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힘이 세다.


사람들이 부르는 별칭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전 치유자‘라는 말이다. 어깨가 무거운 별이지만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거의 전부이기도 하다. 현장 지유자로서 내가 가진 결정적 무기를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공감이다.
공감은 힘이 세다. 강한 위력을 지냈다. 쓰러진 수도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같은 힘을 가졌다. 공감은 돌처럼 꿈쩍 않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경각에 달린 목숨을 살리는 결정적인 힘도 가졌다. 치유의 알파와 오메가가 공감이라고 나는 믿는다. 삶의 생생한 저자거리에서 상처받은 사람들과 마음을 섞고 감정을 공유한 끝에 얻은깨달음이다.
- P115

공감에 대한 오해나 편견은 셀 수 없이 많다. 시간을 아주 많이다면 공감의 극적인 효과를 혹시 볼지도 모르겠지만 하루하루고 여유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 같은 일대일 아날로 그 소동은 적절한가 과연 그만큼 효과가 있을까, 그보다는 좀더 최적인 소통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조바심이 생길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상처 입은 마음을치유하는 힘 중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힘이 공감이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이다. 공감은 수십 년간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입하여 최첨단 의학, 약학, 뇌과학, 생리학, 유전학, 생물학 등의 연구방법론을 통해 개발된 어떤 항우울제보다 탁월하다. 동시에 그런 약물과 다르게 부작용이 전혀 없다. 압도적인 효과가 있는데 부작용도없으니 비교가 무의미하다.
비유적으로, 항우울제 등의 약물이 극심한 갈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동네 어귀에 살수차가 와서 물을 쏟아 놓고 가는 것이라면, 잘버려지고 정확한 공감은 목이 타는 사람에게 다가와서 나뭇잎 띄운물 한잔을 직접 건네는 일이다.
- P116

공감은 내 등골을 배가며 누군가를 부축하는 일이 아니다. 그 방식으론 상대를 끝까지 부축해 낼 수 없다. 둘 다 늪에 빠진다. 공감은너를 공감하기 위해 나를 소홀히 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건 자신까지 무겁고 복잡해지다가마침내 둘 다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너를 공감하다 보면 내 상처가 드러나서 아프기도 하지만 그것은동시에 나도 공감받고 나도 치유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공감하는사람이 받게 되는 특별한 선물이다.
- P121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서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얻게 되는 무엇이다.
- P125

공감의 원리도 같다. 질문을 통해서 상대의 상황과 마음이 거울에비춘 듯 또렷하게 보이면 공감은 절로 일어난다. 공감을 받은 이의속마음은 더 열리고 자기 기억이나 자기에 대한 느낌들을 더 잘 떠올리고 말하게 된다.
구석구석 비춰주는 거울처럼,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나를 담고 있는 누드 사진처럼 거부감 들지 않고 다정하게,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공감 유발자다. 자세히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다.
- P129

상처를 덧나게 하는 질문이 따로 있다기보다 상대방에게 던진 질문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거나 오해를 하고 있다는 증거나 나를 비난하는 의도를 품고 있다고 느껴졌을 때 사람은상처를 받는다. 그러니 그런 마음이 전혀 아니라는 내 입장을 먼저알려주고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걱정 없이 물어볼 수 있다.
- P128

공감은 그저 들어주는 것,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정확하게 듣는 일이다. 정확하게라는 말은 대화의 과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공감에는 과녁이 있다. 과녁에서 멀어지는 대화는지리멸렬해진다.
모임에서 자기만 깊이 관심을 가진 주제를 꺼내서 장황하게 얘기를 시작한 그에게 나는 첫 질문부터 "역사는 됐고, 너는?"이라고 내질문의 최종 목표를 분명히 했다. 과녁을 분명히 정하고 말한 거다.
역사는 중요한 것이냐 아니나, 지금 그 얘기를 할 자리냐 아니냐, 그게 의미가 있냐 없냐는 논쟁은 내 관심 밖이었다.  - P132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과 공감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성취에 대한 인정과 주목을 존제에 대한 주목이라고 생각해서 그것에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먹어도 기대만큼 포만감이 없다.
물론 존재 자체에 대한 공감도 없고, 오른 석차에 대한 반응도 없는무관심보다는 낫다. 하지만 밥 없이 반찬으로만 배를 채운 사람처럼아무리 많이 먹어도 편안한 포만감이나 포만감으로 인한 안정감이없다. 반찬으로만 채운 배는 한계가 있다.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과 공감은 갓 지은 밥 같은 것이다. 잘 지은밥이 있으면 간장 하나만 가지고도 든든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밥이 기본이라서다.
- P142

그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면 사람은 그런 외형에 덜 휘둘리며 살 수 있게 된다. 공감은 쓰러지는 사람을 일으켜 세울 만큼 큰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힘은 그가 고요하게 가만히 있어도,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만으로도 초조하지 않을수 있는 차돌 같은 안정감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공감의 힘은 그렇게 입체적이다.
- P143

공감은 상처를 더 드러낼 수 있게 만들고 제대로 드러난 상처 위에서 녹아드는 연고다. 상처 위에 바로 스민다. 상처 부위를 덮고 있는 겉옷 위에 뿌리는 분무제가 아니라 옷을 젖히고 상처 난 바로 그부위 맨살에 바르는 약이다. 정확하고 집중력 있는 공감은 문제 해결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책임진다. 공감은 치유의 처음부터 끝까지를관장하는 강력한 치유제다.
- P158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 사람을 죽이거나 부수고 싶어도 그 마좋은 옳다.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부술 마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비로소 분노의 지옥에서 빠져나온다.
- P167

공감자는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너도 많이 있지만 나도 마음이 있다는 점, 너와 나는 동시에 존중받고 공감받아야 마땅한 개별적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면 관계를 끊을 수 있는 힘도 공감적 관계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것이다. 관계를 끊는 것이 너와 나를 동시에 보호하는 불가피한 선택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울며 겨자먹기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나에게는 파괴적인 행위고 상대에게는 자기 행동에 대해 성찰할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양쪽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결국 또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에게 공감적인 사람도 불가능하다. - P170

그러나 성인 간의 관계는 다르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지만나만 잘한다고 되지 않는다. 상대가 감당해야 할 몫도 있다. 그것까지 내가 짊어질 이유는 없다.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 어떤 관계에서든 납득할 수 없는 심리적 갑을 관계가 일방적이고 극단적으로 계속된다면 이런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것이 더 건강하다. 우선 내 건강성을 지켜야만 나중을 기약할 수도 있다.
공감자는 모두와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큰오빠를 보지않겠다고 한 동생의 마음도 옳다.
- P171

모든 인간은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적응하는 독립적이고 개별적 존재다. 그 사실을 믿으면 함께 울며 고통을 나누면서도 서로의 경계를인정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갈 힘과 근원이 된다. 눈에 보이지는않지만 존재들이 지닌 경계를 인식해야만 모두가 각각 위엄 있는 개별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 P186

내 상처가 공감 받고 치유받지 못했던 시간 동안 내 직업은 발을빼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큰 고통이었다. 선배 의사에게 정신분석상담을 받았던 몇 년의 시간이 도움이 됐지만 더 결정적인 건 상당실 카우치 위가 아닌 내 일상에서 그 시간의 백 배도 넘는 시간 동안 나의 스승이자 연인, 도반이고 반려인 남편에게 남김없이 공감받은 경험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조금씩, 천천히, 끝까지, 모든 게 바뀌었다. 나를 더충분하게 드러내고 깊이 공감받고 이해받았던 시간, 그리고 깊이 사랑받았던 시간을 거치며 내 직업은 고통이 아닌 희열로 바뀌었다. 그때부터는 누군가의 고통에 기꺼이 심리적 참전을 할 수 있다는 게축복이 되었다.
- P188

어떤 기간 동안, 어떤 특정 맥락과 상황 속에서는 내가 참고 견딜수도 있지만 나는 항상 그래야 하는 존재,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는 자기에 대한 감각이 살아 있어야 공감자가 될 수 있다. 나와 너를 동시에 공감하는 일은 양립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나와 너 모두에 대한 공감‘의 줄임말이 공감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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