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자신의 선지자로 모시던 루이 아가시의 제자답게 데이비드는 자신이 관찰하는 생물에게서 도덕적 교훈을 찾으려 했다. 아가시의 흐릿한 "퇴화" 개념에 다윈의 진화론을 함께 버무린 것을가지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미끌미끌한 먹장어를 나태함
"이나 기생충 같은 "나쁜 버릇이 한 종을 퇴보 또는 타락시키거나,
"더 나쁜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로 보았다." 한 과학 논문에서 그는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주머니 모양의 몸으로 여과섭식을 하는 멍게가 한때는 더 고등한 물고기였지만 "게으름", "무활동과 의존성"이 더해진 결과 현재와 같은 형태로 "강등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한 쇠퇴를 초래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알지 못했지만, 데이비드에게 멍게는 명백한 경고이자 게으름에대한 교훈담이고, 말그대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주머니였다. - P74

찰리와 함께 해안을 훑으며 다니는 동안 데이비드는 노련한낚시꾼들이 먹이를 잡는 방법을 연구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촘촘한 그물로 엄청난 양의 다양한 생물을 훑어 올리는 중국인 어부들, 샌타바버라에서 바위에 올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속으로탐지창을 찔러 넣는 포르투갈 어부들, 그리고 너무 부럽게도 정탁하게 물속으로 돌진하는 갈매기와 펠리컨까지. 그는 자기가 채택할 수 있는 방법은 채택하고, 채택할 수 없는 것은 훔쳤다. 중국수산시장을 찾아 아직 과학에 알려지지 않은 생물들을 쓸어왔고, 새와 상어의 배를 갈라 자신의 손에 잡히지 않은 생물들을 찾아냈다. 데이비드와 찰리는 이 출장에서만 80가지가 넘는 새로운류 종에 이름을 붙였다. 생명의 나무에서 80개의 새로운 가지가 베일을 벗었다.  - P74

그러던 7월의 어느 늦은 밤, 우주가 손목 관절을 우두둑 꺾으며 공기 중에 숨어 있던 이온들의 작은 주머니들을 터뜨리고, 벼락으로 전신선을 때려 데이비드의 연구실 아래층 사무실로 불꽃을날렸다. 1883년의 일이었다. 천천히 종이 몇 장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이어서 더 많은 종이들에 붙었고, 그다음에는 벽들에도 붙었다. 그러다 마침내 불길이 혀를 날름거리며 데이비드의 소중한 유리단지들이 쌓여 있는 선반으로 다가갔다. 에탄올은 부패시키려는 우주의 시도를 저지하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불과도 친한 사이였다. 그 유리단지들은 작은 폭탄들처럼 폭발했다. 물고기들은 증발했다. 동정되지 않은 생물들은 재가 되었고, 아마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표본이 하나도 남김없이 소실되었다. - P77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여러 해에 걸쳐서 데이비드는 비밀스러운 문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생명의 나무에서 전에는 한 번도 본적 없는 가지들을 밝혀내는 일종의 보물지도였다. 통찰과 진화적관계를 천명하는 정신없이 복잡한 선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샹들리에 모양의 지도. 이것이 완전히 불타 없어졌다. 피해의 규모를평가하는 일을 맡은 기자는 비탄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기자는《블루밍턴 텔레폰Bloomington Telephone》지에 "한 시간 동안 타오른 불길이 그가 평생 해온 일을 거의 다 수포로 돌려놓았다"라고 썼다. 17하지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런 재해를 겪고도 멈추기를거부했다. 자신이 잃은 것들을 되찾기 위해 재를 털고 곧바로 다시 - P77

벼락 사고와 수전의 죽음 두 가지 일에서 재빨리 회복한 것에대해 데이비드는 살면서 언제부턴가 "낙천성의 방패"를 갖추게 된것 같다는 말로 설명했다.25 그는 자신의 키가 낙천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도 추측했다. 완전히 자랐을 때 그의 키는 188센티미터로, 26 미국 남성 평균 키가 167.6센티미터였던 당시로서는엄청나게 큰 키였다. 무엇 때문에 생긴 낙천성이든 간에, 데이비드의 친구들도 그의 낙천성의 방패에 대해, 일에 차질이 생겨도 전혀동요하지 않는 성질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한 동료는 아무리 안좋은 날에도 언제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회랑을 거니는" 데이비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27
"나는 이미 지나간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근심하지 않는다"라고 데이비드는 설명한다. 그의 어조에서 어깨를 으쓱하는 느낌이 배어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띠에 과학적 발견의 표시를 수백 개나새겨 넣은 이 쾌활하고 혈기 왕성한 거구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관한 이야기가 캘리포니아의 한 부유한 부부의 귀에 들어갔다.  - P79

그는 폭넓은 대상들을 향해 이 주제에 관해 강연을 하고다녔다. 예를 들어 남북전쟁 당시 링컨 행정부가 조언을 구했을 때는, 만약 흑인을 해방시키더라도 백인과는 결코 평화롭게 살 수 없을 것이므로 백인들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말도 안 되는 척도들과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등급을 거론하며, 흑인들이 생물학적으로 문명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건그들의 잘못은 아니며, 그냥 본성상 너무 "아이들 같고", "관능적이며", "놀기를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성스러운 생명의 사다리에서 너무 낮은 칸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 중 어느 것도 데이비드의 마음에는 걸리지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의 과학관 입구에 아가시의 조각상을올리는 일에 환호했다. 그는 아가시가 다윈을 거부한 것을 용서했으며, 그 이유는 "아가시가] 우리에게 우리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가르쳐주었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정신이 ‘어떤 인간들은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생각에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형 루퍼스를 따라 공공연히 자신을 노예제 폐지론자로 밝혀왔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는 그런 생각이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거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 P83

그러나 이런 비판과 모욕, 그의 목줄을 홱 잡아당겨 고통을 주는 악력이 있는 한편, 언제나 그것을 견디게 해주는 물고기가 주는위안도 있었다. 데이비드는 드넓은 물의 세계가 무한한 위안을, 그어떤 술이나 약보다 훨씬 더 나은 위안을 준다고 확신했다. 이 우주에서 아직은 미지의 한 조각에 불과한 새로운 물고기를 한 마리한 마리 잡아나가고, 새로운 이름을 하나씩 붙일 때마다 믿을 수없는 도취적인 감정이 몰려왔다. 혀에 닿는 그 달콤한 꿀, 전능함에 대한 환상, 그 사랑스러운 질서의 감각.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위안인가. - P89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우리는 전쟁, 휴전, 파산, 사랑, 순수, 죄책감을 선언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렇듯 아이디어를 상상의 영역에서 세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운송 수단인 이름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사상에따르면, 이름이 존재하기 전까지 개념들은 대체로 불활성 상태에있다고 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눈을 굴리며 수학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으면 숫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오? 파이를 품고 있지 않은 원이 있다면 어디 한번 내게 보여주시오." - P93

그가 의자를 예로 든 의도도 같은 맥락에 속한다. 겸손을유지하라는 것, 우리가 믿는 것들, 우리 삶 속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늘 신중해야 한다는 걸 되새겨보게 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그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의 말귀를 알아들었다. 대체로는 이해한 것 같다. 그의 연구실-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를—에서 그와 함께 앉아 있을 때는 그 생각이 아주 중요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시 캠퍼스로 걸어 나와 내 앞에서 아름답게 나부끼는 오렌지나무잎들을 보자 그 관념들이 바람에 날려 증발되는 것 같았다. 당연히의자는 존재한다. 그리고 나무들도. 나뭇잎들도. 그리고 사랑도!
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이 어떤 분류학자가 어떤 물고기 위로 걸어가다가 그 물고기를 집어 들고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물고기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름이 있든 없든 물고기는 여전히 물고기인데….
맞지? 맞겠지?
- P95

그리고 모든 성스러운 유물이 그러하듯 이 완모식 표본들도Idas longinus안전한 장소에, 그러니까 전 세계의 박물관이나 학술기관들에 보관된다. 예를 들어 뤼세이데스 이다스 롱기누스 Lycaeides to나비는 하버드대학 비교동물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작은 모자이크 펜던트처럼 생긴, 지금은 멸종한 불가사리 종인 마로카스테르 코로나투스Marocaster coronatus의 최초 표본은 프랑스 툴루즈박
"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런 완모식 표본들은 흔히 뒤쪽의 은밀한방에 따로 보관하는데, 당신이 경의를 표하면서 정말로 정중하게요청한다면 때때로 그것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안내되어 숨죽인채 그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그러니까 진정한 의미에서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자체를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완모식 표본에 관해서는 아주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만약완모식 표본이 소실되어도 새로운 표본을 그 성스러운 유리단지에 대체해서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안 될 말이다. 그러한 상실에대해서는 경의를 표하고 애도하고 상실되었다는 표시를 남긴다.
이제 이 종의 계통은 영원히 순수성이 훼손된 채, 그 종을 만든 최초의 존재가 없는 상태로 남겨져야 한다.  - P96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데이비드가 물고기를 더 많이 수집할수록 우주가 더 난폭하게 반격하는 것 같았다는 점이다. 그가 혼돈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주가 빼앗아간 것은 그의 아내 수전과 아기 소라뿐이 아니었다. 우주가 빼앗아간 존재 중에는 그의 친한 친구 허버트 코플랜드도 있었다. 북미의 새로운 담수어를 찾는 걸 함께하자고 그가 불렀던, 그 수염 기른 고기잡이 친구 말이다. 허버트는 어느 날 인디애나의 화이트 강에서 물고기를 수집하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배 밖으로 떨어져 동사했다.2 데이비드는 이렇게 썼다. "그리하여 나의 가장 친밀한 옛 친구가, 내가 교류했던 이들 가운데 가장 총명한 정신을 지닌 이들 중 하나가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허버트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가 가장 총애하는 제자 중 한 명인 찰스 메케이가 알래스카에서 새로운 물고기를 찾던 중 실종됐다. 뒤이어 그의 제자 찰스H. 볼먼이 조지아주 남부의 오커퍼노키okefenokee 습지에서 물고기를 수집하던 중 말라리아에 걸려 급사했다. - P100

어느 날 데이비드가 일본에서 물고기를 수집하고 있을 때 아홉살 바버라는 성홍열에 걸려 몸져누웠다. 데이비드는 서둘러 바버라 곁으로 돌아갔지만 샌프란시스코 부두에 도착했을 때 이미늦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데이비드는 이 일을 "우리가 겪은가장 잔인한 개인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아내에게나 나에게나가장 파괴적인 충격으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밝은 빛이 꺼져버린일이었다. 20년이 지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어제 겪은 일처럼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줄 수 있는것, 미약하지만 목적의식을 느끼게 하고 기분을 돌리게 할 수 있는유일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의 물고기들이었다. 그는 다시 물로, 바다로 나갔다. 더, 더 많은 물고기를 찾아서.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 P102

미지의 생물에게 자신의 깃발을 꽂기 위해 그는 주석 이름표에 그 성스러운 이름을 펀치로 새기고, 그 이름표를 유리단지 속표본 곁에 담그고 뚜껑을 닫았다. 우주의 또 한 귀퉁이가 포획된것이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마치 전리품처럼 높이, 더 높이 쌓아가며 전시했다. 그가 질서 속으로 끌어다놓은 혼돈의 양이거의 건물 두 층 높이로 올라갈 때까지. - P106

과연 여기에 어떤 단어들이 어울릴까?
당신 삶의 30년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무엇이든 당신이 매일 하는 일, 무엇이든 당신이소중히 여기는 일, 그것이 아무 의미 없다고 암시하는 모든 신호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중요한 것이기를 희망하면서 당신이 매일같이 의지를 모아 시도하는 모든 일들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 일에서 당신이 이뤄낸 모든 진척이 당신의 발치에서 뭉개지고 내장이튀어나온 채 널브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고 상상해보라.
여기는 바로 그런 상황에 어울리는 단어들이 올 자리다.
모든 곳에 물고기들이 있었다. 바닥 위 모든 곳에 유리 파편이흩뿌려져 있었다. 가자미들은 떨어진 돌에 깔려 더 납작하게 뭉개졌다. 장어들은 무너진 선반에 깔려 절단되었다. 복어는 유리 파편에 찔려 살이 터져나왔다. 에탄올과 시체 냄새가 코를 쏘아댔다.
- P111

내가 이 연극의 감독이라면 무대 디자이너에게 조금 살살 하라고 말할 것 같다. 하지만 받아들이자. 이것이 우주가 우리에게준 것이다. 혼돈이 지배한다는 것, 나에게는 이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는 없어 보였다.
나라면 이 지점에서 포기했을 것이다. 신성이 훼손되고, 꿈이박살 났으며, 수십 년 동안 끈기 있게 해온 일이 헛수고로 돌아갔다면, 나라면 지하실로 내려가 패배를 인정했을 것이다. - P113

데이비드는 어떻게 했을까? 우리의 신중한 과학자, 다른 무엇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를 원하는 그는 무엇을 했을까? 그는 그 지진의 명백한 메시지라 여겨지는 것에 귀를 기울였을까?
엔트로피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며, 그 어떤 인간도 결코 엔트로피를 멈출 수 없다는 메시지에?
아니다. 바로 이때 이 불운한 작자, 이 경이로운 작자는 바늘을꺼내 우리 지배자의 목구멍을 향해 찔러 넣었다.
그런데 대체 그 아이디어는 어디서 온 걸까? 이름을 살갗에곧바로 꿰매겠다는 아이디어 말이다. 데이비드의 내면 깊숙한 곳어디선가 솟아난 것일까? 소년 시절 해진 천을 꿰매 깔개를 만들던 기억 속에 있던 바늘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른 것일까? 다른누군가가 제안한 것일까? 동료? 학생? 아내?
나도 모른다. 아쉽게도 이 바느질 기법의 탄생 비화를 나는 찾아내지 못했다. 표본에 곧바로 이름표를 꿰매는 것을 최초로 생각 - P113

사천번의그 답답한 마음이 그런 혁신을 불러온 것일까?
나는 모른다. 그러니 나로서는 데이비드가 최초로 바늘을 꽂던 순간을 상상해볼수밖에 없다. 마침내 그가 물고기 하나를 알아본다. 멸치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인데, 내 눈에는 아무 개울에나사는 아무 물고기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는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는 보석 감정사처럼 그 작은 생물을 한 손에 들고 있다. 다른 손에는 찌를 준비가 되어 있는 바늘이 들려 있다. 데이비드가 알아본것은 무엇일까? 등을 따라 희미하게 나 있는 호랑이 같은 줄무늬였을까? 눈알을 에워싼 은색 테두리? 마치 배에 투명한 나비 한 마리가 앉은 것 같은 한 쌍의 작은 배지느러미? 그의 그물에서 탈출하려고 격렬하게 퍼덕거리며 물을 헤치던 그 셀로판지 같은 날개들을 기억해낸 것일까? 맹그로브 뿌리 사이를 날듯이 헤치고 다니고, 파도가 새겨진 모래 위에서, 그 따뜻한 아콰마린색 물에서 퍼덕이던 그 날개를? 그 물이… 어디더라… 아… 그래, 파나마! 맞아,
그거야. 그는 확신했다. 그가 들고 있던 건 파나마 망둥이의 유일한 완모식 표본이었던 것이다! 에베르만니아 파나멘시스Evermanniapanamensis!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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