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그 누구의 사유지도 아닙니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거기에는 국경도 전쟁도 없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없이 자유롭게 걸어 들어가, 자기 길을 스스로 발견합시다. 그럴 때에, 영국 문학은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아 구렁을 건널 것입니다. 우리 같은 평민이요 아웃사이더들이그 나라를 우리 자신의 나라로 만든다면, 책을 읽고 쓰는법을,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창조할지를 스스로 배울때 말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전기라는 예술이라고 우리는 말하지만, 대번에 되묻게된다. <전기가 예술이야?> 이런 질문은 아마도 어리석고, 전기 작가들이 우리에게 제공했던 강렬한 즐거움에 비추어 보면 분명 편협한 것일 터이다. 하지만 그런 질문이 그렇게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그 뒤에 무엇인가 있음이 틀림없다. 새로운 전기가 펼쳐질 때마다 그것이 페이지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그 그림자 안에는 무엇인가 치명적인 것이 들어있는 듯하다. 수많은 전기가 쓰이지만, 살아남는 것은 그토록 적으니 말이다! - P165

여기서 우리는 해결하기 힘든 또 다른 문제에 접근하게된다. 즉, 어떤 책을 가리켜 예술 작품이라 하는 것은 무슨뜻인가? 아무튼 전기와 소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 양자는 재료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전기는친지들과 사실들의 도움을 빌려 만들어지고, 소설은 예술가가 스스로 좋게 여겨 따르는 제약 말고는 아무런 제약 없이만들어진다. 그것은 중요한 차이이며, 지난날의 전기 작가들은 그것을 아주 잔혹한 차이로 여겼다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근거가 있다. - P167

리턴 스트레이치는 운이 좋은 시기에 작가로 출발했다.
1918년 그가 첫 작품을 내놓았을 때, 전기는 여러 가지 새로운 자유가 허용되는 매력적인 장르가 되어 있었다. 그와 같은 작가, 즉 처음에는 시나 희곡을 쓰고 싶었지만 자신의 창조력에 회의하던 작가에게 전기는 유망한 대안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고인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 마침내 가능해졌으며, 빅토리아 시대의 고명한 인물들 중에는 덧씌워진 밀랍가면으로 심하게 변형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재창조하여 실제의 모습대로 보여 주는 것은 시인이나 소설가에 맞먹는 재능을 필요로 하되, 그에게 부족하다고 생각되던창의적 재능은 요구하지 않는 소임이었다. - P169

그렇지만 그런 결합은 실제로 불가능함이 드러났다. 사실과 허구는 뒤섞이기를 거부했다. 엘리자베스는 빅토리아 여왕이 리얼했다는 의미로는 결코 리얼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클레오파트라나 폴스타프‘가 허구라는 의미로 허구가되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알려진 사실이 너무 적어서 창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알려진 사실들이 있었으므로창작에 제동이 걸린다는 데 있었다. 여왕은 그리하여 사실과허구 사이의 애매한 세계로 들어가, 육체가 있는 것도 없는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어딘가 빈틈이 있고 꾸며 내려 애쓴 티가 나며, 비극이지만 갈등이 없고 인물들은 서로 스쳐 가지만 정말로 만나지는 않는 것 같다. - P173

그리고이 모든 다양성으로부터, 혼란이 아니라 더욱 풍부한 통일성을 이끌어 낼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알려졌으므로, 이제 피할 수 없이 다가오는질문은 이런 것이다. 위인들의 생애만이 기록되어야 하는가?
하나의 삶을 살고 그 삶의 기록을 남긴 누구라도 전기의 주인공이 될 만하지 않은가?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유명한 사람들뿐 아니라 이름 없는 사람들도?" 위대함이란 무엇인가?
사소함이란 무엇인가? 전기 작가는 공덕에 대한 표준 자체를바꾸고, 우리가 찬미할 만한 새로운 영웅들을 제시해야 한다. - P177

예술가의 상상력은 최고조에 이르면 사실에서 소멸할 수 있는 것을 불살라 버리고, 영속적인 것을재료로 삼는다. 하지만 전기 작가는 소멸할 수 있는 것을 받아들여 그것을 재료 삼아 자기 작품을 짜나가야 한다. 많은것이 소멸하고, 살아남는 것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기술자이지 예술가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의 작품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 그 중간에 끼인 무엇이다.
하지만 그 낮은 수준에서도, 전기 작가의 작품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우리는 그가 우리를 위해 해주는일에 대해 아무리 감사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는 전적으로상상력의 강렬한 세계에만 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상상력이란 금방 지쳐 버리므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한 기능이다. - P178

우리에게 참된 사실들을 말해 줌으로써, 자질구레한 것들을 큰 것들로부터 걸러냄으로써, 전체적인 윤곽을 알아볼수 있도록 전체의 형태를 잡아줌으로써, 전기 작가는 어떤시인이나 소설가보다 더 상상력을 자극한다. 물론 최고의 시인이나 소설가는 제외하고 말이지만, 우리에게 리얼리티를느끼게 하는 고도의 긴장을 제공할 수 있는 시인이나 소설가는 얼마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거의 어떤 전기 작가라도 사실들을 존중하기만 한다면 그저 잡학 지식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창조적인 사실, 풍요로운 사실, 암시하고 배태하는 사실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증거가 있다. 전기를 읽고 나면 얼마나 자주 어떤 장면이나 인물이 마음속 깊이 살아남아, 우리로 하여금시나 소설을 읽을 때 마치 전에 알았던 무엇을 기억하기나하는 듯 소스라치며 알아보게 하는가 말이다. - P179

또 다른 예를 들어 봅시다. 기차간의 맞은편 벽면에 이런말이 쓰여 있습니다. 창밖으로 몸을 내밀지 마시오.> 처음읽으면 유용한 의미, 표면적 의미가 전달되지만, 그 말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보면 얼마 안 가서 말들이 뒤섞이고 달라져서 이렇게 중얼거리게 되지요. <창문이라, 그래, 창문, 쓸쓸한 요정 나라에서, 위험한 바다의 거품을 향해 열린 마법의 창문………. 그러고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우리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맙니다. 이국의밀밭에서 눈물 흘리며 서 있는 룻을 보려고요. 그 대가는20파운드 벌금이거나 아니면 부러진 목이겠지요. - P183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용성을 거부하는지 보아 왔습니다. 말의 본질은 어느 한 가지 진술이아니라 천 가지 가능성을 표현하는 데 있습니다. 말은 그 점을 너무나 자주 보여 왔으므로, 우리도 그 사실을 직시하기시작했지요. 즉 또 다른 언어를 발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용한 진술을 표현하는 데 최적화된 언어, 기호 언어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빚지고 있는 이 언어의 살아 있는 대가,
그 이름 모를 작가 - 남자인지 여자인지 육신을 떠난 영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P184

말들은 서로서로 속해 있습니다. 물론, 위대한 작가만이 <담홍색>이라는말이 <무량무변의 바다>에 속한다는 것을 알겠지만요. 새로운 말을 오래된 말과 결합시키는 것은 문장의 구성에 치명적입니다. 새로운 말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새로운 언어를 발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물론 새로운 언어의 발명도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우리 관심사는 그게 아닙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현재 있는 그대로의 영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일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오래된 말들이 살아남아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진실을 말하게 하려면, 어떻게 그것들을새로운 질서에 결합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요 하지만다. 말이란 별개의 독립체가 아니라 다른 말들의 일부라는명백하고도 신비로운 사실 때문입니다.  - P189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줄 수 있는어떤 영광의 관(冠)이라도 받을 만합니다. 만일 글쓰기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모든 책, 모든 신문이 진실을 말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하지않겠습니까. 하지만 말 다루기를 가르치는 데는 방해가 장애물이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적어도 백 명의교수들이 과거의 문학에 관해 강의를 하고, 천 명의 비평가들이 현재의 문학에 대한 서평을 쓰고, 수백 명의 젊은 남녀가 영문학 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얻고 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강의도 비평도 시험도 없던 4백 년 전보다 더잘 쓰거나 더 잘 읽습니까?  - P190

 말들은 사전이 아니라 마음속에 살기 때문입니다. 사전을 다시 보십시오. 그 안에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장려한 희곡이 나이팅게일에게 바치는 송가보다 더 아름다운 시가, 『오만과 편견이나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아마추어의 습작으로나 보이게 만들 만한 소설이담겨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옳은 단어를 골라내어 옳은 순서로 늘어놓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말들이 사전이 아니라 마음속에 살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서어떻게 사느냐고요? 다양하게, 기발하게 살지요. 사람들이살듯이 꼭 그렇게요. 이리저리 쏘다니고, 사랑에 빠지고, 짝짓기를 하면서요. 사실 우리보다는 예식과 관습에 훨씬 덜얽매이지요. 왕실에나 어울릴 말들이 평민의 말들과 짝이 되니까요. 영어 단어가 프랑스어나 독일어 단어와 결혼하기도합니다. 그럴 마음만 있다면 인도 말, 흑인의 말과도요. 실로우리의 친애하는 모국어인 영어는 과거를 모르면 모를수록그 평판이 한층 더 높아지겠지요. 그녀는 정말이지 종잡을수 없는 떠돌이 아가씨였으니까요. - P191

보이고 그들리그것을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어떤 사람에게 어떤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한 세대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가, 다음 세대에는 명약관화한 것이 됩니다. 그들이 살아남는 것은 이 복잡성 덕분입니다. 아마도 오늘날 우리에게 위대한 시인이나 소설가,
비평가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말에게 자유를 주려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말들을 한 가지 의미, 유용한 의미, 기차를 제시간에 탈 수 있게 해주는 의미, 시험에합격하게 해주는 의미로만 못박습니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못 박히면 날개를 접고 죽어 버립니다. 끝으로, 이것이 가장중요한데, 말이 마음 편히 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 프라이버시가 필요합니다. 의심할 바 없이 그들은 우리가 그들을 사용하기 전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의 무의식이 그들의 프라이버시이고, 우리의어둠이 그들의 빛이지요.  - P193

글을 쓰기 시작하는 젊은 남녀가 일반적으로 듣게 되는그럴싸하지만 전혀 실천할 수 없는 조언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가능한 한 짧고 분명하게, 그리고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정확히 말하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쓰라는 것이다. 아무도 그런 경우에 정말로 필요한 한 가지, 즉<반드시 네 후원자를 현명하게 고르라>는 말은 해주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인데 말이다. 왜냐하면 책이란항상 누군가 읽을 사람을 위해 쓰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후원자는 단순히 돈을 대는 사람일 뿐 아니라 아주 미묘하고 음험한 방식으로 어떤 글이 쓰이도록 선동하고 고취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바람직한 인간이라야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 P195

그러니 모든 작가는 글을 쓰면서 어떤 대중이든 의식하지않을 수 없다고 할 때, 눈 높은 작가라면 대중은 그가 쓰고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양순한 무리라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이론은 그럴싸하게 들릴지도「모르지만, 커다란 위험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 작가는 자기 대중을 의식하되 대중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되는데, 이는 불편하고 불운한 조합이니, 새뮤얼 버틀러, 조지메러디스 헨리 제임스 등이 입증하는 바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중을 경멸했고, 대중을 원했고, 대중을 얻는 데 실패했고, 자신의 실패를 대중의 탓으로 돌렸으며, 갈수록 더해가는 까다로움과 모호함과 허세로 대중과 담을 쌓았다. 후원자를 자신과 대등한 벗으로 여기는 작가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 P197

 그는 단 한 송이일지라도 진짜 크로커스이기만 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우리에게 느끼게 해야 한다.
그는 가르침을 받아 더 고상해지거나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칼라일을 괴롭혀 악을 쓰게 하고 테니슨에게는 목가나 쓰게 하고 러스킨의 정신이 이상해지게만들어 미안하다고, 이제 자기주장을 그치고 작가들이 요구하는 대로 할 준비가 되었다고, 자신은 모성애보다 더한 끈으로 작가들과 결부되어 있다고, 작가와 자신은 한쪽이 흥하면 다른 쪽도 흥하고 한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죽을 수밖에없는 쌍둥이와 같다고, 문학의 운명은 양자의 행복한 동맹에달려 있다고 -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입증하는바, 처음에 말했던 대로, 후원자의 선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옳은 선택을 하나? 어떻게 글을 잘 쓰나? 그것이 문제이다. - P201

작가란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인가를 골똘히 응시하는 자입니다. 이 비유를 잠시 들여다보면 우리 길을 곧장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종이 한 장을 앞에 놓고 앉아자신에게 보이는 것을 모사하려고 애쓰는 예술가입니다. 그의 대상, 즉 모델은 무엇일까요? 화가의 모델처럼 ㅡ 꽃이담긴 화병이라든가, 나체라든가, 한 접시의 사과와 양파라든가 - 단순하지는 않지요. 아주 간단한 이야기라 해도 한인물, 한 시대를 넘어서기 마련입니다. 인물들은 젊었을 때시작하여 늙어 가며, 장면에서 장면으로, 장소에서 장소로돌아다닙니다. 작가는 움직이며 변화하는 모델, 단일한 대상이 아니라 무수한 대상을 지켜보아야 합니다. 작가가 바라보는 그 모든 것을 단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의 삶> - P203

아마도 그 때문에 19세기가작가들은 유형이 아니라 개인인 인물들을 그렇게 많이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계층들 사이를 나누는 울타리를 보지 못하고 울타리 안에 사는 인간 존재들만을 보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그는 표면을 뚫고 들어가 다면적인 인물들-페크스니프 베키 샤프 우드하우스 씨처럼‘ - 세월이 가고삶이 달라지면서 변화하는 인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이제 우리에게는 그 울타리들이 보입니다. 우리는 그작가들 각자가 인간의 삶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다룰 수 있었다는 것을 압니다. 새커리의 모든 인물은 중상류층 사람들이고 디킨스의 모든 인물은 하층 또는 중류층 출신입니다. 이제는 그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은 자기가 한 유형, 작가자신이 태어난 계층에 의해 형성된 유형,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유형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무의식은 그에게 크나큰 이점입니다. - P211

작가도 그렇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볼 수 있는한 보고, 느낄 수 있는 한 느끼고, 마음의 책 속에 무수한 메모를 해가며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작가는 - 가능하다면 - 무의식 상태가 됩니다. 실상 그의 정신의 위쪽이조는 동안 정신의 아래쪽은 전속력으로 일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잠시 후 베일이 걷히면, 거기 그것이 그가 글로 쓰고싶은 것이 단순해지고 틀이 잡힌 상태로 나타납니다. <고요함 가운데 회상되는 감정>에 관해서는 워즈워스의 유명한말이 있습니다만, 이 고요함이라는 말을 작가가 창작에 들어가기 전에 무의식 상태가 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면 시인의 말을 곡해하는 것이 될까요. - P212

이 작가들이 저마다 다 다르기는 하지만, 그리고 영향이라는 문제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얕기는 하지만, 그들의 교육과업적 사이에는 분명 연관이 있다고 결론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교육받은 소수의 계층이 그렇게 훌륭한 문학을 많이생산한 반면, 교육받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이 훌륭한 문학을거의 생산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저 우연일 수는 없습니다 - P216

노동자 계급이 영국 문학에 기여한 모든 것을 덜어 낸다 해도 문학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받은 계층이 기여한 모든 것을 덜어낸다면, 영국문학은 거의 남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교육은 작가의일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황이 이처럼 명백하고 보면, 지금껏 작가의 교육이 별로강조되지 않았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입니다. 아마도 그것은작가가 되기 위한 교육이 다른 교육보다 훨씬 덜 구체적이기때문일 것입니다. 읽기, 듣기, 대화하기, 여행, 여가 등 여러가지가 뒤섞여 있습니다. 삶과 책이 적당한 비율로 뒤섞여 흡수되어야 합니다. 서재에서 홀로 자란 소년은 책벌레가 되고,
들판에서 홀로 자란 소년은 흙벌레가 됩니다.  - P217

작가라는 나비를 키우기 위해서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 3~4년 동안 일광욕을 하게 해야 한다고나 할까요. 어떤 식으로든 거기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거기서 그는 작가가 되기 위한 기술을 배웁니다. 그것도 분명 배워야 하는 기술이니까요. 아무래도 이상하게 들리나요? 아무도 화가가 그림 그리기를 배워야한다거나, 음악가, 건축가가 각기 자기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말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작가도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글쓰기라는 기술도 적어도 다른 기술만큼은 어려우니까요. 아마 그 교육이 별로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무시하는 모양이지만,  - P217

우리가 실제로 기우는탑 위에 있다고 상상하고 우리 느낌을 기록해 봅시다. 우리의 느낌이 그 작가들의 시와 희곡과 소설에서 관찰되는 경향들과 일치하는지 보기로 합시다. 탑이 기운다고 느끼자마자우리는 우리가 탑 위에 있음을 날카롭게 의식하게 됩니다.
그 작가들도 날카롭게 탑을 의식했고, 자신이 중류층 출신임을, 그리고 값비싼 교육을 받았음을 의식했지요. 탑꼭대기로 올라가보면, 얼마나 기이한 조망인지요. 보이는 풍경이완전히 뒤집히지는 않았지만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것도 사탑 작가들의 특징입니다. 즉 그들은 어떤 계층도똑바로 마주 보지 못하고, 아래서 쳐다보거나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옆에서 비껴 봅니다.  - P221

물론우리는 - 우리는 평민이요 아웃사이더가 아닙니까? - 숱한 꽃을 짓밟고 유서 깊은 잔디밭을 망가뜨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한때 도보 여행가로 유명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한 고명한 인사가 보행자들에게 준 조언을 명심하기로 합시다.
<침입 금지라고 쓰인 팻말을 보거든 즉시 침입하라>고 말입니다.
즉시 침입합시다. 문학은 그 누구의 사유지도 아닙니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거기에는 국경도 전쟁도 없습니다.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걸어 들어가, 자기 길을 스스로 발견합시다. 그럴 때 비로소 영국 문학은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아구렁을 건널 것입니다. 우리 같은 평민이요 아웃사이더들이그 나라를 우리 자신의 나라로 만들 때, 책을 읽고 쓰는 법을,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창조할지를 스스로 배울 때 말입니다. - P242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이 선집의 제1권에 소개한 여성 노동자 조합의 추억Memories of aWorking Women‘s Guild」(1930) 말미에서도 시사된 바 있지만, BBC 방송에서 진행한 남편 레너드 울프와의 대담 너무 많은 책이 쓰이고 또 나오는 게 아닐까?Are Too ManyBooks Written and Published?」(1927)에서도 확인된다. <교육받은 남자>인 레너드는 아무나 책을 쓴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반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울프는 왜 그러면 안 되는가? 하고 반문하며 문학은 공유지임을 강변하는 것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제도권으로부터자유로운 시각을 누리는 당당함이 있다. 이쯤 되고 보면 그녀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자신이 열어 갈 길에 대해 이렇게 말한바 있다. - P271

나는 <유명해지거나 <위대>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계속 탐험하고, 변화하고, 마음과 눈을 열고, 규정당하거나 정형화되기를 거부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 주는 것,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자기 세계의 크기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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