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들은 정말지도력도, 군사적 재능도, 단순한 상식도 없는 것인가? 그러나 병사들은 자기들을 곤경에서 구해준 이 유일하게 현명한 결정이 만족스러웠기에 더이상 지문하지 않고 그들을 용서했다. 장군들부터 졸병들까지모두가 파리 가까이 가면 다시 강군이 되리라고, 바로 거기서 프로이센군을 격파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동이 트자마자 부지에를 떠나 르센으로 행군해야 했다. 이내 병사들이부산하게 움직였고, 나팔소리가 울렸으며, 명령이 교차했다. 후미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벌써 군사 장비 마차와 병참 장교 마차가 선두에서출발했다.
- P131

가로질러 불토부아로 이동했으며, 3군단은 연락망을 확보하기 위해 왼쪽, 즉 벨빌언덕에 진지를 구축했다.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이옥고 106 연대가 뫼즈강을 향해 음울한 행군을 시작했을 때, 모리스는 연로한 데로 부인의 얇은 커튼에 비친, 방안을 끝없이 오가던 황제의 음울한 그림자를 다시 떠올렸다. 아! 대패가 확실한데도 왕조의안녕을 위해 사지로 급파되는 이 절망의 군대여, 이 파멸의 군대여! 진격하라, 진격하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빗속으로, 진창 속으로, 전멸을향해!
- P147

병사들은 길 양쪽 가장자리로 열을 지어 걸었고, 장교들이 두 대영 사이로 지나갔다. 랭스에서 야영한 다음날 샹파뉴에서 병사들이 했던 즐거운 행군, 농담과 노래로 떠들썩했던 행군, 프로이센군을 따라잡아 격퇴하리라는 희망 속에서 배낭을 가볍게 들어올렸던 행군과는 전혀 달랐다. 이제 분노와 침묵 속에서 그들은 어깨를 짓누르는 소총과배낭을 저주했고, 지휘부를 더이상 믿지 않았으며, 절망에 사로잡힌 채 채찍질을 두려워하는 가축떼처럼 천근만근 무거운 발을 그저 앞으로옮길 뿐이었다. 이 가련한 군대는 자기들의 십자가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 P153

장은 다시 수통을 채우러 갔고, 그 물을 단숨에 마셨다. 실은 그의 얼굴도 흙빛으로 변해 있었고, 너무 굶주려서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자, 다시 행군! 힘내, 모리스, 동료들을 따라잡아야 해!"
모리스는 장의 품에 몸을 맡겼고, 어린아이처럼 부축을 받으며 걸었다. 어떤 여자의 품도 그의 가슴을 그렇게 따듯하게 덥힌 적이 없었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극도의 비참함 속에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가운데,
한 존재로부터 포근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은 그에게 더없는 위로가 되었다. 더욱이 그의 가슴과 맞닿아 있는 한 존재가 애당초그가 혐오했었던 무지렁이 농부라는 것이 이 순간 우정과 감사를 한없이 증폭시켰다. - P172

이것이야말로 원초적 우정, 일체의 문화와 계급 이전의 우정, 자연이라는 적의 위협 앞에서 공동전선을 펴기 위해 하나로 결합한 두 인간의 우정이 아닐까? 그는 장의 가슴속에서 인류가 뛰는소리를 들었고, 구원자인 장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한편 장은 자신의 감정을 분석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과 달리 천부적 재능과 지성을 갖춘 친구를 보호한다는 기쁨을 맛보았다. 무시무시한 폭력과 강간을 당한 아내가 비참하게 죽은 뒤로 그는 자신에게는감정이 없다고 믿었고, 인간이란 모두 고통의 원인이므로 사악하지 않은 인간들조차도 절대로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가슴속에 우정이 흘러넘쳤다. 굳이 포옹할 필요도 없었다. 그토록달랐음에도 둘은 서로에게 깊이 감동했고, 내면에서 진정으로 교감했다. 레미로 가는 이 끔찍한 도로 위에서, 두 남자는 서로에게 기대며 마침내 연민과 고통을 공유하는 하나의 존재가 되었다.
- P173

‘안 돼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선부른 결정이에요. 언젠가 당신은 후회하게 될 거예요..… 당신은 정말 착한 사람이야. 이, 사랑해요,
삼다.
그는 입맞춤으로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녀는 하늘이 내려준 지복에,
이제는 영원히 사라졌다고 여긴 행복한 삶을 더이상 기부할 힘이 없었다. 그녀는 억누를 수 없는 열정으로 그를 꼭 껴안았고, 되찾은 보물인암, 이제 아무도 자기한테서 빼앗아갈 수 없는 자기만의 보물인 양 그에게 사랑의 입맞춤을 퍼부었다. 잃어버렸던 그를 되찾았어, 또다시 그를 잃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거야.
- P200

대니의 짙푸른 경사지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왼쪽 창의 구릉지대도 화염에 휩싸이 있었다. 땅에서 솟은 듯한 대포들은 발이 늘어나는 벨트 같았다. 누아에서 1개 포병대가 발랑을 폭격했고,
바들랭쿠르에서 1개 포병대가 스당을 공격했으며, 마르페 아래 프레누아에서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1개 포병대가 도시 위로 쏘아올린포탄은 7군단이 포진한 플루앙고원에서 폭발했다. 바이스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언덕들이, 푸른 계곡을 닫으며 언제나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언덕들이 돌연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요새로 변한 채 스당의 성채를 파괴하는 모습을 단말마적 고통을 느끼며 바라보았다.
벽토 부스러기가 후드득 떨어져내리는 바람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총탄 한 발에 경계벽 너머 그의 집 전면 모서리가 떨어져나갔다. 그가분노하며 소리쳤다.
"우리집을 박살낼 작정이군, 날강도 같은 놈들이!"
바로 그때 그의 등뒤에서 퍽하고 물컹한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한 병사가 가슴에 총탄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앳된 얼굴의 이 병사는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첫 사망자였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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