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이 잠겨 있지 않아서 그는 조용히 들어갔다. 짐은 침대에누워 코를 골고 있었고, 헬렌은 잠든 것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제 그녀는 신발코에 북슬북슬한 방울이 달린 얇은 분홍색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밥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느껴지지 않았던 슬픔이 일었다. 그는 형이 형이! 그리웠고, 형은 메인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형은 메인을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했고, 밥은 그들이 여기로 돌 - P308

아올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짐은 남은 생을 뉴욕에서망명자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밥은 남은 생을 메인에서 망명자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팬을 늘 그리워할 것이다. 뉴욕을늘 그리워할 것이다. 해마다 뉴욕을 찾아가도 그럴 것이다. 그는이곳에서 망명자였다. 그리고 이 기이한 현실이 자신의 삶은,
짐의 삶은, 심지어 팬의 삶은 결국 어떤 모습인가같은 슬픔을 안기며 그를 흔들어놓았다. - P309

그래서 밥은 발꿈치에 엉덩이를 붙인 채 쪼그려 앉아 있다가,
헬렌의 눈이 한동안 감겨 있자 맞은편 의자로 조용히 옮겨 앉았다. 그는 몸이 허용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은 것처럼 아팠다. 온몸이 아팠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내 영혼이 아파하고 있다고.
그리고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이, 입을 벌린 어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선택은 어떤 것이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깨달음이 그를 찾아왔다. 그것은 짐에게도, 헬렌에게도, 마거릿에게도, 그 자신에게도마찬가지였다. - P310

9월 중순의 어느 화요일 아침, 올리브키터리지는 조심조심차를 몰아 요트 선착장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어서-이제 그녀는 이른 시간에만 운전했다예상대로 차는 많지 않았다. 그녀는 빈자리에 차를 대고 천천히 내렸다. 올리브는여든두 살이었고, 스스로 완전히 늙은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팡이를 쓰기 시작한지 삼주가 지났고, 돌길에서는 발밑을 잘살펴야 했기에 위를 쳐다보지 않고 걸었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의 햇살과 우듬지 쪽에서 이미 선홍색으로 물든 나뭇잎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 P312

올리브는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썰물 때였다. 거칠어진 머리를 빗질해놓은 듯 해초가 한방향으로 드러누워 있었다. 만에 남은 배들은 우아하게 자리를잡고 있었고, 가는 돛대들이 작은 첨탑처럼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배들을 지나 저멀리 이글 아일랜드와 퍼커브러시 아일랜드가 보였다. 두 개의 섬 전역에 상록수가 자랐지만, 여기서는가는 선이 그려진 듯 보일 뿐이었다. 종업원 여자가 실제로 달걀 접시와 머핀을 테이블에 던지듯 내려놓았다양손으로 골반을 짚은 채 "더 필요하신 건요?" 하고 말했고, 올리브는 그저 고개만 작게 흔들었다. 그러자 여자는 가버렸고, 걸을 때 하얀 바지를 입은 엉덩이 한쪽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면서 반대쪽 엉덩이가 올라왔다. 거대한 살덩이들이 번갈아 오르내렸다. 테이블 위로 비치는 햇살 한 조각에 올리브가 손에 낀 반지들이 반짝반짝빛을 튕겨냈다. 그 손-그렇게 햇빛을 받은 모습을 쳐다보니놀라움이 마음속에서 희미하게 반향을 일으켰다. 쭈글쭈글하고푸석푸석했다. 그것이 그녀의 손이었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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