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라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풀 수 없다. 그냥 관리만 할 일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는 이 문제 말고도 관심이 필요한 시급한 일들이 널려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항에 이르는 지역 전체는 초조하게 남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만에 하나 그들의 코앞에서 이문제가 폭발하기라도 하면 인접국들까지 말려들게 되고 그 여파가 당장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거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행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을 위해 싸우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방을 저버리는 짓을 할 수도 없다. 한반도 개입에 있어서는 오랜역사를 지닌 일본은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입장이기에 되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해결책은 타협이겠지만 남한은 이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북한의 지배층 또한 이를 받아들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향후 전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 이 상황은 마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풍경과도 같다.
수년 동안 미국과 쿠바는 서로의 주위를 조용히 맴돌기만 했다. 2015년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 그들은 부분적인 돌파로 이어지는 탱고만을 추었을 뿐이다. 복잡하게 스텝이 꼬이지만 않도록 슬쩍슬쩍 눈치만 주면서 말이다. 그러나 북한은 혹시 플로어로 나가자고 할 신청자가 있는지 목을 빼고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가끔은 표정을 일그러뜨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북한은 2천5백만 인구를 가진 빈곤 국가다. 도덕적 부패, 공산주의 일당 체제의 폐해를 겪고 있는 이 나라는 혹시라도 수백만 명의 난민물결이 압록강을 넘어올까 두려워하는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은 거의 3만 명에 달하는 남한 주둔 병력을 철수하는 것이 잘못된 신호로 비쳐져서 북한이 대담한 모험을 감행할까 우려한다. 그리고 한국은 통일로 인해 현재 누리는 번영에 위험이 갈지 몰라 선뜻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펼쳐지는 이 드라마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은 안다.
잘못된 순간에 답을 냈다간 자칫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것을. 게다가 이만저만 크게 망치는 게 아니다. 두 나라의 수도가 잿더미로 변하고 내전과 인도주의적 재앙이 발생하고 도쿄 시내나 주변에 미사일이 떨어지거나 한쪽이 핵무기를 가진 한반도 땅에서 중국군과 미군이 대치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다. 만약 북한이 갑작스레 붕괴하거나 하면 이 국면은 국경을 넘는 전쟁, 테러리즘, 난민 등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후폭풍은 이 드라마의 배우들을 강타해서 해결은 차세대 지도자들의 몫으로 넘어갈 것이고 그러면 또 다시 다음 세대로 넘겨질 것이다.
사실 전 세계 지도자들로서는 공공연히 북한정권이 붕괴되는 날을 대비하자고 떠들다가 정말로 그날이 앞당겨져도 큰일이다. 그날에 대해 준비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북한은 여전히 광적인데다 곧잘 효과가 있는 <강력한 약자 역할>을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대외정책은 본질적으로 중국 말고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 데 있다. OEC(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 수출량의 84.48퍼센트를 수입하는 중국조차도 그들은 온전히 믿지 않는다. 북한은 자신들과 맞서는 통일 전선을 가로막기 위해 모든 외부 세력들이 서로 반목하게 하는 데 노력을 경주한다. 여기에는 중국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 지배층은 볼모나 다름없는 주민들에게 조국은 온갖 역경과 외국 악마들에 당당히 맞서는 강력하고 너그러우며 위엄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 칭한다. 북한은 강력한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자주정신을 혼합한 주체사상이라는 유일무이한 정치철학을 통치의 기조로 삼고 있다.
실상 북한은 세계 최악의 민주 국가다. 나라가 인민을 위해서도, 공화국을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나라는 한 가족과 하나의 당이 소유한 왕조 국가다. 아마 독재의 수준을 테스트해 보면 항목이란 항목엔 죄다 해당될 것이다. 제멋대로의 체포, 고문, 여론 조작용 재판, 수용소, 검열, 공포의 법칙, 부패 그리고 21세기에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공포 통치까지 말이다. 위성사진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미루어볼 때 북한에는 적어도 15만 명의 정치범들이 거대한 노동 교화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인류 양심의 오점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곳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실상의 전체 규모를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수도 키예프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번져갔다. 그러자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동부에서는 대통령을 지지하는친정부 성향의 주민들이 몰려나왔다. 지난날 옛폴란드 영토였던 서부 리비프 같은 도시에서는 친러시아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2014년 2월 중순에 이르자 리비프를 비롯한 여타의 도회 지역들에더 이상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키예프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들이 발생하자 2월 22일, 신변의 위협을 느낀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급히 피신했다. 이어 친서방파와 파시스트파가 주축을 이루는 반러시아 파벌들이 우크라이나 정권을 장악했다.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일단 러시아어를 쓰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많이 거주 - P138

하는 크림 반도를 합병하는 수밖에 없었다. 2014년 4월 우크라이나의 자치공화국이었던 크림 반도는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민투표에서 90퍼센트 이상이 찬성을 함에 따라 러시아에의 합병을 결정했다. 또한 러시아에게는 무엇보다 크림 반도에 있는 세바스토폴항을 손에 넣는 것이 절실했다. - P139

러시아에게 세바스토폴은 단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부동항이다. 그렇지만 흑해를 나서서 지중해로 진출하려면 1936년 몽트뢰 협정으로보스포루스 해협의 관리를 위임받은 나토 회원국 터키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군함들은 그 해협을 항해할 수는 있지만 제한된 인원만이 가능하며 분쟁 시에는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혹시 러시아 군함이 보스포루스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지중해에 도달하려면 에게 해도 건너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서양에 도달하려면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거나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수에즈 운하로내려가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는 규정이 여전히 유효하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지중해 연안인 타르투스에 소규모 함대를 배치해 두고 있다. 이것은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했을 때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음을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 P139

크림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는 마음이 급하다. 그들은 세바스토폴항에 흑해 함대를 구축하고 흑해와 접한 러시아 서남부 노보로시스크 시에는 새로운 해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노보시스크는 수심이 그리 깊다 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에게 추가 능력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는 잠수함 몇 대와 선박 80척을 새로 건조 중이다. 물론 이 함대가 전시에 흑해를 돌파할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러시아의 방위력은 증가일로에 있다. 2015년 7월, 러시아는 새로운 해군 독트린을 발표했다. 여기서 러시아는 국익을 위협하는 세력들의 목록 맨 꼭대기에 나토를 올려놓았다. 물론 나토의 부대배치와 러시아 국경선에 점점 더 가깝게 장비를 배치하는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는 투지에 넘치는 말에 그치고는 있지만. - P140

이에 맞서 향후 10년 내에 미국은 보스포루스 해협의 저지선을 담당하고 있는 터키에 더해 현재 나토의 파트너인 루마니아를 부추겨흑해 주둔 함대를 보강하는 것도 예상해볼 수 있다.
크림 반도는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54년에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에 양도하기 전까지는 2백 년 동안 러시아의 지배아래 있었다. 당시 소련은 소련 국민이 크림 반도에 항구적으로 거주 - P140

하는 한 두고두고 그곳을 모스크바의 통제권 밑에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소비에트의 일부가 아니며 러시아와 친하지도 않다. 푸틴은 사정이 바뀌었다는 것을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방 외교관들은 알고 있었을까? 혹시 몰랐다면 이는 그들이 다음의 수칙 A. 즉 초심자를 위한 외교의 제1교훈을 숙지하고 있지 않았던 탓이리라. "실재하는 위협으로 간주되는것과 맞닥뜨릴 때 강대국은 힘을 사용한다." 이 점을 숙지하고 있다면그들은 푸틴의 크림 반도 합병은 서구가 우크라이나를 근대 유럽과서구 영향권으로 끌어넣은 행위의 대가로 봐야 한다. - P141

온건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자유로운 제도와법규 체제의 온전한 일원으로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는 만약 그렇게 되면 모스크바라도 어쩌지 못할 거라는 기대도 작용한다. 그러나 이 입장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지정학이 존재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서구 주도의 법규를 순순히 따를 리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데서 나온 것이다.
당장의 승리에 우쭐해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경솔하게도 미련한 성명들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여러 지역에서 제2의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어의 지위를 폐지하겠다는 사항이 들어 있었다.
그 지역들에 러시아어 사용자들의 대다수가 살고 있고 친러시아 정서 또한 강하다는 점과 실제로 크림 반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성명이 반발을 불러올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게다가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할 필요성을 공공연히 떠들어대는 격이었다. - P141

크렘린은 각국 정부에게 <러시아 민족ethnic Russians>을 보호할 것을 강제하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 러시아 민족이라는 정의를 규정하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서 위기가 발발했을 때마다 러시아 정부가 무엇을 선택했는가에따라 그 정의 또한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정의가 크렘린의 입장과 적절하게 들어맞는 때란 제1언어로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을 총칭할때다. 또한 조부모가 러시아에서 살았고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러시아 시민권을 수여한다고 명시된 새로운 시민법이적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위기가 고조되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사람들은 러시아 여권을 취득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가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판단할 지렛대 역할을 한다 - P142

크림 반도 인구의 60퍼센트가 민족학적으로 러시아인이라고 하니크렘린으로서도 문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반정부 데모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어를 제1언어로 쓰는 주민들까지 포함해서 러시아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해군 기지로 활동폭이 제한된 러시아 병력을 결국 거리로 내보낼 수밖에 없게끔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시민들과 러시아군 양쪽 모두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던 우크라이나 군대는 결국 재빨리 철수해 버리고말았다. 크림 반도는 또 다시 러시아의 실질적인 영토가 되었다.
어쩌면 푸틴 대통령이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권리를 존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신이 러시아에게 준 <지리적 패>를 다루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이를결코 선택의 문제로 볼 수만은 없다. 푸틴은 <크림 반도를 잃어버린 - P142

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곳이 있어야 러시아는 유일한 부동항으로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벨기에나 미국의 메릴랜드에 버금가는 영토를 잃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러 달려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그 이웃 국가들은 이른바 지리적 진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나토에 속해있지 않다면 모스크바가 가까울 것이요. 워싱턴 D. C.는 한참 멀다는것이다. 러시아에게 이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그들은 크림 반도를잃었을 때 대처할 방도가 없지만, 서방에는 있다. - P143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대해 제한적인 제재만을 가했다. 이 제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독일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겨울용난방연료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열거나 닫는 권한은 크렘린에 있다.
정치적 무기로써 에너지는 시간을 벌게 해주며, 러시아 민족이라는개념은 향후 러시아가 저지르는 그 어떠한 행동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2014년에 푸틴 대통령은 <노보로시야(Novorossiya, 새로운 러시아!)>라는 표현을 살짝 언급한 적이 있다. 크렘린의 전문가들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푸틴이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의 원래 지리적 명칭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 P143

한다.
몰도바에서 흑해를 건너면 또 다른 와인 산지가 펼쳐진다. 바로 조지다. 그러나 조지아는 두 가지 이유로 러시아의 통제 지역 목록 상위에 올라와 있지 않다. 첫째, 2008년에 벌어졌던 조지아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조지아 영토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 군대에 점령당했다.
현재도 아브지아와 남오세티아 전역은 러시아 군대의 통제하에 있다. 둘째, 조지아는 캅카스 산맥 남쪽 지역이고 러시아는 인접한 아르메니아에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모스크바로서는 여분의 완충지를더 늘리고 싶겠지만 굳이 조지아의 나머지를 취하지 않고도 견딜 수는 있다. 다만 조지아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지금의 형국은 달라질 소지가 있다. 나토 회원국 정부들이 이제껏 조지아에게 퇴짜를 놓았던 것도 굳이 러시아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다. - P150

조지아 국민들의 다수는 유럽연합 국가들과 더 가깝게 지내는 것을반길 테지만 2008년 전쟁의 여파로 많은 이들이 <양다리 걸치기>야말로 훨씬 안전한 방편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당시 조지아의 미하일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순진하게도 자신이 러시아를 자극하면 미국이득달같이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다. 결국 2013년 조지아 국민들은 새정부를 구성하고 러시아에 회유적인 기르기 마르벨리슈빌리를신임 대통령으로 뽑았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조지아 국민들도이웃이 인정하는 자명한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 P151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일례로 핀란드는 발트해 국가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들여온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정책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행사하면서 유럽의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다 보니 한편에선 그 충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보다 덜 공격적인 나라들에 대체송유관을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선박 운송을 위한 항구를 짓는 등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 P152

보내서위의 사례는 지리적 특성에 바탕을 둔 <경제전쟁>이자 이 지리적특성에 휘둘렸던 전시대의 제약들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하려는 현대적 사례들 가운데 하나다.
2014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러시아는 큰 고통을겪었다. 유가가 1달러씩 떨어질 때마다 러시아 수입은 대략 20억 달러씩 줄어든다고 보는데 예상대로 러시아 경제는 타격을 입었고 특히 일반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국가 자체가 붕괴될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러시아는 대규모로 방위비를 증액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다. 북극의 카라 해에서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었고 원유를 육지로 끌어올 수 있게 되면 좀 더 안정적으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 P155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 공룡들은 경쟁 관계이긴 하나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벗어나려는 유럽 국가들의 야심을 모를 바 없는 모스크바는 그 대안으로 중국을 기대하고 있다. 일단 구매자 시장에서 우위를점한 중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두 나라의 소통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2018년부터 러시아는 한 해에 380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가스를 향후 30년간 4천억 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중국과 체결했다.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었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1945년에 러시아 군대가 만주를 점령한 것 같은 상황은 오늘날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카자흐스탄에서 차후 어떤 세력이 주도권을 쥘지 두 나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는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두 나라는 공산주의 이념의 리더십을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  - P156

러시아와 중국은 나폴리에 주둔하는 미국의 제6함대를 포함해서 이 지역에서 나토의 영향력을 제거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러시아는 자국 내에서도 많은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는데 특히 심각한 것이 인구 문제다. 가파른 인구 감소는 어느 정도 잡은 것 같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러시아인의 평균 수명은 65세 이하로193개 유엔 회원국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크림 반도를 제외한 러시아 인구는 현재 1억 4천4백만 명 정도다.
모스크바 대공국을 시작으로 표트르 1세, 스탈린, 푸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지도자들은 한결같은 문제들에 직면했다. 통치이념이 전제주의든, 공산주의든, 정실 자본주의든 간에, 항구들은 반드시 얼어붙었고 북유럽평원은 여전히 평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민족 국가들의 국경선이 다 지워진 오늘날,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반 4세가 마주했던 것과 똑같은 지도를 보고 있다. - P157

한반도라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풀 수 없다. 그냥 관리만 할일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는 이 문제 말고도 관심이 필요한 시급한일들이 널려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항에 이르는 지역 전체는 초조하게 남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만에 하나 그들의 코앞에서 이문제가 폭발하기라도 하면 인접국들까지 말려들게 되고 그 여파가당장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거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행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을 위해 싸우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방을 저버리는 짓을 할 수도 없다. 한반도 개입에 있어서는 오랜역사를 지닌 일본은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모른 체할 수는 없는 - P161

입장이기에 되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해결책은 타협이겠지만 남한은 이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북한의지배층 또한 이를 받아들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향후 전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 이 상황은 마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풍경과도 같다.
수년 동안 미국과 쿠바는 서로의 주위를 조용히 맴돌기만 했다.
2015년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 그들은 부분적인 돌파로 이어지는 탱고만을 추었을 뿐이다. 복잡하게 스텝이 꼬이지만 않도록 슬쩍슬쩍 눈치만 주면서 말이다. 그러나 북한은 혹시 플로어로 나가자고 할 신청자가 있는지 목을 빼고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가끔은 표정을 일그러뜨리기도 하면서 말이다.입장이기에 되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해결책은 타협이겠지만 남한은 이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북한의지배층 또한 이를 받아들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향후 전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 이 상황은 마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풍경과도 같다.
수년 동안 미국과 쿠바는 서로의 주위를 조용히 맴돌기만 했다.
2015년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 그들은 부분적인 돌파로 이어지는 탱고만을 추었을 뿐이다. 복잡하게 스텝이 꼬이지만 않도록 슬쩍슬쩍 눈치만 주면서 말이다. 그러나 북한은 혹시 플로어로 나가자고 할 신청자가 있는지 목을 빼고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가끔은 표정을 일그러뜨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 P162

북한은 2천5백만 인구를 가진 빈곤 국가다. 도덕적 부패, 공산주의일당 체제의 폐해를 겪고 있는 이 나라는 혹시라도 수백만 명의 난민물결이 압록강을 넘어올까 두려워하는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은 거의 3만 명에 달하는 남한 주둔 병력을 철수하는 것이 잘못된신호로 비쳐져서 북한이 대담한 모험을 감행할까 우려한다. 그리고한국은 통일로 인해 현재 누리는 번영에 위험이 갈지 몰라 선뜻 손을쓰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펼쳐지는 이 드라마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은 안다.
잘못된 순간에 답을 냈다간 자칫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것을. 게다가 이만저만 크게 망치는 게 아니다. 두 나라의 수도가 잿더미로 변하고 내전과 인도주의적 재앙이 발생하고 도쿄 시내나 주변에 미사일이 떨어지거나 한쪽이 핵무기를 가진 한반도 땅에서 중국군과 미군 - P162

이 대치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다. 만약 북한이 갑작스레 붕괴하거나 하면 이 국면은 국경을 넘는 전쟁, 테러리즘, 난민 등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후폭풍은 이 드라마의 배우들을 강타해서 해결은 차세대 지도자들의 몫으로 넘어갈 것이고 그러면 또 다시 다음 세대로 넘겨질 것이다.
사실 전 세계 지도자들로서는 공공연히 북한정권이 붕괴되는 날을 대비하자고 떠들다가 정말로 그날이 앞당겨져도 큰일이다. 그날에 대해 준비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P163

북한은 여전히 광적인데다 곧잘 효과가 있는 <강력한 약자 역할>을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대외정책은 본질적으로 중국 말고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 데 있다. OEC(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 수출량의 84.48퍼센트를 수입하는 중국조차도 그들은 온전히 믿지 않는다. 북한은 자신들과 맞서는 통일 전선을 가로막기 위해 모든 외부 세력들이 서로 반목하게 하는 데 노력을 경주한다. 여기에는 중국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 지배층은 볼모나 다름없는 주민들에게 조국은 온갖 역경과외국 악마들에 당당히 맞서는 강력하고 너그러우며 위엄 있는 나라 - P163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 칭한다. 북한은 강력한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자주정신을 혼합한 주체사상이라는 유일무이한 정치철학을 통치의 기조로 삼고 있다.
실상 북한은 세계 최악의 민주 국가다. 나라가 인민을 위해서도, 공화국을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나라는 한 가족과 하나의 당이 소유한 왕조 국가다. 아마 독재의 수준을 테스트해 보면 항목이란 항목엔 죄다 해당될 것이다. 제멋대로의 체포, 고문, 여론 조작용 재판, 수용소, 검열, 공포의 법칙, 부패 그리고 21세기에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공포 통치까지 말이다. 위성사진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미루어볼 때 북한에는 적어도 15만 명의 정치범들이 거대한 노동 교화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인류 양심의 오점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곳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실상의 전체 규모를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 P164

18세기에 한국이 얻은 <은자의 왕국Hermit Kingdom>이라는 별칭은 수세기에 걸친 정복과 점령, 약탈 혹은 어디론가 가기 위한 경유지의 대상이 된 뒤에 이 나라가 스스로 고립을 택한 데서 나온 명칭이다. 만약 다른 나라나 다른 민족이 북쪽에서 내려오면 일단 압록강을 건넌뒤 해상까지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 장벽은 거의 없다. 반대로 해상에서 육로로 진입한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배경에서 몽골이 한반도에 들어왔다 나갔고 이어 명나라, 만주족의 청나라그리고 일본도 수차례나 침입했다. 한국이 여러 교역로들과 단절하고 홀로 있기를 희망하면서 바깥 세계와 엮이지 않는 편을 택했던 것 - P166

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세기에 들어서 일본이 다시 들어왔고 1910년에는 아예 이 나라를 통째로 합병해 버렸다. 그러고 나서 일본은 한국 문화 전체를 말살하는 정책을 개시했다. 한국어사용이 금지됐고 한국 역사를 가르치는 것 또한 금지됐다. 신사참배도 의무적으로 시행됐다. 일제강점기는 오늘날까지도 한일 양국의관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자 한국은 북위 38도선을 따라 분단되었다.
북쪽은 소련의 관리를 받는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고, 남쪽은 대한민국으로 부르는 친미 독재정권이 세워졌다. 이곳이야말로 상대편의 독자적인 실재성을 인정하지 않고 곳곳에서 부딪히고 호시탐탐영향력과 주도권을 노리던 초기 냉전시대의 축소판이었다. - P167

역사학자 돈 오버도Don Oberdorfer 교수는 38도선에 따라 이 나라를 남북으로 임의로 분할한 것은 여러 모로 불운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1945년에 미국 정부는 8월 10일의 일본 항복에만 정신이 팔려서 한반도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한반도 북쪽에서 소련군의 이동이 포착되자 미 백악관은 한밤중에 다급하게 회의를 열었고 오로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간한 지도만을 지참한 두 명의 하급 관리는 북위 38도선을 손으로 찍었다. 즉 이 나라를 반쯤 내려온 소련군의 남하를 중단시킬 지점으로북위 38도선을 찍은 것이다.
이 자리에는 어떤 한국인도 또는 한국 전문가들도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당시 트루먼 대통령과 국무장관인 제임스 번스에게 그 선은 - P167

약 반세기 전인 1904년에서 1905년에 치른 러일전쟁 이후 러시아와일본이 서로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상의하던 선이었다는 것을알려주었을 것이다. 미국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정책을 수립하고있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던 소련은 미국 측이 러일전쟁 당시 소련의주장을 사실상 승인했으며 따라서 한반도의 분단과 북쪽의 공산 정권도 용인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결국 거래는성사됐고 이 나라는 분단되었다.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
소련군이 1948년 북쪽에서 철수하자 이듬해인 1949년, 이번에는미국이 남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1950년 6월, 미국의 냉전시대 지정학 전략을 치명적으로 오판한 북한군은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기 위해 38선을 넘어왔다. 북한군이 거의 남해안 부근까지 일사천리로 남하하자 워싱턴 정부는 그때서야 큰일났다 싶었다. - P168

엄밀하게 군사적인 개념으로만 보자면 북한정권과 그 후원자인 중국은 제대로 한 셈이었다. 한국은 미국에게 우선적인 핵심 국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북한정권과 중국이 간과한게 있었다. 만약미국이 우방인 남한의 편에 서지 않으면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신망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주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냉전의 정점에서 혹시라도 미국의 동맹들이 양다리를 걸치거나 공산진영으로갈아타기라도 하면 미국의 세계 전략은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전략은 동아시아와 동유럽을 동일선상에서 다룬다. 예컨대 폴란드, 발트해 국가들, 일본 그리고 필리핀 등은 러시아와 중국과의관계를 정립하는 데 있어 미국이 자신들 뒤에 버티고 있음을 확신할 필요가 있다. - P168

이런 배경에서 1950년 9월, 연합군을 앞세운 미군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연합군은 북한군을 38선 이북까지 밀어붙이면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압록강 부근까지 일사천리로 진격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이 결정을 내려야 할 차례가 되었다. 미군이한반도에 발을 디뎠다는 것은, 특히 38선 이북까지와 있다는 것은또 다른 문제였다. 실제로 함흥 위쪽의 북쪽 산악지대는 곧장 중국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거리였다. 결국 중국군은 압록강을 넘어 밀려들어왔다. 36개월에 걸친 치열한 전투 끝에 양측 모두 엄청난 인명손실을 입었다. 그러다가 현재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전투는 서서히소강상태에 머물더니 결국 휴전이 성립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평화 조약이 아니었다. 그리고 북위 38도선에 갇힌 이들은 여전히이 상태로 남아 있다. - P169

한반도의 지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남과 북 사이에 인위적인 분단이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지리상으로 실질적인 분단은 동쪽과 서쪽이다. 반도의 서쪽 지형은 동쪽보다 훨씬 완만하며 인구의 다수도 이곳에 모여살고 있다. 동쪽은 북한에는 함경산맥이, 남쪽에는 좀 더 낮은 산맥들이 누워 있다. 한반도를 절반으로 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도 부분적으로는 임진강 및 한강의 물길을 따라가지만 - P169

이 물길이 남과 북 사이의 천연 장벽이 되지는 못한다. 이강은 외부세력의 침탈을 너무 자주 받은 이 통합된 지리적 공간 안에 있는 하나의 하천에 불과하다.
두 개의 한국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상태다.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임을 감안해 보면 이 갈등은 단지 포격 몇 번을 주고받는 것으348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 미국, 남한 모두 북한의 핵무기를 우려한다. 특히나 남한은머리 위에 그 위협을 안고 산다.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서 성공적으로 발사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1950년의 사례가 보여주듯 재래전 형식으로 선제 기습 공격을 할 가능성 또한 높다.
남한의 수도인 거대 도시 서울은 휴전선과 비무장지대에서 불과 50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남한 인구의 거의 절반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모여 살 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과 금융 기관들 또한 북한포의 사정거리 안에 놓여 있는 셈이다. - P170

미국은 남한 편에서 싸울 것이다. 그러면 바짝 긴장한 중국군이 압록강 부근으로 모여들 것이고 러시아와 일본은 이 국면을 초조하게 지켜볼 것이다.
한반도에서 또 다른 대규모 전쟁이 터지는 것을 반길 자는 아무도 없다. 양측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도 과거에는 그런 전쟁을 막지 못했다. 1950년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내려올때 이 전쟁이 3년에 걸쳐 4백만 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내고도 교착 상태로 끝나리라는 것을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오늘날의 전면전은 그보다 훨씬 큰 재앙을 부를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북한보다 80배나 크고 인구도 2배나 많다.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은 궁극적으로는 북한군을 압도하겠지만, 이는 중국이 한반도에 다시 개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할 때다. - P172

만약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그런 사태를 염두에 두고 진지한 계획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남한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적이 있는데 대체로 혼돈 그 자체라는 게 일반적인 결론이다. 한국이 문제를 야기하는 외부에서 터지는 그 결과로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몇 배는 클 것이다. 일단 많은 국가들에영향을 미쳐서 그들 또한 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심지어 전투에는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 중국조차 미군과 자국 사이의 완충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경을 넘어 북한을 지키러 와야 할지 모른다. 중국 입장에서는 통일된 한국이 미국과 합세하면, 다시 말해 일본의 동맹인 미국과 합세해서 잠재적 위협이 되는 것만은 용인할 수 없으므로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또한 결정해야 한다. 비무장지대를 넘어 얼마나 더 북진해야할지, 예컨대 핵을 비롯한 다른 대량 살상 무기의 원료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 전역을 포괄해야 할 것인지를 말이다. 중국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핵시설이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고작 217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니 더 그렇다. - P173

물론 이런 결정들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양측 모두 전쟁 가능성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처럼, 남북한은 두려움과 의심의 틀 안에 서로를 꼭꼭 가두어 두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원이며 대외정책 또한 이를 지향한다. 동, 서, 남 3면은 바다에 면해 있고 천연자원도 부족한 이 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동해와 동중국해로 진출할 현대식 해군을 구축하는 데 공을들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지역 전체 해상 교통로의 정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종의 양다리 전략을 구사해서 러시아와 중국과도 잘 지내려고 공을 들인다. 이는 그만큼 평양정권의 짜증을 돋우는 일이다. - P174

한국은 일제 강점기 문제로 돌아가면 여전히 일본과 해결해야 할 게많다. 두 나라의 관계는 거의 드물기는 했지만 심지어 가장 좋았을 때조차도 단지 의례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다. 2015년 초반에 미국, 한국, 일본 세 나라는 북한에 대해 각자 수집한 군사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문제를 놓고 본격적으로 세부 협상에 들어갈 참이었다. 그때 한국정부는 일본을 통해 워싱턴으로 가는 기밀 정보는 제한된 양만 넘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곧 한국은 일본과 직접적으로 협상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였다.
한일 양국은 아직도 영토를 놓고 분쟁중이다. 그 대상은 한국 측에서는 독도(외로운 섬)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다케시마(죽도, 즉 대나무 섬)라 부르는 섬이다. 현재 한국이 실효적 지배(국가가 토지를 유효하게 점유하고 구체적으로 통치하여 지배권을 확립하는 일)를 하고 있는 이 바위섬 주변에는 훌륭한 어장이 형성돼 있는데다 부근에는 가스전도 있을 것 - P175

으로 추정된다. 한일 양국 사이에 깊숙이 박혀 있는 가시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는 식민 지배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서로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한국과는 아주 다른 역사를 걸어왔다. 이 또한 이 나라의 지리적 특성에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일본인은 섬 종족이다. 1억 2천7백만 명의 인구 대다수가 동해를사이에 두고 한국과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는 네 개의 큰 섬에 살고 있으며 6,848개의 군소 섬들에는 소수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일본열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은 혼슈로, 무려 3천9백만 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의 메가시티인 도쿄가 이곳에 있다. - P176

하지만 이 나라가 본래 갖고 있는 호전성과 군국주의의 망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돌무덤 아래, 기진맥진한 민심의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을 뿐이었다. 일본의 전후 헌법은 일본으로 하여금 육군은 물론 공군과 해군 등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일본의 자위대(自衛隊, 일본이 1954년 자국의 치안 유지를 위해 창설한 조직으로 경찰 예비대로 볼 수 있으며 엄밀히 말하자면 군대는 아니었다.)는 전쟁 전 군대의 희미한 그림자였다. 미국은 전후 협상에서 일본의 방위비 지출을 GDP의 1퍼센트 이내로 제한하는 것에 더불어 수만 명의 미군을 일본 땅에 주둔시킨다는 내용을 넣었다.
현재에도 3만2천 명의 미군이 여전히 일본 땅에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부터 희미하게나마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는 민족주의가 감지되었다. 일본에는 일본이 전범국가라는 사실을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던 노년 세대와, 부모 세대가 저지른 죄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보다 젊은 세대가 있다. 전후 세계에서 이 태양이떠오르는 나라의 많은 자손들은 태양의 아래라는 자연스러운 자리를잡기를 바랐다. - P180

이민 또한 또 다른 해결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일본은 상대적으로 배타적인 사회라서 이민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반면 중국 인구는적극적으로 불어 13억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지극히 매파적인 관점에서 재무장을 시도하더라도 일본은 우선 주변국에서 친구를 찾아야 할 필요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양쪽에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세 나라 간에는 앞서 말한 정보 교류 협정 같은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일종의 삼각관계가 형성돼 있다. 일본과 한국 간에는 서로 풀어야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중국과 북한에 대한 불안을 공유하는 한에서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이어간다 해도 - P184

중국은 여전히 거기에 있을 것이며 이는 곧 미군의 제7함대도 도쿄만에 여전히 머물 것이라는 얘기며, 태평양과 중국해들을 드나드는길목을 지키는 미군 잠수함들도 여전히 오키나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격류가 휘몰아칠 수도 있다. - P185

라틴 아메리카, 그 중에서도 특히 그 남쪽은 구세계의 지식과 기술을새로운 세계로 가지고 올 수는 있지만 지리가 이를 완강히 거부할 경우 제한적으로밖에 접근할 수 없음을 증명한 곳이다. 특히나 올바르지 못한 정치가들이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미국의 지리가 그 나라를강대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면, 남쪽의 20여 개 나라들 가운데 금세기에 이 북아메리카의 거인과 겨룰 만큼 크게 성장할 나라는 없으며 그러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도 어렵다는 것은 확실하다.
라틴 아메리카의 지리적 제약은 민족 국가들이 형성된 초기에 이미내재된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는 원주민으로부터 접수한 많은 토지가 소규모로 팔리거나 불하되었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는 강력한지주들과 노예제가 합쳐진 구시대 문화가 청산되지 못했고 이는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 P189

초기 독립운동 시대에서 2백여 년이 흐른 뒤에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참은 뒤처져 있다. 카리브해 지역까지 포함해 이 지역의 전 인구를 합하면 6억 명에 이르지만 통합 GDP는 1억 2천만 명의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를 합친 것과비슷한 수준이다.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은 식민주의와 노예제로부터지난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P191

질과, 나일강 다음으로드물지만 이 지역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바로 라틴어에 기반을 둔 언어다. 이들 국가 대다수가 스페인어를 쓰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은 포르투갈어, 프랑스령 기아나는 프랑스어를 쓴다. 하지만 이런 언어적 연결은 기후학적으로 다섯 개의 상이한지역으로 나뉘는 이 대륙에 내재한 차이를 가릴 뿐이다. 상대적으로완만한 안데스 산맥의 동쪽 지역과 남미 원뿔꼴 지역 (Southern Cone,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로 이뤄지는 지역)으로 불리는 남아메리카 하부의 온화한 기후는 더 북쪽의 산악과 정글 지대와 대비되면서 경작과 건설에 드는 비용을 절감시켰다. 따라서 이 조건이 이곳을 대륙 전체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지역으로 만들어 주었다. 한편곧 살펴보겠지만 브라질의 경우는 자국 내 시장에 상품들을 수송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 P192

역사를 놓고 볼 때 멕시코에 들어선 정권들치고 나라 전체를 확고히 장악한 정권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정부의 적수인 마약 카르텔들이 정규군 못지않게 무장이 잘된 준군사 조직들을 거느리고 오히려군대보다 더 높은 보수와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한다. 심지어 몇몇 지역에서는 마약 산업이 일부 대중들에게 고용의 원천으로 받아들여지고있기까지 하다. 마약 갱들이 창출해 내는 막대한 돈이 지금도 멕시코전체에 걸쳐 돌아다니고 있으며 그 가운데 상당량은 겉으로는 합법적 사업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세탁되었다.
육로를 통한 마약 공급 루트는 이제 확고히 자리 잡았고 미국 내에서의 요구 또한 줄어들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멕시코 정부는 강력한 이웃 나라 편에 서려고 노력하면서 자체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것으로 미국의 압력에 부응하려 한다. 그런데 여기에 미묘한 문제가 깔려 있다. 멕시코는 미국에 소비재를 공급하는 것으로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의 마약 소비가 지속되는 한 멕시코 또한 여전히 마약을 공급할 것이다.  - P200

마약이 없다면이 나라 멕시코는 대량의 외화 유입이 막혀 지금보다 훨씬 가난해질것이다. 또한 마약이 있음으로 해서 이 나라는 훨씬 폭력적이 된다.
멕시코 남쪽에 있는 몇몇 나라들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멕시코는 거의 내전과 다름없는 상황에 시달리고 있다. 마약카르텔들은 협박을 통해 자기들의 영역을 지배하려 한다. 정부는 법의 지배를 실행하는 척할 뿐이고 그 와중에 수백 명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경악할 만한 과시 행동의 하나는 2014년에 43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마약 카르텔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온 나라를 충격에 몰아넣었고 당국으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하게 펼쳐질 이 싸움에서 단지또 하나의 끔찍한 이정표로만 보인다. - P201

현대 기술은 위성사진을 힐끗 들여다본 중국에게 이 좁다란 땅에서 무역을 해볼 기회를 노려보게 했다. 1513년 스페인의 탐험가인 바스코 누네스 데 발보아는 대서양을 건너와서 현재의 파나마 땅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정글을 지나고 산을 넘어 또 다른 드넓은 바다와 마주했다. 바로 태평양이었다. 대서양과 태평양 이 두 대양을 이을 수만있다면 그 이득이야 말할 나위도 없지만 기술력이 지리를 따라잡는 데는 또 다시 401년이 걸렸다. 마침내 1914년 미국이 관리하는 80킬로미터의 파나마 운하가 열렸다. 그리하여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가는 선박들은 무려 12,874킬로미터를 절약할 수 있었으며 운하 지역의 경제 성장 또한 따라왔다.
1999년 이후 파나마 운하의 관리권을 양도받았지만 아직까지도이곳은 미군과 파나마 해군이 관리하는 중립적인 국제 수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게는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 P202

파나마와 미국은 우방 관계다. 실제로 2014년에 베네수엘라가 파나마와 관계를 단절하면서 <미국의 하인>이라고 부를 만큼 파나마는 미국과 돈독한 사이다. 점점 궁지에 몰린 볼리바르주의 혁명 국가인 베네수엘라가 한 이 발언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가장 큰 교역 파트너이며 베네수엘라가 미국 원유 공급량의 1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두 나라 간의 에너지 무역은 미국의 셰일 혁명이 시작되면서 더욱 둔화될 전망인데 이 틈을 타서 중국이 베네수엘라의 적극적인 원유 수입국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중국과 베네수엘라 두 나라는 파나마 운하라는 통로에 의존하지않고 중국으로 원유를 보낼 방도를 궁리 중이다. - P202

1장에서 봤듯이 중국은 초강대국이 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자국의 상품과 해군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되 지속적으로 열려 있는 해상로가 필요하다. 파나마 운하는중립적인 통로일지는 모르나 따지고 보면 결국은 미국의 호의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니카라과에다 운하를 직접 건설해 보는게 어떨까? 한창 커가는 초강대국이 5백억 달러쯤 쓴다고 해서 무슨 대수겠는가.
니카라과 대운하 사업에 자금을 댄 인물은 왕 징이라는 홍콩 사업가인데 전기통신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건설 분야 경험은 없는 이 인물이 인류 역사상 가장 원대한건설 사업의 지휘를 맡은 것이다. 왕징은 중국 정부가 이 사업에 대놓고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는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 문화나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정부가 개입하는 중국의 특성으로 볼 때 이는 흔치 않은 경우다. - P203

= BIS 19아르헨티나도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떤 점에선 브라질보다 제1세계 국가(부유한 선진국들)가 되기에 더 좋은 위치에 있다. 다만 브라질이 예약해 놓은 라틴 아메리카 내의 패권국이 되기에는 국토의 크기나 인구가 브라질에 못 미친다. 하지만 양질의 토지는 이나라가 유럽 국가들 못지않은 생활수준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그것만으로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단순한 얘기지만 만약 아르헨티나가 경제적 패권을 획득한다면 이 나라는 그 지리적 특성 덕분에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강대국이 될 수도 있다.
이 잠재력의 근원은 19세기에 브라질과 파라과이와의 군사 대치에서 승리하고 라플라타 강 유역의 농업 지역 지배권을 확보한 것에 있다. 또한 하천을 통한 물류 시스템도 한몫했다. 전체 라틴 아메리카대륙을 통틀어 이보다 값진 자산은 드물 것이다. 이 조건은 아르헨티나에게 브라질이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보다 더 많은 경제적, 전략적이득을 가져다주었다. 현재에도 이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 P214

죽은 소 혹은 바카무에르타는 이 나라에 퍼져 있는 셰일층을 합쳐부르는 말이다. 이 지역에는 아르헨티나가 150년 동안이나 쓰고도 남을 에너지에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다. 아르헨티나 중부지역인 파타고니아, 즉 칠레와 맞대고 있는 서쪽 국경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이 지역은 벨기에만한 면적으로 나라로 치면 상대적으로 작겠지만 셰일층의 규모로는 꽤 큰 편이다. 현재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다. 만약 셰일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에 대한 반감만 없다면 말이다. 단조건이 있다. 일단 셰일에서 가스와 기름을 얻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해외 투자가 필요한데 아르헨티나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원유와 가스가 더 많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있다. 사실 남단은 1833년부터 영국이 지배하고 있는 섬 주변과 그안쪽의 연안지대다. 그리고 이 문제의 지역은 웬만해선 뉴스에서 사라지지 않는 곳이다. - P215

영국이 포클랜드Falkland라 부르는 이곳을 아르헨티나에서는 라스말비나스Las Malvinas라고 부른다. 혹시라도 F를 쓰는 아르헨티나 사람은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지역을 지도에 이슬라스 말비나스Islas Malvinas라고 표기하지 않았다가는 위법 행위로취급받는다. 모든 아르헨티나 초등학생들은 동쪽과 서쪽에 두 개의큰 섬(포클랜드 제도는 두 개의 큰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을 그리도록 교육받는다. <꼬마 자매들>(포클랜드의 애칭)을 되찾는 것은 아르헨티나 후대에게 주어진 국가적 사명이며 라틴 아메리카 이웃들 또한 이 명분을지지하고 있다.
1982년 4월, 영국의 수비가 느슨한 틈을 타 당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자 갈티에리 장군은 이곳의 침공을 명령했다. 8주 뒤 영국군 기동부대가 들이닥쳐서 아르헨티나군의 짧은 승리를 끝장내고 이 섬을탈환하기 전까지는 아르헨티나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는 것 같았다. 결국 이 사태는 독재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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