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의 경우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죠. 전에 다 이야기했잖아요. 쌀을 가지고 만든 것은 인형이었어요. 애도 인형이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이후로 아주 많은 발전이 있었어요. 이걸 알아야 해요. 새로운 조시는 모조품이 아니에요. 진짜 조시가 될 거예요. 조시가 계속 이어지는 거라고요."
"나더러 그걸 믿으라고요? 당신은 믿어요?"
"물론 믿죠. 진심으로 믿어요. 클라라가 저 안에 들어가서 본 건 아주 잘된 일이에요. 클라라도 우리와 함께해야 하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어야 하죠. 그 차이를 만드는 게클라라니까. 이번에는 지난번하고 아주 절대적으로 다를 겁니다. 믿음을 가져야 해요, 크리시. 지금 와서 마음 약해지지 말고요."
- P304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내가 말했다. "새로운 조시가필요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존의 조시가 건강해질 수도 있어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만들 기회가 필요하긴 합니다만,
하지만 너무 괴로워하시니까 지금 이 말씀을 드려야 할 것같아요. 만약에 그런 슬픈 날이, 조시가 떠나야만 하는 날이 온다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카팔디씨의 말이 맞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도울 테니 샐 때와는 다를 겁니다. 이제 왜 어머니가 조시를 관찰하고 배우라고 요청했는지 알겠습니다. 그 슬픈 날이 절대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날이 온다면 제가 배운 것을 모두 동원해 저위에 있는 새로운 조시가 이전의 조시와 최대한 비슷해지도록 훈련하겠습니다."
- P305

우리는 감상적인 사람들이죠.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 세대는 여전히 과거의 감정을 지니고 살..
마음 한편에서 그걸 붙들고 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내면에 가닿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계속 믿고 싶어 해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는 고유한 무언가가 있다고 하지만 그런 건 없어요.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당신도 알고요.
우리 세대 사람들은 무언가 있다는 생각을 놓기 힘들어요..
하지만 그 생각을 버려야 해요, 그리시. 이 안에는 아무것도없어요. 조시 내면에 클라라가 계속 이어 나갈 수 없는 것은아무것도 없어요. 두 번째 조시는 모조품이 아니에요. 정확히 똑같은 존재니까 당신이 지금 조시를 사랑하는 것과 똑같이 그 애를 사랑하는 게 당연한 거예요. 사실 믿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만 하면 되죠. 나도 그렇게 해야 했고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좋아요.
당신도 그렇게 될 겁니다."
- P308

시내버스가 버려진 과일 상자 옆에 멈춰 섰다. 아버지가 멈춘 버스를 돌아서 가려 하자 뒤에 있던 차가 화난 듯 빵빵지렸다. 그러고 또 다른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우리한테 화를 내는 건 아니고 멀리에서 나는 소리였다.
말씀하신 마음이요, 내가 말했다. "그게 가장 배우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이 아주 많은 집하고비슷할 것 같아요. 그렇긴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에이에프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이 방들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차례로 신중하게 연구해서 자기 집처럼 익숙하게 만들수 있을 겁니다."
- P321

극장 사람들을 유리창을 통해서 보는 대신 직접 보면 더뚜렷하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로 오니사람들 모습이 매끈한 판지로 만든 원뿔이나 원통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단순화되어 보였다. 옷에는 접히거나 주름진데가 없고 가로등 아래 얼굴도 마치 등고선처럼 평평한 판을 쌓아 만든 모양으로 보였다.
우리는 왁자한 소리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어느 시점에나는 걸음을 멈추고 조시의 팔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는데조시가 내 뒤에 없었다. 조시가 릭에게 "저기 엄마 있다."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쪽을 돌아보았지만 조시도 릭도없고 대신 매끈한 이마만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누군가가 내 등을 밀었는데 거친 손길은 아니었다. 그때아버지 목소리가 들렸고 다시 돌아보니 아버지와 헬렌 씨가서 있고 그 옆에 낯선 사람의 팔꿈치가 있었다. 아버지가 하는 말이 들렸다.
- P344

내가 밴스 씨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지만 헬렌 씨도 릭도눈을 들지 않았다. 나는 헬렌 씨를 보며 헬렌 씨와 밴스 씨가 한때는 서로 열렬했고 사랑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헬렌 씨와 밴스 씨도 지금 조시와 릭이 서로에게 그런것처럼 다정했던 때가 있었을지 궁금했다. 또 언젠가는 조시와 릭도 서로에게 저렇게 매정해질 수도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차에서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지 말하던 게 떠올랐고, 아버지가 야적장에서 나지막한 해바로 앞에 서 있는 모습, 아버지의 몸과 긴 그림자가 하나의길쭉한 형체로 이어지고 아버지가 손을 뻗어 쿠팅스 머신분출구의 뚜껑을 돌려 열고 나는 그 옆에 소중한 용액이 든플라스틱 생수병을 들고 초조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헬렌 씨가 물었다. "밴스가 어떻게 하려나? 도와주겠다는 건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말해 줄 수는 있었잖아."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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