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모든 것은지리에서 시작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스스로를 일컬어 러시아 정교회의 열렬한 후원자이면서 신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매일밤 잠들기 전, 신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펼쳐두지 않으셨나이까?" 만약 신이 우크라이나에 산악지대를 펼쳐두었다면 건너편 세력들이 북유럽평원 North European Plain이라는 드넓은 평지를 넘어 그처럼꾸준히 러시아 땅을 침략하고픈 유혹을 느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푸틴이라도 달리 선택할 게 없다. 서쪽으로 펼쳐진 평지를 관리하는 정도밖에는. 그리고 이런 사정은 크든 작든 간에 어느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지리적 특성>은 지도자들에게 훨씬 적은 선택지만 주고 이를 조정하고 관리할 여지 또한 생각보다 훨씬 적게 남 - P8
겨둔다. 아테네 제국이나 페르시아 제국, 바빌로니아, 혹은 그 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신의 백성을 보호하는지도자의 사명은 고지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돼 왔다. 전쟁, 권력, 정치는 물론이고 오늘날 거의 모든 지역에 사는 인간이 거둔 사회적 발전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이뤄졌다. 물론 현대의 기술이 정신적, 물리적 거리를 어느 정도는 줄여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게 있다. 지구라는 행성의 70억 인구에게 주어진선택들은 늘 우리를 제약하는 강과 산, 사막과 호수, 그리고 바다에의해 어느 정도는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고, 자녀를 길러내는 땅이 중요하다. - P9
이 가운데 다른 것보다 유독 중요한 지리적 요소가 따로 있는 것은아니다. 사막이라고 산악지대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강도정글만큼이나 중요하다. 지구상의 서로 다른 지역의 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들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는 지배적인 요소들에 포함된다. 넓게 말하면, 지정학 geopolitics은 지리적 요인들을 통해 국제적 현안을 이해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는 산맥 같은 천연의 장애물이나 하천망의 연결 같은 물리적 지형뿐 아니라 기후, 인구 통계, 문화지역, 그리고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치, 군사 전략부터 시작해서 언어, 교역, 종교 등을 포괄하는 인류의 사회적 발전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명의 여러 국면에 중대한 충격을 가할 수도 있다. - P9
실제로 역사를 다룬 저술이나 오늘날 국제문제를 다룬 보고서들에서 자주 도외시되는 것이 바로 국내외 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물리적 현실이다. 확실히 지리학은 <무엇〉 못지않게 <왜>라는 질문의 근간을 이룬다. 중국과 인도를 예로 들어보자. 엄청난 인구를 보유한 이두 대국은 상당히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치나 문화는 공통점이 많지 않다. 물론 이 두 공룡 국가들 간에 몇 차례마찰이 있었던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다만 1962년에 국경 분쟁으로 근 한 달간 지속됐던 전쟁 이후로 두 나라는 부딪힌 적이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두 나라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데 있다. 군대가 히말라야를 관통하거나 넘어서 진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현대 기술이 좀더 정교해지면서 이 장애물을 정복할 방도도 나오고는 있지만 이 물리적 장벽은 여전히 두 나라 사이의 충돌을 막는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인도는 서로에 대한 감시는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대외정책은 주로 다른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한 나라나 국제 정세에는 개개의 지도자들의 성향과 이념, 기술 말고도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영향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어도 힌두쿠시 산맥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들어낸물리적 장애물, 우기에서 비롯된 난관들, 천연자원이나 식량자원에대한 제한적인 접근 등은 피할 수가 없다. 결국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 - P10
코소보(세르비아의 자치주로 있다가 2008년 2월 17일 독립을 선언)의 이바르강River Ibar이야말로 최적의 사례다. 1389년에 벌어진 코소보폴레 전투를 계기로 오스만 제국은 세르비아 지배를 공고히 했다. 전투는 코소보 중북부에 위치한 도시 미트로비차를 흐르는 이바르 강 근처에서 벌어졌다. 이후 수세기에 걸쳐 알바니아계 무슬림들이 말레시하산악지대에서 내려왔고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이바르 강 뒤로 점점밀려나기 시작했다. 18세기 중반에 이르자 이 지역은 알바니아계 무슬림들의 차지가 되었다. 20세기로 넘어가서도 대략 이바르 강을 경계로 뚜렷한 민족적, 종교적 구분이 잔존했다. 그러다가 1999년, 나토군의 공습 지원을 받으면서 코소보 민족 해방군이 진격하자 세르비아군은 이바르 강을 건너 퇴각했다. 그러자 그 지역에 남아 있던 세르비아계 대다수가 이내 그들에게 가세했다. 현재 이바르 강은 코소보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는 일부 국가들에게는 사실상의 국경으로받아들여지고 있다. - P11
이미 미군 전투기들은 카불로 진출할 통로를 트기 위해 마자르에샤리프 동부의 춥고 먼지 풀풀 날리는 평원과 언덕에 있는 탈레반과알카에다 진지들에 폭격을 퍼붓고 있었다. 몇 주가 지나자 북부동맹군이 남부로 이동할 채비를 갖추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때 상황이돌변했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모래폭풍이 몰려와서 주변을 온통 누런색으로 물들여 버렸다. 폭풍의 최정상에서도 몇 미터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최첨단 위성 기술도 이 척박한 땅의 기후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이었다. 부시 대통령과 합동참모본부는 물론 북부동맹의 지상군 부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저 손을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사방을 뒤덮었던 모래가 이제는 모든 것을 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비는 어찌나 세차게 쏟아지는지 우리가 머물고 있던 오두막이통째로 진흙에 녹아내린 것 같았다. 날은 개었지만 남쪽으로의 진격은 〈지리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정지되었다. 한니발도, 손자도,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인정했던, 이른바 <지리의 법칙>은 이렇듯 현대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 P13
시리아가 전면적인 내전 상태로 접어들었을 때 나는 한 언덕에서서 하마 시의 남쪽 계곡을 조망하고 있었다. 저 멀리 작은 마을 하나가 불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곁에 있던 시리아 친구들이포탄이 날아오고 있는 지점을 가리켰다. 작은 마을로부터 약 1.6킬로미터쯤 떨어진 보다 큰 마을이었다. 그러면서 설명하기를, 만약 한쪽편이 다른 편 사람들을 계곡 바깥쪽으로 밀어낼 수만 있다면 계곡을통해 이 나라의 유일한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다른 지역과 연결될 수있을 거라고 했다. 게다가 만약 시리아가 원상회복이 안 될 경우 이길은 향후 작은 자치주를 설립할 만한 인접 영토를 확보하는 데 요긴할 거라고 덧붙였다. 이전 같았으면 불길에 휩싸인 작은 마을만 보았을 테지만 이제는 그것이 상징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볼 수 있게 된 나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 현실이 정치 현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똑똑히 깨달을 수 있었다. - P14
먼저 중국의 경우, 국제적인 해군력 없이는 패권국이 되기 어려운현실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드넓은 땅을 평정하느라 혼돈의 4천 년을 써버린 중국은 이제는 막강한 대양 해군력을 구축해 해양 강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비롯해 여러 해협에서 치르고 있는영유권 분쟁은 <해상 수송로>에 대한 그들의 집착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이 나라에 미치는 북극의 영향부터 시작해서 왜 이 나라가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 어려운지 그 지리적 제약 조건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러시아는 한마디로 지리에게 <복수의 일격>을 당했다고 볼수 있다. 미국을 다룬 장에서는 주요 지역들에서 자국의 영토를 확장했던 기민한 결정들과 어떻게 그 나라가 오늘날 두 대양을 아우르는초강대국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지리적 측면에서 조명해볼것이다. 미국은 특히 다른 어느 곳보다 기후와 <지리의 축복>을 많이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 P15
인류 역사에서 지리적 특성을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는 것은 한편으론 암울한 세계관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일부 지식인들은 자연이 인간보다 훨씬 강한 존재여서 우리 인간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반감을 표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인류사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현대 기술이 철옹성처럼 단단한 지리의 법칙을 깨트리고 있음을 안다. 현대의 기술은 일부 지리적 장애물들의 위 또는 아래를 관통하는 길을 찾아냈다. 미국인들은 이제 미주리 주부터 이라크 모술까지 급유를 위해 착륙하지 않고도 단번에 폭격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기를 만들어 냈다. 이는 항공모함(전투단)까지 더해지면 굳이 동맹국이나 식민지 없이도 단독으로 범세계적인전개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이 인도양에 있는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공군 기지를 건설하거나 바레인에 - P17
있는 항구에 영구적으로 접근할 수만있다면 더많은선택지를 얻는셈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공군력이 다른 방식으로 이 법칙을 바꾸고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리는, 그리고 어떻게 각 나라들이 각자의지리적 특성 안에서 형성돼 왔는가의 역사는 오늘날은 물론 미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라크와 시리아 간의 분쟁이 지리적 법칙을 무시한 유럽 식민 세력의 무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면, 중국의 티베트 점령은 오히려 지리의 법칙에 순응한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조차 이 지리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또 가장 최근에 초강대국들이 대치하는 세력 투사 행위 (해상 기지, 즉 교두보 확보를 위해 해상 전력을일시에 진입시키는 일종의 상륙 작전 행위)들도 자연 혹은 신이 부여한 법칙들을 완화시키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법칙들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논의는 세계 초강대국이자 강력한 해양 대국을 꿈꾸는 중국부터 시작하겠다. 그들은 현재끊임없이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거대한 당사자다. - P18
2006년 10월, 1천 피트급 미국 항공모함 키티 호크Kitty Hawk 호가 이끄는 초대형 항공모함 대대가 일본 남부와 대만 사이에 있는 동중국해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때 주목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해군잠수함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미 항공모함 군단 사이에서 불쑥 솟아오른 것이다. 보통 그 사이즈의 미국 항공모함이 이동할 때는 대략 12대의 다른전함들이 에워싸고 공중은 물론 잠수함의 엄호도 따른다. 중국의 송클래스 Song-class 잠수함은 동력이 전기라 매우 조용할지는 모르지만그럼에도 이 행동은 마치 펩시콜라의 경영자가 코카콜라 사 회의장책상 밑에 숨어서 한 시간 반 동안 몰래 엿듣다가 벌떡 일어선 거나마찬가지인 사태였다. - P22
현재 한족은 중국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면서 중국의 정치,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의 언어는 만다린어, 광둥어 및 다른여러 지방 언어들로 나뉘지만 민족적으로 하나로 묶여지며 정치적차원에서도 심장부를 지키려는 지정학적 욕구를 통해 하나로 묶여있다. 북부에서 유래한 만다린어는 현재까지 정부는 물론 국영 방송과 학교에서 사용하는 주요 언어다. 만다린어는 문자로 썼을 때는 광둥어나 여타 다른 언어들과 같은데 다만 발음할 때는 현저히 달라진다. 북중국평원은 정치, 문화, 인구, 그리고 결정적으로 농업의 중심지다. 이 지역에 무려 10억의 인구가 모여 살고 있다. 면적은 3억 2천2백만 명이 사는 미국의 절반 크기에 불과한데 말이다. 이 심장부의지형이 정착과 농경생활에 적합했던 관계로 초기 한족 왕조들은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는 이민족들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용맹한 유목민 전사들을 보유한 몽골은 항상 두려운 존재였다. - P25
한일각의 기대와는 달리, 장제스 휘하의 국민당 군대와 마오쩌둥이이끄는 공산당 군대는 1949년까지 중국 땅의 패권을 두고 전투를 벌였다. 결국 공산군에 패한 국민당은 대만으로 퇴각했다. 그 해 베이징라디오 방송국은 이렇게 발표했다. "인민해방군은 모든 중국 영토를 해방시킬 것이다. 여기에는 티베트와 신장, 하이난, 그리고 대만도 포함된다." 마오쩌둥은 기존의 그 어떤 왕조도 성공한 적이 없는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달성했다. 그는 내몽골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몽골 내에서 베이징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1951년에는 한족 땅이 아니었던 또 다른 광활한 지역 티베트를합병했다. 그러자 중국 학생들의 교과서에는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에까지 확대된 중국의 지도가 실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오는 이 확대된 중국의 영토를 수호하고 인민의삶 모든 영역에서 공산당의 주도권을 공고히 다지는 데 나머지 생의대부분을 바쳤다. 그러나 이 정책은 한편으로 바깥 세계와의 단절을불러왔다. 특히 연안 지역과 멀리 떨어진 지역은 여전히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다. 물론 통합은 지속되었다. - P29
이렇게 하여 티베트에 도달한다. 여기서 중국에게 티베트가 왜 중요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히말라야 산맥은 중국-인도 국경을 내달리다 하강해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에 걸쳐 있는 카라코람 산맥이 된다. 히말라야는 중국에게는 훌륭한 <천연의 만리장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인도의 뉴델리 쪽에서 봤을 때는 <인도판만리장성>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두 나라는 히말라야를 가운데 두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두 나라는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국은 인도의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를 자국의 영토라 주장하고, 인도 측은 중국이 자국의 악사이친을 무단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히말라야라는 천연의 장벽 꼭대기에서 상대편을 향해 포신을 겨누고 있다 하더라도 일련의 대규모 산악전으로까지 번졌던 1962년의 무력 분쟁을 재현하는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음을 양측은 알고 있다. 긴장이 여전히 상존하는 한 양측은 신중하게 이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 P33
인도가 티벳트 고원의 통제권을 얻으면 중국의 심장부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전초기지를 확보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곧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그리고 메콩 강의 수원이 있는 티베트의 통제권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 티베트를 <중국의 급수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 버금가는 물을 사용하지만 인구는 다섯 배나 많은 중국으로서는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사실 관건은, 인도가 중국의 강물 공급을 중단시키고 싶은가가 아니라 과연 인도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가이다. 수세기에 걸쳐 중국은이런 일만은 절대로 발생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배우 리처드 기어와자유티베트운동Free Tibet Campaign은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부당한점령을 줄곧 규탄해 왔고 이제는 한족의 티베트 정착 정책에 대해서도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 티베트 독립운동 단체, 할리우드 스타들과 세계 2위의 경제대국과의 싸움은 그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 - P34
리처드 기어가 됐든 오바마 대통령이 됐든, 서구인들이 티베트 문제를 거론하면 중국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위험하다거나 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것도 아닌데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중국인들은 티베트 문제를 인권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기보다는 <지정학적 안보>의 틀에서 본다. 중국인들은 서구인들이 중국의 안보를 침해하려 한다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중국의 안보가 저해된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티베트에서 한족에 대항하는 봉기가 일어난다고 해도 인구학과 지정학이 티베트 독립에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 P34
정확한 수치를 얻기는 힘들지만 자유티베트운동에 따르면, 오늘날보다 넓은 티베트 문화권에서 티베트인은 이미 소수로 전락했다고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티베트 자치구에서 주민의 90퍼센트 이상이 티베트인이라고 말한다. 사실 양측의 주장 모두 과장된측면이 있지만 중국 정부가 좀 더 과장하고 있다는 근거는 있다. 중국정부가 밝힌 수치에는 거주민으로 등록하지 않고 있는 한족 이주민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티베트 도시 지역을 점유하고있는 이들이 주로 한족이라는 것은 거리만 걸어 다녀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만주와 내몽골, 신장 지역 주민의 대다수는 만주족과 몽골인, 그리고 위구르족이었다. 그러나 이 세 지역의 대다수도 중국계한족이 점하고 있거나 적어도 다수에 근접해 가고 있다. 그리고 티베트라고 예외가 아니다. - P36
마지막으로 시곗바늘은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그리고 주로 산악 지형을 이룬 키르기스스탄을 돌아 카자흐스탄과 마주보는 국경에 도달한다. 뒤를 돌아 북쪽의 몽골로 이어지는 지역을 보면 이곳이 과거 중앙아시아 지역의 왕국들과 세계를 잇는 육상 무역의 다리 역할을 했던 고대의 실크로드임을 알 수 있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산맥과 사막사이에 낀 이곳은 중국 방위에서 허약한 지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심장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카자흐스탄이 중국을 위협할 입장도 아니고 러시아 또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카자흐스탄 국경의 남동부는 평온할 틈이 없는 반semi 자치구인중국령 신장 지구로, 이 지역의 원주민들은 터키어와 비슷한 언어를쓰는 위구르족이다. 신장 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그리고 인도까지 합해 무려 8개국에 이른다. 예나 지금이나 신장 지역은 잠잠할 날이 없다. 위구르족은 1930년 - P37
대와 1940년대 두 번이나 동투르키스탄Fast Turkestan이라는 이름으로독립국가를 선포한 적이 있다. 이들은 러시아 제국의 붕괴를 목격했고 그 결과로 <스탄으로 끝나는 소비에트 시절의 이웃들이 주권 국가로 재탄생한 것도 지켜보았다. 티베트 독립운동에도 자극을 받은이들은 이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외치고 있다. 2009년, 이 지역에 대규모 민족 분규가 발발해서 2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지역에 대한 베이징의 대처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기, 둘째 그 지역에돈을 쏟아 붓기, 셋째 꾸준히 한족 노동자들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독립운동의 불길을 방관하기에는 중국에게 신장 지구는 전략적으로 몹시 중요한 곳이다. 이곳이 8개 나라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그래서중국 심장부의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다량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뿐 아니라 중국 핵무기 실험장도 이곳에 있다. - P38
그러나 중국이 이 땅을 포기할 리 없다. 티베트와 마찬가지로 신장에서도 독립으로 향한 창문은 닫혀가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완충지이며 한 곳은 육상 무역의 주요 통로다. 또한 중요한 것이 비록 소득수준은 낮지만 두 지역 모두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해서 대량 실업을 막으려는 중국 정부에게는 상품의 생산지이자 시장으로도 기능한다는점이다. 만약 이 정책이 실패해서 이들 지역에서 주민들의 소요가 확산되기라도 하면 이 사태는 공산당 지배와 중국의 통합에 심각한 위18-45협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에 반대한다. 자유로운 선거권이 주어지면 한족의 단결은 깨어질지 모른다. 더 나아가 지방과 도시 간에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 P39
공산당 간부들과 인민들 간에 체결된 계약은 현세대에게는 유효하다. "우리가 당신들을 잘살게 해줄 테니 당신들도 우리를 따르라." 경제가 꾸준히 발전하는 한 이 계약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발전이 멈추거나 상황이 역전될 경우 이 계약은 종료된다. 부패와 무능에 반발해 현재에도 종종 일어나는 시위와 분노의 수위는 당과 인민 간의 계약이 깨졌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가늠케 하는 표본이다. 중국 공산당에게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그 많은 인구를먹여 살리는 능력이다. 중국 농림부에 따르면현경작지의 40퍼센트가 오염됐거나 나무를 솎아낸 토양이라고 한다. 중국은 곤경에 직면하고 있다. 근대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산업화를 멈출수 없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식량 생산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 P41
드넓은 땅을 평정하느라 혼돈의 4천 년을 써버린 중국은 이제는 대양 해군력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 해군이 영해를 순시하고 대양 해군은 대양을 순시한다. 현재의 경제 발전 속도를 감안해 보면, 중국이역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해상 수송력을 자랑하는 미 해군에 필적할만한 능력을 갖추려면 3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단기적으로 보면 현재 중국이 해군력을 구축하고 군사들을 훈련, 교육시키고 있는 중이니 중국 해군이 대양에서 경쟁자들과 맞닥뜨릴 일이 머지않아 있을 걸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미 해군 사이에 벌어질수 있는 충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금세기 강대국 외교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지금 중국의 젊은 해군 병사들은 우크라이나의 고물 집적소에서 건진 중고 항공모함에서 훈련을 받는다. - P42
중국은 점점 더 많은 선박들을 자국의 연안뿐 아니라 태평양으로내보내고 있다. 미국도 이 점을 모르지 않는다. 또 중국 해군이 육상기지를 기반으로 한 대함미사일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 또한 알고 있다. 언젠가는 미 해군이나 그 동맹국들이 남중국해를 통해, 아니 중국해라 이름 붙여진 모든 바다에서 항해하는 것이 두 배로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그동안 중국의 우주 탐사 기술도 발전을 거듭해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감시할 수 있게 될것이다. 이제 육상 국경 주변에서 동쪽과 남쪽,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남서쪽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이곳 바다 밑에서 중국은 잠수함을타고 따라잡기 게임을 펼치고 있다. 미국 항모전단에 바짝 다가와 수면 위로 불쑥 올라올 수는 있겠지만 현재 중국의 잠수함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적의 잠수함을 사냥하기에는 지나치게 소음이 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군은 대잠함정 (적의 잠수함에 대한 초계, 수색, 공격을 주 임무로 하는 함정)을 도입하는 한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수중 센서망을 구축하느라 분주하다. - P41
인도양과 벵골 만의 항구들은 중국의 미래를 공고히 다지는 보다큰 계획의 일부분이다. 중국은 미얀마 서부 해안부터 시작해서 벵골만을 지나 중국 남서부로 들어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이는 에너지 공급량의 거의 80퍼센트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것에 불안을 느낀 베이징 정부가 그 의존도를 줄여보려고 고안해낸방법이다. 중국이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얼마간 이해되는 것은 2010년 미얀마 군사정권이 조금씩 바깥 세계를 향해 문호를개방하기 시작했을 때 이 나라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나라들 가운데 중국이 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미얀마와 잽싸게 우호 관계를 수립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미얀마 정부에 개인적인 호감을 표하기까지 했다. 이들 나라가 미얀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중국은 지구라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게임에서선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미얀마 정부를 신뢰하는한 워싱턴은 미얀마를 수호하는 한편 언제고 중국을 이곳에서 밀어낼 수 있다. - P52
중국은 케냐에도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앙골라에는 철도를, 에티오피아에는 수력 발전용 댐 건설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광물과 귀금속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전역을 샅샅이 훑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기업들과 노동자들도 세계 곳곳에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군대도 슬그머니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큰 힘에는 큰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중국은 오직 미국만이 전 세계의 치안을 담당 - P52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면 언젠가는 중국도 행동에 옮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 노동자들, 다수가 연루된 자연재해나 테러 또는 인질 사건이 발생한다면 중국 정부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러한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려면 전진기지라든지 적어도 중국군이 그 나라의 영토를 통과할 수 있는 승낙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족히 1천만 명은 되는 중국인들이 전세계에 퍼져 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거대한 중국인 노동자 단지까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향후 10년 내에 좀 더 기민해지고자 안간힘을 쓸 것이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국 정부는 피해 현장에 인민군 부대를 투입해서 그럭저럭 복구를 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군대를이동시킬 수는 있지만 군수품은 쉽지 않다. 신속하게 해외로 이동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도전이다. - P53
는 것은 훨씬그러나 이런 국면 또한 바뀔 것이다. 전 세계와 상대하는 중국은 인권 문제로 인해 주눅이 들거나 외교적, 경제적으로 휘둘리지 않는다. 중국은 확고한 국경과 중국 본토와 1천 킬로미터 떨어진 제1선이라는 끈을 꼭 쥔 채 당당하게 세계를 누비고 있다. 만약 일본이나미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만 있다면 중국에게 유일한 위험은 중국 자신밖에 없다. 중국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14억 가지는 된다. 또한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없는 이유도 14억 가지는 된다. 1930년대에 미국에 몰아친 대공황 같은 사태가 중국에서도 발생한다면 중국은 수십 년은 후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라는 틀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물건을 사지 않는다면 중국은 만들지 않는다. - P53
위치.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만약 당신이 복권에 당첨돼서 살고싶은 나라에 땅을 사고 싶다고 해보자. 부동산 중개인이 가장 먼저 소개해 주는 곳은 바로 미합중국이리라. 마크 트웨인은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엉터리 기사를 언급했지만, 그라면 미합중국이 종말을 맞을 거라는 과장된 기사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었을 것이다. 그곳은 멋진 동네다. 경치도 좋고 인공 폭포도 몇 개 있다. 교통망도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그렇다면 이웃들은? 이웃들 또한 하나같이훌륭해서 전혀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생활공간을 좀 더 세부적으로 쪼개본다면 그 가치는심각하게 하락하고 만다. 특히 임차인들이 모두 같은 언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 임대료도 저마다 다른 통화로 지불한다. 하지만 한 가정만 - P58
rninCK D을 위한 집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미국에는 50개 주가 있지만 오히려 28개 주권 국가들의 모임인 유럽연합은 결코 이루지 못할 방식으로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대다수유럽연합 국가들은 미국의 주들보다 훨씬 강하고 분명한 민족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사람을 예로 들면, 그는 첫째가 프랑스인이요 유럽인은 그 다음이다. 유럽이라는 개념에 그다지 헌신하지 않는프랑스 사람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반면 미국인은 유럽인과는달리 합중국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이 현상은 미국의 지리적 특성과통합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 P59
프랑스는 골치 아픈 주인이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해결책은 전쟁이 아니었다. 1803년, 미합중국은 프랑스로부터 뉴올리언스가 있는 루이지애나지역 전체의 지배권을 사들였다. 이 지역은 멕시코 만에서 시작해서북서쪽으로 로키 산맥의 미시시피 강 지류들의 상류까지 뻗어 있다. 이 땅의 면적은 오늘날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그리고 통일 독일을 합친 넓이와 맞먹는다. 신생 미합중국은 이 땅을 흐르는 미시시피 강의 유역을 기반으로 번영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1천5백만 달러짜리 서명 하나로 1803년에 미국은 루이지애나를 구입하여 영토를 두 배로 늘렸다. 이는 곧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내륙수로 수송권을 확보한 셈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역사학자 헨리애덤스는 이렇게 썼다. "미합중국이 투자 대비 이렇게 많은 것을 얻은 일은 이제껏 없었다." 거대한 미시시피 유역에는 전 세계 다른 하천들에 비해 훨씬 긴 가 - P63
항수로들이 많다. 수원이 산악지대에 있지도 않으며, 그토록 광대한거리를 가로질러 대양으로 가는 길 내내 그만큼 차분하게 흐르는 강은 그 어디에도 없다. 풍부한 유역 수계의 공급을 받는 미시시피강은 미니애폴리스 부근에서 발원해서 남쪽으로 약 2,897킬로미터를흘러 멕시코만에서 끝난다. 이렇듯 강들은 큰 항구로 이어지며, 수상기를 이용한 운반은 예나 지금이나 육로 운송보다 훨씬 싸게 들어 당시 한창 상승일로이던 교역을 위한 천연 수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미국은 지리적으로 전략적 깊이를 확보함과 동시에 방대하고 비옥한 토지, 그리고 사업을 펼치기에 적합한 대서양 항구들이라는 대안을 얻었다. 또한 동부 해안을 새 영토와 연결해 주는 동서 루트를 확보했고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수계는 인구 밀도가 희박한 지역들을 서로 묶어주면서 단일 통합체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 P64
당시 신생 국가는 거인, 다시 말해 대륙의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의식이 있었다. 미국인들은 점차 서쪽으로 전진하면서도 남쪽을 호시탐탐 엿본 것은 물론 〈왕관에 박힌 보석>인 미시시피의 수호에도 신경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1814년, 영국은 물러갔고 프랑스는 루이지애나를 포기했다. 이제스페인 사람들만 내보내면 됐다. 그리고 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나폴레옹과 전쟁을 치르느라 이미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미국이 세미놀족을 스페인령인 플로리다까지 밀어내자 스페인 본국은 머지않아 정착민 물결이 밀려오리라는 것을 감지했다. 1819년, 스페인은 플로리다뿐 아니라 덤으로 꽤 넓은 토지까지 미합중국에 넘겼다. - P64
루이지애나 구입은 미국 입장에서는 심장부를 얻은 격이었다. 그런데 1819년에 맺은 대륙횡단조약도 거의 이에 버금가는 가치를 안겼다. 스페인은 미국이 현재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의 경계인 북위 42도선 위인 극서부 지역에서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했다. 반면 스페인은 그 아래인 미국 영토의 서쪽을 지배한다는 계약 내용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미합중국은 <태평양>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즈음 대다수 미국인들은 1819년에 플로리다를 얻은 것을 가장큰 승리로 여겼지만 당시 국무장관인 존 퀸시 애덤스는 일기장에 이렇게 기록했다. "결정적으로 태평양 방향의 경계선을 획득한 것이 우리 역사에 위대한 시대를 열게 한다." 그런데 스페인어 사용자들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멕시코였다. - P65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으로 그 위협은 제거됐다. 그리고 1962년소련과의 분쟁에서는 소련이 마지못해 굴복함으로써 다시 한 번 그위협은 제거됐다. 현재 특별히 쿠바를 지원하는 강대국은 없는 상황이고, 쿠바 또한 문화적으로나 어쩌면 정치적으로도 점차 미국의 영향권 아래 다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4년 말, 미국과 쿠바의국교정상화가 선언됐다.)미국은 신속히 움직였다.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긴 미국은 쿠바와 플로리다 해협을 확보함으로써 카리브 해에 성큼 다가설 수 있었다.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하와이의 퍼시픽 아일랜드를 합병해서 자국의 서부 해안으로의 안전한 접근을 도모했다. 또한1903년에는 파나마 운하의 배타적인 권한을 보장받는 조약을 체결했다. 무역 붐이 일어났다. 이 시기야말로 미국에게는 세계무대로 나선 것 이상을 보여주는 시기였다. 전 세계를 향해 무력시위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 P70
1949년 워싱턴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NATO의 창설을주도했다. 이로써 미국은 독일에 잔류하는 서방 군사력의 지휘권을효과적으로 넘겨받았다. 나토의 민간인 수장은 일년은 벨기에가, 다음해엔 영국이 맡게 되지만 군 사령관은 늘 미국인이 맡는다. 지금까지도 나토의 가장 큰 화력 부대는 미국이다. 조약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나토의 최고사령관은 궁극적으로 워싱턴의 입장과 일치해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1956년 수에즈 운하위기 때 운하 지역 점령을 풀라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고 말았던 경험을 통해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결국 중동 지역에서 자신들의 영향력 대부분을 상실한 나토 가입 국가들은 우선 워싱턴에 묻지 않고서는 해군 전략을 수립,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토 창립 멤버인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영국, 이탈리아도 자국의기지에 대한 미국의 권한과 접근을 보장해 줌으로써 미국은 태평양뿐 아니라 북대서양과 지중해의 패권까지 쥐게 되었다. 1951년,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와 동맹을 맺고 남반구에도 세력을 확장했다. 그리고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이어진 한국전쟁 후에는 북쪽으로까지 영향력을 넓혔다. - P73
1991년, 소련이 해체하자 러시아의 위협이 걷혀지는 것으로 보였다. 소련의 붕괴는 무능한 경제, 과잉 군비 확장, 강제 노동 수용소들과 농업 부문의 몰락, 국비 지원 트랙터의 과잉 생산 같은 계획경제에서 비롯된 산적한 문제들을 푸는 것에 실패한 데 따른 결과였다. 최근에 나타나는 러시아의 반발은 미국 측에게는 가시 같은 존재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지배력에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다. 2014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를 "지역 강국에 불과하다."라고 말한 것은 쓸데없이 자극한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러시아의 <지리적 감옥의 창살>은 지금까지도 견고하다. 러시아에게는전 세계의 해상 항로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부동항이 여전히 부족하고 전시에 발트 해와 북해 또는 흑해와 지중해를 경유하여 대서양으로 진출할 군사 능력 또한 부족하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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