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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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어울려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를 함께 적어 놓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의아해하다가 글쓴이가 일본을 얘기하는 내용이란 걸 알았다. 그러고도 원체 일본에 관한 책들은 많이도 쏟아져 나오는데 너무 오래 전 쓰여진-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 쓰기 시작해 1946년 출간-책이라 읽어보려다 관두고 결국 매스컴의 힘에 사고나서 한참을 묵혀뒀다 읽게 됐다.

하지만 원본의 탓인지 번역의 탓인지 원체 딱딱한 문체에다가, 아니 일본 번역을 재번역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번역인 듯 한데다, 수정이 있었던 듯 한데 첫 제본이 오래된 탓인지 딱딱한 활자체까지 정말 읽어내기가 싶지가 않아 읽던 중 여러 책을 배회해가며 겨우 끝냈다.

내용도 일본을 심층 분석해 놓은 것이 맞긴 하지만 태평양 건너의 사람들-책 중에서는 '서구인'-시선으로 봤을 때 특이하게 느껴지는 점이 우리 아시아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孝에 관한 내용이나 여기서 '온'이라고 불리는 '은혜'를 입고 갚는다는 관점 같은 거 말이다. 물론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부분도 없지 않다. 명예를 회복하는데 목숨을 바칠 정도로 하는 '할복'등 수치에 관한 문화가 우리보다 더 심한 듯 했다.

초판 번역에서 빠졌었던 9~11장이 추가로 들어 완역이 됐다고 하는데, 오히려 일본의 생활을 보게 되는 좋은 장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키우는 방법 등에 관한 12장은 아직도 우리네의 모습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전체 느낌을 말하자면 인내심을 요구 하는 책. 여러 일본 책에서 읽은 내용을 좀더 전문적 어투 적어 놓은 책 정도. 마지막 부분 나온 해설에 적혔더구먼. 이 책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두 번쯤 읽어야 한다고. 자칫하면 끝까지 못 읽어낼 뻔 했는데, 이 해설이 맨 첨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인류학에 관한 이 해설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하면 되는 걸까?^^

13장의 마지막 말은 인상적이었다. '일본인은, 군국주위를 실패로 끝난 한 줄기의 광명으로 있다.그들은 군국주의가 과연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서도 실패한 것인가를 알기 위해, 다른 나라의 동정을 주시하리라. 만일, 실패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일본은 스스로의 호전적 정열을 불태워, 일본이 얼마나 전쟁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는가를 보이리라.∼ (3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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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윤대녕 지음, 조선희 사진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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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코너에서 만난 이 책은 제목이 눈에 먼저 '묘한 배합이다' 싶었다. 피아노? 백합? 사막? 무엇보다도 울림은 '사막'쪽이 많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도 실크로드 여행 중 거의 사막만 기대하며 나서는 남자다. 게다가 윤대녕 소설이라....아니, 사진이 조선희. 솔직히 말해 잘 모르고 있던 사진작가였다가 얼마 전 모 향수 제품에서 인물들을 찍은 곳에서 이름을 만나고 멋있게 찍혀진 표정들을 보며 꽤 좋았던 기억이 있었던 터라, 종횡무진하고 있는 사진작가인가보다 하고 있었다.

소설과 사진의 결합인 Two version Book을 표방한 이미지 소설이란다. 사진에세이처럼 텍스트 앞뒤로 관련 이미지가 흐르는...솔직히 책읽기를 끝낸 지금 소설엔 다소 실망감을 감추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두 번째 소설집에 이미 나와 있던 소설이라고 것도 그렇고 그러나 사진은 정말 멋있었다. 로즈 밸리, 파묵칼레, 괴뢰메, 우취사르, 넵세히르... 이 낯선 곳이 어딜까? 가보고 싶네 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결국 터키의 지명들이란 걸 찾아내 버릴 정도로...상업 사진작가를 무지 강조하는 얘기(아마도 작가의 말이 아닐까 싶은데)가 뒤에 실렸더구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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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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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다 보니 두 번을 읽게 됐다. Blu편을 읽고는 기다리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만나고는 급한 마음에 서점에 서서 읽어내리다 보니 너무 많이 봐 버려 한 번 읽고, 다시 사서 읽고... 읽은 책은 사는 경우가 드문데 그랬다. 나의 느낌이 맞았는지 확인해 볼려고.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는 이 책을 이틀 들고 다니며 천천히 씹어 삼키며 내내 우울했다.

너무 가라앉아 있는 아오이(靑)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아님, 평범한 듯 지내고 있는 그녀의 일상에서 묻어나는 우울한 기색 때문이었을까? 밀라노의 흐린 날씨가 내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함께 흐렸기 때문일까? 보석을 좋아하지 않지만 보석 가게에서 일하고, 보석으로 몸을 치장하는 여자의 생활을 좋아하는 아오이. 마빈을 사랑하면서도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노출시키지 않고. 목욕과 독서의 뒤로 숨어사는(?) 아오이의 모습이 아련하다.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121p' 마빈의 누나 안렐라까지 중립적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 그러던 중 다카시 때문에 날아드는 일본의 기억, 쥰세이의 기억. 쥰세이의 편지. 그 '쥰세이의 편지는 파괴였으므로. 미미한, 결정적인.210p' 그 편지로 마빈과도 헤어지고, 십 년 만에 만나기로 한 피렌체의 두오모. 그런 기억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를 모든 기억들이 되살아나며 보내다가 헤어지지만 아마도 그들은 영원히 다시 만나진 거겠지. 두 소설가의 이야기 중 아가타 쥰세이의 이야기인 Blu를 읽고 나서 읽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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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 김홍희 사진산문집
김홍희 글.사진 / 마음산책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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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다. 인터넷책방을 이렇게 애용하면서도 이렇게 적으면 되는지 모르겠지만 추천도서를 올려놔도 거의 대부분은 믿지 못해 책방을 가서 보고서야 직성이 풀리는데....왜 이리 서두가 긴가? 이 책은 서점에서 보고 샀던 책이란 말이지, 나의 선택에 불만스러웠던 책이었다.

럼에도 불구하고, 제목 자체만 보면★★★★★에, 사진산문집이란 것에★★★★에, '나는 아직 가보지 못한 샌프란시스코를 꿈꾸며 긴 그림자로 변산에 서 있다.'란 책 들어가는 첫 페지의 글은★★★★☆. '글머리에' 내용은★★★★★, 책 내용의 사진은★★★. 게다가 대강이라도 어디서 찍은 것인지(대충은 거의 국내인 듯 하고 바닷가 풍경인데, 변산인지, 해운댄지 원) 적혀있으면 좋았으렸만 하는 아쉬움까지 더하면....사진과 연관이 있지도, 내용이 시대적으로 연결되지도 않은, 말 그대로 사진기의 섬광처럼 번쩍 그치고 마는(물론, 글쓴이는 많은 추억 끝에 말을 아껴 나온 글이겠지만.) 글은.....★★. 전체적으로는 ★★☆주고 싶지만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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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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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고질병 같은 게 있다. 제3세계 음악이라면 눈을 부릅뜨고 찾아다다거나, 어떤 배우의 영화가 새로 나왔다고 하면 들썩거려지는 것. 어렸을 적부터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에서 시작된 추리소설에 대해 사족을 못쓰는 것. 아가사 크리스티, 앨러리 퀸에서는 주문까지 해서 읽는 둥 아직도 자꾸만 여기저기를 뒤적이게 된다. 그러던 차에 국내 출간은 늦었지만 추리소설로는 낯선 곳, 스페인 작가 레베르테를 접하게 됐다. 한꺼번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2권 사 먼저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15C 화가 반 호이스의 그림 <체스게임>을 복원하던 중 바탕에 숨겨진 글씨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잡았는가)'가 나타나고, 오백 년의 시간을 오가며 체스 게임을 벌였던 것을 역순으로 풀어가면서 나타나는 여러 사건들. 의외의 결과가 조금 맥빠지게 해결을 보고 있긴 했지만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좀 마땅치 않았던 점은....요즘 유행처럼 번지는-특히 열린 책들에서 앞장서서(새로 재출간된 장미의 이름이나 개미 등 분권이 더 되면서 가격은 높아지는데)- 하는 작은 책 싸이즈의 하드 커버가 그 분량엔 불편했다. 왜? 손에 꼭 쥐어쥐는 분량이라면 몰라도 500page가 넘는데.... 또, 번역에 관한 몇 가지 의문점. 문화적 차이로 알고 있는데, 우리네와는 달리-하긴 우리나라도 요즘은 지양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훌리아와 함께 일하는 멘추를 '언니'라고 호명하는 장면이 여러번 있는데 과연 원본도 그럴까?

그리고 체스 게임은 잘 두지는 못하지만 말을 움직이는 정도는 배웠는데, 그저 비숍, 룩, 나이트, 폰 등으로 바로 지칭하던데 오히려 주교, 성장 등으로 번안되어 생소했다. 하지만 혹 그런 체스의 룰이나 규칙을 모르더라도 그다지 책을 읽는 즐거움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해대던 소개에 실망한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지만 그냥 레베르테로 읽어주면 된다. 지적유희를 즐기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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