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다
이원하
뒤로 물러섭니다
약속 시간에 늦었지만
나를 믿고 뒤로 물러섭니다
보이는 것은
되돌리려는 마음뿐입니다
뒤에서 해결하려는 버릇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지난 일들은 쉽게 잊혀도
미래는 안 잊히는 데에서
왔을까요
가방을 뒤로 메고
신발도 옷 입은 뒤에 신고
발 맞추는 것도 뒤에서 맞추고
약을 삼킬 때도 목을 뒤로 젖히고
도대체 숨바꼭질도 아니고
화도 내 보았지만
화도 뒤에서 내고 있더군요
아마 내가 보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습니다
시집[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중에서
바다 보러 가고 싶다.
코로나 이전에 만났던 파스텔톤의 제주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