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가 알을 보호하면서 가슴에 품은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다. 검은 고양이는 어쩌다가 자기 몸에서 몇센티미터라도 알이 멀어져 갈라치면 그의 털북숭이 다리로 알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에게는 불편한 날들이 계속 될 뿐이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이 모든 일들이 부질없는 짓이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하얀 껍질에 푸른 반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찌 보면 생명도 없고 깨지기 쉬운 돌 조각 같은 것에 불과한데, 그것을 이렇게열심히 돌보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때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질 못해서 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소르바스는 꼴로네요의 명령에 따라서 식사나 용변 보는 일 외에는 알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가끔씩 그 칼슘 껍데기 안에서 진짜로 갈매기 새끼가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래서 양쪽 귀를 번갈아가며 알에다 대보기도 했다.  - P75

소르바스는 무엇 때문인지 배가 근질근질 가려워 잠에서 깼다. 그가 눈을 뜨는 순간, 깜짝 놀라서 펄쩍 뛰지 않을 수 없었다. 갈매기알의 벌어진 틈새 사이로 노란 주둥이 같은 뾰족한 물체가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것이었다.
소르바스는 앞발로 알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갈매기 새끼가 주둥이로 구멍을 뚫는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소르바스는 드디어 그 구멍으로 물기에 촉촉하게 젖어 있는 하얀색 갈매기 머리를들여다볼 수 있었다.
새끼 갈매기가 종알거렸다.
소르바스는 당황하고 어리둥절한 채 듣고만 있었다. 그는 자기 피부 색깔이 검은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감동하고 무안하기도 해서 자신의 피부색이 엷은 자줏빛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느꼈다.
- P79

소르바스는 작고 귀여운 아기 갈매기를 혀로 열심히 핥아주었다.
그는 어미 갈매기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꽤나 안타까워했다. 만일 인간들의 부주의 때문에 죽은 어미 갈매기의 활강술을 이아기 갈매기가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팔자로 태어났다면, 어미 갈매기와 똑같은 이름을 가져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때 꼴로네요가 제안했다.
아기 갈매기가 우리의 보호 아래 자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러니 아기 갈매기의 이름을 ‘행운아‘ 라는 뜻의아포르뚜나다‘ 라고 짓도록 하지."
"고등어 아가미 같은 훌륭한 생각이군! 멋진 이름이야! 나는 언젠가 발트 해에서 보았던 멋진 돛단배를 아직도 기억하지. 그 배 이름이 바로 ‘아포르뚜나다‘ 였어. 온통 하얀색이었지."
"이 녀석은 나중에 커서 한가락 할 놈이 틀림없네. 출중한 인물이될 거야. 암, 그렇고 말고, 그리고 이 녀석 이름도 백과사전의 ‘이부분 중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걸."
- P109

아포르뚜나다는 눈물을 흘리며 마띠아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두털어놓았다. 소르바스는 아기 갈매기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그때까지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을 꺼냈다.
"넌 갈매기란다. 그건 침팬지의 말이 옳아. 그러나 아포르뚜나다,
우리 고양이들은 모두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아주 예쁜 갈매기지 .
그래서 우리는 너를 더욱 사랑한단다. 네가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했을 때,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지. 네가 우리처럼되고 싶다는 말이 우리들을 신나게 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는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기쁘게도하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네 엄마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너는 도와줄 수 있단다 - P117

"날아라!"
아포르뚜나다는 곧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찰나의 일이었다.
당황한 고양이와 시인은 최악의 경우까지도 생각했다. 조바심이 났다. 그들은 숨을 멈춘 채 고개를 쭉 내밀어 난간 끝을 살며시 내려다보았다.
아기 갈매기가 날고 있었다. 돌멩이처럼 그대로 떨어지던 아기 갈매기가 날개를 쫙 펴고 주차장 위를 힘차게 날고 있었다. 그리고는산 미겔 성당의 맨 꼭대기까지, 아니 탑 위에 달린 팔랑개비까지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아포르뚜나다는 아무도 없는 함부르크의 상공을 혼자서 쓸쓸히날고 있었다. 힘찬 날갯짓을 하면서, 저 멀리 있는 항구의 기중기들과 선박들의 마스코트 위를 자유자재로 날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되돌아와서 산 미겔 성당의 종루 주위를 한 바퀴 선회했다.
"소르바스! 자, 봐요! 이제 날 수 있어요!"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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