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ㅣ 문학동네 시인선 135
이원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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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다

                                     이원하

​

   뒤로 물러섭니다

   약속 시간에 늦었지만

   나를 믿고 뒤로 물러섭니다

​

   보이는 것은

   되돌리려는 마음뿐입니다

​

   뒤에서 해결하려는 버릇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

   지난 일들은 쉽게 잊혀도

   미래는 안 잊히는 데에서

   왔을까요

​

   가방을 뒤로 메고

   신발도 옷 입은 뒤에 신고

   발 맞추는 것도 뒤에서 맞추고

   약을 삼킬 때도 목을 뒤로 젖히고

​

   도대체 숨바꼭질도 아니고

​

   화도 내 보았지만

   화도 뒤에서 내고 있더군요

​

   아마 내가 보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

   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습니다

​

               시집[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중에서

 

 

    바다 보러 가고 싶다.

    코로나 이전에 만났던 파스텔톤의 제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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