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어머니가 잠시 집에 다녀갔다. 두 사람 다 경황이 없을테니 당분간 살림을 맡아주겠다는 명분이었다. 짐을 푼 첫날부터어머니는 집안 곳곳을 의욕적으로 쓸고 닦았다. 우편물을 정리하고, 먼지 낀 선풍기를 분해해 일일이 날개를 닦고, 시든 고무나무에 물을 줬다. 돼지고기와 메추리 알을 섞어 간장에 조리고, 멸치와 꽈리고추를 볶아 집안에 매운 내를 풍기고, 김을 굽고, 깻잎을재우고, 냉동실을 정리했다. 아내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종종무기력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이 드신 양반의 악의 없는 참견과잔소리도 묵묵 감내하는 듯했다. 아니 감내했다기보다 의식하지못했다 할까, 안 했다 할까. 적당한 말을 몰라, 그냥 그게 말이니싶어 저쪽에서 열심히 구사하는 몸짓을 아내는 수신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좀 아팠다.
---- 입동 - P10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온 건 작년 봄이다. 분양면적이십사 평실면적 십칠 평에 지은 지 이십 년 된 아파트였다. 요즘 같은 때빚내서 집 사는 건 다들 미친 짓이라 했지만 경매로 싸게 나온 물건이어서 포기하기 쉽지 않았다. 많은 경우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차가 크지 않았고, 조건 맞는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웠을뿐더러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던 차였다.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이 집을 사기로 했다. 집값의 반 이상을 대출로 끼고서였다. 몇십 년간 매달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를 떠올리면 마음이 자주 무거워졌다. 그래도 남의 주머니가 아닌 내 공간에 붓는 돈이라 생각하면 억울함이덜했다. 누군가 그 아파트 역시 당신 집이 아닌 커다란 남의 주머니일 따름이라 일러준다 해도 할 수 없었다. - P12
대학 동기들은 내게 벌써 집 장만을 했냐며 부러움 섞인 축하를 건넸다. 그때마다 나는 "그래봤자 하우스 푸어"라고 겸연쩍게 변명했다. 한 녀석은 "나는 그냥 푸어인데 그래도 너는 하우스푸어니 얼마나 좋냐"고 받아쳤다. 입주 후 양가부모님과 친구들, 직장 동료를 초대해 몇 차례 집들이를 했다. 가까운 이들과 떠들썩하게 음식을 나 - P14
누고 술잔을 기울였다. 그럴 땐 우리가 채무자란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파트 매매계약서와 은행 대출 서류에 쓴 내 이름이 가명처럼 여겨졌다. 새벽에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갈 때면욕실 문 앞에서 불 꺼진 거실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러곤 있어야 할 것은 모두 제자리에 있는지 지켜야 할 것은 또 그대로 있는지 확인한 뒤 자리를 떴다. - P15
그림책을 찢고, 음악이 나오면 상체를 좌우로 흔들고, 식탁 아래 좁은 공간에 들어가 놀았다. 그리고 가끔은 원뿔형의 인디언 천막에 들어가 종알종알 싱그러운 헛소리를 하다 잠이 들었다.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얼굴로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릴 정도로 무고한 얼굴로 잤다. 신기한 건 그렇게 짧은 잠을 청하고도 눈뜨면 그사이 살이 오르고 인상이 변해있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 P18
지난봄, 우리는 영우를 잃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 오십이 개월 봄이랄까 여름이란 걸 가을또는 겨울이란 걸 다섯 번도 채 보지 못하고였다. 가끔은 열불이날 만큼 말을 안 듣고 말썽을 피웠지만 딱 그 또래만큼 그랬던,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는지제 부모를 안을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던, 이제 다시는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없는 아이였다. 무슨 수를 쓴들 두 번 다시 야단칠 수도, 먹일 수도, 재울 수도, 달랠 수도, 입맞출 수도 없는 아이였다. 화장터에서 영우를 보내며 아내는 ‘잘 가라 않고 ‘잘 자‘라 했다. 다시만날 수 있는 양 손으로 사진을 매만지며 그랬다. - P21
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나는 멍하니 아내 말을 따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그러곤 내가 아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내가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봤다. 텅 빈 눈동자가 불 꺼진 형광등처럼 어두웠다. 아내는 한 손으로 영우가 직접 쓴 아니 쓰다 만이름을 어루만졌다. 순간 어디선가 영우가 다다다다 뛰어와 두 팔로 내 다리를 감싸안을 것 같았다. ‘토닥토닥‘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는지, 제 엄마 등을 말없이 두드려줄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그단순한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후벼팠다. 나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말았다. 부엌 바닥으로 굵은 눈물방울이 툭 흘러내렸다. 하지만그 순간조차 손에서 벽지를 놓을 수 없어. 그렇다고 놓지 않을 수도 없어 두 팔을 든 채 벌서듯 서 있었다. 물먹은 풀이 내 몸에서나오는 고름처럼 아래로 후드득 떨어졌다.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두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 P37
찬성은 K시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근처에 살았다. 이웃이라 해봐야 산자락에 띄엄띄엄 박힌 농가 몇 채가 전부인 동네였다. 찬성의 할머니는 휴게소 분식 코너에서 일했다. 급식이 끊기는 방학마다 찬성은 휴게소에 들러 자주 끼니를 때웠다. 초등학생 걸음으로 사십 분 걸려 도착한 곳에서 오분 만에 그릇을 비우고 다시 집으로 걸어갔다. 할머니는 찬성에게 식대겸용돈으로 매일 이천원씩 줬다. 날이 궂거나 곧장 집에 가기 싫을 때 찬성은 등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관광객 흉내를 냈다. 그러면 자기도 그곳에들른 사람, 잠깐 쉬는 사람, 이제 막 먼 데서 돌아왔거나 떠날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땐 거기 몇 시간씩 앉아 있곤했다. 날은 후텁지근하고, 방학은 길고, 그해 여름은 왠지 모든 게지겨웠으니까.
---- 노찬성과 에반 - P42
하루 또 하루가 갔다. 인간 시계로 이 년, 개들 시력으로 십년이 흘렀다. 찬성과 에반은 어느새 서로 가장 의지하는 존재가됐다. 비록 움직임이 굼뜨고 귀가 어두웠지만 에반은 여느 개처럼공놀이와 산책을 좋아했다. 찬성이 보푸라기인 테니스공을 멀리던지면 에반은 찬성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반드시 공과 함께 다시나타났다. 무언가 제자리에 도로 갖고 오는 건 에반이 잘하는 일중 하나였다. 찬성은 때로 에반이 자기에게 물어다주는 게 공이아닌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공인 동시에 공이 아닌 그 무언가가 자신을 변화시켰다는 걸 알았다. - P52
- 마지막 방법으로・・・・・・ 드물게 안락사를 선택하는 분들이 있어-그게 뭔데요? -아픈 동물 친구를 곤히 재운 뒤 심장 멎는 주사를 놔주는 거야, 편안하라고, 의사는 "그러고 나서 후회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으니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일단 에반에게 잘해주라고, 살아 버티는 동안 무척 고통스러울 테니 옆에서 잘 다독여주라고 했다. 그렇지만 찬성은 어떻게 해야 잘해주는 건지, 에반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었다. 때마침 건넛방에서 할머니가 한숨 토하듯 "아이고, 죽어야 모든 고통이 사라지지. 죽어야근심이 없지. 하나님 나 좀 조용히 데리고 가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찬성이 몸을 돌려 에반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서로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네가 네 얼굴을 본 시간보다 내가 네 얼굴을 본 시간이 길어... 알고 있니?" - P62
찬성이 멀리 불 켜진 고속도로 휴게소를 바라봤다. 자신도그곳까지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시간에 갈 수 있는 데가 거기밖에 없어 그랬는지 몰랐다. 아니면 덜컥 겁이 나 할머니가 보고 싶었는지도. 찬성이 숨을 고르며 최대한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려 애썼다. 만일 에반이 혼자 힘으로 어딘가 갔다면 전에 한 번이라도 가본 데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은 찬성도이는 곳일 확률이 높았다. 찬성은 에반이 지금 생각보다 가까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찬성은일단 분식 코너에 들러 할머니에게 혹시 에반이 여기 오지 않았느냐고 물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주유소 앞을 지날 즈음 문득 불길한 느낌에 휩싸이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피가 몰리며 호흡이 가빠졌다. 그러니까 거기 주유소 쓰레기통 옆에 눈에 익은 자루 하나가 보여서였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자루 아래가 불룩했고입구는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 P79
휴대전화 손전등 기능을 너무 오래 사용한 탓에 기기에서 열이 났다. 손바닥에 고인 땀을 보니 문득 에반을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손바닥 위 반짝이던 얼음과 부드럽고 차가운 듯 뜨뜻미지근하며 간질거리던 무엇인가가 그렇지만 이제 다시는 만질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옥죄었다. 하지만 당장 그것의 이름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몰라 찬성은 어둠 속 갓길을 마냥 걸었다. 대형 화물 트럭 몇 대가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찬성 옆을 사납게 지나갔다. 머릿속에 난데없이 ‘용서‘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입밖에 내지 않았다. 찬성이 선 데가 길이 아닌 살얼음판이라도 되는 양 어디선가 쩍쩍 금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P81
-그런데 모레는 나가봐야 해. 도화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눈가 주름에 파운데이션이 끼지 않았는지 살폈다. 그러곤 자신이 한창때를 지났다는 걸 체감했다. 아무렴 한창때가 지났으니 나물맛도 알고 물맛도 아는 거겠지 살면서 물 맛있는 줄 알게 될지 어찌 알았던가. 직장 상사들은 ‘삼십대 중반이야말로 체력과 경력, 경제력이 조화를 이루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란 말을 자주 했지만 도화는 알고 있었다. 자신도, 이수도 바야흐로 ‘풀 먹으면‘ 속 편하고, ‘나이 먹으며‘ 털빠지는 시기를 맞았다는 걸.
---- 건너편 - P87
직접 연락하지 않아도 그런 소문은 귀에 잘이들어왔다. 이는 자기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ㅇ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이수도 그런 식의 관심을 비친 적있었다.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 적당한 탄식을 섞어 안타까움을 표한 적 있었다. 그 자식 공부 잘했는데. 그러니까 걔가 그렇게 될줄 어떻게 알았어. 인생 길게 봐야 하나봐. 누구는 벌써 부장 달았던데 걔가 잘 풀릴 줄 아무도 몰랐잖아. 동일한 출발선을 돌아본뒤 교훈을 찾고 줄거리를 복기할 입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어색한침묵이 돌면 금방 다른 화제를 찾아내겠지. 어쩌면 다른 친구들도이미 타인의 삶에 심드렁해진 지 오랜데 이수 혼자 그렇게 추측하는지 몰랐다. 이수는 3차 자리에서 일어나 동오와 어깨동무를 한채 해물포차에 갔다. 동오는 안주가 나오자마자 탁자 위로 뻗어버렸고, 이수는 곧 마흔을 바라보는 친구의 휑한 정수리를 바라보며한 시간 넘게 혼자 소주를 마셨다. - P92
재수 끝에 도화가 합격증을 받아든 건 스물아홉 때였다. 그해여름 이수는 7급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 도화를 만나기 전 이미두 차례 낙방한 경험이 있지만 처음에는 이수도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원래 7급이나 5급은 삼 년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거‘라기에 그냥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사 년, 오 년을 넘어가자 어느 순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도화가 경찰공무원 시험에합격한 뒤에도 이수는 혼자 노량진에 남아 공부했다. 도화를 만나기 전 이 년, 도화와 함께 이 년, 도화가 떠난 뒤 이 년 도합 육 년이니 이수로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본 뒤 손을 털고 나온 셈이었다. - P98
이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도화 혼자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일이었다. 도화의 말투와 표정, 화제가 변하는 걸, 도화의 세계가 점점 커져가는 걸, 그 확장의 힘이 자신을 밀어내는걸 감내하는 거였다. 게다가 도화는 국가가 인증하고 보증하는 시민이었다. 반면 자기는 뭐랄까,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성인이었다. 이 사회의 구성원이 아직 시민은 아닌 것 같은 사람이었다. 입사 초 수다스러울 정도로 조직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도화가 어느 순간 자기 앞에서 더이상 직장 얘길 꺼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이수는 모든 걸 정리하고 노량진을 떠났다. 한 시절과 작별하는 기분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뒤도 안 돌아보기‘ 위해 이를 악물며 1호선 상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 P99
왜 말 안 했어? ······ 마지막이니까. 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야 내가 나 자신에게 마지막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좋아. 잘될 거 같아. 사 년 전에도 마지막이라고 말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도화야, 조금만 기다려줘. 정말 딱 한 번만. 내년 여름까지만부탁할게. 도화가 침착한 얼굴로 이수를 바라봤다. 오래전, 이수가 현관을나설 때면 ‘저 사람 저대로 사라져버리면 어쩌지, 길 가다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가슴이 저렸던 기억이 났다. - 이수야. - 응. -나는 네가 돈이 없어서, 공무원이 못돼서, 전세금을빼가서너랑 헤어지려는 게 아니야. ......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있는 방법은 없는 거 같아. - P115
-오십오분 교통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교통량은 적으나 대기가 뿌옇습니다. 안개와 먼지가 뒤엉켜 가시거리가 짧으니 자동차 전조등을 밝게 켜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노량진・・・・・・
짧은 사이 도화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대부분 알아채지 못한 실수였으나 방송 베테랑최경위만은 심상찮은 눈으로 도화를주시했다. 도화는 노량진이라는 낱말을 발음한 순간 목울대에 묵직한 게 올라오는 걸 느꼈다. 단어 하나에 여러 기억이 섞여 뒤엉키는 걸 알았다.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안에서 여러 번의 봄과겨울을 난 한 번도 제철을 만끽하지 못하고 시들어간 연인의 젊은 얼굴이 떠올랐다. 교회 식당에서 "도화씨가 좋아하는 거 같아잔뜩 집어왔어요"라고 말하며 흰색 플라스틱 그릇 위에 가득 쌓인 동그랑땡을 자랑하던 모습과 옆면이 새카매진 한국사 교재, - P117
베갯잇에 묻은 흰 머리카락, 눈가주름, 살냄새 그런 것이 밀려왔다. 한겨울, 도화가 오들오들 떨며 현관문을 열면 따뜻한 두 손으로언 귀를 녹여주던 모습과 여름이면 도화 쪽으로 바람이 더 가도록선풍기 각도를 조절해주던 이수의 옆얼굴도 그때서야 도화는 어제 오후, 주인아주머니를 만난 뒤 자신이 느낀 게 배신감이 아니라 안도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수 쪽에서 먼저 큰 잘못을 저질러주길 바라왔던 것마냥. 이수는 이제...... 어디로 갈까? 도화가 목울대에 걸린 지난 시절을 간신히 누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최경위가 나서기 전 재빨리 말을 이었다. 교통방송 때 늘 하는 말, 도화가 신뢰하는 말, 과장도, 수사도, 왜곡도 없는 문장을 풀어냈다.
- 노량진역에서 노들역 방향 사이 승용차 추돌 사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고 정리가 모두 끝난 상태라 양방향 모두 교통상황 원활합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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