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소설가, 시인, 에세이스트, 문학비평가 1939년 11월 18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났다. 시집 서클 게임(The Circle Game)」(1964)과 소설 먹을 수 있는 여자」(1967)로 이름을 알린 이래, 장르를 뛰어넘는 빼어난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대표작으로 소설 시녀 이야기」 「고양이 눈 도둑 신부, ‘그레이스」와 ‘미친 아담‘ 3부작 등이 있으며, 눈먼 암살자 (2000)와
증언들(2019)로 두 차례 부커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아서 C. 클라크상,
프란츠 카프카상, 독일도서전 평화상, 미국PEN협회 평생공로상, 데이턴문학평화상 등을 수상했고,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화가, 일러스트 작가, 오페라 작사가, 극작가, 인형극 공연자로도 활동한 애트우드는 현존하는 가장 치열한 작가이자 독자로서 ‘타오르는 질문들‘을 세계에 던지고 또 답하며,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다.

「타오르는 질문들』은 나의 세 번째 에세이 및 조각글 모음집이다. 첫번째 모음집인 『두 번째 말(Second Words)』은 내가 서평을 쓰기 시작했던 1960년에서 시작해 1982년에서 끝난다. 두 번째 모음집 『움직이는표적들(Moving Targets)』은 1983년부터 2004년 중반까지 쓴 글들을 모았다. 그리고 이번 『타오르는 질문들』은 2004년 중반부터 2021년 중반까지 이어진다. 각 권에 대략 20년씩 묶인 셈이다.
각기 나름대로 격동의 시기였다. 조각글은 특정 경우를 위해 쓴 글이기 때문에 저마다의 시간과 장소에 밀접히 연결돼 있다. 적어도 내글들은 그렇다. 또한 이 글들은 당시의 내 나이와 외적 환경에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내게 벌이가 있었나? 학생 때였나? 원고료가 필요했나? 나는그때 이미 내 관심사에 매진하던 유명 작가였나? 도와달라는 외침에 붙잡혀 공짜글을 써주는 중이었나?) - P11

1960년의 나는 스무 살의 독신이었고, 책을 출간해본 적도 없고, 입는 옷만 입는 대학생이었다. 2021년의 나는 알려질 만큼 알려진 81세의 작가이고, 할머니이자 과부다. 입는 옷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실패한 실험들을 통해 내가 입지 않는 게 좋은 옷들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당연히 나는 변했다. 예컨대 머리색이 달라졌다. 하지만 세상도 변했다. 지난 60여 년은 충격과 격변, 소동과 반전으로 가득한 롤러코스터였다. 1960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5년밖에 안 됐던 때였다.
우리 세대에게 그 전쟁은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있을 때 벌어진 일이었고, 집집에 귀향 군인과 사상자가 있었고, 우리 고등학교 선생님들 중 일부가 참전했다. 동시에 매우 멀게느껴지기도 했다. 1950년과 1960년 사이에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낸 매카시즘이 왔는가 하면, 노래와 춤의 개념을 뒤집어버린 엘비스도왔다. 옷도 극과 극을 달렸다.  - P12

1980년대는 미국에서 로널드 레이건의 당선과 종교적 우파의 득세로 시작됐다. 우리는 농장에서 토론토로 이사했다. (아이의 학교 문제가가장 큰 이유였다. 나는 1981년에 시녀 이야기』의 구상에 들어갔지만1984년까지 집필을 연기했다. 이때는 콘셉트가 억지스럽게 느껴졌던탓이다. 한편 내 ‘조각글쓰기‘의 출력 속도는 올라갔다. 아이가 학교에들어가면서 낮에 여유 시간이 생기기도 했고, 원고 청탁도 늘어났기때문이다. 산발적이고, 두서없고, 별반 유용하지도 않은 이때의 일기를 - P14

보면, 후렴처럼 등장하는 라이트모티프 중 하나가 일이 너무 많은 것에 대한 지속적인 앓는 소리다. "멈춰야 해." 나도 모르게 하는 말이다.
그때 내가 쓰던 글들의 일부는 도움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결과였고,
이 양상은 지금껏 이어진다.
"그냥 싫다고 해." 사람들이 내게 말했고, 나도 내게 말했다. 그러나1년에 에세이 열 편을 청탁받고 그중 90퍼센트를 거절하면 1년에 한편이 남지만, 400건의 원고 청탁을 받으면 90퍼센트를 거절해도 (그러려면 얼마나 단호하고 도도해야 하는가!) 여전히 40편이 남는다. 나는 지난20년 동안 매년 평균 40편씩 썼다. 거기가 내 한계다. 멈춰야 해. - P15

우리의 연대기를 이어가자. 1989년에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과 소련 붕괴했다. 누군가는 우리가 드디어 역사의 종언"에 도달했다고 했다. 자본주의가 팽창일로였고, 쇼핑이 세상을 지배했으며, 어떤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느냐가 개인을 규정했다. 여자들이 여기서 무엇을 더 바라겠어? ‘소수집단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내 스파이들의 전언에 따르면, 캐나다의 정치인과 정부 관료가 소수자들‘을 부르는 말은 ‘멀티에스(multi-eths, 영어와 프랑스어가 아닌 언어를 쓰는 사람들)‘와 ‘비지민(visi-mins,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 P15

왜 이런 제목인가? 21세기까지 우리를 따라온 문제들은 이제 화급을다투는 문제들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시대가 당대의 위기를 두고 같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 시대의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지구, 세상 자체가 정말로 타오르고 있는가? 세상에 불을 질러온 것이 우리인가? 그럼 우리가 불을 끌 수도 있을까?
그리고 지극히 불평등한 부의 분배. 부의 양극화가 북미뿐 아니라사실상 전 세계에서 격화되고 있다. 이렇게 꼭대기만 무거운 불안정한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참다못한 하위 99퍼센트가 마침내 상징적 바스티유로 쳐들어가 불을 지르기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그리고 민주주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는가? 애초에 ‘민주주의‘
는 무슨 의미일까?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의미라면 그런 상태가 실제로 존재한 적이 있기는 한가? 우리가 모두에 관심이 있기는 한가? 모든 젠더, 모든 종교, 모든 민족에?  - P16

예를 들어 이때의 모두는 모든 말을 뜻할까? 일각에서 입버릇처럼
‘창작자(the creatives)‘로 불리는 사람들은? 작가들과 글쓰기는? 그들우리들은 이른바 사회 친화적인 말들, 용인된 상투어들만 늘어놓는스피커에 불과한가? 아니면 우리에게 뭔가 다른 역할이 있을까? 만약그게 남들이 못마땅해하는 역할이라면 우리의 책들은 불태워질까? 그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책에 있어서 본질적 신성불가침이란 없다.
이것들은 지난 20년 동안 내가 남들에게 받았던, 그리고 스스로 던졌던 타오르는 질문들 중 일부다. 이 책에 내 답변들이 있다. 아니, 답변의 시도들이라고 해야 할까? 에세이‘란 결국 그런 거니까. 시도. 노력. - P17

나는 타오르는 질문들을 역사적 환경운동가 레이철 카슨과 배리로페즈에 대한 글들로 마무리한다. 지구에 붙어사는 우리의 미래가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지금, 두 사람의 저서가 가지는 의미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에게 기후 위기를 앞서 경고했던 카슨과 로페즈 같은 선각자들을 오늘날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하는 젊은 포스트밀레니얼 세대 운동가들이 계승하고 있다. 레이철 카슨의 책이 처음출판된 20세기 중반에는 부정하고, 회피하고, 미루는 것이 속 편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발을 뺄 수 없다. 우리가 계속 지구의 종(種)으로 남고 싶다면 그렇다.
얼마 안 가 포스트밀레니얼 세대가 성장해 결정권자의 자리에 앉게된다. 그때 그들이 주어진 권력을 현명하게 쓰기를 희망한다. 그리고서둘러주기를 - P22

칼턴대학교 저널리즘 &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의 칼턴 강연에 연사로초대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보아하니 제가 네 번째 연사이고, 제 앞에 저명한 남성 연사 세 분이계셨네요. 저는 숫자 4가 늘 찝찝합니다. 숫자 3을 선호하지요. 그래서찝찝한 4를 두 세트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는 남성만 포함하고 저를 배제하는 행운의 3인조이고, 두 번째는 여성만 포함하는 세트로, 회원이현재 딱 한 사람 있는데 마침 그게 접니다. 따라서 저는 조만간 회원이늘어날 두 번째 세트의 첫 번째 회원입니다.
이것이 오늘 저녁의 페미니즘입니다. 보시다시피 서두에 페미니즘과 말장난을 교묘히 섞었습니다. 여러분이 너무 위협을 느끼지 않게요. 사람들이 왜 제게 위협을 느끼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우선 저는 키가 작아요. 나폴레옹 이후로는 키 작은 사람이 위협적이었던 적 - P25

이 별로 없잖아요. 둘째, 저는 아이콘입니다. 당연히 아시겠지만 아이콘 대접은 사실상 죽은사람 취급입니다. 그런 사람이 할 일은 공원에꼼짝 않고 서서 비둘기가 어깨에 앉고 머리에 똥을 싸는 동안 청동으로 변해가는 것뿐입니다. 셋째, 저는 전갈자리입니다. 점성술에서 착하고 다정하기로 유명한 별자리죠. 우리는 어둡고 평화로운 신발 속에서조용히 사는 것을 좋아해요. 아무런 말썽도 부리지 않아요. 누군가 누런 발톱을 앞세운 거대한 마당발을 우리 위에 우격다짐으로 쑤셔 넣지만 않으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밟지 않는 이상 건드리지 않아요. 하지만 밟히면 결과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 P26

여기서 우리는 앞서 말한 노드, 즉 과학과 허구 사이의 접점으로 돌아옵니다. 저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과학에 반대하십니까?"신기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학에 반대한다니, 무엇의 편에서무엇을 반대한다는 건가요?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없다면우리 중 많은 수가 천연두로 죽었을 겁니다. 결핵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는 과학자들 손에 컸습니다. 그들이 어떤지 잘 알아요. 저 자신도 과학자가 될 뻔했습니다. 문학에 납치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 거예요. 친한 친척 중 일부도 과학자입니다. 그들은 프랑켄슈타인 박사 같지 않아요.
하지만 과학이란 앞서 말했듯 지식에 관한 것입니다. 반면 픽션은감정에 관한 것입니다. 과학 자체는 사람이 아니며, 가치관이 내장돼있지도 않습니다. 그 점에선 토스터와 다를 게 없습니다. 과학은 도구일 뿐입니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을 실현하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을막는 도구. - P38

우리가 무엇을 원하느냐고요? 여기 그 목록의 일부를 대자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금이 끝없이 솟는 지갑을 원합니다. 우리는 젊음의 샘을 원합니다. 우리는 날기를 원합니다. 말만하면 절로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나중에는 싹 치워지는 식탁을 원합니다. 급료를 줄 필요 없는투명인간 하인을 원하고, 한 걸음에 백 리를 갈 신발을 원합니다. 투명망토를 원합니다. 남들을 몰래 염탐하게요. 절대 빗나가지 않을 적들을 철저히 박살낼 무기를 원합니다. 불의를 처벌하길 원하고, 권력을원합니다. 재미와 모험을 원하고, 안전과 안보를 원합니다. 우리는 불사(不死)를 원합니다. 성적 매력이 넘치는 애인들을 떼로 원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그 사랑에 충실하기를 원합니다. - P39

우리를 공경하고, 차를 몰고 나가서 박살 내지 않을 귀엽고 똑똑한아이들을 원합니다. 음악과 기막힌 향기들과 멋진 시각적 사물들에 둘러싸이기를 원합니다. 너무 덥지 않기를, 너무 춥지 않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춤추고 싶습니다. 숙취 없이 술을 퍼마시고 싶습니다. 동물과대화하고 싶습니다. 부러움을 사고 싶습니다. 우리는 신이 되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지혜를 원합니다. 희망을 원합니다. 선함을 원합니다. 그래서우리는 때로 스스로에게 우리 욕구의 어두운 면을 다룬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우리에게 오직 도구들에 대해서만, 그것들의 사용법과 생산과 유지보수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그것들이 우리의 욕망들을 어떻게 지원하는지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토스터 수 - P39

리 학교와 다를 게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토스터 수리공이 되면 뭐 하나요. 토스트가 더 이상 아침 식사 메뉴에서 각광받지 못하게 되면 밥줄이 끊길 텐데요. ‘예술‘은 장식이 아닙니다. 예술은 문제의 본질입니다. 예술은 우리 마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며, 우리의 기술적 창의성은 우리의 지성뿐 아니라 정서에 의해서도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예술이 없는 사회는 거울을 깨고 자기 심장을 도려냈을 겁니다. 그럼 인간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은 아니겠죠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가 오래전에 말했듯, 인간의 상상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처음에는 인간 세계만움직였습니다. 한때 인간 세계는 주위를 둘러싼 거대하고 막강한 자연 세계에 비해 정말 작았습니다. 지금은 날씨를 제외하면 우리가 통제 못 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갖가지 방식으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입니다. 문학은 인간 상상의 발설 또는 표출입니다. - P40

하지만 이 책은 내내 획기적이었다. 북극 탐험역사의 전기적 사건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막대하게 기여했다. 또한이 책은 우리를 오래 매혹해온 이야기에 대한 헌사다. 프랭클린 전설은 이야기가 취할 수 있는 온갖 형태로 전해져온 이야기였다. 그것은미스터리, 가설 루머였고, 전설, 영웅담, 국가적 우상화였다. 그리고 이책 「얼어붙은 시간」에서는 흥미진진한 탐정물이 된다. 실화이기에 더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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