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디슨은 인생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개 두 마리가 뒷다리로 서서 춤을 추며 다가왔다. 램"은인생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왜냐하면 니컬러스 경과 그의 친구들의 글을 읽으면서(그녀는 주위를 돌아보며 간간이 읽었는데 왠지 어떤 인상을 받게 되었는데 ㅡ 이 부분에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였다ㅡ 그들이 우리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것은 그것은 대단히 불편한 느낌이었는데 - 결코, 절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그녀는 서펀타인 연못의 둑 위에 섰다. 청동색 물이 흘렀다. 거미처럼 가느다란 보트들이 한쪽 둑에서 다른 쪽으로스치듯 지나갔다). 그들은 사람이 늘 언제나 다른 사람들처럼 써야 한다고 느끼게 만들었다고 그녀는 생각을 이어 갔다(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발가락으로 작은 보트를 밀면서 생각했다. 정말이지, 난 그렇게 할 수 없어. - P294
자, 실은 사람이 어떤 마음 상태(간호사들이 쓰는 표현으로)에 있을 때는 - 올랜도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사람이 바라보는 사물이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것이 되는데, 그것은 더 크고 더 중요하면서도 동일한 것으로 남는다. 이런 마음상태에서 서펀타인 연못을 바라보면그 물결은 곧 대서양의 파도만큼 커지고, 그 장난감 보트는원양 정기선과 분간할 수 없어진다. 그래서 올랜도는 작은보트를 자기 남편의 쌍돛대 범선으로 보았고, 자신이 발가락으로 만들어 낸 물결을 혼곳의 산더미 같은 파도로 보았다. 잔물결을 타고 오르는 장난감 보트를 지켜보면서 그녀는 유리벽을 오르고 또 오르는 본스롭의 배를 보았다. 배는 점점더 높이 올라갔고, 1천 개의 죽음을 품은 흰 물마루가 배위에 아치처럼 드리워졌다. - P295
장난감 보트, 장난감 보트, 장난감 보트.」 그녀는 이렇게계속 되뇜으로써, 중요한 것은 존 던에 대한 닉 그린의 논문도 아니고, 여덟 시간 노동 법안이나 계약 조항이나 공장 법령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강력히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쓸모없고, 갑작스럽고, 맹렬한 거야. 생명을 바치게 하는 것. 붉은색과 푸른색과 자주색, 정신, 화사한 빛. 저 히아신스(그녀는 아름다운 히아신스 화단을 지나고 있었다) 같은 것. 오염이나 종속, 인류의 오점이나 동족애에서 벗어난 것. 무모하고 우스꽝스러운 나의 히아신스, 즉 내 남편 본스롭 같은 것. 그게 바로 서펀타인 연못의 장난감 보트 황홀함이야. 중요한 건 황홀함이야. 이렇게 그녀는 소리내서 말하며 스태너프 게이트에서 마차를 기다렸다. - P296
그러나 그 봄날 오후에는 교통이 혼잡해서, 그녀가 계속거기에 서서 황홀해, 황홀해, 혹은 서펀타인 연못의 장난감보트를 되뇌고 있을 때, 영국의 부유한 권력자들은 모자와외투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사두마차와 2인승 사륜마차, 4인승 사륜 포장마차에 조각처럼 앉아 있었다. 마치 황금 강이응결되어, 굳어버린 황금 덩어리들이 파크 레인을 가로막고있는 것 같았다. 숙녀들은 손가락에 명함 통을 끼고 있었고, 신사들은 무릎 사이에 금손잡이가 달린 지팡이를 넘어지지않게 세워 놓았다. 거기 서서 바라보던 그녀는 경탄과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한가지 생각이 떠올라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것은 커다란 코끼리나 믿을 수없이 거대한 고래를 본 사람들이라면 으레 떠올릴 만한 생각으로, 긴장감이나 변화, 활동을 틀림없이 혐오할 저 거대한짐승들이 어떻게 자기 종족 번식시킬까 하는 의문이었다. - P297
다음으로(1백 주년을 기념하는 정찬 초대장이 여섯 개 와 있었다) 문학이 이 모든 정찬을 먹은 후 매우 뚱뚱해졌음이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그녀는 이것이 저것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강연이라든가 고전주의의 부활, 낭만주의의 존속, 그리고 이와 비슷한 매력적인 제목이 붙은 수십 개의 강연에초대되었다)이 모든 강연을 들었으므로 문학은 매우 무미건조해졌으리라는 결론이었다. 그다음으로는(여기서 그녀는어떤 귀족 부인이 베푼환영만찬회에 참석했다) 문학이 이런 모피 목도리를 둘렀으므로 매우 점잔을 빼게 되었으리라는 것이었다. 다음으로(여기서 그녀는 첼시에 있는 칼라일의방음 장치가 된 방을 방문했다) 천재들이 이렇게 스스로를애지중지할 필요가 있었으니 문학은 매우 까다로워졌음이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그녀는 최종 결론에 이르렀는데,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결론이긴 하지만 우리가한도로 삼은 여섯 줄을 이미 많이 초과했으므로 생략해야겠다. - P300
그렇다면 행복이여, 오라. 그러나 행복이 가버린 후, 시골여관 응접실의 얼굴을 흐릿하게 만드는 얼룩진 거울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부풀리는 그런 꿈은 오지 마라. 우리가 자고있는 한밤중에 전체를 쪼개서 우리를 갈기갈기 찢고,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우리를 분열시킬 꿈들은 오지 마라. 그런 꿈이 아니라 깊은 잠에, 모든 형체가 마모되어 무한히 부드러운 먼지나 헤아릴 수 없이 어둑한 강물이 되도록, 깊은 잠에빠지라. 거기서 미라처럼, 나방처럼 몸을 포개고 장막에 뒤덮인 채 잠의 밑바닥 모래 위에 엎드리자. 그러나 기다려라! 기다려라! 지금 우리는 눈먼 자들의 나라에 가지 않을 것이다. 안구의 가장 깊은 곳에서 그어진 성냥처럼 푸른빛을 내며 그 새는 날아가고, 타오르고, 잠의 봉인을 뜯어 버린다. 물총새. 그래서 생명의 붉고 진한 물줄기가 조수처럼 역류하며 거품을 일으키고, 방울방울 떨어지며흘러든다. - P304
「아주 건강한 사내애예요, 마님.」 산파인 밴팅 부인이 올랜도의 첫아이를 품에안겨주며 말했다. 다시 말해서, 올랜도는 3월 20일 목요일 새벽 3시에 무사히 아들을 낳은 것이다.
올랜도는 또다시 창가에 섰다. 하지만 독자들은 용기를 내시기를 똑같은 일이 오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결코 똑같은 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가 지금 올랜도처럼 창밖을 내다본다면 파크 레인의 풍경이 꽤 달라졌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올랜도가 서 있듯이 10분남짓 서 있더라도 사륜 포장마차를 단 한 대도 보지 못할 것이다. 「저것 좀 봐!」 며칠 후 그녀는 말 한 마리도 달려 있지않고 터무니없이 짧아진 마차가 저절로 굴러가기 시작했을때 소리쳤다. 참, 나, 말이 없는 마차라니! 이렇게 말했을 때누군가에게 불려갔지만, 그녀는 잠시 후 돌아와서 창밖을다시 내다보았다. 요즘은 날씨가 요상했다. - P305
이 시대는 명확하고 뚜렷한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그 분위기는 소란스럽고 필사적인 면모를 제외하면 18세기를 연상시켰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가 수백 년간 걸어온 듯한 기나긴 터널이 넓어졌다.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피아노 조율사가 그녀의 등에 열쇠를 꽂아 신경을 팽팽하게 당겨 놓은 듯, 그녀의 생각이 신기하게도 조여지고 긴장했다. 동시에 청각이 예리해졌다. 방 안에서 나는 온갖 속삭임과탁탁거리며 타는 장작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벽난로 위의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는 망치 소리처럼 울렸다. 이렇게 몇초간 빛이 점점 더 밝고 환해지면서 모든 사물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였고, 시계는 점점 더 크게 째깍거렸다. 마침내 그녀의 귓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올랜도는 머리를 난폭하게얻어맞은 듯 벌떡 일어섰다. 열 번이나 난타당했다. 실은 아침 10시였다. 10월 11일이었다. 1928년이었다. 바로 현재 순간이었다. - P307
이렇게 그녀는 마셜 앤드 스넬그로브 백화점 1층에 서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이 냄새, 저냄새 들이마시며 몇 초를 낭비했다. 그러고는 문이 열려 있다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기에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부드럽게 위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이제는 삶의 구조 자체가 마술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18세기에는 모든 일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공중으로 솟아오르고있다. 미국에서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이 날아가는 것을 본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호기심을 느낄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마술에대한 내 믿음이 되살아난다. 이제 엘리베이터가 약간 흔들리면서 2층에서 멈췄다. 그녀는 익숙지 않은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산들바람에 색색의 천들이 무수히 나부끼는 환영을 보았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활짝 열릴 때마다 그 세계의다른 부분이 펼쳐졌고, 거기 딸린 냄새가 풍겨 왔다. - P309
지금 눈물이 가득 고인 채 페르시아의 산을 떠올리면서 자동차에 타려는 그녀를 바라보는 독자는 올랜도가 현재 순간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실로 삶의기술을 가장 성공적으로 다루는 사람들, 대개 무명의 존재인이들은, 보통 사람의 몸에서 일제히 울리는 60~70개의 서로다른 시간대를 어떻게든 동시에 이끌어 나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11시 종이 울릴 때, 나머지 시간대에서도일제히 울린다. 현재는 과거에서 난폭하게 찢겨 나오지도 않고 과거 속에서 완전히 잊히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자기들의 묘비에 새겨진 대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68년이나72년을 꼬박 살았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나머지 사람들 중일부는 우리들 사이를 걷고 있지만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 P314
스스로 서른여섯 살이라고 말하지만 수백 살이 된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삶이 진실로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는, 영국 인명 사전에서 뭐라고 말하든 간에, 늘 논쟁거리이다. 그것은, 시간을 재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예술이든 예술과 접촉하는 것만큼시간을 재빨리 교란시키는 것도 없다. 아마도 시를 사랑한탓에 올랜도는 구입 목록을 분실하고 정어리와 목욕 소금과구두도 없이 집으로 향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그녀가 차문에 손을 댔을 때, 현재가 다시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다. 열한 번이나 난폭한 공격을 받았다. - P315
그 무엇도 전체를 볼 수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도 없다. 시작이 두 친구가 거리를 가로질러 서로 만나러 가는 것처럼 - 보인 것은 끝이 결코 보이지 않는다. 20분이 지난 후 몸과 마음은 마대에서 찢겨 떨어져 나간 종잇조각 같았고, 재빨리 운전해서 런던을벗어나는 과정은 사실 무의식이나 죽음이 나서기도 전에 먼저 인간의 심신을 잘게 토막 내는 것과 같아서, 올랜도가 이순간 어떤 의미에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도저히 알수 없는 문제였다. 실은 그녀를 완전히 해체된 인간으로 간주하고 포기해야 했을 테지만, 이때 마침내 녹색 칸막이가오른쪽에 쳐지고 거기에 작은 종잇조각들이 더 천천히 떨어졌고, 다음으로 왼쪽에 또 다른 칸막이가 쳐지면서 이제 공중에서 제각기 돌아가는 조각들만 볼 수 있었다. - P316
인간의 영혼에는 이 시간대나 다른 시간대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 우리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 수없이 존재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2,052명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혼자 있을 때 <올랜도?>(그것이 그의 이름이라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세상에 흔하디흔한 일이다. 그부름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어서 오라, 어서 오라! 나는 이특정한 자아가 싫증 나서 죽을 지경이니까. 나는 다른 자아를 원해. 그런 연유로 우리는 친구들에게서 놀라운 변화를보게 된다. 그러나 그 자아의 출항이 전적으로 순탄한 일은아니다. 올랜도가 시골에 갔으므로 아마도 다른 자아가 필요했기에) 말했듯이 누군가 <올랜도?>라고 부르더라도, 그녀가 원하는 그 올랜도는 그래도 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웨이터의 손에 쌓인 접시처럼 차곡차곡 쌓여 우리를 형성하는 그 자아들은 다른 곳에 애착과 공감을 느끼고 있고, 여러분이 그 자아들을 뭐라 부르든 간에 (이 자아들 중 많은 것들은 이름이 없다) 자기들 나름의 소소한 기질과 권리를 갖고있다. - P317
그녀는 빵과 햄을 한 조각 잘라서 붙이고는 아무 생각 없이 큰 걸음으로 방을 활보하며 먹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사교계의 관습을 단번에 떨쳐버렸다. 대여섯 번 방안을 돌고 나서는 스페인산 적포도주를 한 잔 단숨에 들이켰고, 한 잔 더 따른 뒤 손에들고 긴 복도를 활보하면서 열두개의 응접실을 지났고, 그렇게 저택을 찬찬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사슴 사냥개와 스패니얼이 그녀를 따라나섰다. 이것은 모두 일상적인 일과에 속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돌아와서 집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귀가한 뒤에 할머니에게 키스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녀는 자기가 들어설 때 방들이환해진다고, 자신이 없는 동안 잠을 자고 있었던 듯이 뒤척이며 눈을 뜬다고 상상했다. 또한 자신이 그 방들을 수백 번, 수천 번 보았지만 단 두 번도 똑같아 보인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 방들의 기나긴 생애에 무수한 분위기가 축적되어있고, 여름과 겨울, 화창한 날씨와 칙칙한 날씨, 그녀 자신의운세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변하는 것 같았다. - P325
2백 명의 하인들이 침대를 데울 다리미나 큰 벽난로에 넣을 커다란 장작을 들고 복도를 뛰어다니며 소동을 벌이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바의 작업장에서 에일 맥주를 제조하고, 양초를 만들고, 안장을 만들고, 돌의 모양을 다듬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쇠망치와 나무망치 소리가 요즘은 들리지 않았다. 의자들과 침대들은 텅 비었다. 은과 금으로 만든 큰 술잔들은 유리 찬장안에 갇혀 있었다. 침묵이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텅 빈 저택을 휘저었다. 그래서 그녀는 회랑 끝에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딱딱한안락의자에 앉았다. 개들이 웅크리며 주위를 둘러쌌다. 회랑은 멀리 뻗어 있었고, 그 끝에는 빛이 거의 사라져 어둠했다. 그것은 마치 과거 속으로 깊이 파들어간 굴 같았다. - P328
양치식물이 무성한 오솔길은 굽이지고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면서 더욱 높아졌고, 어느덧 꼭대기에 서 있는 참나무에이르렀다. 그 나무는 그녀가 1588년경에 처음 본 이래로 더장대하고 견고해졌으며 옹이도 많아졌지만, 아직도 한창때였다. 날카롭고 뾰족한 작은 나뭇잎들이 가지에 촘촘히 매달려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벌렁 드러누웠고, 등뼈에서 나온 갈비뼈처럼 이리저리 뻗어 나간 그 나무의 뿌리를자기 몸 밑에서 느꼈다. 자신이 세계의 등에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자신을 뭔가 단단한 것에 밀착시키는 것이 좋았다. 그녀가 벌렁 누웠을 때, 가죽 재킷의 가슴팍에서붉은 천으로 제본된 작고 네모난 책이 떨어져 나왔다. 그녀의 시 참나무」였다. - P334
그 아름답고 반짝이는 이름이 하늘에서 강청색 깃털처럼떨어졌다. 그녀는 깊은 허공을 아름답게 가르며 천천히 떨어지는 화살처럼 방향을 돌려 휘어지며 떨어지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늘 그랬듯이 바람이 잠든 순간에 올 것이다. 파도가 잔물결을 찰랑이고, 얼룩덜룩한 나뭇잎이 가을 숲에서그녀의 발 위로 천천히 떨어질 때, 표범이 잠잠해질 때, 달이물 위에 떠 있고, 하늘과 바다 사이에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을 때 그때 그가 왔다. 이제 사방이 고요했다. 자정이 가까웠다. 삼림 지대 위로달이 서서히 떠올랐다. 달빛이 땅 위에 유령의 성을 세웠다. 저기 솟은 거대한 저택의 창문은 모두 은빛에 휘감겨 있었다. 벽이나 단단한 물질은 전혀 없었다. 모든 것이 환영이었다. 모든 것이 고요했다. 죽은 여왕의 방문을 준비하려는 듯 집전체에 불이 밝혀져 있었다. - P338
그녀는 근심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하늘은 구름에 덮여 어둠침침했다. 바람이 그녀의 귀에서포효했다. 그러나 으르렁거리는 바람 소리 속에서 점점 더가까이 다가오는 비행기의 웅웅 소리가 들렸다. 「여기예요! ! 여기!」그녀는 진주알 목걸이가 거대한 달모양의 거미 알처럼 빛나도록 (이제 밝게 빛나는 달을 향해가슴을 드러냈다.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나와 그녀의 머리위에 와서 멈추었다.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어둠 속에서그녀의 진주가 인성(光性)의 불꽃처럼 타올랐다. 이제 멋진 선장이 되었고 건강하고 혈색 좋고 민첩한 셀머다인이 땅에 뛰어내렸을 때, 그의 머리 위로 들새 한 마리가날아올랐다. 「기러기야!」 올랜도가 외쳤다. 「기러기...…. 그리고 자정을 알리는 열두 번째 종소리가 울렸다. 1928년10월 11일, 목요일, 자정의 열두 번째 종소리였다. - P339
울프는 이 소설을 한때 연인이었고 그 후에도 가까운 벗으로 지낸 비타 색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1892~1962)에게 헌정했고, 그녀를 모델로 삼아 올랜도를 그려 냈다. 울프 생전에는 울프보다 더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귀족출신의 비타 색빌웨스트의 가족사나 친족 관계, 또 수백 년간 그 가문의 장원이었던 놀Knole은 이 소설의 소재로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비타가 여자이기 때문에 장원을 상속받지못해서 느꼈던 쓰라린 상실감을 달래 주기 위해 울프는 올랜도가 여자가 되고 나서도 장원을 상속받게 만들었다는 평도 있다. 비타 색빌웨스트의 아들이 이 작품을 <문학사에서가장 길고 가장 매혹적인 연애편지>라고 평한 것은 과장된면이 있지만, 울프가 이 작품을 구상하고 써나갈 때 비타와의 관계에서 얻은 기쁨이나 격려, 영감에 고무되었음은 분명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 P346
더 나아가 올랜도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확연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 뒤섞여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인간에게서나 한성에서 다른 성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남성의 모습이나 여성의 모습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오로지의상>이며, 인간은 누구나 이렇게 일어나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문제를 경험해 왔다는 것이다. 결국 성정체성이란 확고부동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화할 수 있으며, 어느 시점에 어느 성이 우세한가에 따라 남성적이라든가 여성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성정체성이 실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개념이며, 인간의 내면은그런 인위적 규정을 넘어서는 복잡다단한 것임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 P349
울프는 자신의 유명한 에세이 현대소설Modern Fiction」에서 마음은 수많은 인상들, 사소하거나 환상적이거나 덧없거나 강철처럼 예리하게 각인된 인상을 받아들인다. 사방에서 인상들이 들어오고, 무수한 원자들이 소나기처럼 끊임없이 쏟아지면서 월요일이나 화요일의 삶을 형성한다고 썼다. 사실 그녀가 탐구하는 마음이나 의식은 현대에 들어와서도그 속성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영역에 속한다. 최근에 미국프린스턴대의 로버트 잔 교수는 <마음은 아주 미세한 입자로 되어 있으며, 이것이 물리적 입자와 동일하므로 입자로존재할 때는 일정한 공간에 한정되어 있지만 파동으로 그 성질이 변하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동할 수 있다>고 말한 바있다. 이 주장을 빌려 말하자면, 이 소설에서 울프는 소나기처럼 마음에 쏟아지는 수많은 인상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서 마음의 입자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상태를 그려 낸 것이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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