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리해보자. 우리 사회에서 강간은 오랫동안 정조의 문제로 여겨져 오다가 1990년대 이후에야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11)권 침해 문제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미성년자의제강간법의 경우, 역사적으로 두 번의 쟁점 전환이 일어났다. 처음에 이 법은
‘아버지의 자산인 딸의 순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결혼‘을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린 여자아이의 순결을 빼앗은 남성은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거나 결혼을 약속하도록 종용받았다. 따라서 19세기까지 의제강간법의 관심은 오직 딸에게만 국한되었다. 이 법으로 인해 ‘순진무구한 딸들을 꾀어낸 위험한성인 남성들에게 책임지라고 말할 수 있었고, 혼전 임신이라는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 P97

 그중에서도 ‘나이‘에만 맞춰진다. 법무부에서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13세에서 16세 사이의 청소년이 과연 어떤 성적 능력을 가지는지, 2차성징을 비롯한 육체적 변화는 어느 정도로 진행되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의 조심스러운 논평을 10년째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나이가 문제인가? 오히려 나이가문제를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 - P104

발육으로 따지면 성인과 동일하므로 의제강간의 보호 법익에 맞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단지 기자의 선정적인 보도 태도가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후술하겠지만, 법원에서 12세 초등학생이 나이를 17세라고 했으며 외모도 그만큼 성숙했다는 가해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 판결이 난 사건도 있다. 이처럼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재조정하자는 주장은 나이에 따른 발달단계별 표준에 대한 강박과 함께 놓여 있다. ‘육체적으로 지나치게 빨리 성숙한 성조숙증 아이‘와 성년이 되어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캥거루족 어른‘ 사이 어디쯤에 말이다. - P109

문제는 욕구가 아니라 욕구의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권력이다. 폭행, 협박, 위력, 위계는 우리 사회가 권력의 불법적 사용목록으로 합의해 온 것들이다. 개인 사이의 동등한 관계를 방해하는 각종 사회적 위계를 제거할 때, 우리는 ‘자유로운 관계를맺을 수 있다. 욕구의 완전한 충족을 행복이라고 믿는 유아론적 세계에서 타인의 타자성을 수용하는 문명적 ‘자유‘의 세계로의 이동 말이다. 여기에서 욕구에 대한 금지는 가해자의 자유만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자유를 제한한다. ‘보호‘는 가해자의 권력을 제한하고 피해 당사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하지만 법 실무에서 ‘위력‘ 행위에 대한 해석은 재판부의 의지와 상식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만약 국가가이러한 재판부의 임의적 해석에 의지하지 않고 미성년자의 자유권을 후견적 지위에서 강력하게 보장하고자 한다면, 미성년자의제강간법은 여전히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P118

하지만 미성년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알고 있는 성에 대한 지식을 드러내고 토론하게 하지 못하는 문화 속에서 미성년자의 섹슈얼리티는 불가해하고 순수한 것으로, 오염되지 않은 어떤 순백의 것으로 상상된다. 그리고 어떤 성인들은 이러한 이미지 안에 정박된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매혹과 긴장을 꾹꾹 눌러 담을것이다. 누가 뭐래도, 한국의 미성년자 아이돌들은 자신의 성적매력을 가장 잘 어필하면서도 연애를 금지당한 존재로 성인들의눈앞에 등장한다. 이들에 대한 성적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이 그들의 또래 팬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어디에서도 공적으로 말해지지 않는다. - P120

아무런 권리가 주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성에 대해서만동의 여부를 만 13세 이상부터 결정할 수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수있는 자격이 주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성관계를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부모 혹은 성인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야말로 성적 자기 결정에 유해한 조건이다. 그러므로 미성년자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장할 수 있게 하려면 이 문제를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전한‘ 발달 과정의 문제라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오히려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성교육을 받을 권리, 미성년자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더좋은 교육 환경과 정치 제도를 요구할 권리, 생활 임금이 가능한최저 임금을 받을 권리 등이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의제강간 연령 상향 여부에 대한 토론이 종종 ‘요즘 애들‘의 성적 발육에 대한 굉장히 소아성애적인 욕망처럼 들리는 사례들로 빠지거나, 과거의 뿌리 깊은 악습인 조혼을 미성년자의 성을 존중한 사례로 잘못 이해하는 곤경에 빠지는 이유는 성을 다른 사회적 관계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변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23

청소년들에게 성적 자기결정권, 투표권, 혼인 가능 연령,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이 주어진다면 게일 루빈의 말처럼 더는 섹스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의제강간 문제는 이제 섹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문제로 비로소 방향을 잡아 갈 수 있다. 선거 연령을 낮추고 최저 임금을 시행하고 의제강간 연령을 상향하는 식의 조정을 상상해보자. 나는 이것을 세 번째 쟁점 전환이라고 부르고 싶다. 미성년자 의제강간법을 젠더와 나이 변수가 교차적으로 고려되고 권력의 재배치를 통해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공적 개입의 계기로 사유하는 것 말이다. - P124

이제 메갈리아(Megalia)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이 말은 2015년 메르스 감염 사태에서 처음 생겨나 그해 연말 온라인 10대신조어로 꼽혔다. 그리고 2016년 여름, 넥슨 성우 교체 사건을 지나며 전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 현상의 주체인 메갈리안(Megalian)은 여성 혐오 발화의 주체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여성 혐오(misogyny)를 혐오하는 ‘여혐혐‘을 수행한다고 했다. 여성 대상 혐오발화를 그대로 되비추는 ‘미러링(mirroring)‘이 무엇인지, 과연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 수 있는지도 질문됐다. "우리가 폭력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이 유일하게 이해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마침 개봉했던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한 세기 전 영국 여성참정권론자가 했던 대사가 오늘의 한국 메갈리아를 변호하듯 회자됐다.  - P126

먼저 2015년과 2016년, 메갈리아가 탄생했던 몇몇 지형을 훑으면서 시작해보자. 메갈리아라는 단어는 2015년 5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CoV) 정국에서 성별 역전 콘셉트소설 《이갈리아의 딸들》(1975년)에 빗대어 만들어졌다. 홍콩을방문한 한국 여성 두 명이 메르스 격리 검진을 거부했다는 낭설이 일었고, 곧 "한국 여자 개념 없다"고 조롱하는 혐오 발화가흘러넘쳤다. 이에 대항해 한국 여성의 ‘종특(特)‘이라는, 그야말로 인종화된 혐오 표현인 ‘김치녀‘를 성별만 그대로 바꾼 ‘김치남‘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 관련 정보를 나누기 위해만들어졌던 메르스 갤러리에서 삭제된 것은 원본(김치녀)이 아니라 그 패러디인 김치남이었다. 여기에 전례 없는 인증, 즉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까지 하라는 제한까지 더해져 여성 유저들의불만이 폭발했다. 한국 온라인 게시판 문화가 시작됐다던, 익명을 기반으로 하며 어떤 표현이든 자유롭다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 결과, 김치남이라는 금칙어 검열을 피하기 위해 비하의 접두사를 더한 ‘씹치남‘이 생겼다. 그리고 자기자식밖에 모르는 여성이라는 ‘맘충(Mom蟲)‘에 맞먹는 벌레 같은 한국 남성이라는 ‘한남충(蟲)‘까지 연결됐던 것이다. - P127

이때부터 동족 남성을 비하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메갈리안이 벌였던 난장은 그저 억눌린 여성들의 ‘한풀이‘,
며칠간 벌어지는 축제일 수도 있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머리 풀고 달리는‘ 전투적 여성은 어떤 발화는 유희가 되고, 어떤발화는 금지되는 비대칭적 상황 때문에 나왔다. 그래서 ‘페미니즘 영화‘로 지목된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2015년)에서 여전사 ‘퓨리오사‘ 일행이 ‘어머니의 녹색 땅‘을 찾듯, 곧 그들만이모이는 ‘메갈리아(www.megalian.com)‘ 사이트가 열렸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영화 속 여성들이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기를 단념하고 자신을 착취했던 바로 그 땅을 해방하기로 결심했듯, 이들역시 거울 속에서 벗어나 문화와 매체, 그리고 정치와 운동 속에서 숨 가쁘게 터져 나오는 젠더 이슈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메갈리아라는 현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에 촉발된 여성들이 최근 1, 2년 동안 해 왔던 직접 행동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메갈리아가 태동한 시기는, ‘세월호 사건‘(2014년 4월 16일) 이후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적 안전을 기대할 수 없던때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여성들은 심각해져 가는 젠더 폭력의징후가 애써 부정되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미흡한현실에 거듭 분노해야 했다.  - P128

현재 전 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우익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실패한 다수라 여기며 배타적인 가치을 제도에 반영하라는 보통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역시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결국 신자유주의가강화되는 방향으로 귀결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 실업률은 10%를 훌쩍 넘겨버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젊은 남성들의 불만이 그 시기 가장 가시적으로 제도화됐던 여성계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의미심장하게 양성평등연대(구 남성연대)는 노무현 정부가 마감되는 2008년에,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신설된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우며 발족했다.
여성이 무한 경쟁 시대에 경쟁 상대로 눈에 들어오니, 그들을 향한 배려가 아니라 적대가 불러일으켜졌다.  - P131

소녀부터 여대생, 그리고 직장 여성과 젊은 엄마까지, 2000년대 이후 젊은 여성 대중이 도드라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2002년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미선·효순 압살 사건과 2004년 노무현 탄핵 소추 정국을 거치며 촛불 집회가 유력한 대중 저항의 유형이 됐다. 그리고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에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 시위에서 드디어 ‘촛불소녀‘가나타났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촛불을 든 소녀들의 집단적 출현 배경에는 대중문화의 폭발적 성장이 있었다. 이 여중고생들은 팬 문화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빠순이‘들이기 - P132

도 했던 것이다. 또한 촛불소녀와 함께 일군의 여대생들 역시 스
‘스로를 ‘배운녀자라고 일컬으며 나란히 등장했다. ‘배운녀자는 대학 진학률 70% 이상 시대의 존재들로서, 식민지기 신여성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 지식인으로서 여성을 강조하는 뜻이었다. 2009년 이후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더 높아졌고, 이 성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와 상관없다고 여겨지던 ‘유모차 부대‘도 거리로 나섰다. 이 여성들은지역 연고나 정치단체와 상관없이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를 정치적 인큐베이터 삼아 모여들었다. 집단적이고도 산발적인, 또익명적이면서도 주체적인 여성 청년들의 행위성은 민주화 이후
‘탈정치‘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성격을 짐작케 했다. - P133

 정의당 내 메갈리아 논란이 심화될 무렵, 당원 한 명이 ‘프린스‘를뒤집은 ‘프린세스‘ 문구를 넣은 티셔츠 제작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 기획은 양성 의존과 환상을 버리고 평등하자는 의도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메갈리안들이 말하는 최종 목표는 ‘양성평등‘이아니다. 차라리 비혼을 선택하겠다는 ‘소녀‘가 보이는 결기와 단지 ‘공주‘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남자‘의 불만은 같지 않다. 결국핍박받는 남성의 대척에서 가장 나빠 보이는 것은 단지 메갈리아의 위악, 즉 미러링이다. - P137

미러링이 왜 문제인가. 특히 미러링은 피해자로서 여성에게 허.
락됐던 목소리, 즉 비탄 · 절규 · 울음이 아닌 조롱 ·호통 · 웃음을.
자신의 전략으로 내세운다. 애초에 미러링은 낙인에 겁먹지 않기 위해 고안됐고, 혐오에 대항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출발했다.
유민석은 지금까지 끈질긴 조리돌림에 우아한 ‘무시‘나 착한 ‘항의‘로 일관해봤지만, 결국 침묵하게 된 쪽은 여성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공적 공간에서 책임 - P137

그리고 메갈리안들이 집단적으로 하는도전은 여성 혐오에 대항하는 혐오 발화 수행에 머물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 미러링 논쟁이 여혐과 남혐이라는 허위 구도를 드러내고, 대항 발화로서 패러디의 유효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젊은 여성들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거라며 "똥차가고 벤츠 온다"고 위로하지 않고, 차라리 "똥차는 벤츠든 필요 없다"고 서로 힘을 북돋운다. 이들은 명백히 ‘포스트 87체제‘를 열어 갈 새로운 세대들이다. 성취됐다고 했던 민주주의는 어떤 민주주의였던가. 여성은 스스로를 대리할 수 있는가. 어떠한 여성이 여성을대표할 수 있는가. 메갈리아 이후의 여성들은 이러한 질문을 훌쩍 뛰어넘어, 직접 행동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이러한 포스트 여성 주체는 누구인가. - P143

<서프러제트>에서 주인공은 여성 운동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못했다며 이혼당해야 했다. 이때 그는 아들과 헤어지면서 엄마의이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메갈리안을 비롯해서 포스트 여성 주체들, 이들 익명의 여성들은 과연 어떻게 기억될 수있을까. 미러링이 아니라도 이미 이들은 차별적 현실에 대항하는 집단적 직접 행동으로 역사에 새겨지고 있다. 물론 메갈리안이 페미니즘의 모든 주제를 떠맡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메갈리안이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거부는 해방의 언어로서 페미니즘을 왜소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페미니즘과 가짜 메갈리아‘가 아니라, ‘빛의 페미니즘과 어둠의 메갈리아‘가 낫겠다. 마치 인간의 성(sex)이 남녀 양성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뉘어 있다고 믿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이둘은 연결되어 있다. 물론 이 사이에는 드넓은 스펙트럼이 있겠지만 빛은 반드시 어둠이 되고 어둠은 빛이 될 수 있다. - P151

왜 개신교는한국 개신교가 반동성애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최초의 시점은 2007년이다. 그 이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적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다소 형식적이었다고 할 만하다. 보수 개신교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서 성적 소수자에 관련된 성명서가 나온 것은 2002년이 처음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의 김홍신 의원이 낸 ‘성전환자 성별 변경에 관한특례 법안‘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는 2003년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동성애자 차별적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한 것을 비판하는 성명서였다. 이 성명서가 발표되고 나서 며칠 뒤 성적 소수자 청소년이 기독교의 편협함을 비판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에 동성애자단체와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등이 한기총을 찾아가 항의했으나 한기총은 "기독교인이라면 인권 문제에 앞서 먼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며 사과하길 거부했다. - P158

그리고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지점은 원래 차별 금지법을 가12)장 반대했던 곳은 이 법에 의해 노동자의 채용과 해고에 제약을받게 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같은 재계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차별 금지법이 개신교계의 반대에 부딪친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차별 금지 사유에 포함된
‘성적 지향‘이 종교 탄압으로 확대 해석되었고, 개신교계는 필사적으로 법 제정을 막았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수차례의 법안발의가 모두 무산되었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 재계의 이익으로남아 있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 P165

2010년 3월부터 11월까지 SBS 주말 드라마로 김수현 작가의<인생은 아름다워>가 방송되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여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었는데 한국 드라마사상 최초로 남성 동성애자가 주인공으로, 그리고 커플로, 또한극중에서 사랑을 나누고,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가족이 그들을 받아들이는 설정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특히 여타의게이 캐릭터가 여성스러운 몸짓과 목소리로 웃음을 유도하는 감초 역할이었거나 자살로 비극을 맞았던 것과 달리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의사와 사진 작가의 사랑을 애틋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마 작가가 공중파 방송에서 동성애를 너무나도 ‘이성애와 다를 바 없이‘ 감동적으로 그려낸 것에 ‘위기감을 느낀 이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2010년 9월 29일,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기상천외한 광고가 신문에 실리게 된다. 이제 막 설립된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이 주도하고 수십 개 - P170

의 유사 단체가 연명한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제목의 성명서였다.
이어 10월 27일에 또 한 번 큰 계기가 생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남성 간 성행위를 계간)이라고 지칭하고 상호 동의하에이루어진 성행위를 성폭력과 동일하게 다루는 군형법 제92조에대해 위헌 소지가 있으니 개정하라는 권고안을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위 법의 조문이 헌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가 핵심인 사안이었지만, 반동성애 운동 측은 초점을바꾸어 군대에 동성애를 허용하면 군대 기강이 무너지고 전투력이 약해져 북한에만 유리해지고 결국 적화 통일이 될 것이라며안보 문제와 결합시켰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도 반동성애 대열에 본격 합류하게 되었다. - P171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이 있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슈겠지만 기득권에 집착하는 보수 개신교계를 긴장시키는 내부의 움직임 중의 하나로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 일치 운동‘이 있다. 이 운동의 핵심은 오랫동안 분열만 거듭해 온 기독교의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내부적인 친화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기총 등의 보수 개신교계는 ‘신앙과 직제 일치‘라는 단어를 천주교가 개신교를 인수 합병한다는 의미인 양 왜곡 선전하여 신도들에게 위기감을 자아냈다. - P1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