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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쩔 수 없는 고질병 같은 게 있다. 제3세계 음악이라면 눈을 부릅뜨고 찾아다다거나, 어떤 배우의 영화가 새로 나왔다고 하면 들썩거려지는 것. 어렸을 적부터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에서 시작된 추리소설에 대해 사족을 못쓰는 것. 아가사 크리스티, 앨러리 퀸에서는 주문까지 해서 읽는 둥 아직도 자꾸만 여기저기를 뒤적이게 된다. 그러던 차에 국내 출간은 늦었지만 추리소설로는 낯선 곳, 스페인 작가 레베르테를 접하게 됐다. 한꺼번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2권 사 먼저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15C 화가 반 호이스의 그림 <체스게임>을 복원하던 중 바탕에 숨겨진 글씨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잡았는가)'가 나타나고, 오백 년의 시간을 오가며 체스 게임을 벌였던 것을 역순으로 풀어가면서 나타나는 여러 사건들. 의외의 결과가 조금 맥빠지게 해결을 보고 있긴 했지만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좀 마땅치 않았던 점은....요즘 유행처럼 번지는-특히 열린 책들에서 앞장서서(새로 재출간된 장미의 이름이나 개미 등 분권이 더 되면서 가격은 높아지는데)- 하는 작은 책 싸이즈의 하드 커버가 그 분량엔 불편했다. 왜? 손에 꼭 쥐어쥐는 분량이라면 몰라도 500page가 넘는데.... 또, 번역에 관한 몇 가지 의문점. 문화적 차이로 알고 있는데, 우리네와는 달리-하긴 우리나라도 요즘은 지양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훌리아와 함께 일하는 멘추를 '언니'라고 호명하는 장면이 여러번 있는데 과연 원본도 그럴까?
그리고 체스 게임은 잘 두지는 못하지만 말을 움직이는 정도는 배웠는데, 그저 비숍, 룩, 나이트, 폰 등으로 바로 지칭하던데 오히려 주교, 성장 등으로 번안되어 생소했다. 하지만 혹 그런 체스의 룰이나 규칙을 모르더라도 그다지 책을 읽는 즐거움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해대던 소개에 실망한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지만 그냥 레베르테로 읽어주면 된다. 지적유희를 즐기기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