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철수맨이 나타났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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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맨이 나타났다 -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김민서 지음, 김주리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6월
평점 :
조금은 촌스러운 듯한 표지....눈에 확 띈다.
눈에 띄게 만들려는 의지였다면 성공이다.
카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수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의 계보를 따른다면 좀 멋진 이름이어야할 텐데, 원참, 이름은 더 촌스럽기 그지없는 ‘철수맨’에다, 우주의 고민은 모두 지고 있는 듯 행동하는 중학생, 거기다가 요즘 세상에서 제일로 무섭다는 여중생들이 모인 것이라 이 이야기가 또 어디로 튈까? 싶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괜찮다.
요즘 그린이들 답지 않게 ‘착하게’ 그려진 각 장의 중간이 있는 카툰의 주인공들도 예뻐서 보기 좋고, 녀석들이 하는 짓은 요즘 중학생들이 밤을 새워 읽어대는 인터넷 소설의 주인공들과는 다른 좀더 현실적인 착한 녀석들이다.
도심까지 버스로 삼십 분이나 걸리는 미개척지 같은 동네(92p), 수도권의 평번한 개발 신도시(7p)의 영서중학교 3학년 희주는 유채, 지은이와 함께 동네에서 20년 넘게 전해 내려오는 영웅 전설 ‘철수맨’의 정체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 후보자를 물색하게 된다.
‘철수맨’ 예비 후보자들은 꽃미남 강준석, 비운의 2인자 주현우. 예수 박민혁. 투포환 선수 조던 백윤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이름 정도 밖에 알지 못하는 ‘철수맨’ 후보자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미행하며, 이름으로만 듣던 친구들의 속내를 조금씩 알게 되고.
‘세상의 고민은 나만’ 지고 있는 것처럼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친구들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고민거리의 짐을 조금씩 덜어내며 편안해한다. 또, 이래저래 ‘철수맨’ 후보자들과 친구가 된 탐정들이 함께 가게 된 단합회에서 현상금이 걸린 탈주범과 맞닥뜨리게 되고...
어려움도, 비밀도 함께 공유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돈독해지는 우정.
유채는 현우가 ‘철수맨 찾기’에 동참할 것임을 확신했다. 유채가 보았을 때 현우는 지은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도 겁이 많았다.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하는 유형이었다. 어쩌면 또래 모두가 같은 유형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이 나이를 겁 없는 나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현재의 세상이 전부이기에 일상을 차치하는 소소한 일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두가 고등학생이나 성인이 된 후를 쿨하게 꿈꾸는 척하지만, 실은 그것은 말뿐이고 문제의 요지는 모두 현실 안에 있다. 학교 안에, 교실 안에, 바로 곁에 있는 친구와의 보이지 않는 관계 안에.
84p
늘 불만이었던 인터넷 소설에서 나타나는 잘려버리는 문장들이 아닌, 제대로 된 문장에서 중학생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도 그렇게 함께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성장하며 착하게 살아준다면 좋겠다.