에게 감사합니다. 얼마나나에게 이 역저역을 시키셨는지.
감정적으로는 김정수 작가의 작품이 더 순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김정수의 작품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연기자로서는 단연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선호했습니다. 김정수 작가도 당연히 작가이니까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그이는 그것을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게 표현됩니다. 김수현 작가는 박박 긁고, 할퀴고, 몸서리쳐지게 표현을 합니다. 그러면서 사랑스럽습니다. 두 여자가 막상막하입니다. 두사람 덕분에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생각하면 배우로서 나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여자입니다. - P212

나에게 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삶이며 모든 것입니다. 배우는
"이만큼 하면 됐다.‘거나 ‘이 정도면 성공했다.‘라고 멈춰서는 안됩니다.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품고서 해야 합니다. - P213

나, 아들, 딸, 또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그 사람은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나보다 먼저 죽을 줄 알았더라면, 내가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더 다정했을 것이고, 한 가지라도 더 신경 써 주었을 것입니다. 걱정도 덜 끼치고, 떠날 때 내 염려 안 하도록 자립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죽으리라는 생각을 어떻게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을까요?
얼마나 바보 같은가요? ‘어, 정말 이 사람이 이제 세상에 없네.
하고 느끼게 할 줄 몰랐습니다. 언제나 내가 먼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떠났을 때 충격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그런데 남편 문상을 온 사람 중에 무좀 양말을 신고 온 이가있었습니다. 슬픈 와중에도 그 발가락 모양이 어찌나 우습던지울면서 얼굴을 가린 채 웃었습니다. 인생은 그만큼 부조리의연속입니다. - P220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가끔 사람들로부터 ‘저렇게까지 세상물정을 모를 수 있나?‘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들 임현식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습니다. 그런 일들로 내가 속상해하고 있을 때 아들이 뒤에 와서 나를 가만히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순진한지는 아빠랑 나만 아는데…. 아빠는저세상으로 떠나고, 우리 엄마 어떡하나.…."
정말 그랬습니다.
어떤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뒤에서 희생한 다른 이들이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반드시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산도 좋고 물도 좋고 정자까지 좋은곳은 없습니다. 내가 남편에게도 잘했고, 아이들에게도 너무나좋은 엄마였고, 그리고 연기도 빼어나게 잘했다? 그런 건 있을수 없습니다. 나는 배우로서 살아온 것 말고는 모든 부분에서부족한 여자였습니다. - P221

내 아들 임현식에게도 온통 용서받을 일뿐입니다. 내가 낳은아들인데도 온전히 첫번째 순위로 놓지 않았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언제나 첫 번째였습니다. 내가 대본을 생각하면서 멍하니 앉아 있으면 아들은 "엄마 주위에 담이 쳐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가까이 갈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고. 그래서 아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옷을 붙잡고 떼쓰는 일을 나한테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대본만 들면 내 방에 들어가서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들이 얼마나 쓸쓸하게 컸을까요? 아들이 커 가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꿈을품고 있는가를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들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엄마이지만 그런 말을 할 상대가 아니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한없이 미안합니다. - P222

나는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이 그냥 멍하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본 속 여자가 머릿속에 가득이었습니다. 날마다 그러했기 때문에, 어린 딸이 배 아프다고 하면 "아가, 이리 와." 하고 안아 주었지만, 대본 속 역할을 생각하듯이 그만큼 온 마음을 다해 대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어른이 된 딸은 나를다 용서해 주었습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아이들을 낳긴 낳았지만 내가 하는 배역을 더 많이생각하느라 아이들에게 전력투구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라고할 수도 없었습니다.
생에 감사합니다. 나는 그런 행복을 누릴 자격이 천성적으로없는 사람입니다. 내 딸 임고은이 언젠가 내 대본 뒤에 써 놓은글이 있습니다.
‘나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라고 생각해. 나도 엄마 같은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어‘ - P223

사람들은 내가 현모양처인 줄로만 압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살림도 못하고, 대본만 받으면 그날부터 대본 속 인물이되어 버려서 식구들은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남편과 아이들은 내가 배우이니까 당연하다고 인정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배우로서 잘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가족에게 남긴 자잘한 상처들이 흐지부지 묻히지 않도록 가족에게 상처를주면서 배우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배우로서 떳떳하지 못하면정말 면목이 없는 일입니다. 나를 배우로 인정해 주는 가족의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연기에 집중하면서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 P224

어떤 이는 나에 대해 ‘김혜자는 자신을 비워 내고 캐릭터를받아들인다기보다 언제나, 누구든 받아들일 수 있게 비어 있다. 마치 일상이 없고 늘 배우로만 사는 사람처럼, 아니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사는 집을 옮겨갈 뿐 현실적 인물이 아닌것처럼 배우로 존재한다.‘라고 썼습니다(대중문화전문기자 홍종선), 나 스스로도 대본을 외고 연기를 하는 것 외에는 모든 면에 부족하고 의지박약인 자신이 싫은 적도 많았습니다. 배우가아니었으면 신이 보시기에도 아무 데도 쓸모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부족한 여자이기 때문에 신이 좋은 남편을 붙여 주었고, 착한 아들과 딸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살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많은 사람을 용서하고 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한테 용서를 빌 만큼 잘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못한 일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인간에게든 신에게든 내가 다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 P225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연기하면서, 늙는다는 것은 슬프고서글픈 일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늙으니까 기억도 깜빡거리고, 자식들은 엄마를 약간 바보 취급합니다. 마음대로 빨리 죽어지지도 않고, 살아서 신나는 일도 없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1926~2022)이 96세를 일기로 세상 떠난 뉴스를 보면서, 나랏일로 바빴겠지만 그래도 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식들이 이런저런 일들로 논란거리가되고, 며느리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불행하게 죽는 것까지 다봐야만 했으니까.
자식들은 왜 그렇게 부모에게 야단을 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야단치는 말투입니다. 이드라마에서도 막내아들 민호(이광수)가 나에게 소리를 버럭버 - P249

럭 지르는 것이 서글펐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아들동석이 엄마인 나에게 그렇게 하는데, 그럴 때면 이 사람들이실제로 배우인 내가 싫어서 그렇게 악을 쓰나 하는 바보 같은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나는 작가들을 옛날부터 존경했습니다. 물론 김정수, 김수현,
노희경 작가처럼 잘 쓰는 작가를 작가들은 어떻게 다 알까? 늙도록 살아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나이 먹은 사람의 심정을이렇게 잘 알까? 실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내가 맡은 역은 치매에 걸리는 슬픈 역이지만, 잘 쓰는 작가라서 믿고 했습니다. - P250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를 위한 선택이긴 하나 병든 사람들과 함께 그런 식으로 죽어 간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회에서 회자는 요양원을 탈출합니다. 치매에 걸린 희자는 새벽에 정아에게 전화를 걸어 요양원으로 자신을 데리러 와 달라고부탁합니다.
"너는 죽더라도 길 위에서 죽는다고 했지. 정아야, 나도 그러고 싶어. 감옥 같은 좁은 방 말고."
어찌 보면 우리 모두 길 위에 선 삶입니다. 아니면 이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린 다 인생이라는 기로에 서 있는 쓸쓸한 방랑자‘인지도 모릅니다. ‘죽더라도 길 위에서 멋지게 죽을거야‘라고 선언하며 희자와 정아는 호기롭게 차를 몰고 떠나지만, 요실금 때문에 차를 세워야만 합니다. - P254

「디어 마이 프렌즈」를 하면서 다른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도컸습니다. 정아 역은 ‘나문희 이상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매번 감탄하며 봤습니다. 윤여정 배우는 말할것도 없습니다. 극 중에서 그녀가 맡은 충남이 나이 어린 교수들에게 "니들이 지은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니들 스스로 니들가치를 모른 거라고 할 때, 그리고 고두심 배우가 아픈 엄마에게 "나 속 썩이려고 병원 안가시냐?"고 악다구니 쓸 때, 말 그대로 ‘연기의 신들‘이 느껴졌습니다. 박원숙 배우가 드라마 속에서 옛 연인과 재회하는 장면은 잠깐이지만 그간의 세월이 느껴 - P254

졌고, 주현 배우는 얼렁뚱땅하는 것 같지만 다 표현합니다. 신구 배우는 이 드라마에서 처음 같이했는데, ‘정말 잘하는구나.
내가 신구 배우를 이제야 처음 만난 걸 보면 아직 연기해야 할게 한참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은 원래 막장이야."라고 모두가 외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영정 사진을 재미 삼아 찍습니다. 엄마 친구들의 이런 다양한 삶을 알게 된 박완은 마지막에 말합니다.
다만 소원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좀 더 오래 가길,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게 조금 더 오래 가길" - P255

PD저널의 방연주 객원기자라는 분은 「디어 마이 프렌즈」를보고 리뷰에 노벨문학상을 탄 쉼브르스카의 시를 인용했습니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 중에서).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어떻게 사는가보다 어떻게 죽는가가 중요해지는 순간이 인생에는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희경 작가가 한 말처럼,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젊은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치열함을 살고 있는 ‘나의 친애하는 친구들‘
과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희망을 세상에 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영향 미치는 아 - P256

름다운 작품을 하는 게 꿈인 내게 참으로 감사한 작품입니다.
인생이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결국 사랑임을 다시 느꼈습니다.
언제까지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나도 하면서 즐거운, 그런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디어마이 프렌즈」를 만난 것이 연기자로서 축복이었습니다. 내가 배우로서 살아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tvN이 20대에서 40대를 타깃으로 한 케이블 방송임에도 「디어 마이프렌즈」는 케이블과 종편을 통틀어 8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켰으며, 역대 tvN 프로그램 중 시청률 5위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드라마의 소재와 다양성을 확대시킨 수작으로 남았다. 한국방송비평상드라마부문 대상,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작가상, YWCA가 뽑은 좋은TV프로그램상 대상,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드라마 작품상, 백상예술대상TV부문 극본상을 수상했다.) - P257

노희경은 그만큼 무서운 사람입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계획대로, 자기가 생각한 대로 씁니다. 그리고 대사가 매우 신랄합니다. 가슴을 콕콕 찌릅니다. 뾰족한 것으로 그냥 찌르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는 "아팠지?" 하고 만져 줍니다.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는지 모르지만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사람입니다. 조금 쌀쌀맞은 작가인데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이유입니다. - P268

노희경 작가는 보는 이의 심장을 할퀴는 것 같은 대사를 씁니다. 그래서 그녀 자신이 날이 서 있어 보입니다. 똑똑하고, 냉정하고, 개성 뚜렷하고, 어느 면에서는 싸가지 없고,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배우의 목을 조르거나 손목을 물어 버린 적도 있다는 말까지 들릴 만큼 독특한 작가입니다. 신랄하게 대사를전개하다가도 마지막에는 가슴이 미어질 만큼 아프게 합니다.
어느 작가와도 다른 작가입니다. 혼자 저쪽에 서 있는 들풀 같은 사람, 그것이 그녀에 대해 내가 느낀 것입니다.
며칠 전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다시는 힘들게 연기하지 마세요."
그래서 내가 답했습니다.
"누가 노희경 씨에게, ‘그리 빼빼 마른 중학생같이 되면서까지 글 쓰지 말아요‘ 한다고 그렇게 되겠어요? 언제나 그렇게 되면서까지 쓰겠지요." - P268

아는 사람이 나에게 동영상을 하나 보내 주었는데, 영상 속에서 수탉이 온 힘을 다해 울다가 지쳐서 기절해 쓰러집니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납니다. 그 수탉이 너무나도 우리 두 사람,
노희경 작가와 나 같아서 그 영상을 그녀에게도 보내 주었습니다. 있는 것을 다 뽑아내고 소리를 지르다가 쓰러지는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 있다가 다시 일어납니다. - P269

만지고 나서 나를 꼭 껴안고 아이처럼 한없이, 한없이 움니다. 그것은 지문에 없습니다. 이병헌 배우가 잘 하겠지 하고안 써 놓은 것 같습니다. 자세히 써 있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장면에는 써 있지 않습니다. 배우는 오직 연기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에 그렇게 하라고, 그전 장면들에서는 이병헌 배우가더 못되게 굴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다음에이병헌 배우의 내레이션이 흐릅니다.
"사랑한단 말도, 미안하단 말도 없이 내 어머니 강옥동 씨가내가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을 끓여놓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난 내 어머니를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
이 내레이션이 더 가슴 아프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것은 이병헌 배우의 진심 어린 열연 때문이었습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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