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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찌하다 보니 두 번을 읽게 됐다. Blu편을 읽고는 기다리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만나고는 급한 마음에 서점에 서서 읽어내리다 보니 너무 많이 봐 버려 한 번 읽고, 다시 사서 읽고... 읽은 책은 사는 경우가 드문데 그랬다. 나의 느낌이 맞았는지 확인해 볼려고.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는 이 책을 이틀 들고 다니며 천천히 씹어 삼키며 내내 우울했다.
너무 가라앉아 있는 아오이(靑)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아님, 평범한 듯 지내고 있는 그녀의 일상에서 묻어나는 우울한 기색 때문이었을까? 밀라노의 흐린 날씨가 내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함께 흐렸기 때문일까? 보석을 좋아하지 않지만 보석 가게에서 일하고, 보석으로 몸을 치장하는 여자의 생활을 좋아하는 아오이. 마빈을 사랑하면서도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노출시키지 않고. 목욕과 독서의 뒤로 숨어사는(?) 아오이의 모습이 아련하다.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121p' 마빈의 누나 안렐라까지 중립적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 그러던 중 다카시 때문에 날아드는 일본의 기억, 쥰세이의 기억. 쥰세이의 편지. 그 '쥰세이의 편지는 파괴였으므로. 미미한, 결정적인.210p' 그 편지로 마빈과도 헤어지고, 십 년 만에 만나기로 한 피렌체의 두오모. 그런 기억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를 모든 기억들이 되살아나며 보내다가 헤어지지만 아마도 그들은 영원히 다시 만나진 거겠지. 두 소설가의 이야기 중 아가타 쥰세이의 이야기인 Blu를 읽고 나서 읽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