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을 때 몸은 의지로 움직인다. 죽음이란 몸에서 의식이빠져나간 이후를 말한다. ‘몸‘만 남는 것이다(영어 body의 대표적인 뜻은 ‘시체‘이다).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울증은 의지-의식의욕, 이 세 가지 상실이 혼재된 상태다. 한마디로 무기력의 연속이다. 그래서 온종일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없는 상태가 몇 년간 지속되어 근육 쇠약으로 사망하는 이도있고, 우울한 상태에서 자신과 극한 투쟁을 벌이며 생활을 이어 나가는 이도 있다. 우울을 잊기 위해 미친 듯이 일이나 공부,
글쓰기에 몰두하여 생산력이 높은 ‘고기능 우울증 환자‘도 있다(어니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울프………).  - P117

지구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 때문이다. 이 힘은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만유인력(universal gravitation)이라고 부른다. 그래비티(gravity), 중력(力)은 말 그대로 무거운 힘이다. 물체의 무게는 이 힘을 가리킨다. 만유인력과 지구 자전에 의한 원심력이더해져 우리가 지표면에 의지해 살 수 있다.
우울증 환자의 호소 "지구가 나를 붙잡지 않아요." 지구의의지, 중력의 법칙에서 버려진 이들이 우울증 환자다. 우울증의고통에 비하면 ‘우울(憂鬱)‘이라는 표현은 우아하다. 우울증 환자의 삶은 스펙터클하고 격렬하다. 격렬한 고통이다.
현실의 중력이 너무 강하면 세상살이가 고달프다. 지표에 끌려 다니며 먹고사느라 세속을 헤매게 된다. 우울증 환자는 이와반대로, 몸에 중력이 작용하지 않아 떠 있는 상태다. 무중력 상태의 삶을 오래 견딜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다.  - P118

삶은 인간관계다. 그것이 전부다. ‘인간(人間)‘은 관계 속에서만 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한 단어다. 죽음과 더불어인생에서 이것만이 진실이다. 이를 잊을 때 우리는 크고 작은실수를 한다. 관계(성)를 독자성, 자유, 자율, 의존 같은 개념과혼동한다. 의존도 독립도 관계다. 반대항으로 보이는 이런 단어들 자체가 관계성의 반증이다. 삶에서 관계성과 대립하는 개념은 없다. 최근 중년 남성들의 로망인 은둔자 ‘자연인‘ 되나
‘관종‘도 ‘집콕‘도 관계적 삶이다.
인간관계 중에서 우리가 가장 고민하는 주제는 넓은 의미의
‘사랑‘이다. 이 글에서 배타적 로맨스 관계는 논외다. 로맨스는제도이지만 가장 복잡한 담론이다. 후유증도 커서 심장이 뭉개지게 아프다.  - P123

한편 사랑의 정의가 다르다는 사실보다 더 복잡한 문제는논의의 범주가 넓다는 점이다(애국, 모성, 이성애, 예술 애호, 신앙····…). 사랑은 내용, 대상, 인식(감정), 심지어 섹스 여부에 따라 개념이 달라진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 말할 때 가장 중요한요소는 관계의 사회적 맥락을 합의하는 것이다. 이 또한 지성과용기와 성찰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문제다. 대표적으로 제도화된 사랑인 이성애나 모성에 대한 공부, 자신의 위치, 사회에 대한 이해 같은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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