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 할 때, 두껍게 깔린 낙엽층 위에 누운 변사자 기도수 얼굴에 손전등빛이 도착, 선명한 주황색 등산복 차림, 부패가 진행 중 해준, 스마트폰으로 플래시 터뜨리면서 사진 찍는다. 폴리스 라인 안의 활동복들 사이에서 그의 양복/ 넥타이 차림은 이질적이다. 비록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었지만 고급 블루투스 이어폰이 꽂힌고인의 귀에 대고 찰칵. 손가락 관절마다 옹이처럼 단단하게 불룩하고 손톱이 다깨진 손도 찍는다. 손목의 롤렉스 시계도 찰칵. 유리 뚜껑은 깨졌고 작동도 멈췄다. 월요일 10시 2분에 해준, 망자의 시선 방향을 따라 다시 산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처럼- - P7
해준 (쌍안경에서 눈 떼지 않은 채, 한손으로 안마기를 치우며)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심심한 듯 기도수 휴대폰을 꺼내 켜는 수완. 서래와 도수의 셀카 배경 화면을 보며심드렁하게 - - P29
해준
그래서 기도수씨 손톱에서 송서래 씨 디엔에이가 나왔단 말입니까? (끄덕이는 서래를 보면서 끄덕이는 해준) 산이 그렇게 싫으세요?
진저리치는 서래, 전화기를 만지더니 빠르게 중국어를 한다. 당황하는 해준에게전화기를 돌린다. 통역기 앱의 목소리 -
남자 성우 공자님 말씀에,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인자한 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난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해준의 ‘이 여자, 뭐지?‘ 표정) 난 바다가 좋아요. - P37
해준 젊고 예쁘고 외국인이라서 피의자가 돼야 해?
수완 예쁜 건 인정하시는 거네요? (한숨 쉬는 해준) 역차별이라고요…………. 여자 아니고 외국인 아니고그냥 남자 한국인이었으면 팀장님, 가서 밤새 잠복하자고 하셨을 걸요? 집에는 곧바로 가는지, 누가 찾아오는 건 아닌지 본다고. 잠복이 취미잖아요, 예? 잔소리하고.
수완을 노려보는 해준. - P52
돌아보는 해준, 서래의 진지한 표정을 읽더니 고무장갑 벗고 온다.
해준 그러게………. 그런 놈이 감옥 갈 거 각오하고 사람을 때렸네………?
서래 죽을만큼 좋아한 여자네?
서류에 붙은 ‘오가인‘이라는 여자의 사진을 함께 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해준.
해준 죽기보다 감옥을 무서워하는 놈이 살인을 이백만 원 때문에? 지구하고 나눠 가졌으니까 백만원인데? 이 오가인, 먼 데 사는데? 경기도서 미용실 하는데? 게다가 결혼도 했는데?
서래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서래를 돌아보는 해준, 눈 피하지 않는 서래. 마주치자 무안해져서 허공으로 눈길을 올리는 해준.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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