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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평점 :
영화 매트릭스는 기술적인 효과와 스토리의 재미,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철학적인 질문을 야기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어서 큰 화제를 모으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영화이다. 슬로우 화면과 총알을 피하는 장면 등이 많이 패러디 되며 전세계적인 히트를 했는데, 그와는 별도로 다양한 철학적 논의들이 나와서 단순한 오락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철학 하면 어렵고 머리 아픈거라고 여기기 쉽상이지만, 대중문화인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철학의 깊이를 배울수 있다는 건 좋은 시도라고 여겨진다. 철학은 철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생각해야 되는 것임을, 딱딱한 교재가 아니라 이렇게 재밌게 배울수도 있음을 알게 해준다.
매트릭스는 1편이 가장 재미있고 충격적이었는데 책을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영화의 주인공 네오는 우리들처럼 현실이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가장 참되고 가장 높은 수준의 실재라고 착각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 모피어스 이다. 그는 현실이라 믿었던 곳이 실은 가상의 장소이며 매트릭스 라고 불린다는걸 알게됐고 이 거짓의 세계를 알리기 위해 투쟁해 나간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세계가 거짓임을 알기 때문인데, 알면서도 모른 척 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스템에 반기를 든 순간 평화로운 삶은 끝나고 쫒기는 신세가 될 테니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이외의 곳은 없다고 여기고, 이 곳이 진실이라 여겼는데 실은 가짜였다는 걸 알게 된 네오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밤에는 인터넷 상의 해커라는 또 하나의 인생을 살았던 네오였기에 더 혼란스러웠을 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영화 밖에 살고있는 나의 입장에 대입해서 보게 됐다. 우리가 사용하는 '진실'이라는 단어를 쓰는게 옳은가, 맞는 말인가 혼란스러워진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 믿게 된다. 보고 만지는 것은 실재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네오가 사는 세상처럼 지금 이 곳도 가상의 공간이 아닐까. 더 높은 계급의 인간들을 위해 소모품처럼 쓰다 버려지는 매트릭스 속 사람들과 같은 역할이 나에게 부여된 건 아닐까. 자신들의 인생의 비밀도 모른 채,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에 따라 가상 현실 속에서 철저한 통제를 받으며 사는 소모품들.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모피어스는 영웅을 찾았고, 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임으로써 그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건 시스템의 진실을 알아내 밝히는 것이다. 그들이 알고자 하는 진실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알았다고 해서 세상은 바뀌게 될까 회의도 든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의 차이점이 없다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 책은 영화의 내용과 대사를 통해 철학자들의 논조를 끄집어내고 다양한 종교의 사상을 발견해낸다. 그걸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사유해 보게 된다.
우리가 영위하는 삶이 실제로는 지능적인 컴퓨터 시스템이 우리 뇌 속에 심어 놓은 지대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가능성을 과연 무시할 수 있을까? 영화 매트릭스가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