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먼저 그의 이름은 유수프였다. 그는 열두 살 때 갑자기 집을떠났다. 그는 그때를 하루하루가 전날과 똑같은 가뭄철이었다고 기억했다. 예상치 않은 꽃들이 피었다가 죽었다. 이상한 벌레들이 돌 밑에서 종종걸음으로 나와 뜨거운 햇빛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죽었다. 태양은 멀리 있는 나무들이 대기 속에서 떨게 만들었고 집들이 부르르하며숨을 헐떡이게 만들었다. 저벅저벅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먼지구름이피어올랐고 낮시간에는 날카로운 정적이 감돌았다. 계절의 막바지에는 그런 순간들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 P9

칸주 한 벌, 셔츠 하나, 쿠란 한 권, 어머니의 낡은 묵주가 전부였다. 그녀는 묵주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를 낡은 숄에 싸고 끝을 잡아당겨 묶어두툼한 매듭을 지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유수프가 짐꾼들처럼꾸러미를 어깨에 메고 갈 수 있도록 매듭 속으로 지팡이를 밀어넣었다.
그러고는 적갈색 사암으로 만들어진 묵주를 마지막에 은밀히 건넸다.
오랫동안 부모와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거나, 어쩌면 다시는 그들을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들지 않았다. 언제 돌아올지 물어본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왜 자신이 아지즈 아저씨를 따라가야 하는지, 일이 왜 갑자기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기차역에서 유수프는 성난 표정의 검은 새가 그려진 노란 깃발외에, 은빛 테두리의 검은 십자가가 그려진 또다른 깃발을 보았다. 그들은 고위층 독일군 장교들이 기차로 이동할 때에만 그 깃발을 달았다. 아버지가 그를 향해 몸을 숙여 악수를 했다. 그러고는 다소 길게무슨 말인가를 했고 마지막에는 눈물을 글썽였다. 나중에 유수프는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던 건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신에 대한 말이었던것 같다. - P30

유수프는 손님에게서 돈을 받는 법과 손가락 사이에 꼭 끼게 지폐를 쥐는 법도 배웠다. 칼릴은 그에게 코코넛기름을 국자로 재는 법을 가르치면서 손이 떨리지 않게 잡아주었고 긴 철사로 기다란 비누를 자르는 법도 보여주었다. 유수프가 잘 따라서 하면 그는 인정의 의미로 활짝 웃어 보였고, 그러지 못하면 몹시 아프게 때렸다. 때때로 손님들 앞에서도 그랬다.
손님들은 칼릴이 하는 모든 것을 보고 웃어댔지만, 그는 신경쓰지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의 억양을 두고 끊임없이 그를 놀렸고, 그를흉내내면서 왁자하게 웃었다. 동생이 말을 더 잘하도록 자신을 가르치는 중이라고, 그는 그들에게 말했다. 그는 충분히 말을 잘할 수 있게되면 통통한 음스와힐리* 아내를 얻어 경건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테라스에 있는 노인들은 통통한 젊은 아내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칼릴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말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손님들은 그가 발음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단어와 구문을 반복하게했다. 칼릴은 그것들을 아무렇게나 발음하면서 같이 웃었다. 그의 두눈이 즐거움으로 환하게 빛났다. - P46

그들은 아지즈 아저씨가 저녁 늦게 그날 번 돈을 가지러 올 때,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그를 보았다. 그는 칼릴이 건네준 돈자루를 흘깃 들여다보고, 칼릴이 하루의 매상을 기록한 공책을 훑어보고는 더 자세히살피기 위해 둘 다 가져갔다. 이따금 그를 더 자주 볼 때도 있었지만,
지나치는 길에만 그랬다. 그는 늘 바빴다. 아침에는 시내로 가는 길에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가게를 지나쳐갔고,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는 심각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테라스에 있는 노인들은 아지즈 아저씨가 생각에 골몰해 있을 때면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유수프는 이제 그 노인들의 이름을 알았다. 바 템보, 음지 타임, 알리 마푸타. 그러나 그는 그들을 하나의 현상이라고 여겼다. 그들이 얘기하는 동안 자신이 눈을 감으면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상상했다. - P49

 유수프는 이제까지 그렇게 바다 가까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는 그것의 거대함에 말을 잃었다. 물가의 공기는 상쾌하고 알싸한 느낌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똥과 담배와 원목 냄새로 가득했다. 자극적이면서 썩는 듯한 냄새도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초 냄새였다. 해변에는 끌어올린 아우트리거 보트들이 줄지어 있었다. 한참 위쪽에는 선주인 어부들이 차양 밑과 요리중인 불 주변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조류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가 일몰두 시간 전쯤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자 칼릴은 그들 사이에 태연히 앉더니 유수프를 자기 옆에 끌어다앉혔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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