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향하는 하나의 도로를 찍은 두 사진보다 자코우스키가 묘사한 - "사회적 대의를 위해 공헌하던"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인적 목적으로" - 변화가 더 선명하게 표현된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 P277

구름을 설명하려면
정말 빨라야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것으로 바뀌기 시작하니까.

비스와바 쉼브르스카 - P288

1850년대 초반에는 하늘도 없고 구름도 없었다. 그저 희끄무례하기만 했다. 적어도 그 당시 사진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땅과 하늘을 찍는 데 필요한 노출 시간의 차이를 측정하는 게문제였다. 땅의 더 어두운 부분에 노출을 맞추면 하늘은 노출 과다가 되어 균일하게 아무 형태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1850년대 후반 귀스타브 르 그레이는 두 개의 원본 필름을 합쳐 사실상 존재한 적이 없는 바다, 또는 땅과 하늘의 환상적인 조합을 보여 주는 사진을 만들어서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고안해 냈다. 이 기술이 1800년대 말까지 널리 퍼지자 사람들은 합성된 풍경에 대해 "잔잔한 물 위에 낮게 뜬 구름이 물에도 비치지 않고 그림자도 드리우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 P289

대해장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 담긴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이었던 브란트는 두 개의 원본 필름으로 콜라주를 만들었다. 호크니에게 이와 같이 의도된 속임수는 "스탈린주의 사진"의 형태로까지 느껴졌다. 반면에 브란트의 전기 작가인 폴 딜레이니는 사진가도
"아마 알고 있었을" 워즈워스와 연관지으며 이 작업을 정당화했다.

아! 그때, 내 손이 그때 내가 본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화가의 손이었다면, 그래서 어슴푸레한 빛, - P289

바다나 땅 위에 결코 없었던 빛
그 신성한 변화 그리고 시인의 꿈을 더할 수 있었다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려던 워즈워스의 꿈은 폴 스트랜드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는 회화에서조차도 이런식으로 작업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땅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 하늘을 담은 예술 작품이 너무나 많다. 피사로와 같은 인상주의자들이 그런 실수를 했다."라고 주장했다. 스트랜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엄격한 선별작업을 거쳐 계획을 세우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가 미국 남서부 지방의 특징에 잘 맞는다고 여긴, 폭풍을 동반한 낮게 드리운 구름은 그 지역을 찍은 여러 사진에 등장한다.  - P290

 다음 해 7월 그는다시 한번 구름의 유혹에 빠졌다. "순간적인 표정을 기록하거나 어떤 인간의 병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 다음으로 구름의형태를 포착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구름을 포착하기 위한 기술적 도전은 빛과 형태의 조형적인 특성에 대한웨스턴의 관심과 일치했다. 그런 면에서 그의 구름 사진은 후에 과일과 채소를 대상으로 한 탐구를, 하늘에 있는 것으로선행한 작업과 같았다. 멕시코의 하늘을 찍은 그의 사진 중가장 유명한 사진에서 수평선을 따라 길게 뻗은 구름은 그가 일년 뒤인 1925년 촬영한 누드 사진 속 여인의 상체와 엉덩이처럼 사진 프레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구름을 찍는 것과사람의 몸을 찍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 P291

에번스의 작업에서 하늘은 거의 부수적인 것이다. 하늘은 그저 우연히거기에 있을 뿐이다. 비록 빛 바랜 광고판이랄지 손으로 쓴 표지판 같은흔적으로만 보일지라도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인간의 행위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이례적인 동시에 완벽하게 에번스적인 한 사진이특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1947년 샌타모니카에서 찍은 이 사진은호텔 건물의 윗부분과-윈더미어 호텔HOTEL WINDERMERE이라고 쓰인 -지붕 위 네온사인, 그리고 야자나무가 하얀 글씨 자국이 남겨진 드넓은캘리포니아 하늘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글씨는 ‘ST PP‘로보이는데 ‘T‘인 듯한 글자는 야자나무에 일부분이 가려져 알아보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윈더미어에서 ‘IN‘으로 보이는 부분은 호텔 모퉁이에 가려져 있다.) 첫 번째 ‘P‘가 ‘O‘였으면 완벽했을 뻔했다. 만약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이 글자가 무언가를 의미한다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 이대로는 알 길이 없다. - P293

나는 한 가지 색을
생각하고 있다. 오렌지색.
-프랭크 오하라

도로시아 랭은 "세상에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 중 오렌지보다더 보기 좋은 것은 없다"던 할머니의 말을 기억했다. "할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어린아이였지만 그게 무슨뜻인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 P295

랭은 1958년 사이공의 한 시장에서 오렌지 더미를 촬영했다. 또는 촬영하려고 했다. 사진이 흑백이라는 단순한 이유때문에 사진에 찍힌 게 오렌지인지는 완전히 확신하기 힘들다. 이는 중대한 사진-철학적 질문이다. 오렌지를 흑백으로찍을 수 있는가? 오렌지를 오렌지로 만들려면 컬러로 사진을찍어야만 하지 않는가?
19세기 후반에 색은 흑 아니면 백의 문제였다. 사진 약품이 색상의 범위에 민감하지 못해서 붉은색과 파란색의 어두운 부분이 똑같이 어두운 검은색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1900년에 이 어려움은 상당히 해소되었다. 흑백의 농도 차가훨씬 더 섬세하게 표현되면서 모든 영역의 색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 1929년까지도 - 빨간 수염의 D. H. 로렌스를만족시킬 만큼 민감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내가 이틀 전에 찍은여권 사진을 좀 봐라. 나한테는 없는 검은 수염을 기른 웬 앙증맞은 녀석이 찍혀 있다며 투덜댔다.)  - P296

문맹에도 시가 있다면("스타베리starwbery", "초클레이트choclate"30) 저속함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에번스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가 색에 대해 한 유명한 비난은 사실 그보다 덜인용되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사진의 핵심적 주제가 바로 저속함이라면 컬러 필름만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이글스턴의 1976년 전시는 기술적이고 미학적으로 충분히 세련되게 접근한다면 저속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아름다움처럼, 저속함도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었다. - P301

사진가가 가능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 그 사진을 찍을 때 사진가는 알 길이 없었다-그게 의미가 있을지, 사진이 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쩌면기회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 다시말해, 그 장면이 사진으로서 어떻게 보일지는 알 수가 없다. 내 말은, 그가 보는 것을 사진으로 만들리라는 것은 완전히 알면서도 여전히 사진으로서 어떻게 보일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무언가가, 사진으로 무언가를 찍는다는사실이 바꾼다. - P317

도로와 거리는 무엇이 다를까? 크기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도시의 거리는 시골의 도로보다도 크다.) 도로는 마을 바깥으로향하지만 거리는 그 안에 머문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거리가아니라 도로를 보게 된다. 만약 거리가 도로로 이어지면 마을밖으로 나가게 된다. 도로가 거리가 되면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도로를 오랫동안 따라가면 결국 거리가 되지만 반대로 거리가 반드시 도로가 되지는 않는다. (거리는 거리에서끝날 수도 있다.) 거리는 그 옆에 집이 있어야 거리라 할 수 있다. - P324

 좋은 거리는 당신을 머물게 하지만, 도로는 끝없이 떠나게한다.
1935년에 찍은 사진 서배너의 니그로 쿼터Savannah NegroQuarter」에서 에번스는 거리가 도로가 되는 묘하게 모호한 순간을 담았다. [69] 거리 하나는 사진 중앙에서 사라지고 다른 거리는 왼쪽으로 프레임을 넘어 이어진다. 가운데로 뻗어있는 거리는 거리의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 주차된 자동차들, 사진 찍는 걸 보면서 서 있거나 앉아서 쉬는 사람들. 추워보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그림자는 흐릿하게 드리워져 있다. 현관 계단에 앉아 있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네며 왼쪽에 서 있는 여자의 흰 치마가 바람에 - P325

흔들린다. 에번스는 어딘가를 향해 가던 중, 지나가는 느낌으로 도로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속 사람들은 꼼짝 않고 있다. 그들한테 여기는 그저 거리일 뿐이다. 아마도 그것이우리가 이 사진에서 "마을 밖으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 블루스가 있는 거리의 슬픔을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 P326

사진의 단순한 구도는 불가사의한 느낌을 만들고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 이 가능성은 이후의 사진가들이 탐색할 것이다. "버튼을 누르면, 진 리스는 말했다. "문이 열린다." - P342

1974년 폴 스트랜드는 촬영할 대상을 어떻게 선택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답했다. "그들이 나를선택한다. 예를 들어 나는 평생 창문과 문을 찍었다. 왜냐고?
그들이 나를 매료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선 어딘지 인간 삶의특징이 보인다." 뉴잉글랜드에서의 시간Time in New Englands(1950)으로 출판된 사진 시리즈 중 하나로 1946년 찍은 옆 현관의 사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속열려 있는 문은 내부로 이어지고 오른쪽에 있는 또 다른 열린문을 통해 정원이 보인다. [76] 세월과 날씨에 닳은 현관 위에는 의자가 놓여 있다. 의자와 입구 사이 빗자루가 못에 걸려있다. - P343

랭은 사람을 찍는 데 탁월한 사진가다. 하지만 사람으로 가득한 작품들 중 내가 가장 끌리는 나를 가장 강하게 끌어당기는 사진은 사람이 없는, 사실상 랭의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작품들이다. 랭의 사진에서는 혼자 있는 사람 - 특히나 혼자있는 사람 - 마저도 의미로 당신을 가득 채운다. 그들의 얼굴에 담긴 소리 없는, 멈추지 않는 증언은 당신을 밀어붙이며 애원한다. 그들에게서 벗어나 낮에 자는 사람DAY SLEEPER이라고쓰여진 표지판을 붙여 둔 문을 찍은 그녀의 사진을 보면 안심이 된다. 문에는 1D라는 번호가 붙어 있지만 ID로도 읽히기 쉬워, 마치 1D에 사는 사람의 정체성identity은 오로지 그의 수면습관에 의해 결정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명료한 메시지를 통해 얼마나 많은 정보가 전달되거나 암시되는가.  - P345

사람은 지시 사항(방해금지)을 전하고 은연 중에 (밤에 일하는) 그들의 직업을 암시한다. 처음에는 둥근 것이라고는 문손잡이와 자물쇠 그리고 D의 볼록한 곡선밖에 없고 나머지는모두 날카로운 각도와 빈틈없는 선(대각선, 수직선, 수평선)으로 이루어진 듯 보인다. 하지만 곧 휘어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메시지대로 잠을 청하려고 웅크리는, 비바람에 낡은 표지판으로 시선이 돌아온다.
잠을 자고 꿈을 꾸려고.. - P347

에번스가 잘 알고 있었듯이 기찻길은 사람들을 과거로이동시키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적으로 말하자면 기차는 몇 킬로뿐 아니라 몇 년 떨어진 지점으로도 이어진다.
기찻길은 공간뿐 아니라 시간 속으로도 멀어진다. 에번스는호퍼만큼이나 시간적인 것이 공간적인 것으로 표현되는 시각적 방법에 굉장히 예민했다. 베레니스 애벗을 통해 아제의1929년 또는 1930년 작품을 발견한 것이 그가 이를 이해하게되는 데 결정적이었다. 에번스는 말년에 그가 아제의 작품과는 관련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는 "그만큼 훌륭한 힘과 스타일이 우연히 당신의 것과 아주 비슷하다면..… 당신이 얼마나 독창적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게 된 주장이다. - P358

우리 가족에게 전해 주십시오…………‘라고 쓰면서도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채리스는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말해 주지 않는다. 유일한 메시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이 사진이다. 삶의 연료가 모두 떨어져 버린 이 남자는 한 걸음도 더 갈 수 없었거나, 아니면 한 걸음을 더 가더라도 세 걸음이나 네 걸음, 백 걸음은 절대 못 간다는 것을 알았고, 적어도 사천 걸음이나 오천 걸음을 더 걷지 않는 한 한 걸음을 더 가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은 그 순간, 그는 채리스가믿었던 대로 평화를 느꼈을 것이다. 그가 바라는 딱 한 가지는 눈을 찌푸리게 하는 햇빛을 가려 줄 모자였다. 그것만 아니면 그가 지금 있는 곳이 그가 가게 될 어느 곳만큼이나 좋았다. 일단 그 결론에 이르면 당신에게 필요한 유일한 베개는딱딱한 땅바닥뿐이다. 그렇게 그는 거기에 누웠고 햇빛이 그의 눈을 파고들었다. 벌레 소리가 귀에 들리고 파리가 얼굴을간지럽혔다. 결국에는 이마저도 사라지고 언제 깎일지 모르는 짧은 수염만 그의 뺨에 남았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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