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

비키지 않는 것.

나는 내 자리를 알아요.






손이 자주 주춤거린다고 해서 글을 못 쓰지 않는다.
일하는 도중에 ‘ㄴ‘이 빠지기라도 하면 다시 임시로 끼워 넣느라고 진땀을 빼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제때 못한 적도 없다. 나는 언제나 내가 감내할 수 있을만큼 불편해보려는 사람이다. 끼어드는 사고에 기꺼이들이 받는다.
아끼던 부츠 밑창이 반으로 갈라졌는데도 접착제로이어 붙여 꿋꿋하게 신고 다니고, 신을 믿지 않으면서동생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 식물 키우는 일에 흥미가없지만 선물로 받은 아이들을 여태 살리고 있고, 극도의 내향인이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로 돈을 번다.
줄을 서다 누군가 내 순서를 가로채 새치기해도 잠자코차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 그게 내 손해일까? 그날들을 후회한 적 없는데? - P7

쓰는 동안,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띄우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글의 마침표를 찍을 땐, 답장을 기다리기만하면 되는 어느 평온한 저녁을 맞이한 것 같았다. 내 숨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더 빨리 더 많이 행동하라고 독촉하는 듯한 세상 때문에 왕성하게 슬펐으나, 이제 고요 속에서 서서히 기쁘다. 머지않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페이지 역시 내가기대하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고, 고작 키패드를 수리하는 정도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바라온 모습일 수도있겠지만, 지금을 서둘러 떠나지 않을 것이다.  - P8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보르헤스의 말이라고 한다. 이 문장을 맞닥뜨리는 순간, 나는 순식간에 열 살로 돌아간다. 가슴에 맺힌 이슬이 손끝으로 흘러 떨어지는 감각에 들뜨던 어느 날, 시를 몰라도 시처럼 살 수 있던 유년으로 - P17

아빠가 타지로 직장을 옮겨 우리 가족이 잠시 떨어지게 된 어느 날, 아빠를 보내고 울면서 바닥을 걸레질하던 엄마의 모습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코딱지만한 바닥이라 금방 끝낼 일을 엄마는 한참을 멈추지 않았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계속해서 닦고 닦았다. 나는 그런 엄마와 함께 울어버리는 대신 방문 밖에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엄마가 아름다운 성을 닦고있는 모습으로 쉽게 무너질 것 같지만, 닦으면 닦을수록 투명해지고 얼음보다 선명해지는 유리성, 유리 바닥에 고인 눈물을 나는 가장 아래층에서 올려다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그림으로 그날을 종이 위에 모셔올수 있다. 내가 시 쓰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 건 당연한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보르헤스의 말대로, 어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더 나은 것이란, 시 같은 사람들과 시 같은 풍경들을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으므로, - P22

이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자꾸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 그 생경한 감각을 말로 빚어 꺼내보는 시간.
내 안의 어딘가가 회복되고 새롭게 자라날 때마다 좋은사람들에게 나타내 보이는 시간. 합평이 끝나고 모든달고 쓴 소리를 들은 이후에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모른다. 더 열심히 쓰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다음 글도어서 읽어보고 싶어서 침이 고일 지경이다.
이 모든 게 시의 힘이라는 것도 기쁘다. 다른 무엇 때문도 아닌 뭔가를 쓰고 싶어서 침이 고이고 열심히 살고 싶고 자신에게 정직해지려는 게. 그리고 이 기쁨의중량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이 소중하다. 모두 특별한 여자들이다.  - P27

그랬는지도 모르죠. 마음 전체를 불살랐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품은 모든 사랑. 사랑해서밉고 사랑해서 저주스럽고 사랑해서 비참하고 사랑해서 외롭고 사랑해서 무섭고 사랑해서 궁핍한, 그 원흉을 모조리 태워버리기 위해 썼을지도 모릅니다. 그때쓴 시는 ‘말하기 위한 시‘가 아니라 ‘지우기 위한 시‘였을까요. 리셋을 위한 시. 영영 돌아오지 않을.
화마가 지나간 땅이 복구되려면 백 년의 시간도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내가 다시 온전해질 일이 없다는 뜻이죠. 참 위로가 됩니다. 마음 쏟을 건, 검은 흙을 비집고 돋아난 지독한 싹들이 무엇으로 자랄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뿐입니다.
이제 나는 완벽한 사랑을 위해 아프지 않아도 됩니다.
완벽한 시도 내가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갈 수 있는데까지만 갈래요. - P33

나는 여태 시인이 되지 못했고 목화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지만, 우리는 살아간다. 변변찮은 벌이로변변찮은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는 일은 변변찮은 게아니니까, 잘 살고 있다고 봐야겠지.
이 무료한 대화도 사실 애써 가꾼 일상 위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무료하다 하여 일상이 무력하진 않다. 불안이 우릴 잠식할 힘은 사실상 없다. 불안은 뿌리가 없으므로, 내 단단한 토양에 박힌 풀과 꽃 사이를 흘러 다닐 뿐이다. 이따금 부는 바람처럼. - P38

나는 독백처럼 말했다. 전화 너머로 목화는 내게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그에게도 그런 바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바닥이 정말 단단하기를 바란다. 언제든 드러누울 수 있는,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든 활짝 열려 있는 따뜻한 밑.
자기만의 바닥이. - P39

냉동실에서 버섯을 꺼낸다. 버섯을 넣은 된장국에 한창빠져 지내는 중이다. 된장은 광주에서 넘어온 것. 텁텁하면서도 맛깔난 전라도식 된장이라, 한 숟가락 두 숟가락사라지는 게 아깝다. 국을 끓이는 시간은 그리움의 시간이다. 그리고 자식이 되는 시간이다.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아낌없이 뿌려 칼칼한 뒷맛을 내는 엄마의 스타일을 따라 해본다. 버섯이나 방앗잎 같은 채소를 듬뿍 넣는 아빠의 노하우도 흉내 낸다. 고슬밥과 함께 식탁 위에 차려진 버섯 된장국. 그 앞에서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마음도 많아진다. 밥을 먹다 말고 핸드폰을 집어 든다. 표고버섯 일 킬로그램을 주문해 광주로 보내기 위해.
식사를 마치고 엄마 아빠에게 박스 잘 받으라고 전화해야지. 얼굴 근육이 벙글거린다. 다시 이어지는 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가 씩씩하다. - P44

그냥 줄을 길게 늘여보는 거다. 마음 어딘가에 꼬여있는 실타래의 끝을 잡아 당기다 보면 훌훌 풀어진다.
시든 산문이든, 난데없이 첫 문장 띄워 올리는 걸 잘하는사람. ‘쓰는 감각‘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 그 시작을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나에게 말을 건다. 훌훌 문장안에서 내려앉고 날기를 반복하는 나비가 된다.
목소리로 술렁대는 펜촉. 이제 쓰자. - P45

시는 어느 날 왔다. 일기에 떨어진 눈물자국보다 오래 피부에 눌러앉기로 작정한 병처럼. 내가 반할 만한옷을 걸치고 왔다. 거부하기 힘들게.
너덜거리는 마음이 적힌 일기장은 내게도 있었다. 그일기장이 내가 가진 가장 그럴싸한 것이었던 시절, 시가 잘 차려입은 내 모습을 하고 나타난 거다. 대접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나지만 ‘내가 아닌 나. 아는 귀신을만나면 이런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홀연한 만남 이후로마주치기만을 기다리게 되는. - P51

시는 그 슬픔을 파고드는 구원의 빛이었다. 부모님은책상에 앉아 얌전히 공부하는 줄로만 알았겠지. 한밤중 스탠드 불빛이 나를 이끈 곳은 문제집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기장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매일의 기록이 아니라 시를 의식하며 쓰고 있었다. 어떤 말투로 쓸까, 어떻게 끝맺음을 할까, 어떻게 말문을 틀까.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어른들과 친구들의 눈빛과말소리가 전혀 끼어들 수 없기 때문에, 한 줄 한 줄은반드시 독보적인 것이 되어야 했다. 훼손되지 않고 오롯하게 아름다운 것! - P53

당시에 쓴 것들을 읽는 시간은 정말 곤혹스럽다. 얄팍한 수를 쓴 흔적들이 보이면 내 머리통을 한 대(아니,
할 수 있는 한 여러 대 쥐어박고 싶다. 그러나 다 패고나서는, 그 매력 없는 것을 꼭 한번 안아주고 싶다. 그때의 시는 그때의 나와 닮았다. 타인에게 속마음을 말하려면 한평생 써야 할 것 같아 매일 밤 끊어 울던 나랑.
양심 없는 시라는 뜻이겠지. 자기 자신을 가눌 힘이 없어 그럴듯해 보이는 것에 의지해놓고선 자신의 고통이돋보이는 줄 아는 시. - P55

벗어나고 싶은 것도 손에 쥐고 싶은 것도 없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은 채 인생을 가벼이 여겼다. 모든 것을잃고도 깨달은 게 없으므로 삶은 가벼운 것이어야 했다. 밥벌이를 위해 궁색한 빈말을 아끼지 않았고, ‘척‘하는 말들을 육성으로 문자로 뱉으면서도 내 꼴이 그다지우습지 않았다. 상황을 나쁘게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라면 거짓말도 꽤 할 만한 짓이었다. 나는 드디어 내가어른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 P57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면서도 세상에 지지 않을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시를 흠모하여 시로다져진 내 감각이 무엇으로든 세상에 쓰일 수 있음을,
그것으로도 이 한 몸을 지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들어가는 녀석에게.
에세이, 인터뷰를 비롯한 잡지 기사, 주얼리나 향기제품 설명글, 책 큐레이션 등. 시로 터득한 나만의 화법과 관점으로 일을 해나갔고, 차츰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살고도 여태 굶어 죽지 않은이유다. 사부작사부작 다양한 작업을 했고, 대단히 벌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게는 버티는 힘이 존재한다. 그사실만으로 자긍심을 되찾고 감사한 마음으로 일할 수있다. 일은 일이고 시는 시니까. 시인은 어떤 상태일 뿐직업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나는 내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하는 몸으로 전환되었다. - P65

상상하는 것. 어쩌면 상상력이 밥 먹여준다는 말은틀렸을지도 모른다. 상상력은 밥 대신 미래를 짓는다.
오늘이라는 토양 위에 내일의 태양빛을 불러오도록 한다. 그 빛의 아름다움을 보도록 한다. 그리하여 살게끔한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자기자신에게 연루된 다음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것들이 예상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이어지는 삶은 우리가 이어갈삶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야기는 그렇게 쓰여진다는 것을 망각할 리 없다. - P66

언젠가 애인에게 이런 말을 하고 스스로 놀랐다. "게으른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야. 그때도 열심히 글을 쓰고 싶진 않아. 그땐 안 써도 흡족한 날이 많았으면 좋겠어, 아주 사소한 걸로도 하루를 충만하게 보내서 글 따위에 시간을 쓰는 게 아깝게 느껴질 만큼. 다른 흥미로운 일 하느라 마감일 같은 건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아이고, 고양이랑 나란히 앉아어항을 바라보는 게 너무 즐거워서 그만 저녁을 다 보내버렸지 뭐예요?‘ 그런 말을 뱉고 입술을 오므리며 비밀스럽게 웃는 할머니."
소망을 뱉고 후련했다. 그런 사람이 되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장난스러운 쪽지를 남기고, 짧은 일기에 만족하고, 어쩌다 쓴 시가 끝장나게 좋고, 장 볼 때 구매리스트를 잘 쓰는 할머니. 그런 것 말고는 사리에 어두워질문이 많은 할머니. - P71

‘겨울‘은 실제 겨울조차 낯선 풍경으로 보여준다. 딴소리, 헛소리, 덧없는 소리, 알다가도 모를 소리의 리스트는 끝없이 길어질 수 있다. 이런 단어들이 모인 내 메모장, 은유 사전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얼마간은 저낯선 소리들을 진실로 믿는다. 사전이 두꺼워질수록,
내가 가늠할 수 없었던 세상의 거대한 슬픔이나 행운을가늠해보는 용기도 얻을 것이다. - P75

아직은 자그마한 기척, 착각일지도 모르는 미동에 얼어붙을 만큼 나는 작다. 좁은 겨울 속에 머문다. 그러나겨울은 불어나고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며 거미줄처럼확장되고 있다.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겨울을 다 겪고 싶다. 후우. 종이 위에 깊은 숨을 불어보고 싶어진다. 곱씹고 곱씹은말을 가장 뜨거운 숨 위에, 쓰고 또 쓰고 싶다. - P76

새로운 몸은 과거를 통과해갈 것이다. 오랜 시간 방치된 시들을 최선을 다해 살릴 거다. 복원사의 자세로과거를 존중하리. 실패한 춤을 매듭짓고 그다음 춤을추러 떠나기 위해.
과거에 고여 있는 시에게 새롭게 다가간다. 함께 잠드는 보호자, 되돌아오는 애인, 입안에 들어간 머리카락을 빼주는 자식의 얼굴을 하고서. 은밀한 그 폴더는내가 자주 찾는 환한 샛길이 될 것이다. 그 길을 잊는일은 이제 없다. - P85

다정함과 섬세함에 대한 나름의 고찰은 다음과 같다.
다정한 사람들은 리액션이 좋다. 경험상 이들은 무드나환경에 약하고 상대방의 감정과 표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만큼 감정 기복도 심하고표정 변화도 크게 드러난다. 누군가 울 때 같이 우는 사람이 딱 ‘다정‘ 유형.
반면, 섬세한 사람은 순간순간의 리액션이 크지 않더라도 기억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 그 사람과 어떤 식당에서 어떤 농담을 나눴는지, 그 사람은 머리가 아플 때어떤 약을 먹고 어떻게 쉬는지, 그 사람은 평소에 귀걸이를 빼서 어디에 두는지 등등, 대상에 대한 정보를 입 - P106

력하고 잊지 않는 것이다. 잊지 않았다는 것이 어떻게든 행동에서 티가 난다. - P107

주변에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들이 많다. 허술하긴 해도 내가 분류한 이 유형을 참고해 그들을 관찰하는 것은 오랫동안 흥미로울 것 같다. 다정한 사람들의 입매와 눈빛, 눈썹과 고개의 방향, 허리를 숙이는 방식. 그리고 섬세한 사람들의 행동과 그 곁의장면들.나비같고나무 같은 사람들이다. 사랑스럽고 성실한 내 사람들. - P110

섬세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풍경 위에서 다정한 사람들이여, 내내 행복하기를! - P111

엄마가 어린 남매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이끌지 않았더라면, 아빠가 밀어주는 그네의 기억이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즐거움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인간으로 자랐을 것이다. 분수나 주제 너머의 희망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소원하는 마음 자체가 한 시절을 통과하도록 한다는것을 믿지 못했을 거다.
엄마가 이제 지금의 나를 보기를 바란다. 밝은 놀이터 풍경을 좋아하는 나를 아이들과 젊은 부모, 인근에사는 노인들 사이 벤치를 차지하고 앉아 여유롭게 그들을 지켜보는 나를 보기를 그리고 내곁에 앉기를 바란다. - P120

이토록 고양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아빠지만 녀석들과 지나친 접촉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유는, 사랑하게 될까 봐.
아빠에게 ‘사랑‘은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끝까지가보는 것, 이해를 위해 계속 나아가는 것. 사랑이 끝날때까지 혹은 끝내야 할 때까지 가능한 오래 마음에 품는 것이 아빠에게는 최상의 사랑인 것처럼 보였고, 사랑한 이상 도통 끝을 내지 않았다. 그게 함부로 사랑을결심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나는 당신 스스로 부정하고 있을 뿐, 이미 고양이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단정 짓고 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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