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릴라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다 믿었다. 내 머릿속에는한 손에는 누의 머리를, 다른 한손에는 티나의 머리를 들고 긴 팔을흔들거리며 지하터널을 뛰어다니는 돈 아킬레의 기형적인 형상이자리 잡았다. 나는 너무나 괴로웠고 그 때문에 성장통이 왔다. 조금나아졌나 싶다가 다시 앓아눕고 말았다.
그 무렵 나는 일종의 촉각장애를 앓고 있었다. 내 주변의 생명체들이 각자의 생활 리듬에 맞춰 바삐 움직이는 동안, 손가락 아래 딱딱한 표면이 말랑말랑하게 변하거나 안에 있는 내용물과 표충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며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몸도 만져보면 부은 듯했다. - P68

이 사실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공처럼 부풀어 오른 뺨과 톱밥으로 채운 손과 너무 익은 마가목 열매 같은 귓불과 커다란 빵 덩어리 모양의 발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몸이 나은 후 다시밖으로 나갔을 때 학교며 거리며 나를 둘러싼 공간 자체가 변한 것같았다.
주변 세상이 어두운 두 극 사이에 낀 것처럼 느껴졌다. 양극의 한쪽에는 지면 밑에서 건물의 지반과 인형이 떨어진 어두운 동굴을 압박하는 거대한 공기방울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위에서 우리들의 인형을 훔쳐가버린 돈 아킬레가 살고 있는 건물 5층을 짓누르는 거대 - P68

한 구체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개의 거대한 구체가 철로 만든 봉 끝에 고정되어 건물, 길, 들판, 터널, 선로를 지나며 이 모든 것을 납작하게 해버리는 상상을 했다.
나는 주변의 모든 사람과 사물과 함께 그 사이에 끼어서 짓눌린느낌이었다. 입에서는 기분 나쁜 맛이 났고 계속되는 구역질에 기진맥진해 있었다.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르며 옥죄어 들어와 결국에는내 몸이 역겨운 크림처럼 짓뭉개질 것만 같았다.
그런 불편한 상태는 상당히 오래갔다. 사춘기 중반으로 들어설 때까지 몇 년 동안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느낌이 막 시작되었을 때 즈음, 나는 예기치 않게 처음으로 남자아이에게 고백을 받았다. - P69

터널 맨 오른쪽 입구는 암흑에 싸여 있었다. 그때까지 그렇게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터널은 한없이 길었고 반대편 끝에 보이는 빛나는 둥근 출구는 한없이 멀게 느껴졌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발소리와 함께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은빛 물줄기와 물웅덩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잔뜩 긴장한 상태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릴라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크게 울려 퍼지는 자신의 소리를듣고 웃었다. 우리는 함께 또는 각각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 P93

아직 남은 시간은 많았고 가족 중 누구도 우리를 찾지 않을 것이다. 자유의 기쁨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나는 항상 그날 여행의 전반부를 생각한다. 터널에서 나온 순간과 끝없이 펼쳐진 곧은 길을 마주했을 때의 그 느낌. 리노는 그 길의 끝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미지에 노출된 듯한 그 느낌을 즐겼다. 그때의 느낌은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이나 돈 아킬레의 집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를때의 느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날 태양은 잔뜩 낀 구름 위에 떠올랐고 어디선가 강한 탄내가났다. 우리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무너져내린 담벼락을 따라서사투리로 이야기하는 소리와 뭔가가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간간이흘러나오는 낮은 건물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 P94

릴라가 있어서 내가 길을 잘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는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갔지만 느낌으로는 릴라가 나보다 열 걸음은 더 앞서 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항상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만년2등이었던 나는언제나 1등인 릴라라면 가는 법과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 바다까지가는 길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릴라라면 온 세상이 머릿속에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그 때문에라도 우리 주위를 둘러싼 세상이 엉망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분 좋은 느낌에 나 자신을 맡기기로 했다.
나는 하늘이 아닌 땅속 깊은 곳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빛줄기를본 것을 기억한다. 땅의 표면에서 보는 그 빛은 어딘가 빈곤하고 불결해보였다. - P95

얼마 후 우리는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다.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릴리는 걷는 속도를 늦췄고 나 역시그녀를 따라 속도를 늦췄다. 내게 못된 장난을 치려다가 후회하는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릴라의 시선과 두세 번 마주쳤다.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릴라가 너무 자주 뒤쪽을 바라보고 있다는사실을 깨닫고 나도 덩달아 뒤를 돌아보았다.
릴라의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우리 동네와의 경계선인 터널의 모습이 자취를 감춘 것은 이미 한참 전의 일이었다.
우리는 이미 익숙하지 않은 길에 들어섰고 우리 앞에 펼쳐진 길도마찬가지였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 P95

1958년 12월 31일 릴라는 처음으로 경계의 해체를 경험한다. 경계의 해체는 내 표현이 아니다. 단어가 가지는 일반적인 의미를 극대화해서 릴라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릴라는 사람이나 사물을 구성하는 윤곽의 경계가 해체되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1959년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옥상에 모인 그날 밤, 릴라는 생전 처음 경계의 해체를 강렬하게 체험한다. 그때만 해도 그 느낌이 무엇인지정확히 규정짓지 못했기에 혼자서만 간직했다가 오랜 세월이 지난1980년 11월 어느 날 밤에 이르러서야, 옥상에서 경험했던 현상에대해 내게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도 하고 자식도둔 36세의 여자가 되어서도 때때로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고백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경계의 해체라는 표현을 썼다. - P113

그 사건은 내 기억 속에 뚜렷이 각인되었다. 사내들을 끌어당기는자석 같은 내 몸의 힘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그보다 더 그 사건이 뇌리에 남은 이유는 릴라라는 존재가 카르멜라뿐 아니라 요구 사항 많은 유령처럼 내 주위를 맴돌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단순히 혼란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혀 결정을 내렸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아마도 바로 도망쳤을 것이다. 릴라와 함께있을 때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나는 분명 릴라의 팔을 잡아끌면서 어서 가자고 속삭였을 것이다. 그러다 릴라가 남기로 결정을 내리면그녀 옆에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녀가 옆에 없으니,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나는 릴라가 했을 법한 결정을 내렸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을 그녀에게 내준 것이다.
지노가 그런 제안을 했을 때 내 안의 자아를 뒤로 밀어내고 싸움할 태세를 갖출 때 릴라가 취하는 건방진 눈빛, 억양, 몸짓을 모방하고는 흡족해했다. 순간 약간 걱정이 되었다.  - P124

릴라는 열정적으로 나를 그 언어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래서인지사람들의 발을 편안하고 튼튼하게 감싸는 신발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리노와 페르난도 아저씨야말로 동네에서 가장 뛰어난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릴라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돌아가면 구둣방에서 일도 할 수 없고 아버지는 한낱 시청 수위에 지나지 않는나는 릴라가 누리는 특별한 혜택에서 제외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학급에서도 의미 없이 자리만 채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개월이 지나도록 나는 교과서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거나 힘을 얻지 못했다. 불행함에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갈 때면작업장 구석에 있는 릴라만의 작업 공간인 작은 탁자 앞에서 일하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구둣방을 지나가곤 했다. - P126

그렇다. 게다가 이 말을 할 때의 릴라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퉁명스러웠지만 이제까지 그녀에게서 들어보지 못한 힘없는 목소리였다. 릴라는 어떤 소설인지 영화에서 살인자의 딸이 피해자의 아들을사랑하게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카르멜라에게 이야기해줬다고했다. 하지만 그것은 허구일 뿐 현실이 되려면 진실한 사랑이 생겨나야 한다고 했다.
카르멜라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 날부터 알폰소와 사랑에 빠졌다고 떠들고 다녔다. 그녀의 말은 다른 소녀들에게 멋있게보이려고 만들어낸 거짓말일 뿐이고 이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알 수 없었다. - P136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나이가 기껏해야 열두살이었다. 하지만 이따금 지나가는 트럭 뒤로 일어나는 먼지와 파리사이로 타는 듯이 뜨겁게 달아오른 길을 따라 걷는 우리의 모습은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던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서로의 몸에의지하며 걸어가는 두 노인네 같았다.
나는 그 누구도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둘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이다. 돈 아킬레의 목에 칼을 꽂은 것이 전직 목수인 알프레도 아저씨가 아니라 하수구의 생명체이고, 살인자의 딸이 희생자의 아들과 결혼한다면 기억하는 한 언제나 존재했던온 동네를 뒤덮고 있는 거대한 장막이 조금이나마 걷힐 것이라는 사 - P136

실을 아는 사람도 우리밖에 없었다.
사물, 사람들, 건물, 거리가 참아내기 힘든 무엇인가를 내포하고있어서 그것을 받아들이려면 게임을 하듯이 모든 것을 다시 만들어내야만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인데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와 그녀, 나와 릴라뿐이었다.
라는 뜬금없이 하지만 우리가 나눴던 모든 대화가 결국은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듯이 이렇게 물었다.
"우린 아직 친구지?"
"그럼. - P137

"그럼 내 부탁좀 들어줄래?"
릴라와 다시 가까워진 그날 아침, 나는 릴라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줬을 것이다. 집에서 도망칠 수도 있고, 동네를 떠나 농장에서 잘 수도 있고, 나무 뿌리로 연명할 수도 있었다. 수챗구멍을 지나하수구로 내려갈수도 있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지더라도 집에되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녀가 내게 부탁한 건별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 순간에는 약간 실망했다. 릴라는 하루에한 번씩, 한 시간이라도 괜찮으니 라틴어 책을 가지고 저녁 시간 전에 공원에서 만나자고 했다.
"성가시게 굴지 않을게."
릴라가 말했다.
릴라는 내가 낙제한 것을 이미 알고 나와 함께 공부하고 싶어했다. - P137

하지만 나는 경외심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같은날 파스콸레같은 어두운 매력이 있는 청년의 관심을 받았고, 새로운 학문을 향한 문이 눈앞에 열린 데다, 얼마 전까지 같은 동네 더군다나 우리 집맞은편 건물에 살던 사람이 책을 출판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특히마지막 사실은 우리도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릴라가 옳았음을증명했다. 물론 릴라는 책 쓰기를 포기했지만 나라면, 파스콸레의사랑에 힘을 얻고 그 어렵다는 고등학교라는 곳에서 공부를 해낸다면 도나토 아저씨처럼 혼자서 책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리면 릴라가 구두그림과 구두공장으로 돈을 벌기 전에 내가 먼저 부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163

나는 다음 날 몰래 파스콸레와 약속한 장소에 나갔다. 그는 작업복 차림으로 헐떡거리며 나타났다.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고 여기저기 하얀 석회 자국이 튀어 있었다. 함께 걸어가면서 나는 그에게 도나토 아저씨와 멜리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최근 일어난 일을종합해볼 때 멜리나가 미친 것이 아니고 도나토 아저씨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으며 아직까지도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파스콸레가 내 이야기에 민감하게반응하면서 맞장구칠 때도, 이 모든 일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도나토 아저씨가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철도청 직원이 페라로 선생님이 도서관에 비치해뒀다가 빌려줄 수도 있는 그런 책의 저자가 된 것이다. - P163

그래. 그녀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겉모습뿐 아니라 표현하는 방식까지도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이야기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익히 알고 있던 그녀만의 재능이 한층더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그때보다 훨씬 뛰어나게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연스러운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현실을 단어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어떠한 기운을 불어넣어 똑같은 현상이라도 더 강렬하게 느껴지게 했다. 릴라가 그런식으로 말할 때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시도했을 때의 결과가 꽤 좋다는 사실에 흐뭇해했다.
나는 카르멜라나 다른 아이들과는 이런 면에서 다르다고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그 애들과는 달리 나는 릴라가 내게 이야기를 하는그 순간, 그곳에서 함께 불타오를 수 있었다. 열중해서 이야기할 때릴라의 손놀림, 몸짓, 눈빛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릴라와 함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불현듯기쁨은 사라지고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잘못 짚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벽돌공이자 공산당이며 살인자의 아들인 파스콸레는 내가 좋아서 구둣방까지 나를 데려다준 것이 아니었다. 그가 보고 싶었던 것은 릴라였던 것이다. - P167

아! 그때 그 바다의 모습이란・・・ 그날 바다는 심하게 요동쳤고 파도소리가 요란했다. 세찬 바람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옷은 몸에착 달라붙었으며 머리카락이 흩날려 이마가 드러났다. 아버지와 나는 그 진경을 바라보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바다 반대편 길에자리를 잡았다. 파도가 하얀 계란 거품을 이고 있는 시퍼런 금속관처럼 맹렬히 굴러 들어와서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인 감탄사를 연발하며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이 있는 길까지 밀려와서 수천 개의 빛나는 파편으로 부서졌다. 릴라가 없는 것이 어찌나 안타까웠던지.
거센 돌풍과 굉음에 넋이 나갈 것 같았다. 그 엄청난 광경을 온몸으로 흡수하면서도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이, 너무나 많은 부분이 미처손에 쥘 새도 없이 흩어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P178

아버지는 마치 내가 떠내려가기라도 할 것처럼 내 손을 꼭 잡았다. 실제로 나는 아버지의 손을 놓고 달려 나가서 길을 건너 바다의빛나는 파편에 몸을 내맡기고 싶었다. 무시무시하면서도 빛과 소리가 충만했던 그 순간, 나는 새로운 도시에 홀로 남게 되는 상상을 했다. 새로운 인생을 앞두고 나 자신도 새로워져서 말이다.
나는 거칠게 변화하는 모든 것에 완전히 노출되겠지만 분명 승리할 터였다. 나는, 나와 릴라는 오직 함께 있을 때만 발휘할 수 있는그 능력으로 색채와 소리와 사물과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취합해 이야기를 만들고 힘을 부여했을 터였다.
동네에 돌아오니 긴 여행을 마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는친숙한 길과 스테파노와 피누차의 식료품점 모습, 과일을 파는 엔초 - P178

의 모습, 주점 앞에 서 있는 솔라라 형제의 밀레첸토 모습이 펼쳐졌다. 솔라라 형제에 대해 말하자면 이제 그들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어머니는팔찌에 얽힌 일을 알지 못했고, 아무도 리노에게 그날 일어난 일을전하지 않았다.
나는 릴라에게 그날 내가 지나간 길의 전경과 이름, 요란스러운소음과 찬란한 빛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만약에 내가 아닌 릴라가 그날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면 나는 호응하며 때때로 맞장구를 쳐줬을 것이다. 내가 직접 그 광경들을 보지 않았더라도 생기를 띠며 흥분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질문도하고 의문도 제기하며 언젠가는 꼭 그 길을 같이 걷자고 그녀를 설득했을 것이다. 나와 함께할 때 그 경험은 더욱 풍성해지고 나야말로 릴라의 아버지보다는 훨씬 좋은 길동무가 되어줄 것이니 말이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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